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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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5.인생은 소설이다-기욤 뮈소

 

 

1.

 

기욤 뮈소, 내게 이 이름은 '킬링타임용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 부담감 없이, 그냥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보고 즐기다가 끝나는 영화 같은 소설. 약간의 낭만, 약간의 환상, 흥미로운 전개와 클라이맥스,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까지, 완전히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 나는 기욤 뮈소를 킬링 타임용 영화 같은 느낌으로 지금까지 읽어 왔다. 그런데 <인생은 소설이다>는 조금 다른 것 같다.

 

 

2.

 

항상 비슷한 느낌의 소설을 읽는다는 건, 독자 입장에서 지겨운 일이다. 읽는 독자도 지겨운데, 비슷한 글들을 쓰는 작가도 지겹지 않을까? 나는 기욤 뮈소의 소설들이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전개를 가진 소설들이라고 생각해왔고, 비슷한 소설을 읽으면서 써내는 작가도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작들에서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기욤 뮈소의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2020년작인 <인생은 소설이다>는 그 변화의 정점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3.

 

소설 속 소설인 액자소설 형식에,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방식의 전개는 익숙한 형식이다. 실험적인 소설을 써왔던 프랑스 누보로망 계열의 소설부터, 20세기 후반의 문학의 새로운 부활을 주도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붐소설 작가들과 거기서 비롯된 마술적 리얼리즘을 자신의 스타일로 써온 작가들, 역시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소설을 써왔던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소설들까지, 이런 메타픽션 형식의 소설은 문학을 읽어온 이라면 낯설지 않은 형식이다. 하지만 메타픽션 형식을 기욤 뮈소가 썼다는 건 특별하다.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설을 쓰며, 팔리는 소설로서의 이야기를 써온 작가가 문학적 자의식과 문학적 실험,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메타픽션을 썼다는 것은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실제로 <인생은 소설이다>은 작가와 작중 인물의 대화, 작중 인물끼리의 대화를 통해서 여러가지 문학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을 주고받는다. 창조자인 작가의 권위의 한계에 대한 질문, 작중 인물의 자율성에 대한 토론 같은. 결국은 이 소설은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본령을 지키지만, 동시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품고 가는 소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게 메타픽션이 가진 힘이기에.

 

 

4.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읽히고 팔리는 작품을 써온 로맹 오조르스키가 마주친 현실의 고난, 현실의 고난 앞에서 멈춰진 작품 속 주인공인 소설가 플로라 콘웨이가 소설 속에서 마주친 딸의 실종, 딸의 실종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자신이 작품 속 주인공임을 깨닫고 작가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그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소설과 현실의 교차, 그 뒤로 이어지는 현실과 소설의 문제 해결에까지 이르기까지, 이 작품은 메타 픽션 형식에 기욤 뮈소 특유의 즐겁고 흥미로운 전개를 더하며 끝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의 끝을 본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소설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겉모습을 취한 메타픽션 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욤 뮈소표 소설 같아서 그 힘이 약해보이지만, 문학의 본령을 되묻는 작업을 기욤 뮈소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엔터테인먼트 소설과 예술로서의 소설 그 어디쯤엔가 위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즐거움을 주는 소설과 예술로서의 소설 중간 어디쯤엔가 위치하며 왔다갔다 하는 듯한. 필연적으로 궁금증이 생긴다. 이 다음에 나오는 기욤 뮈소의 소설은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인생의 소설>보다 더 문학적인 소설로 나아갈까? 아니면 예전처럼 즐거운 이야기로 되돌아갈까?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기욤 뮈소가 문학성의 대지로 발걸음을 내딛었으며, 그 발걸음이 이전과는 다른 무엇을 형성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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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0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욤뮈소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하나같이 다 재미있더라구요 완전 잘 읽힘~!! 저도 이책은 정말 좋더라구요. 액자의 액자 구성이 좀 특이하더라구요😆

짜라투스트라 2021-09-10 21:0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특이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