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하)>를 읽음으로써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소설(백치,미성년,죄와벌,악령,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다 읽게 됐다. 다 읽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같은 경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이자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세계의 총결산 같은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읽은 것 자체가 의미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구축한 '도스토예프스키 제국'이라는 그의 문학 세계를 열심히 탐험하고 탐험을 끝낸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 제국'을 '관념의 제국'이라는 말로 바꿔도 될 것 같다. 현실적으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의 세계가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 내면의 관념들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느낌의 관념의 제국.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속에서는 인물들의 현실감이 약하다. 대신에 도스토예프스키 내면의 관념들이 형상화된 독특한 느낌이 있다. 아마도 그 독특함이 인물들의 매력을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그 매력이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읽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어쩌면 그건, 도스토예프스키식의 '문학적 생명력'이자 '문학적 살아 있음'일 것이다. 그 매력에 빠져든다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세계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이 그랬으니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다 읽은 지금, 다시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가 그리워진다. 광적이고,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비열하고, 선하고, 종교적이고, 철학적이고, 정치적이고, 어둡고, 우울하고, 밝고, 극단적인 그 세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