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아직 다 읽지 않고 초반부만 읽었다. 그런데 한숨이 흘러 나온다. 하아~~ 이 글은 내가 왜 한숨을 내뱉게 됐는지에 대한 일종의 작은 기록이다.
처음 저자 소개를 읽었는데 폭스뉴스에서 경제논평을 하고 있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흠, 처음으로 폭스뉴스에서 경제논평을 하고 있는 인물의 책을 읽는군. 폭스tv는 미국의 극우 언론인데... 선입견은 좋지 않아. 선입견을 버리고 읽자.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자고 외쳐도 머리 속으로 미국 극우파(미국 우파도 포함될 수 있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이 흘러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국 극우파의 그 피해망상적인 음모론. 미국 정부의 위험성에 대한 거의 신경증적인 반발과 불안감, 불신. 그에 따라 세금을 악마적으로 여기는 경향. 엘리트에 대한 엄청난 불신과 반발. 하지만 그 엘리트가 기반이 된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정책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모순적인 태도.(예-감세) 과학의 정상적인 이론이 된 지구온난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사뿐히 즈려밟고 무시하는 태도... 무수한 생각들이 머리로 흘러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고 그런 지식 따위는 무시하고 차분하게 읽어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데... 아뿔사...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다. 왠지 모르게 미국 정부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는 것부터. 지나치게 경고하는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정부의 힘을 강조하는 것이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사실 미국 우파가 정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이다. 정부의 위험성을 계속 강조하며 그들은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다 더 나아가면 시장만능주의나 자유지상주의로 흐른다. 규제는 좋지 않다에서 시작해서 정부 규제는 필요 없으니 시장이 알아서 한다는.
그런데 시장이 그렇게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을까? 왜 1920년대 말의 대공황이 일어났을까? 왜 닷컴버블 사태가 일어났을까? 왜 엔론사의 조작같은 사기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아 그런 문제가 있어도 놔두면 알아서 해결한다고. ㅎㅎㅎㅎ 대공황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얘기한 천문학적인 경제 피해와 서민들이 겪은 무수한 고통 정도는 사뿐히 무시해야 자유시장주의자가 되는 거구나. 아 그 정도 피해와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야기한 것이니 넘어가야 되는 거구나.^^;;
다행히 이 책은 그 정도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 행동경제학을 언급하며 기존 경제학의 주류가 이야기하는 경제적 인간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한다. 정말로 다행히.
이 책은 더 교묘하다. 저자는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행동경제학과 복장섭 이론, 베이즈 통계학등을 이용해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뭐가 새롭다는 거지...
정부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하고(내가 읽은 미국 지식인의 책들 중 다수는 미국 정부가 내치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약해졌다고 말한다. 기득권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자신들에 대한 규제를 로비를 통해 약화시켰기 때문에.), 세금을 경계하는 태도가 새롭단 말인가?
어떻게 기업과 가진 자들이 세금을 피하는지 온갖 이야기를 하면서 내리는 결론이 '국가는 만족을 모른다'라거나 '실적이 좋은 기업은 사정없이 털린다'라고. 하아~~ 이건 맨날 하는 얘기잖아. 이게 뭐가 새로워. 마음 속에서 반감이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두고 책을 읽는다.
읽다가 드디어 폭발한다. 저 대목에서. '기후변화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양측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과학적으로 입증된 주장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주장도 있다.'
이봐요, 이 무식한 제임스 리카즈 씨. 기후변화는 과학의 영역에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건 뭐죠? 과학적 근거를 댈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데 당신은 기후변화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입니까?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과학영역의 이야기를 과학이 아닌 정치의 산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에 있어서야 과학적 근거가 중요하지 않겠죠. 정치에서는 자기 말이 얼마만큼 먹히고 있냐가 더 중요한 것이니까요.
더 황당한 건 두 번째 말입니다. 양측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요? 이봐요, 최소한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학계의 동향을 살펴보고 연구성과의 흐름을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도대체 책을 쓴다는 사람이 근거 없이 자기 생각대로 내뱉습니까? 기후 변화에 있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미국 극우파의 주장은 한번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학계의 주류적 주장과 팽팽히 맞선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언제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주류적 주장이 엄청난 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왜냐구요? 그게 과학적으로 증명되니까요. 나중에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이들이 지구 온난화는 없다라거나 과대포장되어 있다고 외치고 있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포장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거기서 그들에게 중요한 건 과학이 아닙니다. 정치죠. 그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음모론을 퍼뜨리려는 겁니다. 지구온난화는 없다거나 과대포장되어 있으니 기업들에게 규제하지 마라고 하면서.ㅎㅎㅎ
내가 왜 이런 비과학적인 주장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내뱉고 무식한 저자의 책을 계속 읽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읽을 수밖에 없다. 읽기로 했으나까. 고행의 길은 계속된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