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정원
김유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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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소설집 「늑대의 문장」, 2012년 두번째 소설집 「여름」 이후로 6년만에 돌아오신 김유진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정원」입니다.
2011년에 첫 장편소설 「숨은 밤」도 있었지만 몇번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한 기억이 납니다.
「보이지 않는 정원」에 실린 표제작을 포함한 8편의 단편들을 찬찬히 읽어보는 데 김유진작가님의 작품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난해하다기보다 표제작처럼 무엇인가 그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할 것 같았어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결항하지 않고 정상운행하던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상을 하며(비극 이후) 비행기가 추락해 그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처참한 몰골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의 번역을 하고 있는(공원에서) 인물들이 연인과 헤어지고 덩그러니 남겨지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경과 수연이 차를 타고 가다 불이 붙은 중형 트럭을 바라보는 모습(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며 요즘 뉴스에서 종종 접하는 도로에서 불타오르는 여러 종류의 차량들이 생각났고 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무도 없는 빈방으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마당에 꽃을 심는 어머니(보이지 않는 정원)를 보면서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여름에 아버지의 고향인 거제도에서 하루를 보낸 민박집이 떠올랐어요. 성수기여서 5만원에 선풍기 달랑 하나있던 방에서 잤던 기억이 나네요.
(음의 속성)에서 피아노 조율일을 하는 이영을 보며 막연하게 피아노 조율사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실제로 관련 자격증도 있는 데 그 시험이 1년에 1번정도 밖에 시행하지 않는 다는 것이 떠올랐고 취득해보고는 싶지만 이내 자신이 없어졌고 (파도)의 맨 마지막 부분에 ‘연정은 마음에 파도가 이는 것을 느꼈다. (중략)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것이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파도라는 사실이었다.‘(171쪽)을 읽으며 저도 연정처럼 마음에 엄청난 파도가 일어 앞서 살아왔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을 생각해봤고 이미 그렇게 되어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지의 노래)에서 반평생동안 바를 잡으며 무용을 하던 선이 모습에서 고등학교 때 무용을 하던 동급생이 있었는 데 2학년 때 다리 부상이 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 데 지금도 계속 무용을 하고 있을 지 생각해봤어요.
마지막 (글렌)에서 8개월동안 힘께 살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끝내 밝혀지지 않은 예명과 1982년 10월 15일에 진이 태어나기 전인 1982년 10월 4일에 지병으로 생을 마감한 역시 밝혀지지 않은 피아니스트의 이름이 같은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김유진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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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박형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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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 역전 만루홈런이 글로 지어내며 쿠데타가 벌어질 예정(개기일식)이라면? 정말 근처에 가기만 해도 뼈도 녹아버릴 정도로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 사라지게 할 화재가 꺼지지 않고 몇 년이나 미국 전역을 휩쓴다는 뉴스를 TV나 신문으로 계속 접하게 된다면(권태)? 우리가 칭송하지 않을 수 없는 치느님 즉 치킨이 주재료인 닭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고 온갖 유전자 조작된 닭이라 부를 수 없는 괴생물체들만이 지구에 남는다면(시간의 입장에서)? 난쟁이가 키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난쟁이로 살아가며 아들이 사고로 죽었음에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면(키 큰 난쟁이)?
SF장르에서나 볼 법한 다소 기괴한 이야기들은 바로 얼마 전 「당신의 노후」를 출간하신 박형서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낭만주의」에 실린 6편의 단편에 나오는 상황들입니다.
사실 저는 박형서작가님의 작품을 「당신의 노후」이전에는 2011년 말에 출간된 소설집 「핸드메이드 픽션」을 2012년 초에 읽은 것이 전부여서 박형서작가님의 작품스타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당신의 노후」에서도 연금수령만 바리보는 소득없는 노인들을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하여 처리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읽었을 때에는 그냥 기발하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낭만주의」에 실린 제목과 동떨어지는 듯한 6편의 단편을 읽으며 이 것은 기발을 넘어서 ‘병맛‘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거기 있나요)와 (외톨이)도 역시 아내를 영영 잃은 충격으로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염호에다 봄베를 찔러넣으며 대역전을 일으키는 성범수(외톨이)와 B쿼크와 T쿼크 그리고 B-T 종간군체가 등장하며 그 것들을 조정하고 학살을 즐기는 광조교(거기 있나요)가 등장하는 등 범상치가 않더군요.
어쨌든 읽는 내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싶을 정도로 괴리감을 느끼기조 했지만 너무 병맛같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하는 이상한 상황에 설득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한기작가님에게는 ‘한상경‘이 있다면 박형서작가님에게는 ‘성범수(개기일식, 시간의 입장에서, 외톨이 이 세편에 등장하는 데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내는 그런 그와 결혼하는 것에 후회를 하고 - 개기일식, 자던 그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치며 8년간 함께 살던 그의 곁을 떠나며 - 시간의 입장에서, 아내를 만나 사랑했지만 바다에서 영영 아내가 사리지는 등 - 외톨이, 행복한 가정을 지속하지 못하는 모습이 처량해보였습니다)‘ 가 있더군요.
혹시 다음에 만나게 될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 까 기대하면서......
박형서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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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는 남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
김경욱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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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경욱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만나 본 것이 2011년 9월 마지막날 네번째 소설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를 교보문고에서 바로드림으로 구매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 중에 (연애의 여왕)이 있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2013년 7월에 「야구란 무엇인가」, 2014년 10월 다섯번째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2016년 4월 「개와 늑대의 시간」까지 김경욱작가님의 최근작들만 읽어봐서 그런지 김경욱작가님이 사랑이야기를 쓰신다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는 데 현대문학 PIN 시리즈 세번째인 「거울 보는 남자」를 내셔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과 닮은꼴이 아닌 아예 도플갱어인 사람이 존재하고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는 데 이 소설에서는 교통사고로 참혹하게 세상을 떠난 남편의 얼굴과 똑같은 사람을 우연하게 만나 점점 그 사람과 자주 만나게 되며 끌리게 되는 한 여자가 등장하는 데 지금 리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작년 말에 CGV에서 봤던 파격적인 스릴러 「두 개의 사랑」이 생각나더군요. 물론 영화에서는 쌍둥이 형제로 나오지만 정말 영화를 보면서도 그리고 지난 주말에 「거울 보는 남자」를 보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으며 전체적으로 헤맸던 것 같아요.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왜 표지에 해골이 있을 까 생각해봤는 데 읽어보니 충분히 연상이 되었어요.
그런데 왜 그 남자는 하필 그 사람을 닮았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쿠폰 모으고 싶어요.
김경욱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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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눈물 참은 눈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승우 지음, 서재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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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이후 약 1년만에 짧은 소설로 만나보는 이승우작가님의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을 지난 주말에 읽었는 데 지난 주 목요일부터 처음 해 보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북플접속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밤에 일을 하던 사람이 아침 일찍 일어나 다대포에 있는 무지개공단으로 일을 하러 가고 지금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치아관리는 철저하게 하면서 자신 몸 속에 있는 병을 뒤늦게 알아차려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과 암 완치판정을 받으며 어머니에게 그 소식을 전하려고 하는 순간에 덤프트럭 기사의 잠깐의 눈깜빡임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더군요.
그리고 외국에서 번역되는 우리 소설이 번역논란이 있자 그 소설의 작가가 번역되는 식으로 글을 고치면 될 것이라는 명쾌한 해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글 중간에 서재민님의 그림을 보는 맛도 좋았습니다.
이승우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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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영원한 밤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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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이후 매우 오랜만에 만나보는 김인숙작가님의 신작 소설집 「단 하루의 영원한 밤」을 읽어 보았는 데 사실 소설집으로는 처음 만나보게 되네요.
앞서 계간지에서 발표했던 단편들을 모아놓은 소설집들을 읽으면 연작소설처럼 어느정도 내용이 일치하지만 어떤 소재나 단편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분위기들을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읽으면서 찾아내거나 감지할 수 있는 데 「단 하루의 영원한 밤」을 읽으면서 여행을 떠나는 인물들(델마와 루이스, 아홉번째 파도, 토기박물관, 단 하루의 영원한 밤, 내 이럴줄 알았지)이 여행도중 귀중품을 도둑맞거나(델마와 루이스 - 지갑, 아홉번째 파도 - 휴대폰) 또는 이 것을 무엇이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외롭고 쓸쓸하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도둑맞는 느낌을 저도 모르게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는 내용만 알고 있었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지갑을 잃어버린 할머니 두 명이 식당사장의 아내와 딸과 함께 바다를 보러 차를 몰고 떠나는 모습(델마와 루이스)을 보며 한 번 영화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빈집)을 읽으며 직접 보고 함께 일했던 게 손을 꼽을 정도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낯선이들의 짐을 하나씩 새로운 집으로 옮기고 계실 저의 아버지가 생각났으며 (아주 사소한 히어로의 특별한 쓸쓸함)을 읽으면서도 어렸을 적 아버지와 떨어져 살며 생일이 되어서야만 볼 수 있었던 아버지에게서 1만원 안팎에 레고 블록을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떠올리더군요.
「단 하루의 영원한 밤」을 읽으며 저 역시도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간 시간들을 도둑맞은 기분을 너무 느껴버린 나머지 후불교통카드를 분실하여 분실신고를 했다가 이 책 속에 있어서 다시 해제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봅니다.
김인숙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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