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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박형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평점 :
9회말 2아웃 역전 만루홈런이 글로 지어내며 쿠데타가 벌어질 예정(개기일식)이라면? 정말 근처에 가기만 해도 뼈도 녹아버릴 정도로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 사라지게 할 화재가 꺼지지 않고 몇 년이나 미국 전역을 휩쓴다는 뉴스를 TV나 신문으로 계속 접하게 된다면(권태)? 우리가 칭송하지 않을 수 없는 치느님 즉 치킨이 주재료인 닭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고 온갖 유전자 조작된 닭이라 부를 수 없는 괴생물체들만이 지구에 남는다면(시간의 입장에서)? 난쟁이가 키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난쟁이로 살아가며 아들이 사고로 죽었음에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면(키 큰 난쟁이)?
SF장르에서나 볼 법한 다소 기괴한 이야기들은 바로 얼마 전 「당신의 노후」를 출간하신 박형서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낭만주의」에 실린 6편의 단편에 나오는 상황들입니다.
사실 저는 박형서작가님의 작품을 「당신의 노후」이전에는 2011년 말에 출간된 소설집 「핸드메이드 픽션」을 2012년 초에 읽은 것이 전부여서 박형서작가님의 작품스타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당신의 노후」에서도 연금수령만 바리보는 소득없는 노인들을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하여 처리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읽었을 때에는 그냥 기발하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낭만주의」에 실린 제목과 동떨어지는 듯한 6편의 단편을 읽으며 이 것은 기발을 넘어서 ‘병맛‘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거기 있나요)와 (외톨이)도 역시 아내를 영영 잃은 충격으로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염호에다 봄베를 찔러넣으며 대역전을 일으키는 성범수(외톨이)와 B쿼크와 T쿼크 그리고 B-T 종간군체가 등장하며 그 것들을 조정하고 학살을 즐기는 광조교(거기 있나요)가 등장하는 등 범상치가 않더군요.
어쨌든 읽는 내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싶을 정도로 괴리감을 느끼기조 했지만 너무 병맛같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하는 이상한 상황에 설득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한기작가님에게는 ‘한상경‘이 있다면 박형서작가님에게는 ‘성범수(개기일식, 시간의 입장에서, 외톨이 이 세편에 등장하는 데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내는 그런 그와 결혼하는 것에 후회를 하고 - 개기일식, 자던 그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치며 8년간 함께 살던 그의 곁을 떠나며 - 시간의 입장에서, 아내를 만나 사랑했지만 바다에서 영영 아내가 사리지는 등 - 외톨이, 행복한 가정을 지속하지 못하는 모습이 처량해보였습니다)‘ 가 있더군요.
혹시 다음에 만나게 될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 까 기대하면서......
박형서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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