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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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북플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슬럼프가 와서 한동안 쉬었다가(물론 읽는 것은 멈추지 않았지만, 따로 리뷰를 남기진 않았습니다.) 읽고 다시 리뷰를 쓰기 시작한 작품이 「오늘의 거짓말」이후 9년만에 새 소설집을 내신 정이현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였었는 데 9월 말, 제가 오랜시간동안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곳을 떠나게 되면서 잠시 방황을 하다가 다시 읽고 리뷰를 쓰기 시작하려고 하는 데 공교롭게도 그 작품 또한 정이현작가님이 9년만에 새로 내신 소설집이며 제목은 「노 피플 존」이라고 합니다.

완전한 실패했던 경험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며 훈수나 위로대신 묵묵히 들어주는 모임인 (실패담 크루)가 실제로 있으면 가입하여 저의 실패담을 말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의 ‘실패담크루‘에서는 가입조차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저의 일처럼 열심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감사인사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고 ‘없는 사람‘ 취급당하는 (언니)의 ‘인회‘같은 일이 제게도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 한동안 방황을 하였고 아직 완전하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 서서히 봄이 오듯이 저의 방황도 자연스럽게 끝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의도하지 않았는 데 타이밍이 맞물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아직은 겪어보지 않았지만 (선의 감정)의 의사처럼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에 대해 세심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이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인지를 따져보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도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방황하게 만든 일의 시작점이 아마 작년부터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데 (빛의 한 가운데)속 안희의 아들이 행한 일과 장우산이 특정부위를 스쳐지나간 것을 문제삼은 일들이 작년의 일과 겹쳐서 떠올랐는 데 물론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겠지만 그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요.

저의 변변찮은 스펙으로는 (단 하나의 아이)속 놀이 가정교사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하유처럼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저 역시 한나같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하며 주제넘게 선을 넘을 것 같아요.

즐겨보지는 않지만 유튜브 숏폼이나 네이버 클립으로 보게 되는 (우리가 떠난 해변에)속에서도 등장하는 10년전에 방영되었던 연애예능 속 최종으로 커플이 된 사람들이 방영하고 난 후에도 행복하게 커플로 살아가고 있는 지가 문득 궁금해지지만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이 소설의 결말이 와닿았습니다.

어쩌면 (가속 궤도)의 소진처럼 아마 저에게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게 될 이번 일로 인해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을 넘어 저주하거나 제게 생기게 될 어떠한 일들을 그 것과 연결하여 제 자신을 망가뜨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많은 일이나 능력을 요구하는 구인 광고나 당연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보지만 정작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들을 인터넷게시글로 접하고 난 후에 (이모에 대하여)를 읽으니 분명히 축하할 일인데도 자신의 상황에 따라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껴져 당사자가 아닌 데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서울에 살지는 않지만 (사는 사람)의 유명수학학원 상담실장직책을 가진 명함을 지닌 다미처럼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어떨지 궁금하면서도 정말 좋은 마음으로 했던 일이 그 상대방에겐 그저 대가성에 지나지 않거나 오히려 귀찮고 힘든 일로 여겨질 때 돌아오는 저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지 아직도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같이 구매한 어텐션북을 읽으며 정이현작가님이 그동안 출간하셨던 작품들을 훑어보니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 작품들을 기다려봅니다.
정이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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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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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장강명작가님의 첫 짧은소설 「종말까지 다섯 걸음」에서의 ‘종말‘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식이든 아니면 정체모를 바이라스같은 것에 우리 인간이 감염되어 지구에서 사라지는 식이든 간에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이 오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드는 지 그런 생각을 읽으면서 하게 되는 데 종말 자체를 부정하고 종말이 온다는 것에 절망하고 종말이 오기에 자신의 어떤 마음이든 행동이든 어떤 선택들을 타협하며 종말이 오는 것을 수용하여 비로소 종말이 오는 중에도 사랑하는 이러한 단계를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전에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 같고 만약 그 전에 종말이 와서 지구를 탈출할 우주선을 제비뽑기의 결과로 천이백팔십삼 명에 들어 타게 되거나 그런데 저는 우주선을 만드는 데 별다른 기여가 없기에 폭도로 인해 먼저 만든 우주선이 파괴되지 않았더라면 탑승을 약속받은 오천 명 안에 들지 못하겠지만 세은박사와 메이블 중사처럼 바뀌지 않을 현실의 고통 속에서 절망할 바에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마음 속의 억누르고 있던 모든 말들을 외치며 남은 존재들과 사랑하며 제게 올 종말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제가 딱히 종교가 없고 기도를 잘 하지는 않지만 저도 두 분(작가님의 아내분과 책을 편집하시다 몸이 좋지 않아 휴직하신 담당 편집자님)의 건강과 회복을 빌어드리겠습니다.


장강명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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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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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네 권, 장편소설 열아홉 권(지금 리뷰할 이 책 포함), 경장편소설 한 권, 에세이 한 권에다 공저 작품이 일곱 권이나 되는 설재인작가님의 최근작인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설재인 작가님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부유한 분(책 한 권을 출간하는 데에는 인쇄하고 책을 홍보하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물론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겠지만 일부 작가님들은 출판사와 반반씩 부담하며 출간하는 경우가 있던데 작가님의 단독 이름으로 25권의 책을 출간한 것을 보아 혹시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실까, 아니면 예술적 재능과 출판사를 포함한 뒤를 든든하게 지원해주신 것일까하는 그런 생각(먹고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쓰신다는 설명을 읽기 전에는)이 들었습니다.

책의 뒷면에도 나와있지만 연기를 하며 배우가 되길 꿈꿨지만 인맥, 돈이 부족하여 콜센터에서 ‘쌍년‘소리를 들으며 멀어져가는 꿈을 뒤쫓을 수 조차 없이 가난에 허덕이는 구아람이 대학에서 만난 단짝이자 일찍이 자신에게 예술적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꿈을 접고 자신의 직업을 개척해 살아가는 소을의 오피스텔에 모종의 이유로 소을과 함께 머무르고 있을 때에 갑자기 찾아온 앳되고 귀티나는 석원으로 인해 몰랐던 소을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런 소을이 오피스텔 지하실에서 싸늘하게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그 현장을 처음 발견한 청소부인 피가 무서워 의사가 되지 못한 형근이 죽은 소을이 피로 새긴 아람에게 조용히 처리할 것을 약속하며 천만원을 요구하여 사건이 시작되는 이야기에 아람과 석원과 청소부인 형근, 그리고 죽은 소을을 포함한 많은 인물들의 욕망과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들이 담금주에 담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 작가님이 친필서명하신 ‘착하게 삽시다!‘란 말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은 이 소설이 마침내 끝이 났을 때엔 솔직히 조금 작위적이고 너무 급한 것이 아닐까했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아 한동안 제 머리 속에 잔상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설재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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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학교 오늘의 젊은 작가 52
이서아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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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52번째로는 이서아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키오스크 학교」이며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존재가 될 기회를 놓치실 겁니까? 어정쩡하고, 평범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것 없는, 주변 사람들의 짐에 불과한 당신의 삶에 진정 만족하십니까?(27~8쪽)‘라며 ‘군더더기 없이 훌륭한 현대인을 배출해 내는 것(21쪽)‘ 이며 커리큘럼을 이수하여 통과하면 ‘사무실에서 실수하고 눈물 훔칠 일도, 공장에서 허둥대며 기계를 매만질 일도, 병든 이를 돌보다가 마음의 병이 드는 일(같은 쪽)‘도 없이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존재(157쪽)‘가 되기 위해 세로토닌 수치가 낮거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불완전한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육성하는 ‘키오스크 학교‘의 약도를 보자마자 이서아작가님의 작년에 출간된 전작이자 첫 소설집이었던 「어린 심장 훈련」의 (검은 말) 속 사우스다코타에 거주하는 고모가 그려준 소년원 감방의 배치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심장이 있는 심장 인간인 키오스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지도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심장이 없는 대신 광석을 이용해 생산된 장치를 달고 있고 은빛 피부를 지닌 인공지능인이라고 불리던 ORE(=광석 혹은 오어) 인간들처럼 되길 원해서 들어왔거나 단순히 바깥은 덥고 갈 곳이 없기에 들어온 아이들이 키오스크 학교에서 겪게 되는 불합리한 일들과 심장이 없는 ORE 인간으로 만들어졌어도 수시로 밀려오는 오류같은 감정들로 인해 위태롭고 그런 오작동을 일으킨 ORE 인간들은 이용가치가 없게 되고 반품, 환불되어 마지막엔 폐기처리되어 갈가리 조각나는 ‘우리나라‘의 세계가 너무 무섭고 현실이었다면 저도 모르게 벙커에서 나와 떠돌던 모라와 초희를, 스스로 시설에 들어간 보배와 해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던 베타 선생님처럼 천국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버렸을 것 같았습니다.
키오스크 학교를 나서게 된 초희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도준, 41도에 육박한 날씨로 인해 돌아가신 할머니를 두고 도망쳐나온 원혜와 사고사로 가족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진 주디, 키오스크 학교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있으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듣고 기록할 베타 선생님, 삭막했던 키오스크 학교에서 아이들을 베타 선생님처럼 보살펴주던 보건 교사 은수, 그리고 함께 바깥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ORE 인간 모라와 옥엽, 키오스크 죽이기가 목적이었던 찬과 모라와 잠시 대화를 나눈 이름모를 동급생을 포함 키오스크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서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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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러브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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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제겐 너무 부드럽고 달콤해서 치아에 들러 붙은 캐러멜처럼 찐득찐득하던 이희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작가님의 대표작인「성소년」이 개정판으로 같이 출간되었고 그 그 기념으로 코멘터리 북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9월 5일부터 하고 있는 데 제가 알라딘에서 「성소년」과 같이 구매했던 9월 2일에는 하지 않아서 나중에 동네책방에서 구매할 때 데려왔는 데 안 그랬으면 짧은 소설 (옥상에서 만나)와 산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 작가님의 50문 50답을 못볼 뻔했네요.)에 실린 8편의 단편 (0302♡), (최애의 아이), (마유미),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천사와 황새), (사과와 링고),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속에 등장하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깊어지다 못해 그 대상을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자신만 소유하고 싶고 자신또한 그 대상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길 원하는 광기로 가득차있다가 어느 순간 절정에 달하면 냉정하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는 인물들이 섬뜩하면서도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0302♡)의 사거리 미소년, 말 그대로 최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최애의 아이)의 저와 동년배이자 모솔인 우미, 의식이 없는 자신의 엄마와 똑닮은 버추얼 휴먼(마유미), 보잘 것 없던 자신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선사한 허우대만 멀쩡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의 정우와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구원하고 싶은 딸, 우미를 대신하여 아이를 가진 (천사와 황새)의 우미의 남편 유리, 1군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대세 아이돌이 될 일만 남았던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컨셉에 충실한 유리와 그를 사랑한 우미와 영하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광기 속 순애들을 읽으면서 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고, 저 또한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해변 지도로부터의 탈출) 속 동명 게임 속에서 만난 미도와 선우가 서로에게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로 만나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거리로 나서며 서로가 보게 될 모습이나 동생 사야에게 하염없이 내줄 수 밖에 없던 (사과와 링고) 속 ‘사과‘와 ‘링고‘라는 이름을 지닌 아픈 고양이들을 키우며 사라가 빌려준 돈을 다 값지 않으면서 언니 사라에게 손 벌리던 동생 사야의 학원비를 내주던 사라가 ‘괜찮다고 사양하는 사라에게 지금 버는 건 저축하고, 합격하면 갚으라고 했다(304쪽)‘는 것에 혼란스러웠지만 오은교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이면의 마조히즘)을 읽으며 제가 미처 알지 못했고 놓치던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이희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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