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을유세계사상고전
지은이 미상, 정상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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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감상문이나 리뷰가 아니다. 이건 그저 <시경>이라는 책을 읽은 나의 마음의 흔적을 기록한 글일 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

악전고투. 을유문화사판 <시경>을 다 읽은 내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이다. 총페이지 1225페이지, 305편의 시, 무수히 나오는 한자들(참고로 말하면 나는 한자를 잘 모른다.^^;;), 엄청난 양의 주석과 다양한 해석, 너무 무거운 책 무게와 읽는 독자를 압도하는 책 두께,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초조함까지. <시경>이라는 거대한 산을 등반한 지금 내 앞을 가로막은 이 무수한 장애물들을 어떻게 넘었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이 산을 넘었던가. 힘들어도 읽고, 읽기 싫어도 읽고, 그냥 읽고 또 읽고. 오직 읽고 읽음으로서 <시경>의 읽음을 완성했을 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다 읽었다는 감개무량함과 함께. 사실 <주역>과 비교했을 때 <시경>이 어려운 책은 아니다. <시경>은 내용의 어려움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주역>과는 달리, 분량의 압박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그 분량의 어려움을 넘어서서 책을 완독했을 때 나는 다시한번 나약한 나 자신을 이겨낸 채 힘겨웠던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냈다는 사실에 기뻤고, 포기하지 않아 안도했다. 동시에 나는 이제 '동양고전' 읽기가 힘에 부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머리도 아프고 부담도 되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것인가? 포기하고 예전처럼 편안한 책읽기로 돌아갈 것인가? 대답은 'no'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무식한 부지런함으로 읽고 또 읽고 또 읽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힘겨워도 원시적인 사고의 자유스러움과 생명이 살아숨쉬는 고대 중국의 시가 모음집 <시경>이 가진, 어떤 생생한 힘이 주는 유일무이한 경험을 했기에. 앞으로도 나에게 포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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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2018-12-02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경을 읽다니 부럽네요
저는 도전할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짜라투스트라 2018-12-20 18:49   좋아요 1 | URL
아 힘들긴 했는데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나루님도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세요. 분명히 하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