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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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너의 곁에서-마스다 미리

무거운 채로는 많이 날 수 없어.                        
각자 운명의 만남 '공존'이라는 거지.                        
숲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힘도 주는 느낌이랄까.                        
다양하게 있다는 건 좋은거야.                        
기대는 기대일 뿐. 씨앗 본인과는 상관이 없죠. 떨어져 나가는 것 외에는 자신의 세상이 넓어질 방법이 없으니까요.

사람들 많고 바쁘기 그지없는 도시에서 삶을 살다보면 피곤하고 힘빠지고 해서 종종 숲이나 산이나 바다 같은 도시가 아닌 곳으로 가고 싶어집니다. 저만 해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사실 예전만 해도 저는 제가 사는 곳 근처의 산을 시간나면 자주 갔었지요. 공기도 너무 좋은 것 같고, 자연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좋았죠. 그런데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책을 봅니다.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 같은 책을.

<주말엔 숲으로>를 읽었을 때 정말 좋았습니다. 도시의 생활에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숲 근처에 사는 친구의 집으로 가서 같이 숲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 내용을 보고, 저는 숲을 가지 않았는데 마치 숲에 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저만의 착각이겠지만 책에서 숲의 냄새가 나고(생각해보니 책의 종이는 나무로 만든 것이군요.ㅎㅎ), 새소리가 들리고, 숲의 생명체들이 살아 있는 것 같았거든요.

<너의 곁으로>는 <주말엔 숲으로>의 후속편 격인 만화입니다. 전작에서 숲 근처에 살면서 친구들이 오면 자연이라는 넉넉한 공간으로 안내하여 친구들을 마음 편하게 쉬게 만들고, 숲의 식물들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삶의 작은 깨달음을 전해주었던 '하야카와'는 <너의 곁으로>에서 자신처럼 선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여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려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하야카와는 여전히 하야카와라는 점. 여전히 여유롭고 엉뚱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존중하며 아내처럼 여유로운 남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에게서 배우며 마음 넓게 성장하고 있는 아들 타로, 일상에 지치면 종종 찾아와 여유를 즐기고 삶의 힘을 얻어가는 하야카와의 두 친구인 마유미와 세스코, 어머니의 집착에 시달려 힘들어하다 하야카와의 이야기를 듣고 자립의 힘을 얻는 타로의 담임선생님과 역시 하야카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담임선생님의 어머니까지, 자연을 닮은 하야카와의 영향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게 됩니다. 어쩌면 자연이 하야카와의 몸을 빌려서 그들의 삶에 힘을 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자연이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몸을 통해서 책 속 등장인물들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삶의 힘을 주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군요.

이 책의 이야기가 가진 '휴식 같은 따뜻한 온기' 앞에서 이 책의 낭만성을 비판하는 말은 큰 의미가 없겠지요. 마루야마 겐지 식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거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같은 사고방식이나 생존을 위한 생물들의 치열한 경쟁을 생생하게 증명하는 생물학적인 사고로 이 책을 바라보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쉬고 싶고, 쉬기 위해 이 책을 읽었으니까요. 그러니 그냥 쉬는 기분으로, 휴식의 힘을 느끼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글을 쓴다는 제 나름의 노동에서 벗어나 나만의 숲을 찾아 떠나겠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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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나만의 숲‘은 헌책방입니다. 헌책방은 죽은 고목 같은 책들이 많은 곳이에요. 애서가들의 발길이 드물어서 쓸쓸한 곳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

짜라투스트라 2017-12-16 05: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