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이동욱 지음 / 민음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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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소설집「여우의 빛」으로 만나본 적있는 시인이시기도 한 이동욱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핸들」이 출간되었고 출간된지 약 2달이 지나갈 때쯤에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인쇄광고회사에 다니다가 회사가 파산하여 실업자가 되었고 사랑하는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여 두 번의 수술과 퇴원을 하자 자신의 첫 차(미스틱이라고 이름까지 지었던) 쉐보레 2009년형 라세티를 처분까지 하였던 인물이 대리가사 일을 하기 시작한 지도 1년차에 접어들며 서울에서 한강을 건너 성남으로 판교등 여러 지역으로 손님들의 차를 대신 안전하게 운전하며 그 속에서 만난 손님들의 사연과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사연 그리고 지나왔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시처럼 소설 속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순식간에 읽어나갔습니다.
사실 저는 운전면허를 따려고 20살때 필기족보책을 구매하고 일주일간 공부하여 필기시험 때 70점으로 간신히 통과한 후 기능, 도로주행 시험을 제 때 보지 않아 결국 기간이 만료된 채로 아직까지 취득하려고 하지 않았는 데 만약 이 소설 속의 대리기사이자 한 아내의 남편인 인물에게 연수를 부탁한다면 잘 가르쳐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실제 인물이라면 보수를 드리며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필기는 다시 따야겠지만.
그리고 초반에 대리운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데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음주단속(음주측정기가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1981년부터라고 하니 1981년 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연락하며 기사님들이 대리운전을 하셨을 지 궁금(검색해보니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에는 유흥업소에서 했었고 무전기를 갖고 연락해 운영했다고 하네요.)했고 우리나라에도 팁이라는 문화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데 그 팁이 To Insure Promptitude의 약자였다는 것도 이 소설을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대리운전을 하며 손님의 차를 대신 운전하며 서울과 근거리인 지역들을 운전하는 인물과 같은 차에 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서울과 수도권지역들의 야경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대리운전기사라는 직업군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이동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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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아사이
남현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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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남현정작가님의 첫 소설집「아다지오 아사이 Adagio Assai」를 읽고 어떻게 글로 표현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만, 글을 남기자면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부용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부용역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여 프런트의 여직원이 객실 키를 줘 객실에 머무르다 자신을 찾는 전화를 받고 잠시 누워있다 로비로 나오니 전화를 건 여직원이 아닌 남직원이 있었고 자신을 찾는 사람을 묻자 잘 모르겠다고 그리고 자신은 하루 종일 프런트에 있었다고 말하는 (부용에서)가 가장 수월하게 읽은 것 같았고 ‘라쉘히 트히슽!‘이라 여러 번 외치며 목줄에 묶여 네 발로 기어가는 개가 되어가는 (그때 나는), 이탈리아의 지명인 ‘나폴리‘인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내 곁에 불현듯 나타나 내 모든 것을 앗아가는 존재의 이름인 (나폴리), 거티를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떠났고 결국엔 다시 돌아와 거티를 사랑하는 (하나가 아닌), 경뫼라고 이름을 짓던 생명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여 143그램의 작은 알갱이가 되었지만 벨라콰를 사랑하며 마침내 갈산에 도착하는 이자의 이야기인 (경뫼), 불태워져 폐기될 A인 악스의 최후를 원하지 않아 아니가 불태우는 대신 알뜨르의 땅에 묻으며 ‘우주 모든 곳에 아직 남아 있는 태초의 빛과 같이 잉태되어 사라진 적 없는 세상 모든 것(242쪽)‘을 전해줄 (누구나 똑같은 마음을 가졌던)과 아나스타시스에서 벗어나 레제의 거리를 거닐 로부르와 로부르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샌디와 그들 곁에 언제나 있을 자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표제작 (아디지오 아사이)와 앞서 읽은 전석순작가님의「빛들의 환대」와 달리 마침표가 없어 흘러나오는 눈물같기도 하고 구불거리는 내장같기도 한 오솔길이 무한하게 펼쳐지는 (없는)까지 소설집에 실린 단편과 시체안치실의 시트를 들여다보기 싫지만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양순모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읽고 나서 책 날개가 없이 출간된 「아다지오 아사이 Adagio Assai」에 흐르는 우울하지만 사랑이 넘쳐흐르는 선율에 몸을 맏기며 (태어난 사람은 결국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에)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흘러가는 시간을 불가능할 것이 분명할지라도 목도하고 싶습니다.
남현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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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니어도
서수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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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호주에 거주하시는 서수진작가님의 「엄마가 아니어도」를 읽었습니다.
이전에 읽은 강영숙작가님의 「분지의 두 여자」, 정지돈작가님의 「브레이브 뉴 휴먼」을 통해 대리모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였고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 않다는 것을 김하율작가님의 「어쩌다 노산」을 읽으며 어렴풋이 나마 인지하게 되었는 데 「엄마가 아니어도」에서는 난임을 겪고 있던 인우가 결국 자궁까지 적출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열망에 ‘대리모‘를 알아보게 되었고 태국에 있는 차논이 자신의 대리모에 적합하여 계약을 하여 여러번 시도 끝에 임신에 성공하였지만 태국의 국가적인 문제와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하였지만 장애아들만 빼고 딸만 데리고 갔으며 알고보니 성범죄이력이 있던 의뢰인의 과거가 드러나 상업적인 대리모는 불법으로 금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리모 전담 클리닉과 의사 그리고 대리모들이 잠적을 하게 되고 차논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인우는 결국 태국까지 가게 되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어떻다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읽은 후 어떻게보면 이름이 같은 존과 요한이나 딸 서아를 너무 사랑하는 해성, 태국의 대리모와 의뢰인간의 통역을 해주는 말리와 그의 조카 벌리까지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있어 그들이 마치 제 주변에 있을 인물들이고 정말 간절한 마음이기에 할 수 있었을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서수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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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들의 환대 - 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석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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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전석순작가님의 세번째 장편소설 「빛들의 환대」가 출간이 되었고 읽어보기 시작하였는 데 솔직하게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우선 첫번째로는 임종체험관에서 근무하는 편의점아르바이트를 하다 스카웃된 미연, 사진을 전공했고 자신에게 마땅한 보호자가 없던 유영, 학원 강사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논리적으로 하지만 계옥에게만큼은 논리적이지 못했던 가령과 유일한 보호자였지만 제대로 된 보호자역할을 하지 못하였기에 조금씩 기억을 잃고 현재 하나뿐인 유일한 보호자를 알아 보지 못하며 머지않아 자기 자신도 누구인지 잊을 것이 분명한 현숙을 보살피기 위해 임종체험관에서 저승사자 분장을 하며 매듭을 짓는 승인, 그리고 임종체험관을 운영하는 일 맡게 된 관장까지 이렇게 다섯 사람이 보여주는 생생한 임종 체험과 그들 인생의 내력들이 무거워서 읽기가 더뎠고
작가의 말과 추천의 글을 제외한 이야기가 400여쪽에 달하는 다소 긴 분량에서 방문,체험객이 좁디좁은 관 속으로 들어가고 그 관의 뚜껑을 닫고 거기에 못을 (미리) 박아서 생겨진 자국처럼 마침표들(‘멈춰 선 승인은 돌아서서 센터 안쪽을 살펴봤다. 임종 체험관과는 달리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눈부시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밝은. 향을 피우지 않아 매캐하지 않고 시야가 부옇지도 않고 맑기만 한. 곡소리나 울음 대신 경쾌한 음악으로 가득찬. 그 한가운데 여전히 주사위를 굴리는 현숙이 보였다(393쪽).‘같은)이 곳곳에 진하게 자리잡아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는 저로서는 더뎌지는 것을 넘어 약간 고통스럽기까지 했지만
재개발(최근 저또한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한 상태입니다.)로 인해 아버지의 세탁소를 닫아야했다던 작가의 말과 심사위원들의 추천 글까지 읽으니 이렇게라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모든 문장이 비문인 동시에 완벽하게 읽혔고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아 산만하면서도 막상 빼고자 들면 뺄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367쪽).‘ 라는 문장처럼 뜻깊게 읽었습니다.
전석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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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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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으신 분들이 접하셨던 강보라작가님의 첫 소설집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을 저또한 읽어 보았고 강보라작가님만의 작품스타일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설집에 실린 순서대로 읽는 데 이번에는 작품을 발표하신 순서대로 읽기 시작하였고 간단하게 작품에 대한 제 느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등단작인 (티니안에서)부터 자신과는 다른 수혜가 조금의 거리낌없이 ‘팻맨‘과 ‘리틀보이‘와 어울리는 모습이나 수혜, 갑자기 증발해버린 연선과 함께 서로의 비밀들을 공유하던 일기장과 빈 음악실에서 자신만 빠져나올 때 느낄 수 있었던 이상한 기분을 느꼈고 새로 발령받은 남편의 직장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하였고 곧 도시의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하던 2021년 Axt에 발표한 (직사각형의 찬미), 자신은 미술 서적을 쓰는 고상한 작가이며 장기여행으로 간 발리의 우붓에서 만난 현지어로 소통하는 오반장과 천진한 호경,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송기호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믿고 있던 재아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며 분위기가 전환되는 표제작이자 제게 가장 많은 여운을 준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자유로운 영혼인 시내언니와 진취적인 문태언니, 그리고 넓은 부지를 매입해 은퇴한 경주마들을 키우는 문규씨와 마찬가지로 자신또한 남부러울 것 없는 패션잡지사의 에디터이지만 묘하게 그들과 다름을 느끼는 (신시어리 유어스)의 정단과 신문사에서 퇴사한 후 소설을 쓰기 위해 4개월간 계약한 작업실에서 만난 물과 불같던 예술가인 민홍과 이재커플 사이에 어쩡정하게 있으면서 이들과 같은 동등하게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열망과 반대로 자신은 그들의 혼을 담은 작품을 이들처럼 결코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던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의 주영씨,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남편 무재와 소속사에 염원으로 연극의 오디션을 보러간 공백기가 길었던 은화와 마찬가지로 같은 오디션을 보러 온 후배 정림의 일대일 역할극이 인상깊은 (바우어의 정원)과 한때는 문학을 사랑하며 외골수기질였으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멋진 몸과 멋진 재력을 뽐내는 유능한 사람이 되어버린 해규 형에 비해 초라해진 자신을 비교하며 편협한 독서취향을 가진 여자친구 양미에 대한 비난을 퍼붓는 1인 출판사 대표인 동표가 남같지 않은 올해 초에 발표한 마지막 단편 (빙점을 만지다)까지 총 7편의 단편과 깊이있는 인아영문학평론가님의 해설과 사려깊은 작가님의 말과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사모하실 전하영작가님과의 인터뷰가 실린 뉴페이스 북까지 읽고 나서 이글을 쓰는 저를 보고 ˝그래도 저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쓰는 지 알고 있는 것 같다(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81쪽 일부 변용).˝라며 현오같은 인물이 나름 나쁘지 않게 평해주는 것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머리를 빙빙 돌리고, 망설임 없이 이를 드러내고, 어린애처런 엉덩이를 흔들고, 몸을 사리지 않고, 추하게,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컹컹 짓고 혼자 데굴데굴 구르다가 덮치듯(76쪽)‘이 난데없이 늑대 울음소리를 내며 늑대처럼 바닥에 엎드려 소리를 내지르며 고개를 하늘로 쳐들며 가슴을 들썩이며 온 힘을 다해 웃고 싶어졌습니다.
강보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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