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스토예프스키 5대 장편 소설의 마지막 소설인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기 시작했다. 명성대로 깊이 있고, 무게감 있으며, 지금까지 내가 읽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들 중에서 가장 문학성이 뛰어난 느낌이다. 가히 걸작이자 대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소설처럼 보인다. 이 소설을 가지고 말을 하려고 마음 먹으면, 너무 많은 말을 할 것 같다. 하여서 말을 줄이기로 했다. 쓰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다만 이 말 한가지는 해야겠다. 후반부에 나오는 '대심문관'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깊었다. 종교와 계몽주의, 엘리트주의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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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20-02-0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작들을 읽고 난 직후의 느낌을 말로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먼 훗날을 기약한다면(?) 힘들더라도 리뷰나 페이퍼로 한번쯤 정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39년 전에 읽었는데, 그 당시 책을 읽고 난 직후의 생생했던 느낌을 제대로 기록해 놓지 않아서 아직도 이 책을 볼 때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은 그저 ‘대단하다, 심오하다, 깊디깊은 소설이다‘는 정도로밖에 표현할 수 없거든요.

그나마 등장인물들에 대해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조금 끄적거려 놓은 게 유일한 위안거리랍니다. 장남 표도르는 순박하고 정직하고 어쩌고, 둘째 이반은 무신론자니 어쩌니, 셋째 알료샤는 청순한 박애가니 어쩌니, 사생아 스메르쟈꼬프는 비열하고 꾀가 많고 악마적이니 어쩌니, 조시마 장로는 긍정적이니 어쩌니, 라끼찐은 경박한 재줏꾼이니 어쩌니, 그루셴까는 또 어쩌니.. 정도가 제 기록의 거의 전부입니다.

대작을 읽고 나서 ‘기록‘을 안 남기고 지금도 후회 중인 책들이 정말 많은데, 가령 <전쟁과 평화>, <돈키호테>, <마의 산> 등과 같은 작품들이 그렇습니다.(그 대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에 대해 끙끙거리며 리뷰로 정리해 놓으니, 나중에 그 리뷰들을 볼 때마나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지 모른답니다.) 이런 작품들을 읽고 난 뒤의 생생한 느낌들을 그냥 마음 속으로만 간직한 채 ‘리뷰‘로 정리해 놓지 않으니, 세월이 가면서 자꾸만 그 작품에 대한 구체성은 희미해지고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느낌들만 남는 것 같아요.

짜라투스트라 2020-02-0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하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