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빛
이동욱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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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여우의 빛」을 읽으면서 절망적이기보다 다소 무미건조해보일 수도 있지만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여우의 빛)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여서 눈 앞에 연약한 더듬이 한 쌍을 교차시키며 기어가는 개미, 천장에 붙어있던 죽은지 오래된 나방(애플 시드), 유통기한이 보름이나 지난 우유 안에서 증식하고 있을 세균들(로커룸), 펼친 우산 안 쪽에 붙어있던 초록색 애벌레(야간 비행), 날개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방 안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말벌(아케이드), 비가 내린 다음 날 등굣길에 죽어있던 지렁이(프리마 돈나)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 절망이 숨겨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킬러라는 다소 자극적인 직업을 가진 인물이 죽여야할 사람을 죽이지 못하여 점점 업계에서 도태되어가는 (여우의 빛)또한 절망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에서 트럼펫을 불던 인물을 보며 저도 고등학생때 제 스스로 터특했던 하모니카를 불었던 때가 생각이 났었는 데요. 이 것도 숨을 하모니카 구멍에 불어넣고 숨을 삼키고 다시 하모니카에 불어넣고 하는 등 폐활량이 좋아야 잘 불 수 있더군요. 잠시나마 하긴 했는 데 하모니카에 침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군악대에 지원하고 제대하여 군악대에 지원하려는 젊은 청년에게 트럼펫을 직거래로 파는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지고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와 결혼한 것과 아내와 이혼을 준비하는 열쇠수리공(로커룸), 서른이었던 남자가 열살 연상의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와 헤어진 지금은 본인이 마흔이 된 모습(드라이브 미)들을 보면서 저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죽어있던 새가 시간이 지나면서 개미들과 각종 벌레들로 인해 살이 분해되고 형태가 흐물흐물해져 결국 흔적조차 사라지는 것처럼 절망또한 시간이 지나면 무뎌져서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표현하기 어려워서 이렇게나마 글을 써봤습니다.
이동욱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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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 2019-03-25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 읽고갑니다 ^^
 
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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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에서 출간하는 핀 시리즈 소설선 11번째로 백수린작가님의 「친애하고, 친애하는」이 출간되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이 전무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버지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돌아가셔서 제사 때 사진 속에서만 보아서 할머니가 어머니를 낳고 어머니가 딸을 낳고 그 딸이 강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열 다섯이 되고 무대디자이너로 일하는 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뭐랄까, 착잡한 마음도 들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딸을 할머니에게 맡겨야 했던 다소 매정해보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인 어머니, 딸을 정성스럽게 보살펴주시던 할머니가 점점 편찮아져 결국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 돌아가시게 되었는 데 가장 가까이에 있었지만서도 결코 자식과 손녀에게 아픈내색않고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할머니 죽었어?˝ 라고 묻는 손녀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아직˝이라고 기침처럼 내뱉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의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 까, 또한 외할머니의 딸은 어떤 사람이었을 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링 인 폴」, 「참담한 빛」에 이어
언젠가 나올 세번째 소설집을 기다리게 됩니다.
백수린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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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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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제9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표제작 (가만한 나날)을 읽었는 데 지난달 첫 소설집 「가만한 나날」을 출간하신 김세희작가님.
사실 저는 출간당시에 구매하려고 했으나 저의 착오로 인해 미처 구매하지 않았고 뒤늦게 구매를 했는 데
SNS파란새에서 벌써 2쇄를 찍었다는 소식에 2쇄를 찍게 되어서 잘 되었다는 생각과 혹시라도 2쇄본을 받게 되면 어쩌지?하는 걱정아닌 걱정을 했는 데 다행히도 1쇄본이어서 안도했습니다.
작년 김개영작가님의 첫 소설집 「거울 사원」부터 김의경작가님의 첫 소설집 「쇼룸」, 우다영작가님의 「밤의 징조와 연인들」까지 책의 판형과 디자인이 비슷한 형식이었고 이번에 나온 「가만한 나날」역시 비슷한 데 따로 은박을 씌우지 않고 무난하게 출간되었네요.
총 8편이 실린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연승과 진아커플 또 그들을 만났던 소중한과 그의 아들 소우주(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 은행을 그만 둔 뒤에도 매주 금요일 마다 꽃을 사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원희와 함께 사는 상률(현기증), 블로그를 통하여 홍보하는 작은 회사에 첫 출근하여 두각을 드러낸 경진과 얼마되지 않아 그만 둔 예린(가만한 나날), 그만 둔 직장의 상사인 임은정팀장에게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만나러 간 선화(드림팀), 물나들이에 아버지를 만나러 전기장판을 들고 가는 나와 같이 사는 루미(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모든 것을 정운에게 의지하였으나 서핑을 처음 타던 도중에 그만 떠내려가버린 미려(얕은 잠), 입사동기였던 태영을 미워하게 되었고 결국 태영을 밀어내고 정규직이 된 상미(감정 연습), 다소 무례해보이지만 당당하고 솔직한 고현진에게 기묘한 매력을 느낀 준희(말과 키스)라는 인물들이 너무 낮설지가 않았습니다.
「가만한 나날」을 읽으면서 스무 살 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S편의점에서 약 1년 반정도 근무하던 때가 L마트 물류센터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던 3개월의 시간이 더 앞서서 제주 중문관광단지안에 있던 S호텔에 현장실습을 하였던 1달 반이라는 시간이 정말 멋모르고 처음 경험하게 된 P대학교 근처에 있었던 호프집 전단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4시간 남짓했던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아직 결혼은 커녕 첫 연애라던가 첫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다가올 ‘첫‘이 앞에 붙을 모든 것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학수고대할 것 같습니다.
김세희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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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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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손현주작가님의 「불량가족 레시피」를 시작으로 2회 마윤제작가님의 「검은개들의 왕」, 3회대상작 오문세작가님의 「그치지 않는 비」, 3회수상작 최서경작가님의 「아는 척」, 4회 김봉래작가님의 「흑룡전설 용지호」, 5회 이선주작가님의 「창밖의 아이들」을 출간되면서 읽어보았고 , 6회부터는 읽고 알라딘에서 리뷰를 남겼는 데 손서은작가님의 「테오도루 24번지」를 읽으며 그리스사태로 인해 홈리스들이 넘쳐나게 되어버린 아테네의 ‘테오도루 24번지‘ 5년 동안 살고 있으며 아버지가 5년간 자신을 보육원에 버렸다는 것에 마음의 상처가 깊은 민수의 모습이 어릴 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더부살이를 해야했던 제 모습과 겹쳐졌었고 (2016.2.4) 7회수상작이었던 우광훈작가님의 「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을 읽으면서 2002년 월드컵 당시 집앞에 있던 영화마을 비디오가게 앞에 있는 인형뽑기기계에 아버지가 인형을 뽑기위해 집중하시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저의 추억이 떠올랐고 (2017.2.26) 역시 2002년 저의 파란만장했던 많은 추억을 떠오르게 한 2018년 8회 수상작(2018.3.10)인 이꽃님작가님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까지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을 다 읽어보게 되었는 데 2019년 이번에 대상을 수상하신 황영미작가님의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라는 제목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은따를 당하던 다현이에게 설이, 미소, 병희, 아람이 이렇게 4명의 아이들이 다가오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그들의 모든 것에 반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깊었는 데 저 역시도 관심을 받기 위해 저만의 방식으로 했었는 데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매번 끝까지 가지 못하고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따돌림을 당할 수 밖에 없었는 데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절친까지는 무리라 쳐도 최소한의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야 할지 그런 방법들을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현이는 비공개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남기며 BGM을 설정하기도 하는 데 사실 제가 글주변도 부족하고 꾸준하게 하는 성격도 아닌데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관심이라도 받고 싶어하는 그런 모지리같은 성격을 지닌 저라서 말입니다.
핑계만 주저리 늘어놓았지만 아무튼 봄이 왔으니까 새로운 마음을 가지면서 다현이처럼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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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조각가
박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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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작가님의 첫 소설집 「악몽 조각가」라는 제목만으로도 제게 묘한 신비로움을 주기에 충분했었습니다.
표지의 이미지들 또한 궁금증을 일으키기 충분했었고요.
사실, 도서관에 신청하여 읽으려고 대출까지 했으나 읽지 않고 그냥 반납을 했었는 데 이렇게 알라딘에서 구매하여 읽어 보게 되었는 데, 첫번째로 실린 (화장실 가이드)부터 흥미로웠어요. ‘화장실‘이라는 곳이 단순히 배설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존재라고 생각(대소변을 보거나 술을 잔뜩 마셔 구토를 하거나 아니면 자기위로를 하거나 뭐 그런 욕구들)했는 데 그 곳에서 뜻하지 않게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나거나 태어났지만 버려지거나 또 생명이 사그라져가는며 심지어는 그 곳에 들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화장실 가이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화장실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버린 인물이 등장하는 단편이 실린 국내작가의 소설집을 읽은 기억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어느 날 생긴 벽이 자라나거나(벽), 기둥이 사람을 삼키거나(주), 공터가 생겨 쓰레기장이 되거나 그 곳에 온갖 비밀들이 매장(공터)되는 이야기들이나 자신의 악몽을 조각하는 것을 도와주는 인물(악몽 조각가)이나 자신의 마지막을 인도해주는 불행을 빌미로 생계를 유지하는 마을 사람들(자살 관광 특구)의 이야기 심지어는 아이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이 알을 낳고 하늘로 승천(무정란 도시)하거나 입 속에 붙어있어야 할 혀가 사라져 몸 속을 유영(혀)하는 다소 기이한 9편의 이야기가 실린 「악몽 조각가」를 읽으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지닌 또 하나의 작가님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실제로 ‘화장실 가이드‘와 ‘악몽 조각가‘라는 직업이 조만간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화장실 가이드‘는 그럴 것 같은 데 ‘악몽 조각가‘는 조금 더 먼 미래에 생기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까지 제가 살아 있다면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화영작가님, 감사합니다.
저 역시도 작가님이 내실 책들이 서점뿐만이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많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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