편의점 사회학
전상인 지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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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없는 것-편의점 사회학


상비약에서 도시락에 이르기까지진열된 빼곡한 물건을 보며 과연 '편의점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어리석은 질문을 던진다스넥 코너를 돌면 라면이 있고 맞은편에는 부침가루와 참기름이 있다마침내 코너 상단에 와인까지어색한 꼬리를 물며 함께다와인 마저 일상품으로 비치 된 곳에 무엇이 '없을까'만은공간과 어울리지 않음을 묵살하는 목이 긴 병을 본다.


편의점은 아무리 작아도 내가 사는 물건보다 사지 않는 물건이 훨씬 많다그래도 없는것은 무엇일지 살피면 우선 '기다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는 편의점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려서 가지 않는다닫히는 시간에 초조하지 않는다편의점은 '그런 시간'이 없다그곳은 '언제라도갈 수 있다이것은 역으로도 가능하다편의점 또한 특별한 누구를 기다리지 않는다익명의 누구라도 상관없다기억할까기다림이 없는 곳에 '시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잠이 든 시간에도 그곳의 불은 환하다. '셔터가 없다설령 있더라도 필요가 없다.' 24. 편의점은 시간 밖에 존재하는 것 같다편의점이 문을 닫게 된다면 완전히 자신을 정리할 때 뿐일 것이다익명의 소비자들이 무한의 페달을 밟아 편의점의 하루하루를 연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편의점 유리문을 닫는다유리문은 편의점의 안과 바깥이 동일한 지점에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지만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같은 시간'은 허구임을 알게 된다투명한 안쪽은 바깥을 초월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때때로 고백해 오지만그런것이 대체 무슨 상관인지 알 겨를이 없는 -시간에 쫓기는이들은 오늘에 맞춰져 있는 삼각김밥으로 오늘을 때우며 돌아간다.


시간이 쫓기는 이들이 시간이 (의미)없는 곳(편의점으로 모인다. <편의점 사회학>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당신의 통계를 통해서 '편의점에 없는 것'을 말하고 싶다책은 얇다그러나 펼치는 곳마다 대체 몇 겹으로 감겨져 있었는지 모르는 눈 뜨임을 보게 될 것이다가령 이런 대목. '이는 무엇보다 근대 자본주의의 등장이 시간 및 공간의 원력과를 통해 사이 시간과 사이 공간을 '비우거나', 숫자나 기호 등을 통해 추상화시켰고이에 따라 사물과 사람이 구체적인 시간 및 공간으로부터 '뿌리 뽑히게된 결과다.' 116


<편의점 사회학>'편의점이 동네를도시를그리고 세상을 덮고 있다'는 명징한 사실로 시작한다시작이 끝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세상에 가득한 편의점 '이후'는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긴다이 책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의점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았던 날들과 여전히 '궁금해 할 이유가 없는 날'들에 대한 반성이다동시에 현재를 향한 반가운 관심이다늘 곁에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편의점을 비로소 파헤침으로써 질서에 편승했던 ''의 생태 또한 돌아볼 수 있게 된다.


'88만 원 세대의 밥집편의점을 살피며 편의점을 사용하는 빈도는 '불능'의 수치가 아닐까 생각한다편의점을 밥집으로 심심치 않게 이용하는 것은 편의점이 제공하는 밥 이상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는 고백과 같은 것은 아닐까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물론 ''으로도 환산 가능하겠지만한편으로는 먹을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과자신의 식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책은 통계 가능한 '전자'에 기울이고 있다실제로도 ''과 상관 관계가 제일 클 것으로 생각한다그러나 후자에 대한 것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돈이 아니라 시간에 갖힌 불능이라면스스로가 자신의 저녁과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을끊임없이 무엇을 하는 시간으로 바꾸기를 강요했()던 결과라 할 수 있다학교를 다니며 자취를 했던 학생은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편의점 도시락과 오뚜기밥을 먹는다시간을 쫓기며 편의점으로 대체하고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상태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저녁을 잘 차려 먹고 싶다는 욕망과 손수 차려 볼 수 있는 ''은 어디에서 실종된 것일까아니애초에 있기는 있던 걸까편의점에 없는 '기다림혹은 뿌리 뽑힌 '시간처럼.


편의점에 관한 웹툰과 소설을 인용하며 '흥미로움'으로 시작한 연구는 '아이러니함'이라는 끝에 도착한다신자유시대와 맞서는 사람들이 효율적인 시위를 위해 양초와 컵으로 특수효과를 보는 편의점 모습을 포착한다자연스럽게 편의점-신자유주의에 기댄 모습이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정작 그러한 편의점의 배후가 거대 자본과 자본주의 세계 체제혹은 신자유주의라는 사실을 미처 상기하지 못한다.' 158 손을 미끌어져 나가는 허탈함우리는 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지만동시에 신자유시대의 무한의 페달을 함께 질끈 밟는 것은 아닌지진정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무심코지나치는 사회의 작은 부분까지 '이해'함에 있을 것이다.


다시, '편의점에 없는 것'을 떠올린다그곳에 우선 대화가 없다대화를 하는 것으로 편의점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다그러나편의점에 기계적으로 길들여진 나의 생태를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가능하지 않을까해가 맑았던 엊그제자주 가던 편의점에 김치 부침개를 나눠주었다는 일기가 있다물론 편의점이 아니라그곳에서 일하는 동생 뻘이 분명한 알바 님에게 드린 것이다편의점 한 가운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편의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임하는 방식이나 태도와도 연결'159 된다편의점에 간다내가 골라야 할 물건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편의점에 '없는 것'을 본다계산대에 올라가지 않는편의점에 '없는 것'을 하나씩 들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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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땐 시리즈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 지음, 김정훈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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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즐겁다-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딸기 좀 먹어봐너는 팥빙수에 반쪽으로 잘라진 깨끗한 딸기를 가리켰다딸기 씨가 그렇게 좋다더라그 옆의 바나나를 먹으며 말했다봄 맞아 처음 먹는 딸기는 의외로 흰색이다몰랐던 것처럼빨간 딸기의 속살은 희디 희다팥빙수의 딸기는 떡에 기대서 우유에 적셔져도 흰색을 잃지 않는다그러니까 우유도 하얗고 딸기도 하얀 것이지하지만 '진짜 딸기맛 우유'는 '분홍색'일까왜 그런지 모르겠으나딸기우유는 분홍색이 맞는 것 같다.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꾸만 희석되는 욕망에 대해 묻는다겉과 속을 섞어 무엇인지 모르게 하고 싶은내가 외면해버리리는 내 진짜 욕망에 대해 말이다내 욕망의 색은 '진짜 딸기맛 우유'처럼 분홍색이 아니던가마치 '진짜딸기의 속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것처럼그러나 단단하게 지니고 있어야 할 딸기의 속은 흰색일 것이다외부와 상관없이 지속해야 할 내 감정은 어디뇨이렇게 큰 글씨로..박 하게 물어온다.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유쾌한 조합이지만 어쩐지 약간 숨기고 싶은 제목이기도 하다그러나 나는 결코 무력해서 읽는 것은 아니라오.

 

목차는 진단하기-이해하기-적용하기로 나뉜다몇 십년 전에 풀었던 '스스로 하는 학습지'의 목차가 떠올랐다. '분수'에 약한 것을 진단하고, '분수'를 이해하고, '분수'를 적용했던 어느 초등학교 수업시간을 떠올리면 잘 따라갈 수 있다혹시 그것에 트라우마가 있다면 목차는 가볍게 무시하고 와도 좋다책은 읽는 사람 마음이니까.

 

'욕망' 이라고 하면 굉장히 무섭고, 피해야 할 말 같지만이야기 되는(공연음악 등등거의 모든 것의 주제다본디 삶의 주제로 자리 잡아야 했지만 '욕망'은 길을 잃어버리고 '거짓 욕망에 밀리느라 '이야기 되는 것'에서야 주연을 꾀찼다가까이에 있는 '욕망'과 ''의 일치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불일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네이버 웹툰에 <미쳐날뛰는 생활툰>이라는 작품이 있다. '자매'가 나오는데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만화를 그린다며 연습하고 ‥ 연습하는 것이 일과이고 언니는 회사에 다닌다회사인이라면 십에 팔구가 그렇듯 출근하기 싫다. 그녀는 어느 날 베개를 기타 삼아 노래를 뽑는다가사의 주된 내용은 '회사를 때려 치고 음악을 하고 싶다' 동생은 귀를 막으며 그럼 '때려치라!'고 한다하지만 이어지는 가사, '돈을 벌어야 하느니~/음악해서 돈벌면 되잖아/예술해서 돈 벌어먹긴 더럽게 힘드나니~/' (...)


생활이 곤궁하고, 앞날도 알 수 없는 동생보다 때로 언니가 더 안쓰러워 보이지는 않은지.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종종 왜 그토록 안쓰러워 보이는 것인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오히려 우리 욕망이다.' 33 저자는 콕 짚는다. 언니의 노래가 베게가 아니라 진짜 기타만 되었더라도. 나는 언니의 노래를 그냥 지나갈 수 있었을 거다.

 

언니가 음악을 하지 않는 일은음악의 시작은 매우 험난하고그 빛을 보기는 무척 어렵다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에 부담갖기 때문일까그러나 부담이라니? '기타 연주자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 된다.'는 말을 기억하자. 베게만 친다면 어떤 재능이 있어도 기타를 칠 수 없다. 처음 손에 굳은살이 박히는 순서를 지나지 않으면 소리를 낼 수조차 없다가장 친근한 악기 중 하나지만 TV나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리를 내가 내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어떨까. '혹시 더 대단한 것들을 좇으려는 갈망은 우리를 세상에 대한 혐오 속에 빠뜨리고그렇게 하여 좋은 것들 하나하나가 주변의 평범함과 시시함 속에 둘러싸인다.50' 이 대목에서, 멈췄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욕망을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 포기를 주변의 이유로 돌리는 비겁함을 꼬집는다이게 꽤 아프다왜냐하면 회사를 다니는 언니가실은 나의 모습이 아니었냐는 물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너는 종종 기타를 친다기타의 목적은 앨범을 내거나 연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네 노래에 맞는 반주를 언제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지. 직접 낼 수 있는 소리는 좋은 음악을 '듣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비록 서툴고연주 할 수 있는 음악이 한정되더라도 말이다기타를 사서 치는 둥 마는 둥 한지 벌써 오년이 되었다오년 동안 얼만큼 늘었냐고 물어본다면쑥쓰럽게 머리를 긁적이겠지만 그때그때 나오는 좋은 노래를 부르면서 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는 걸 안다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고, '앵콜요청금지' 나 'duet'을 노래하는 아주 행복한 삼분을 위해서 말이다누구나 예술에 대한 욕망이 있다그것은 예술자체를 업으로 지내자는 원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충분히 이뤄갈 수 있다예술을 사치라고 거부하는 생각은, 예술 하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뜯어냈던 자신에 대한 미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가위로 종이를 오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주 단순한 욕망.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말하는 것처럼이렇게.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의 균형을 더 잘 느끼기 위해 시도하는 글쓰기음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리의 조화로 귀를 교육하기 위해 해보는 악기 연주무용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을 다르게 볼 수 있기 위해 추는 춤. 167

 

욕망의 왈츠에 맞게 춤을 추자. 자연스러운 스텝은 나에게 어울린다. 나의 발과, 나의 몸짓, 무엇보다 나의 기분과. 나의 삶을 가꿀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그곳에는 나를 위한 물이있고, 물은 나를 이해하는 속도로 흐른다.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그런 사람이 된 후에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귀기울이자. 


마치 돌을 버리고 난 후에는 다시 그것을 잡을 수 없듯이그럼에도 돌을 던지는 것은 그에게 달려 있는 일이었다그 원리가 자신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이렇듯 정의롭지 못한 사람과 무절제한 사람 양자에게 공히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으며 그런 까닭에 그들은 자발적으로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하지만 일단 그런 사람이 된 후에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이상 없다윤리학 3. 1114a 14~22 / 147


그렇다면 당신이 무력한 이유, 조금은 알 수 있을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매일매일 '하'자. 욕망을 멀찍이서 보거나 다른이에게 '좋다더라'권해주지 말고. 나는 한쪽으로 몰아 준 딸기를 너에게 준다바나나를 먹으며 딸기를 주었던 너에게가장 주고 싶은 것은 가장 받고 싶은 것이기도 한다는 것을 오후 늦게 알아버린 나는우유가 마른 동그란 숟가락 위에 제일 큼직한 걸로 얹혀 준다기타를 치고, 책을 읽고, 내일을 생각한다. 조금씩,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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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이게 땐 시리즈군요. 책 디자인이 하도 후져서 욕했었는데...ㅎㅎㅎㅎㅎㅎ.
전 비참할 땐 스피노자 읽었습니다. 책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재미있길래 덥석 에티카 읽는데 이야, 스피노자 쉬운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ㅎㅎㅎㅎ

봄밤 2014-03-2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피노자를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이 먼저 보여서 읽었습니다ㅎㅁㅎ 맞아요 그런저런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좋은 안내서 같아요. 디자인ㅋㅋ 책에 기분이 있다면 뭔가 초연한것 같은 표정을 그린듯 해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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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미나는 잠에 몰려 하루를 적어별것도 아닌 일 몇 개와 도저히 적지 않을 수 없는 일 몇 개를 불성실하게 써통째로 옮겨 놓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닥에 배를 깔고 턱을 괴는 것은 필수야일기를 적는 몇 가지 원칙. 1. 간신히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만2. 가장 중요한 내용은 덜어내고진심이 촌스럽게 잘려. 사방에 흩어져몇 개는 그 날의 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같아. 버린 마음들은, 현실에서 질식하는 진심은 살아남으려고 몸을 틀.


아야미나는 잠에서 일어나면 꿈을 적어꿈이 오래지 않아, 없었던 일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다는 허무.를 허무려고잠이 덜 깬 상태에서 띄엄띄엄 적어가정성스럽게 한 페이지를 다 채우는 날도 있는데정신이 들어서 읽으면 해독할 수 없는 오타로 가득해어떤 날은 "엄청난 꿈이었어"라는 말만 적혀 있어서, 그날은 일어나서 '엄청난 꿈'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의 일이야. 


아야미,

종이학을 접을 때정사각형의 종이를 반으로 접는 '순서'를 건너지 않고 날개를 펼 수 없듯이당신은 원하지 않아도 두 개로 나눠진 세계에 '차례'로 도착하는 왕복을 반복해야 해꿈에서 깬 당신은 꿈을 받아 적고오늘의 끝에선 당신은 오늘을 받아 적는-각각 한 차원에서 가능한 한 가지 일들을 맞아그러나 


'꿈에서 막 깬 당신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오늘을 받아 적었다.' 어떨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 없는 순환이 시작되겠지더 이상 두 세계를 왕복하지 않는다면 꿈과 오늘을 나눌 수도나누려는 이유도 존재하지 않겠지종이접기를 시작한 적이 없는데, 손끝은 날개를 펼치려는 장면에 닿아 있어.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에는 만들지 않은 종이학이 부유해그곳에는 꿈도 오늘도 모두 '행방불명'해서 '무엇을잃어버렸다는 느낌도 없고, 그래서 그것을 '찾으려는'것도  무의미해띠를 잘라내 하나의 완전한 고리를 다시 만들기 전까지그러나 그 띠의 둘레를 걸으며잘못된 곳을 찾는 것은 어떤 시간 속에도 불가능하지아야미, 당신이 무심코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를 잘라내기 전까지 말이야당신이 머무는 모든 곳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아야미.


그러나 당신이 아니더라도, 두 개의 세계를 오가지 않고 오로지 한 곳에서만 살기로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아는 당신은. 그들과 이야기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미리 말해주는 사람처럼 아야미. 친절하게 당신의 꿈 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구나. 몇 개의 직업과 몇 개의 얼굴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 당신의 진짜일지 궁금하지 않아. 중요한게 아닐테니까. 그러나 나는 충실하고 성실하게 오늘과 오늘을 매일 건너서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엿보고도, 진심을 온전하게 한 곳에 적을 수가 없구나. 다만 당신의 세계를 나에게 빗대 그곳은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지. 그렇다면 아야미. 당신은 나의 세계, 모든 곳이 잘못되었다면, 네가 건너고 있는 두 세계는 온전한가. 묻겠지. 대답은 매일 '촌스럽게' 뜯긴 자국들이 붙잡아 놓았던 책의 구절로 대신할게. 한밤의 일기보도, 뱃사람들을 위한 바다의 일기예보. 내가 결코 들을 적 없던, 시작되는 말 사이의 무수하게 찍힌 온점들로.


한낮의. 기온. 섭씨. 삼십. 구도. 바람. 없음. 그늘. 없음. 여니에게. 전화해. 주세요. 삼십. 구도. 바람. 없음. 그늘. 없음. 한낮의. 도시. 신기루. 현상이. 나타날. 예정. 바람. 없음. 구름. 없음. 하늘. 의. 색깔. 없음. 여니에게‥여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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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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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지 할 수 없는 것에 무감각해진다. 비근하게 숨을 쉬는 일에 온 힘 들이지 않는 것이 그렇고, 신용카드 정보 누출 같은 일에 화를 오래 내지 않은 것이 그렇다.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대상에게 감정을 오래 투사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감각해지는 것은 벌어진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상관 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 같다. 그래서 자연에게 엄청난 은혜를 받고 있어도 별로 고마운 줄 모르고, 신용카드 3사로부터 -모든 개인정보가 털린- '막대한 침해'를 겪었음에도 그다지 분노하지 않는다.   

노예 플랫은 12년 동안 맞았던 채찍의 횟수를 다 기억할 수 없다. 12년 동안 맞았던 채찍으로 '주인'의 본성을 표현할 수도 없다. 자유인으로 인정 받은 후, 더 지독해졌을 엡스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랫은 노예로 지내는 12년 동안 놀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인간'이 벌이는 잔인함에 무감각해지지 않은 것이다. 플랫은 시시로 놀란다. 채찍질이 벌어지는 광경과 매질의 깊이가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데. 어제 보았던 일이 오늘 벌어지는 것에 '또' 놀란다. 잔인함의 감지할 수 없는 크기, 그 겁없음에 말이다. 그래서 <노예 12년>은, 노예로 지냈던 날들의 참상을 고발이 아니라, '주인'의 잔인함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자신과 싸웠던 날들의 기록이다. 플랫이 육신의 비참함에 가려 놀라기를 그만 둬 버렸다면, 플랫은 '솔로몬 노섭'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찾을 수 있었을까. 이 책 역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예 '12년'은 한 권의 책이고, 그것은 한 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12년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 정도'의 시간이지만, 플랫이 겪었던 12년을 보편적인 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다. 어떤 숫자를 이어 붙여도 그가 겪은 낮밤을 합당하게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플랫이 이름을 찾던 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기쁨은 어디에 자리 잡아야 좋을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패치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부 짖는 소리가 들린다

플랫 덕에 수많은 채찍질을 피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자유인이 된다니 기뻐요 - 하지만 , 오! 주여, 주여! 전 어떻게 될까요? 295

패치에게 위로를, 플랫이 자유인이 되고나서도 매질을 견디고 마침내 죽었을 무수한 패치들에게 배스의 말을 전한다. 이 한권에 패치와 배스의 말이 모두 들어 있으나 끝내 서로 만날 수 없던 목소리다. 이렇게라도 잇는다면 들릴까.

무시무시한 죄악이 이 나라를 짓누르고 있어요. 언젠가는 그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겁니다. 그걸 심판할 날이 올겁니다.-그래요, 엡스. 화덕에서처럼 활활 타오르는 날이 올 거예요. 어쩌면 조만간, 아니면 나중에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신은 공정하시니 틀림없이 그날이 옵니다. 256

그러나 그날은 언제 도착하는 것이며, 노예는 과연 '노예제 폐지'와 함께 사라진 것일까. '그렇다'는 대답은 언제 누가 할 수 있을까. 이름 모르는 섬에서 '노예'로 감금되었다가 탈출했다는 뉴스가 바로 귓전에 있고, 형제복지원이 간판만 바뀌고 그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는 뉴스가 바로 어제에 있었는데. 인간은 마침내 자신의 자유를 다 확인하고 나서야 다른이의 자유를 둘러볼 수 있고, 인간이 누리는 자유는 늘 다른 이를 침해해야 만족하는 자유 같아서 나는 책을 읽는 오늘의 자유를 '불편'하다고 느낀다. 혹시 자유는, 자유를 '문득'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닐지

'자유'라는 이름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나는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아주 공평히 말해서, 내 자유에 대한 권리는 도로 정비라는 이름으로 뿌리째 뽑히는 플라너스의 권리보다 조금도 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리 많이 가져가도 말 한마디 한 적 없는 자연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고, '고맙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또한 나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기업에게 분노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어떤이에게는 내 자유가 나 이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고, 어떤 이에게서 내 자유는 한없이 쪼그라 들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자유, 역시 그렇지 않나. <노예 12년>은 내가 가진 자유 이상의 가치, 모두의 자유를 생각하게 한다.



*
물론 자기 재산을 잃는 건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건 댁의 자유를 잃는 것과 비교하면 별로 힘드지 않을 겁니다. 
아주 공평히 말해서, 댁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저기 엉클 에이브럼의 권리보다 조금도 크지 않아요.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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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밤 님 글은 항상 집밥 같은 맛이 있습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선에서의 절충 같은.....

봄밤 2014-03-26 21:2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깡마르는군여!! 그럼 저는 외식을 하러가야겠습니다.

찬이 별로 없어서...곰발 님 맛난 것 싸와서 같이 들어요.... : ) 헤헷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23:38   좋아요 0 | URL
날씬하다고 자랑하시는 겁니깡 ~~ 수많은 여성 알라디너들에게 돌맹이 맞을거임 ~

봄밤 2014-03-27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입니다 ㅠㅡ즈이집 집밥이 며칠 내 오뚜기밥이었던걸 떠올리다보니 그만..!!
 
[eBook] 피터 판과 친구들 기린과숲 e시선
유형진 / 기린과숲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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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판과 친구들

 

'피터 판'에서 두 가지*를 떠올린다그것은 '피터 팬'의 심심한 변용일 수도 있고피터라는 이름의 판Pan이라는 가능성일 수 있겠다는 것피터 팬은 그 유명한 동화 속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요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Pan은 목신산과 들에 살면서 가축을 지키고 춤과 음악을 좋아하며 명랑한 성격을 가졌다는 반인반수다첫 장을 넘기고 피터 판이 '피터 팬'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의 친구들이 그다지 매력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후문이다.) 피터 팬의 친구라면 팅커벨이라든가혹은 팅커벨이 아닐까그러나 피터 판의 꿈과 모험을 제일 먼저 맞는 이, <초록코털괴물>이었다그래서 피터 판은 판Pan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패닉'이라는 말이 판Pan에게서 유래한 사실을 아는지간혹 잠들어 있는 인간에게 악몽을 불어넣어서 그렇다고 한다뿔난 망아지처럼 초원을 뛰어다닐 피터 판의 '친구들'을 만나자그리고 잊지 말자우리가 만나야 하는 것은 바로 '피터 판'이라는 것을.

 

피터 판과 친구들이 떠날 곳이 <허니밀크랜드>라고 했을 때 [워터멜론 슈가]가 잠시 떠올랐지만, <초록코털괴물>과 <풍선머리조종사>와 <옷걸이요정>의 생김새를 떠올리느라 둘의 연관성을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다음에 또 읽으면서 [워터멜론 슈가]와 <허니밀크랜드>의 유사점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데 친구들 이름이 뭐라고요또 잊어버리고 말았다. 성급한 결론은, 우리가 가보지 못하는 세계는 저마다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 황홀하지만달콤하고 아름다운 만큼 현실의 추접스러움과 절망스러움을 동반한다는 것. <허니밀크랜드>도 다르지 않다. '흑탕물과 폐유가 뒤섞여 흐르는 여름날의 어떤 아스팔트에 서서 우리의 계약을 떠올립니다.'「피터 판과 친구들 프롤로그」 부분.

 

피터 판과 친구들이 '에피소드 12'까지 만들동안 피터 판은 등장하지 않는다그러나 피터 판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피터 판의 분신이라면피터 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고 있는 셈이다짐작했겠지만. <초록코털괴물>과 <옷걸이요정>, 그리고 <풍선머리조종사>는 피터 판의 친구가 아니라 피터 판 '마음 속'에 사는 친구들이다이들은 각기 피터 판의 한 부분씩을 맡고 있다합치면 피터 판의 모습을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시도하지는 않겠다. 어떤 '윤리'라는 생각이다.

 

피터 판은 이렇다.

<초록코털괴물>처럼 '행복'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행복하다그러나 <옷걸이요정>처럼 행복을 돈을 주지 않고 살 수 없다고 믿는다그래서 나의 다른 일부, <초록코털괴물>에게 늘 1700원씩의 행복을 산다. (이름으로 미루어 볼 때 마음이 가장 예쁘게 생긴 것 같은)<초록코털괴물>은 거울보기 좋아하는 <옷걸이요정>을 사랑한다그러나 <옷걸이요정>은 <초록코털괴물>의 1700원치 행복을 사랑할 뿐이다이 둘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는다. <초록코털괴물>이 <옷걸이요정>을 사랑하면 할수록 <옷걸이요정>은 불안하다행복을 사지 못할까봐. 그러나 <초록코털괴물>은 짝사랑에 슬퍼하느라 행복해’, 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눈물로 다 흘려버린다둘은 다른 곳에서 살아야 맞는 것 같다그러나 한 마음 속에 틀어 있다피터 판의 마음속에는 <초록코털괴물>이 있는가 하면, <옷걸이요정>이 있기도 해서 심란함이 그치지 않는다그리고삼천 번 죽고도 살아있는 <풍선머리조종사>도 있는데, <풍선머리조종사>는 매일 죽고도 살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이 둘의 괴리를 벗어나고 싶다.


<풍선머리조종사>는 <초록코털괴물>을 무척 싫어한다싫어하는 이유는 나오지 않는데 나를 근거해서 추측해 보건데아마도 병신 같은 나를 싫어하는 이는 누구보다 나인 경우여서가 아닌가 한다행복하면서행복을 팔면서 <옷걸이요정>에게 눈물을 질질 짜는 <초록코털괴물>이 꼴도 보기 싫다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두통이 자주 오는 <풍선머리조종사>는 여행가기를 좋아한다조부모에게 물려받은 바람이 <1밀리바>씩 빠지는 풍선 머리를 치유하기 위해 떠도는 것이다직감하겠지만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다시 풍선으로 태어나지 않고서는그리고 풍선머리조종사가 계속 여행할 수 있는 것은매일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판의 친구들은 친절하게도 외양을 알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모습의 일부에만 집중해 부르느라 전체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이렇게 흔한 비유를 들고 싶지는 않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다. <초록코털괴물>이라는 이름은 초록코털은 쉽게 떠올일 수 있지만 초록코털이 있는 얼굴, 다리(?)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옷걸이요정>은 옷걸이의 모습 그대로다. 요정이라니 우드재질에 고급스런 마감을 갖으려나 상상할수도 있지만 우리집에는 그냥 세탁소에서 주는 흰색끈으로 감은 철사 옷걸이가 많으므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옷걸이요정>을 생각하면 왜 행복을 돈으로 주고 사야 안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어떤 옷이든지 입어 볼 수 있지만 모두 거울이 있는 옷장 속에서만 한정된다. 어떤 옷이든지 입을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자신의 옷일 수는 없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은 그야말로 걸치고 있을 뿐일 수도 있다!) 옷을 입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옷걸이요정>은 거울 속의 자신만 볼 수 있다. 이 허함, 허무함을 1700원으로 위로하는 알뜰함을 생각하건데, 그는 분명히 세탁소 철사 옷걸이일 것이다. 


<풍선머리조종사>역시 마찬가지이다. 외양은 '풍선'일 것 같은데 '조종사'라고 하니 떠올리기 쉽지 않다. 후에 양파를 좋아한다든지, 양파망을 하고 있다든지 세부적인 묘사가 나오지만 그것 역시 아주 일부를 표현하는 것 뿐이다. 피터 판은 친구들의 속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하면서도 그들을 잘 구현해 내지는 못한다. 이것은 불러내는 이가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 '이만큼'이라는 한정일 수 있고, 그들을 훤하게 손바닥 보듯 보고 싶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가능성을 후자에 두고 싶다. 이유로 '비밀이 없는 영혼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어떤이의 말로 대신하자. 자기 마음 속의 친구를 알아보는 일이라도 그렇다. 나의 끝까지 달려나가, 내가 모르는 나의 원초를 파내서, 내 욕망이 부딪히는 소리를 모두 받아 적는다. 이것은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시인은 달그닥 거리는, 서로 다른 마음의 아주 '일부분'만을 알아채고 적는다. 이를테면 '삼키는 눈물'의 맛 같은 것. '휴가철 막힌 고속도로에서 파는 뻥튀기의 뻑뻑한 맛입니다.' 피터 판과 친구들 프롤로그」 부분.


친구들을 만나다보면, 에필로그다. 그곳에 '슈퍼문'이라는 기막힌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동네 슈퍼문(세븐일레븐)은 일단 닫히지를 않아서 언제 열릴지를 모르는데, 시인의 말에 따르면 '행복이란 슈퍼문처럼/동네마다 문 여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일생에 한번은 무심코 쳐다본 슈퍼문으로부터/얼음같은 총알이 날아와/당신 심장에 박힐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피터 판과 친구들 에필로그」 부분. 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더 쓰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여 놓았다. 


그때 당신은 살고/내가 대신 죽겠습니다.'

「피터 판과 친구들 에필로그」 부분.

 

겁도 없이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시인이다. 

나는 이제 '피터 판'과 '친구들'을 다 만났다시집을 덮으면 이영주 시인의 간결하고 다정한 발문을 만날 수 있다이제 내 친구들을 불러야겠다하나 둘셋 넷‥‥. 이름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름을 잊고 있었던 친구다. 우리동네 슈퍼문이 잠시 밤을 갖고, 무심코 열리는 날까지 불러봐야겠다.

 






*(궁금) 피터 래빗에서 왔을 가능성은 없나요? 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답변) 토끼는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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