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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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으로 청년들의 삶과 현실을 조망했던 송지현작가님이 두번째 소설집 「우리가 여름에 먹는 것」을 출간하셔서 이번에는 늦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
표제작이자 첫번째로 실린 (우리가 여름에 먹는 것)에 설탕을 굴리지 않고 머스터드와 케첩으로 뿌려진 핫도그를 저도 한번 먹어봤으면 싶었고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에서 엄마가 운영하시던 ‘자앙군 호으프 소오주‘에 가서 술은 좋아하지 않지만 마셔보고 싶어요.
그리고 99만 9천원을 주기로 해놓고 술에 취해 헛소리만 늘어놓는 삼촌에게 ‘삼촌은 비로자나불이다. 삼촌은 비로자나불이다.(62쪽)‘라고 소리치던 동생을 보고 웃음이 나더군요.
(오늘의 가족)에서는 외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데 치르면서 고스톱을 치기 시작하자 곡소리가 작다고 더 크게 하라고 외치던 외할머니의 얼굴에 생기가 돋는 것을 보며 저도 생기를 느꼈고 (진강이의 엑센트)의 범상치않았던 이름을 지닌 진강씨가 아버지에게 소개시키려고 더 정확히는 아버지와 함께 있을 어떤 여인을 보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엑센트를 끌고 서울에서 사백킬로넘는 곳까지 휴게소를 들렸다가 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삼십 분 속성 플라멩코)처럼 네 시간이 걸리는 플라멩코 공연을 단 30분만에 볼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음에도 걱정같은 것을 해보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분명한 인물처럼 사는 것이 제 장래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미래)의 앞으로도 과거로 남을 것인 사진이 과거이면서 동시에 미래가 되며 어떤 순간에는 현재라는 사실이 저또한 실감나지 않고 (나이트클럽 연대기)의 인물들에 비해 나이트클럽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인생이 이렇게도 지나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고 (명절 전야)의 누구보다도 미래를 살아갈테지만 미래를 모르고 사는 사람과 그래서 미래를 산다고 말하며 명절 냄새가 나는 동생을 동생이 없는 제가 너무 보고 싶었고 마지막에 실린 (쓰지 않을 이야기)의 글을 쓰며 가족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작가처럼 저는 누군가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글을 쓰면서도 못 죽일 것 같지만 그래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송지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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