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 정치의 시대
한홍구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94.광장,민주주의를 외치다-한홍구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지만, 늘 꾸준히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긴 역사를 들여다보면 지금과 같은 진보의 시기는 아주 짧은 반면, 정체의 시기는 좀 길고, 퇴보의 시기는 아주 길었다. 역사에서 진보의 기회과 주어졌을 때 성큼성큼 나아가지 못하면 제법 긴 정체와 아주 긴 퇴보의 시기를 견뎌낼 수밖에 없다.(6)
똑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돌아본다. 같은 듯, 반복되는 듯하면서도 늘 새로운 것이 역사다. 역사가 전개되어온 과정을 보면 당장 내일, 다음 달, 내년을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역사의 큰 흐름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믿음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 믿음은 흔들리는 대지에서 우리가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이요, 험난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대한민국호의 복원이다.
오늘 우리가 보낸 하루가 내일의 역사가 된다. 이 험한 역사를 만들어온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실천이 절실한 때다.(8~9)
역사가 그런 것입니다. 망치는 놈 따로 있고 구한다고 죽어라 길바닥에서 촛불 드는 사람 따로 있는 법이지요. 역사가 망하지 않고 흘러온 건 촛불 드는 사람들이 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28)
광장이라는 공간은 언제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그러나 광장이 진짜 의미를 찾는 순간은 우리가 광장을 메웠을 때입니다.(61)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이 그랬습니다. 끈질기게, 이길 때까지 계속해왔기 때문에 역사에서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늘 쥐어터지고 피 흘리고 그대로 말입니다.(77)
 
독서모임을 10년 넘게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배를 눈앞에 두고도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데다 자기들 책임이 아닌 척하는 정부, 거짓 보도로 일관하는 언론, 세월호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상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특정 정치 세력이 설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절망감과 어두움이 독서 모임을 하는 시간에도 영향을 미쳐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좌절감과 절망감과 어두움을 느끼며 저도 힘들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때에는 쉽게 농담도 건네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가장 즐겁고 힘찬 시기는 지난 연말의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촛불을 들고 외치며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경험, 정권을 몰아내고 시민들 자신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을 한 이들이 보여주는 즐거움과 기쁨과 긍정의 힘은 특별했습니다. 언제나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미약한 힘밖에 가질 수밖에 없다 여겼던 평범한 이들이 정권을 몰아내고 정치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변화를 이루어냈을 때 느꼈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분이 독서모임 하는 내내 공기를 떠돌고 다니니 그때의 모임이 얼마나 즐겁고 긍정적이었던지요!!
  
<광장,민주주의를 외치다>를 읽으며 대조적인 두 시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쓴 한홍구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광장이 폐쇄된 억압의 시간과 광장이 열린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시간이 너무나 달랐기에 벌어진 대조였던 셈이죠. 아무 말도 하지말고 절망을 받아들여라와 말하고 외치며 변화를 이끌어내자의 차이랄까. 두 시간을 모두 경험한 저에게 민주주의의 언로로서의 광장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광장 없이는 민주주의의 생명력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책에서도 확인했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다행인 것은 광장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민중의 열망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4.19혁명,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2000년대 들어서 특정 시기마다 일어난 촛불시위와 지난해 연말의 촛불집회까지. 한국인들은 살아서 죽은 삶을 살며 지속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이는 삶 대신에 때가 되면 들고일어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걸 선택했습니다. 언제나 좋은 결말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살아서 죽은 삶을 사는 것을 거부하며 생생히 살아 있는 저항의 삶을 선택하는 한국인들이 열정이 언젠가 좋은 결말을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항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삶의 질적 변환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비록 이것이 제 생각에 불과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그 시간이 오리라는 걸. 제 믿음이 보답받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12-08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역사는 확실히 나선상의 발전과정 밟아가는것 같아요 반동과 퇴보속에서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요.이러한 역사발전과정 속에서 ‘광장‘의 역할이 중요했죠. 하버마스까지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여기 알라딘 북풀공간이 건전한 공론장의 기능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12-08 21:3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북플이 건전한 공론장의 기능을 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