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
류연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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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출간된 송광용작가님의 「아웃렛」이 주인과 산책하다 사고가 나 혼자가 되어버린 가을이었으나 아웃렛이 된 고양이의 시점으로 그려나간 소설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류연웅작가님의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에서는 마법의 주문인 ‘도기도기총총‘을 외치면 자신의 앞에 있는 주인을 포함한 사람이 자신과 산책을 몇 번 할수 있는 지가 머리 위에 표시되어 있어 좋은 보호자인지 나쁜 보호자인지 판단할 수 있고 그 보호자와의 이별을 예감할 수 있는 베리를 포함한 강아지의 시점으로 주로 이뤄진 소설이었고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라는 제목과 귀엽고 검은 강아지를 그린 표지가 인상깊어서 늦게라도 읽어보았습니다.

처음 주인이었던 민수에게서 버림을 받은 아픈 상처를 가진 베리가 보호소에서 여느 강아지들과 함께 새로운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주인이 될 사람들이 오면 꼬리를 흔들고 관심을 끌기에 바쁜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상태에서 이번에 보호소에 온 사람에게도 무관심하였으나 뜻밖에도 간택당하게 되고 그의 딸이자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유나가 베리의 두 번째 보호자가 되었고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에 주문을 외쳐보니 유나의 머리 위에 떠있는 숫자 ‘2‘라는 한 자리수를 보고 실망감을 느끼게 되어 사랑을 아낌없이 줬으나 자신을 버린 민수와 달리 이번에는 버려지기 전에 자신의 먼저 보호자를 버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된다는 내용인 데 180여쪽이 되지 않는 경장편 분량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고 물론 베리를 버린 민수와 연애프로그램 ‘카운팅‘에 출연했다가 어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였던 유나의 사연이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일하면서 만나는 분이 강아지를 포함한 반려동물을 키워보는 것을 몇 번 권유하셨는 데 그때마다 제가 생각했던 것은 잘 키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제가 신변의 변화로 인해 혹여나 그들보다 먼저 떠나고 남겨질 것이 두려워 키우기가 겁이 나지만 서도 외로우니 의지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키우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랑을 줘야 하는 존재이고 끊임없이 바라봐줘야 하는 존재이기에 사람이랑 똑같이 누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고 무서워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류연웅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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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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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읽고 글을 남겨주신 이서수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그래도 춤을 추세요」를 그 자리에서 한순간에 읽은 기분은 뭐랄까, 이루 말할 수 없는 데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14년 전 3개월 남짓한 물류센터에서의 일뿐이었지만 한 편 한 편이 와닿았고 그 안에 담겨진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각 단편에서 인상깊었던 구절들만 여기에 올리고 글을 마무리할까합니다.

(이어달리기)
어려운 글 말고 그냥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잘난 척하는 글 말고 하루를 낭비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깨닫는 글 말고 그저 담담하기만 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의미 따위 없는 글. 그냥 내가 이렇게 산다고 적는 글. 우리 외엔 아무도 읽지 않는 글. (31쪽)

(춤은 영원하다)
어느샌가 버티는 것과 살아가는 것이 동의어가 되었다.
(......) 나는 몸부림을 쳐야지만 겨우 남들처럼 살 수가 있었다. (45쪽)
늙지 않는 마흔이라고. 세상에 기대하는 것 없이, 과도한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돈을 벌며 차츰 늙어가되 꼰대는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젊은 마흔이라고. (53쪽)

(광합성 런치)
대표가 너무 까칠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직원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 그러나 버려질 땐 껌 종이처럼 꼬깃꼬깃하게 뭉쳐져 가차없이 던져지는 존재, 그게 나라는 걸. (93쪽)

(AKA 신숙자)
서운한 마음을 구멍난 양말 얘기로 감추는 신숙자는 어떤 사람인가. 코가 오똑한 미인. 배움은 질색하는 사람. 예술을 향유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은 노인. 초상화 속 헬레나 루빈스타인처럼 여러 겹의 얼굴을 갖고 있는 여성. 별나고 이상하며 가끔은 기이하기까지 한 엄마. AKA 신숙자. 신숙자라고도 알려진 누군가. 그러나 밋밋하고 단순한 이력서는 그것을 조금도 드러내지 못한다. 나 역시 숙자씨의 진짜 얼굴은 모른다. 신숙자인 척하며 문장을 길게 써봐도 펄럭이는 깃발처럼 형태가 자꾸만 변해 도무지 부동 상태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뾰족한 핀으로도 뚫리지 않아 박제가 불가능한 나비 같다. (143쪽)

(운동장 바라보기)
나는 경계가 없는 사람이고 용감한 사람입니다. 국경 너머 사랑과 행복을 찾아다니는 지구 시민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 있고,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52쪽)
(......) 나를 개척자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입니다. 한국은 내가 어머니가 되길 바라지만 나는 그저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61쪽)

(잘지내고있어)
잘 지내고 있어? 아버지는 내 안부를 묻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이 메시지에서 두 가지의 다른 의미가 느껴졌다.
(다시 돌아올 것처럼) 내가 없는 동안 잘 지내고 있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내가 없더라도 잘 지내고 있어. (213쪽)

(미식 생활)
알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만 깨지는 게 아니다. 평범한 맛일지라도 소중한 기억을 건드리면 반드시 깨진다. 그리고 알이 깨졌다고 말하고 싶은 상대가 있을 때도, 없는 줄 알았으나 뒤늦게 발견했을 때도, 있는 줄 알면서 망설였을 때도, 누군가 계속 지켜본다는 걸 알면 알은 기어이 깨진다. (251쪽)

(청춘 미수)
쉽게 돈을 벌면 나중에 다른 노동을 못하게 된다는 말이, 몸을 갉아내듯이 쓰고, 원인 불명의 질환에 시달리고, 수시로 정신을 빼앗기고, 나를 철벽 방어해야 하는 위험한 일터에서의 노동, 그런 노동에 영영 적응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던 엄마의 말이. (278쪽)
사람은 혼자 있으면 안 돼요. 생각이 한군데로 고이거든요. 흐름이 없는 물웅덩이처럼, 그것도 작디작은 물웅덩이처럼 고인 채로 가만히 썩게 돼요.
(285쪽)
이서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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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 - 그리고 소설가 송지현의 일요일 다소 시리즈 3
송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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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시리즈의 3번째로는 2025년 3월 7일부터 2025년 7월 6일까지 경기도 유튜버들의 성지인 부천시 어느 아파트의 회전형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작은방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건반을 치며 작업 기간 내내 곽수빈 편집자님의 독촉에 시달렸음에도 갑자기 어떤 것에 마음이 끌리면 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그걸 탐구하는 타입이기에 비오는 날이어도 록 페스티벌에 친구와 다녀와 그곳에서 만난 지구 정반대에 위치한 우루과이에서 온 사람과 술마시고 이야기하며 친분을 쌓는 등 마음의 여유를 추구하신 송지현작가님의 「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이며 PVC커버가 씌워져 있고 550번째로 아르떼지에 인쇄된 책을 받아 읽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해가 지나 새해가 다가올때까지 역 앞 유튜버로 가득했던 지역에 여러 업종의 가게를 차리셨던 엄마와 졸업작품 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생이 함께 집을 떠난 후 오래되었고 작지만 벚꽃이 피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중개인이 말한 아파트에 민수(여름 끝자락에 어머니의 어깨가 편찮으셔서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지만)와 함께 살아가던 인물이 주로 배달 음식을 시키지만 이따금 김밥 재료들을 모아놓은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여 김밥을 만들어 원없이 먹고 시골집에 계신 할머니의 김장을 도우러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가거나 만둣국을 사먹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민수와 오랜만에 연락해 크리스마스에 모둠전을 만들며 보내는 자연스러운 일상들이 녹아져 있어 온갖 고민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다소 시리즈에 다르게 이번에는 북태그를 분리하지 않은 채로 읽었고 그냥 이대로 놔둘까했지만 북태그 뒤면의 문장이 궁금하기도 하고 손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산딸기(한 번에 못 알아봐서 검색하진 않았고 접해본 적이 없어 모르고 산다는 게 부끄럽지는 않지만서도, 모르는 채로도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는 사실이 내심 좋기도 합니다. 91쪽 일부 변용)의 모습이 담긴 책표지를 온전하게 보기 위해 벗겨내려고 하는 데 PVC커버를 손상시키지 않고 책또한 구겨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벗기는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송지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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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대삼각형 오늘의 젊은 작가 51
이주혜 지음 / 민음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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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51번째로는 이주혜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여름철 대삼각형」이며 무더운 여름이 지난 가을에 읽어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두 번의 유산을 겪고 아이의 대한 미련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전남편이 되어버린 성우를 쉽사리 놓아주며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모멸감을 주었던 전남편의 조카인 우주가 찾아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탁을 받게 된 태지혜 님과 세번이나 고백해 온 지철과 결혼하여 일찍이 시오를 낳고 시오의 현재를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던 송기주 님과 공립학교 중등교사였으나 한 아이에게 모멸감을 주고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평생 사모의 일꾼이었던 아버지와 임대아파트에 각자의 영역 안에서 살며 동네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살아가는 반지영 님의 이야기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여름철 밤하늘을 수놓던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거문고자리의 베가, 백조자리의 데네브, 그리고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이렇게 1등성인 별들을 이어 이른바 ‘여름철 대삼각형‘이라 칭하며 이어져 있는 것처럼 이들또한 ‘대삼각형‘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체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우연히 흩어진 별들을 가상의 선으로 이어 모양을 찾고, 그 모양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지어내며 닿을 수 없거나 허울에 가까운 은유가 아닌 만질 수 있고 스스로 빛을 내며 지금을 이글을 쓰는 초가을을 지나 춥고 길 겨울이 찾아오더라도 수천수만의 포자로 쪼개져 멀리 날아가며 언제나 언제까지나 폭발하고 흩어지고 발아하며 서로를 이어줄 이야기들을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듯 마주하고 저 역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주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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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빌라 - 그리고 소설가 박민정의 금요일 다소 시리즈 2
박민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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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의 다소 시리즈 2번째로는 박민정작가님의 「작가의 빌라」이며 2024년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서울의 청계천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서 겨우내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소설 속 인물들을 생각하며 집필하였고 아르떼지 표지에 PVC 커버를 씌운 815번째로 인쇄된 책을 받아 읽었습니다.

‘작가의 빌라‘라는 소설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지만 좋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은 이것저것 취재하며 글을 쓰던 김효연에게 작가의 빌라에서 트라우마를 준 최효연의 딸 소은이 찾아와 함께 차를 타고 「육아일기」로 큰 성공을 거둔 아빠였던 최효연이 죽기 전에 머물렀던 ‘예술가의 뜰‘에 가면서 나누는 김효연에게 이름이 같지만 본명이었던 최효연은 어떤 사람이었는 지, 김효연의 본명과 같은 소은에게 아빠였던 최효연은 어떤 인간이었는 지 같은 이야기들과 한때 소은이었던 효연에게 있었던 대학교 시절 춤을 잘추면서도 회화또한 잘 하던 지영이와의 과거같은 것들이 눈길이 갔고 저의 과거나 어떤 메세지를 담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 지 잘 떠올라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늦은 밤에 출근하고 이른 아침에 퇴근하는 저로선 잘 보지도 못했고 보더라도 못본 척 지나가길 바빴던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던 작품이었습니다.
박민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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