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의 시대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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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기 텍스트에 담아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풍부한 간접 체험이 될 수 있다.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해야 책 읽기가 공부가 된다. 그리고 남이 쓴 글에 깊게 감정을 이입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 가운데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8)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에요.(17)
문자 텍스트를 읽을 때는 글쓴이가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한 지식, 정보, 생각,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읽어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되지 않으면 공감도 교감도 비판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 책에서 얻은 것이 세상과 타인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죠?
그러면 이제 공부의 다른 측면인 글쓰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쓰기는 뭐냐?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믿는 생각,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과 감정도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 모든 것은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겁니다.(75~76)

예전에 영화비평서를 한창 열심히 읽었을 때, 저만의 '비평론'을 한 번 만들어보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개똥철학에 가까웠던 저만의 비평론을 저는 '공감비평'이라고 명명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이왕 썼으니 자세하게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한 공감비평이란, 일단 비평을 하는 텍스트에 깊이 공감하는 첫단계가 있어야 합니다. 텍스트에 깊이 공감하여 텍스트를 만든 이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여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공감의 단계를 거치고 나서 두번째 단계로 비평을 한다는 거죠. 공감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비평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공감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비평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구요.

<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으며 과거에 만들어두었던 저만의 비평론인 '공감비평'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책의 저자인 유시민 씨는 공부와 글쓰기에 관한 강연을 하면서 공감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습니다. 유시민 씨에게 공부란 책을 읽고 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인데, 이 때 공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거죠. 깊이 공감하는 독서의 경험을 해야 자기자신에게 무언가가 깊이 남고, 또 그것이 글쓰기에도 안정적인 토대가 된다는 말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유시민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공감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는 것같지만(^^;;) 공감 없이는 제대로 된 독서의 경험도 없고, 독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글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를 하며 제가 뭐 엄청나게 깊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준 높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정말 맞는 말이거든요.

무엇보다도 제가 유시민 씨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는 공감을 해서 책을 읽을 때 독서가 가장 기쁘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책에 아로새긴 생각과 감정과 삶의 흔적들을 깊이 공감하여 내것으로 받아들일 때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을 느끼는 독서의 경험. 제가 이 맛을 알기 때문에 독서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유시민 씨는 공감해서 읽는 게 가장 좋은 독서의 방법이자 공부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해보면 저는 독서의 즐거움과 공부는 붙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독서야, 이건 공부야, 이건 즐거움이야 라고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공감하여 즐겁게 읽다보면 제대로 된 독서의 경험을 할 수 있고,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공부가 되는 것이죠. 독서와 즐거움과 공부가 하나로 되는 경험. 그것이 저는 공감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경험한 적은 없지만, 유시민 씨의 말에 따른다면 공감독서를 하다보면 좋은 글쓰기로도 이어지겠죠.

적다보니 의욕이 솟구칩니다. 공감해서 잘 읽고 즐거워하며 공부도 하고 글쓰기도 해야겠다는. 이 경험에 지름길은 없을 겁니다. 꾸준히 공감해서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기를 하는 수밖에 없겠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저는 유시민 씨의 말대로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끈기있게 밀어붙여 보겠습니다. 그런데 벌써 글 한 개를 썼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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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23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짧은 글을 선호하는 시대가 될수록 남이 쓴 글에 감정을 이입하고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반대로 글 쓰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거예요. 짧은 글을 쓸 수 있는 SNS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고, 공감(인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최적의 글쓰기 공간이죠. 사람들이 인정하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많으면 자신의 글에 향한 타인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페이스북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페이스북에 글을 정말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글 잘 쓰는 사람치고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어요. 타인에게 비판을 받으면 어떻게든 자신의 글이 틀리지 않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해요. 대화 분위기가 꼬이면 감정싸움으로 번집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보기 싫어서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데도 안 써요.. ^^;;

짜라투스트라 2018-05-24 14: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 일이 종종 있죠. 그래서 저는 페이스북은 그냥 아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는 걸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