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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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의 방정식-미야베 미유키


찬사와 비난. 두 가지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오롯이 존재했다. 우등생에게만 힘을 쏟는 교육자에게는 딱히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87)


나와 비슷한 나이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선생님에게 폭력을 안 당해본 사람이 있을까. 폭력의 더하고 덜함, 폭력의 빈도수는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아마 폭력을 안 당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뺨맞고, 걷어차이고, 얻어맞고, 폭언을 듣고. <음의 방정식>을 읽다보니 나의 학창시절 폭력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성적 때문에 아이들을 무시하는 문제적 교사 히노 다케시라는 인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선생도 인간이니, 학생이라는 살아 있는 인간을 상대하다보면 교육자의 얼굴 아래 본래 있던 인격이 드러나기도 하겠죠. 그것이 학생들의 공감을 불러오거나 반발을 초래할 테고요.(59)


우리 또래가 겪은 학창시절 폭력의 경험을 사회학적으로, 문화연구적으로, 정치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 분석해서 나름의 이유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라든지,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에서 이야기한 사회구성체론이라든지, 급속한 근대화의 산물이라든지, 가부장적 사회와 군사문화의 영향이라든지,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계급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든지 하면서. 그 어느 것이든 분명히 맞는 말이고,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의 방정식>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그 모든 것들 대신에 오직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학생과 인간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기본적인 인간 관계가 어그러졌기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 우리가 우리인 이상은 소용없는 거죠. 히노 선생님에게 우리는 없으니만 못한 학생들이었어요."

...

음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과 학생,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116~117)


어떤 숫자를 넣어도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가 나오는 음의 방정식으로서의 인간 관계. 결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없는 소설 속 '음의 방정식'으로서의 인간 관계는, 오직 좋은 성적만을 원하고 그걸 이루지 못하면 무조건적으로 무시하는 담임 선생님과 그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비롯된다. 무엇을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을 무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담임 선생과의 인간 관계가 잘 되기는 힘들 것이다. 여기에 다른 무언가가 더해진다면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음의 방정식>은 이렇게 얽히고섥힌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물론, 탐정 생활에 익숙해진 탐정 사부로와 <솔로몬의 위증>을 겪고 변호사가 된 후지노 료코가 파헤치는 사건의 전말은 단순하게 선생과 학생 사이의 인간 관계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에 선생과 학생간의 어그러진 인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선생과 학생 간의 인간 관계가 제대로 잡혔다면 무언가 다른 일이 있었다고 해도 <음의 방정식>의 핵심적인 사건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이 학생들을 존중하고, 학생들도 선생들을 존중한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이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권력 관계를 빼고 바라본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읽으면서 재미도 느꼈다. 하나 아쉬운 점은,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사회파적인 느낌이 약하다는 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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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 일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감정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느라 ‘도덕’으로 무장하면서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잖아요. 이걸 참지 못해서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체벌입니다.

짜라투스트라 2016-11-05 16:41   좋아요 0 | URL
맞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