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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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수독 모임에서 했던 말들을 수정해서 쓴 글)
책을 읽고나면 언제나 저의 마음 속에는 책을 읽은 경험의 영향으로 '작은 자아'가 생겨납니다. 이 '작은 자아'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로 인해 변화된 저의 마음과 변하기 전의 저의 마음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 일종의 정신적 창조물로서 일단 태어나면 제 마음속에서 마음껏 자신의 주장을 떠들어댑니다. 제가 독서모임에 나와서 읽는 책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이 '작은 자아'가 뱉어낸 말을 제 입을 통해 내뱉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보면 독서모임에서 말하는 저라는 존재는 이 '작은 자아'의 대변인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런데 종종, 이 '작은 자아'중에 독특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작은 자아'들은 말을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날뛰는데, 변종 '작은 자아'는 별로 할말이 없다고 말한 뒤에 조용히 내 마음속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만 합니다. 사실 이 변종 '작은 자아'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독서를 하고나서야 생겨나는 것들인데요, 이것들은 저의 독서 행위 자체가 자기완결적으로 되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책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거나 너무 만족스러워서 할 이야기가 없다는 말입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고 나서 생겨난 저의 '작은 자아'도 이런 변종에 속할 겁니다. 35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햔타의 쓸쓸하면서 아름다운 삶의 얘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 제 마음에 와닿아 저를 감복시켜서 할말이 없게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고 느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감정을 말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걸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저는 '재미있다'는 말  외에는 할말이 없습니다.

동시에 제 작은 자아는 저에게 고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고독 속으로 침잠해야 한다고 속삭입니다. 고독 속으로 침잠하여 자기 같은 존재들을 잘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저는 작은 자아의 말에 따라 말없이 고독 속으로 침잠합니다. 고독 속으로 침잠하며 내 마음 속의 작은 자아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봅니다. 작은 자아는 자기가 말한대로 고독 속으로 침잠하더니 곧이어 쓸쓸하게 소멸되는 걸 선택합니다. 그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고나니 더욱 더 침묵할 수밖에 없더군요.^^;; 이상으로 제 말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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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2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이 만족스러울수록 리뷰나 페이퍼에 쓸 말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공감가네요^^

짜라투스트라 2017-03-23 11:0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