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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ㅣ 소설Q
강성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11.나의 잠과는 무관하게-강성은
시인의 소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봐도 이 책에 나오는 소설들은 어딘가 독특합니다. 산문 같지 않은 느낌, 배경 묘사나 인물설정에서 어딘가 자유스러운 모습 같은. 거기에 저자가 시인이라는 걸 알고 나면 깨닫게 되죠. 이 소설은 시와 소설의 경계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중간 중간 보이는 시적인 묘사,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마치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냥 이어지는 소설의 구성, 급작스러운 상황 전개 등이 가득한 이 소설들은 시-소설이자 소설-시로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매력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소설가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소설가의 개성을 이 저자는 이미 첫 소설집에서 매우 강력하게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적 지문 같은 개성이 가득 담긴,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이런 소설은 오직 강성은 작가만이 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사람들이 갑자기 늙고, 정체 모를 시체들이 마을에 나타나고, 개의 목소리를 번역하는 기계가 등장하고, 버스 기사가 내린 사이에 버스가 갑자기 사라지고, 이 세상 존재 같지 않은 이들이 무한정 버스를 기다리는 등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이 소설 속 세계는 내가 사는 현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언제나 존재해왔습니다. 바로 시인들이 사는 시적 문학의 세계로요. 그러니 소설로 표현된 시적 문학의 세계가 어딘가 낯설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기를. 언제나 존재해왔던 시적 문학의 세계가 산문화해서 나타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