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창비시선 414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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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앞서 읽은 박성우시인의 「웃는 연습」보다 이번에 훑어 본 이시영시인의 신작 시집 「하동」이 뭔가 제목으로만 볼 때 훨씬 더 자연적인 느낌을 줄 것 같았는 데 당연할 수도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면서 자연적인 느낌도 같이 들었습니다.
시라면 음율이 있고 행과 연이 있어 시라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머리 속에 생각했던 것 같아서 「하동」을 읽으면서 이 것이 시인지 산문인지 헷갈리는 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집 제목이「하동」이라 그런지 유독 지명이 들어간 시나 시 속에 지명이 등장하는 것이 많았는 데
표제작 (하동)을 포함하여 (함양), (알프스), (우면산행), (여수행), (홍대 이센)같은 제목에 지명이 있거나 코뚜레없이 소들을 방목하는 국토의 서남쪽 끝 가거도(소), 청소원 노파가 붐비는 가로 붙어서 대빗자루로 바닥을 박박 쓸고 있던 중국 쓰촨성 청두시 중앙대로(어느 조상), 재판 받으러 다니던 인덕원 사거리(인덕원)같이 시속에 등장하는 지명도 인상적이었지만 세월호 사건를 연상시키는 시(어떤 졸업식), (팽목항에서)도 작가님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 시들(장발 단속), (1972년 겨울), (시자 누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장발 단속에 걸린 선생을 어떻게든 구해내려고 애원하는 선영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단속원으로 인해 어쩔줄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이 된 제자 선영이의 모습이 강렬해서 손으로 써볼까 했는 데 더 울상짓는 인물이 있었는 데 바로 천연기념물 제 330호이자 멸종위기 1호인 수달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매립지 공사가 한창인 낙동강 하류에 있는 횟집 주인이 등장하는 (수달의 고난)아라는 시가 제 눈을 오랫동안 붙잡아서 손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공사로 인해 먹잇감이 없어지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는 먹잇감이 가득한 횟집까지 수달이 가게 되었을까, 이 부분을 보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깊은 산 속에 살던 멧돼지가 사람이 살고 있는 곳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오게 되어 멧돼지를 목격한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도 결국 멧돼지를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을 뉴스에서 한 번씩 접하게 되는 데, 덫을 놓거나 사살할 수도 없는 천연기념물 제 330호에 멸종위기 1호인 수달이 횟집 수조 안에 첨벙대며 네다리로 값비싼 감성돔까지 물고 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횟집 주인이 연신 울상을 지으며 하소연을 하는 것은 횟집 주인의 입장에서 볼때 안타깝지만서도 시로 읽게되니 분명 안타깝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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