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399.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직선이나 곡선처럼, 인생이 하나의 선으로 쭉 이어진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착각을 저자는 비판한다. 그래서 프로이트식 원인론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점 같은 찰나가 쭉 이어질 뿐이라는 주장이다. 지금, 현재의 순간에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을 살 수 있다.(5)
세계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자네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
인간은 변할 수 있어. 그뿐 아니라 행복해질 수도 있지.(13~14)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37)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환이 아니라 고쳐나가는 것이야.(54)
우리는 고독을 느끼는 데도 타인을 필요로 한다네. 즉 인간은 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비로소 '개인'이 되는 걸세.(81)
"A라서 B를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A만 아니면 나는 유능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셈이지.(97)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아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라네.(105)
우리가 걷는 것은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네.(107)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133~134)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거기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공동체 감각'일세.(206)
인간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에만 용기를 얻는다.(235)
우리는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바꿀 수가 없어. 하지만 주어진 것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바꿀 수가 있네. 따라서 바꿀 수 없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하란 말이지. 내가 말하는 자기수용이란 이런 거네.(261)

B의 주장
(생략)
<미움받을 용기>의 의의를 제 나름대로 세 가지 정도로 간추려 봤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저만의 해석이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첫번째로 저는 <미움받을 용기>가 현재성을 강조하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을 때는 우리는 자신의 현재의 정신적인 문제의 원인을 과거의 자신의 삶으로부터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심리적인 영역에서 과거의 가치가 강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미움받을 용기>는 이런 식의 프로이트적인 원인론을 비판하며 아들러의 목적론을 말하며 과거보다는 현재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현재에 어떻게 해서 어떻게 바꾸어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개인적으로는 우울증에 가까웠던 제 정신적인 문제를 바꾼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도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인간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존재이며 인간 자신의 변화를 통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저 자신이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 중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움받을 용기>에서 말하는 프로이트나 아들러가 기시미 이치로식 프로이트나 아들러 해석일 뿐이지 않느냐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네, 저도 그 반론에 공감합니다. 저도 이 책에 나오는 프로이트나 아들러가 기시미 이치로식 프로이트나 아들러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과거의 극단적인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현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미움받을 용기>에서처럼 쉽게 내버릴 수 없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현재를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현재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위에서 얘기한 것과는 반대되는 것으로서, <미움받을 용기>가 한국과 일본의 동양적인 체면의 문화에서 벗어나는 심리학적인 계기를 마련하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리처드 니스벳이 쓴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보면, 서양인과 동양인의 심리가 다른 것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문화와 집단과 관계를 강조하는 동양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관계와 집단을 중시하는 동양의 문화가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하여금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만든다는거죠.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만드는 문화를 '체면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체면의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을 의식하고, 집단과 조직이 강요하는 규율을 내면율처럼 받아들일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체면의 문화'에서 유용하다면 아마도 이 부분일 것입니다. 기지미 이치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아들러는 '자유'를 중시하면서 '미움받을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런 류의 발언은 자기계발서들에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너 자신을 믿어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라 등등등. 제가 <미움받을 용기>에 더 주목하는 부분은, 자기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말들이 심리학적인 논거를 가지고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양적인 '체면의 문화'에서 벗어날 방법에 심리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고, 책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세번째로 저는 <미움받을 용기>가 공동체 감각을 강조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심리학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개인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의 심리 문제에 개인이 강조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심리 문제를 무조건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에서 총기난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그 부모의 심리 문제는 개인의 심리문제이면서 동시에 미국이라는 사회의 총기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요. 이걸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며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심리학의 영역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심리학이라고 하면 개인의 심리문제를 개인의 영역이나 개인을 둘러싼 관계나 환경을 토대로 바라보기 때문에, 저는 심리학이 개인을 강조한다고 말한겁니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이 태어난 공동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를 말할 때도 공동체와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저는 <미움받을 용기>에서 이야기한 공동체 감각을 읽어나가며 무언가 찝찝함을 느꼈습니다.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과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이 다른 것 같은데, 기시미 이치로가 자기만의 공동체감각으로 말하는 게 아니냐는. 기시미 이치로식 공동체 감각은 저에게 일본식 순응주의를 연상시켰습니다. 별다른 문제 일으키지 않고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나가는 일본 문화식 공동체 의식이 아들러식 '공동체 감각'으로 포장되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은 겁니다. 사회나 공동체의 잘못을 말하고 그걸 바꾸어나가면서 사회나 공동체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나가는 것도 공동체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부분이 거세되고 오직 공동체에 헌신하고 타자를 위하는 것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같아서요.

<미움받을 용기>에 나오는 아들러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중요시하며 현재에서 자신의 자유를 찾을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 삶을 살고, 자신의 삶을 살게 되면 타인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돕는 일을 하며,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 감각을 바탕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아들러는 더 나아가더군요. 모든 생명체와 지구에까지 기여하는 삶으로. 이런 확장이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하지만 큰 이상을 설정해놓고 노력하다보면 지금보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군데군데  반박하고 비판할 부분도 많지만, 결국은 어떻게 받아들여서 내 삶에 녹여낼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이정도로 제 말을 마치려 합니다. 기지미 이치로가 자신만의 아들러 해석을 한 것처럼 시도한 저만의 <미움받을 용기> 해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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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술에 놀아나서 저도 이책이 인기라고 해서 읽긴 했는데, 말씀대로 자기계발서 느낌이어서 별 감흥이 없었어요..깊이있는 리뷰 잘읽었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12-19 14:01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cardcheri 2017-12-2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굉장한 리뷰였습니다.
느낀 게 많아서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구구절절하고 큰 의미가 없는 말들인지라 생략하고, 덕분에 구매할 마음이 생겼다는 한 문장으로 끝내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12-28 20:42   좋아요 0 | URL
아, 좋게 봐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