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최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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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맨스티」, 「파랑대문」이렇게 2편 뿐이라 최윤작가님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는 데
저는 아직도 「오릭맨스티」의 마지막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자신들을 뒤덮고 있음에도 결코 멈추지 않았던 이들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 데요.
이번에 (저는 처음 접해본) 소설집을 내셨더군요.
제목이 「동행」이라지요.
표제작 (동행) 부터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 가장 최근에 쓰셨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애도)까지 9편의 단편들을 차례대로 읽어가면서 인생의 파노라마를 한 번에 겪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동행)의 그녀를 아프게 했고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 진짜 마술사가 되어 나타난 J, 친구의 사고를 핑계로 그녀를 감금하였으나 멀쩡히 살아있다는 소식을 어떤 이의 자서전을 통해 그녀에게 알려준 J(옐로), 그리고 그녀의 집을 그녀 모르게 팔아버려 난감하게 하면서도 결국 쓸쓸히 노숙자로 생을 마감한 J(애도).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유독 J라는 이니셜을 가진 인물들이 그녀들의 인생에서 불현듯 나타나 아프게 했고 또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모습들이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뻔할 수도 있겠지만......
각기다른 J들의 모습이 애증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서울 퍼즐 - 잠수교의 포효하는 남자)의 동생처럼 듣도 보지 못한 외계어나 마찬가지인 이국의 언어들을 듣는 형과 같은 느낌을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나 (울음소리)를 읽으면서 느끼기도 했는 데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가 의자에 기이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나 영문도 모르지만 정자에서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그치지 않은 울음소리로 요주의 인물이 되어버린 여자또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일면식도 없는 여자를 스토킹하며 그 여자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애절하게 말하는 남자(손수건), 과거에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으나 이제는 평범하게 배달히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년(옐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잘 지내실 것이라고 마다 의심치 않는 P 교수(소유의 문법)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최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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