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주의 인사 ㅣ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평점 :
무더운 여름날,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무심코 읽은 장은진작가님의 「세주의 인사」를 읽고 같이 온 필사노트(71쪽 ‘다른 삶과 미래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돌아와 본래 있던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멀리 떠나도 다른 건 없지만 달라지는 것은 있다는 뜻이란 걸 말이다.‘와 같은)에 적을 문장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집 곳곳에 알람시계를 두어 일 분 단위로 맞춰놓으며 시간개념이 철저한 동하와 자신의 생일을 챙기는 것을 꺼려하고 주로 웨이팅이 긴 맛집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의 전원을 꺼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인 세주,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6개월만에 헤어진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라고 생각이 드는 데 그렇게 헤어진 지 일 년도 지나 동하에게 책이 담긴 빨간색 냉장고와 문샤인 산세베리아 화분이 도착하였고 세주가 ‘냉장고를 부탁해, 화분도.‘라고 급하게 남긴 쪽지를 받고 문샤인을 정성스레 키우며 냉장고 속의 책을 한 권씩 꺼내 읽으며 세주가 미처 말하지 못한 ‘ㅁ‘과 알지 못했던 세주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조금씩 알게 되는 이야기로 한편 세주의 이름이 세계일주를 꼭 하길 바라는 의미로 원양어선을 타고 저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것이 인상적이었고 추천사를 남기신 차경희 고요서사대표님처럼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미로도 읽혀졌습니다.
불현듯 화분과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물건들을 동하를 포함한 친했던 사람들에게 맡기고 세계의 끝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떠났다가 잘 안되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 세주와 세주가 남기고 간 문샤인을 정성스레 키운 동하 씨의 앞날에 아이보리색의 꽃을 피운 문샤인처럼 행운이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장은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