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 정치의 시대
최강욱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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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최강욱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이 정치를 심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은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세력의 이해관계와 힘의 우열을 반영할 수밖에 없으며, 정치권력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5~6)
정치를 심판하는 것은 언제나 주권자들이며, 올바른 법을 만들어낼 정치를 강제하는 것도 주권자들이고, 법률가들의 위선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것도 주권자의 몫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7)
민주주의의 역사는 결국 모두가 같은 권리를 지니고 태어난 같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의 뜻이 모여 만들어진 법을 능가해 군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는 자들은 철저히 응징해야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온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땅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는 토대가 튼튼해질 때, 정치는 비로소 제 역할을 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고 법은 비로소 제 역할을 하며 주권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밝히건대 올바른 정치가 법을 지배하고 심판하게 해야 한다. 법과 법률가에 대한 환상은 단호히 배격해야 하며, 그들에게 거는 과도한 기대는 올바른 정치를 위한 노력으로 치환되어야 한다.
깨어 있는 유권자가 주권자로 굳건히 설 때 바른 정치가 이루어지고, 그 정치를 통해 만들어진 정의로운 법이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8~9)

헌법의 정의대로라면 주권자가 인정하지 않는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19)
헌법이 제일 우선이고 그다음이 법률이고 마지막으로 자기 양심에 따라서 재판을 해야 되는데 자기 생각을 양심이라고 하면서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법률을 갖다붙이고 헌법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게 대한민국 재판의 현실인 것 같다.(97)
정치 현실은 주권자의 각성과 감시와 비판이 있지 않으면 절대 달라지지 않습니다.(102)
법은 건전한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을 수도 없고 뛰어넘어도 안 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원칙과 기준이 곧 법에도 통용되고, 상식이 확립된 사회가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절대로 놓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질 때 올바른 정치권력이 만들어지고, 시민의 건전한 상식이 뒷받침된 올바른 법이 만들어집니다. 그 법에 의해서 올바른 법문화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주권자인 시민들이 법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입니다.(106)
법이 정치를 심판하는 도구가 되기보다 정치를 통해 올바른 법이 만들어지고, 법을 집행하거나 법을 통해 판단하는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주권자의 입장에서 가장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민주주의의 길입니다. 올바른 정치는 주권자의 뜻이 그대로 구현되는 것입니다.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법은 당연히 정치의 아래에 놓여야 하지요.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법이 올바로 만들어지고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주권자에겐 일종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128)

과거에 논쟁을 즐기던 시절의 저는 동시에 심판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너는 나쁘다, 당신은 나쁘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쁜 주장을 하는 인간은 나쁘다... 온갖 심판질에 세상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뭔가가 잘못된 것 같더군요. 이렇게 온갖 것에 심판질을 해대는 너는 나쁘지 않은건가? 너의 '심판질'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닌가? 너의 심판질에 무슨 근거가 있는가? 니가 뭔데 세상의 온갖 것에 심판질을 하는가? 저 자신을 비판하는 질문을 던지다 보니 찔려서 더 이상 심판질을 못하게 되더군요. 지금도 가끔씩 제가 심판질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 시간이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과거의 저와 연관지어서 이런 생각을 한 번 해옵니다. 어린시절부터 공부 잘하는 수재로서 인정받고 그 상태로 계속 성장하여 좋은 대학에 간 이가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은 많은 이들에게 시험치는 능력과 등수로서 인정받아 자존감이 비대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혼자서 '나는 뛰어난 인간이야,나는 최고야, 내가 못하는 것은 없어'라고 속으로 외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거기서 더 나아가 사법시험에 붙어 검사와 판사가 됐다고 칩시다. 자존감이 비대해지다 못해 만능감에 빠진 인간이 '심판질'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계 인사가 되어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힘마저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인간이 될까요? 좋은 인간이 되면 좋겠지만, 지나친 자존감과 자신감이 과연 그 사람을 좋은 인간이 되게 만들까요? 오히려 그 사람은 다른 인간을 자신의 아래로 보는 오만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이 정치적 권력마저 가지게 된다면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어떤 특정한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사람은 결코 좋은 인간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 다행일겁니다.

<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에서 최강욱 변호사는 그 오만방자하고 충분히 나빠질 수 있는 사람들이 현재 한국의 판사나 검사일 수 있다고 얘기하며 정치적 주권자인 우리가 판사나 검사에 대한 신화적인 믿음을 버리고 깨어 있는 유권자가 되어 올바른 정치적 현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 정치적 현실 속에서 올바른 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진짜 올바른 말인데, 너무 올바른 말이라서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말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실현되기 쉽지 않은 올바른 말이기에 지켜진다면 말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그 올바른 말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분명히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것이 확실하기에. 자, 이제 시작해봅시다. 올바른 정치와 올바른 현실을 위해서 깨어 있는 유권자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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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법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야 합니다.우리사회에서의 가장 큰 적폐중의 하나죠.교육개혁 언론개혁 종교개혁. 적폐가 산적해 있는 우리나라.

짜라투스트라 2017-12-10 21:4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