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걱정할 것 없어. 당신은 돌고래 호텔에 정말로 포함되어 있는 거야"라고 양 사나이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까지도 줄곧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로도 내내 포함될 거야.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거야. 여기가 당신의 장소란 말이야. 그건 변함이 없어. 당신은 여기에 연결되어 있어. 이곳이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어. 여기가 당신을 맺어 주는 매듭이야." "모든 것?" "잃어버린 것들.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 그런 모든 것들 말이지. 그것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거야." - P173
"그건 이제 곧 알 수 있는 일이야. 그건 이해될 만한 때가 오면 이해될 수 있는 일이거든" - P174
"당신이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같은 이름으로 해두었던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이름이 바뀌어 버린다면 당신은 어디로 가면 될지 알지 못할 것 아닌가? 돌고래 호텔은 틀림없이 여기에 있어. 건물이 달라지건 무엇이 달라지건, 그런 건 관계가 없어. 여기에 있는거야.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이름도 그대로 해둔 거야." - P174
"나도 엄연히 여기에 있어. 여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모두가 제대로 말이지. 다 제대로 생각하고 짜인 거야. 당신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 제대로 잘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 P175
"뭐 까다롭게 생각할 건 없어. 당신이 찾고 있다면, 그건 있는 거야." - P175
"눈에 띄지 않으리라, 눈에 띄지 않으리라, 하고 다짐하면 자연히 눈에 띄지 않게 되어 버리는 법이야." - P176
"숲속의 짐승한테도 잠자리쯤은 있지. 안 그래?" - P176
"여기서의 내 역할은 연결하는 일이야. 그래, 배전반처럼 말이지, 여러 가지 것을 연결한단 말이야. 여기는 매듭짓는 곳이야ㅡ그래서 바로 내가 연결해 주는 거지. 뿔뿔이 흩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단단히 연결해 놓는다고. 그것이 바로 내 역할이거든. 배전반, 연결한단 말이지. 당신이 찾고 손에 넣은 걸 바로 내가 연결한단 말이야. 알겠어?" - P177
"그리고 지금, 당신은 나를 필요로 하고 있어. 당신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자기가 무엇을 찾고 추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 당신은 볼 것을 못 보고, 남에게 보이지도 않거든. 어딘가 가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당신은 여러 가지를 잃어버렸어. 여러 가지 연결의 매듭을 풀어 놓고 말았지. 하지만 그것을 대신할 것을 못 찾고 있어. 그래서 당신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단 말이야, 자기가 그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그리고 실제로 그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지. 당신이 연결되어 있는 장소는 여기뿐이야." - P177
"하지만 나는 뭔가를 느껴. 뭔가가 나와 연결되려 하고 있어. 그래서 꿈속에서 누군가 나를 찾고,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어. 분명 무엇인가와 연결되려고 하는 거겠지. 그런 느낌이 들거든. 이봐, 나는 다시 한번 새 출발을 하고 싶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당신 힘이 필요해." - P177
"당신을 그 무엇인가에 제대로 연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해 보지"라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잘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어. 나도 어지간히 나이를 먹었어. 이젠 전과 같은 힘은 없을지도 몰라. 얼마만큼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겠어. 하지만 말이지, 설령 그게 잘되어 간다 하더라도 당신이 행복해지지 못할지도 몰라. 그것만은 나로서도 장담할 수 없어. 저쪽 세계에는 이미 당신이 가야 할 장소는 어디에도 없을지 몰라. 확실한 건 말할 수 없어. 당신은 아까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젠 꽤 단단히 굳어져 버린 것처럼 보여. 한번 굳어 버린 건 제자리로는 돌아오지 못하는 거야. 당신도 이젠 그렇게 젊진 않아." - P178
"당신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잃어 왔지.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잃어 왔어. 그것이 누구 탓이냐 하는 건 문제가 아냐. 문제는 당신이 그것에 덧붙여 놓은 것에 있지. 당신은 무엇인가를 잃을 적마다, 그것에다 다른 무엇인가를 덧붙여 놓고 와버린 거야. 마치 무슨 표시처럼 말이야. 당신은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은 자신을 위해 따로 간직해 뒀어야 할 것까지도 거기에 두고 와버린 거지. 그래서 당신 자신도 조금씩 조금씩 마멸되어 왔던거야. 왜 그랬을까? 왜 그런 짓을 했던 것일까?" - P179
"하지만 아마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을 거야. 무슨 숙명같은 거겠지. 뭐라고 할까, 꼭 맞는 말이 생각나지 않지만……………." "경향" 하고 나는 말해 봤다. "그래, 그거야. 경향. 나는 생각해. 다시 한번 인생을 새 출발하더라도 당신은 분명 또 같은 짓을 되풀이할 거라고. 그것이 경향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 경향이라는 건,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다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되고 마는 거야. 손을 쓰기엔 늦는거지. 그런 건 나로서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여기를 지키는 일과, 여러 가지 것들을 연결하는 일뿐이야.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P179
"당신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야 해.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만 잠겨 있어서는 안 돼. 그렇게 한댔자 어디에도 갈 수가 없거든. 알겠어?" - P180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춤을 추는 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멈춰 버려. 한번 발이 멈추면 이제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 그러면 당신의 연결고리는 모두가 사라져 버려. 영원히 사라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갈 수 없게 돼.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면 안 돼. 아무리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 데 신경 쓰면 안 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란 말이야. 그리고 굳어 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 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히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든 모두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 버리지." - P180
"하지만 춤을 추는 수밖에 없어" 하고 양 사나이는 말을 이었다.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추는 거야.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추는 거지. 그렇게 하면 나도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 P181
"저, 당신이 말하는 이쪽 세계라는 건 대체 뭐지? 당신은 내가 굳어지면, 저쪽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끌려 들어온다고 했지. 하지만 여기는 나를 위한 세계가 아닌가? 이 세계는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니야?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내 세계로 들어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지? 여기는 현실로 존재한다고 당신이 말하지 않았어?" - P181
"여기에 있는 것은, 저쪽과는 또 다른 현실이야. 당신은 아직 여기서는 살아갈 수 없어. 여기는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넓어. 내가 당신에게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란 어려워.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나로서도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거든. 여기는 물론 현실이지. 이렇게 현실에서 당신과 내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그건 틀림이 없어. 하지만 말이지, 현실이 단 하나밖에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야. 현실은 여러 개가 있지. 현실의 가능성은 몇 개나 있어. 나는 이 현실을 택했어. 왜냐하면 여기엔 전쟁이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에겐 버려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당신은 달라. 당신에겐 생명의 따스함이 아직 뚜렷이 남아 있거든. 그래서 이 장소는 지금의 당신에겐 너무나 추워. 먹을 것만 해도 여기에는 없어. 당신은 아직 여기로 와서는 안 되는거야." - P182
"문득 깨달았어.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 줄곧 당신을 찾아 헤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봐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당신이 갖가지 형태로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그 모습은 굉장히 어슴푸레했지. 어쩌면 당신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그게 전부 당신이었던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느껴." - P182
"그래, 당신의 말대로야.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야. 나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 나는 그림자로서, 단편으로서, 거기에 있었어." - P183
"지금 나는 이렇게 분명히 당신 얼굴이나 형상을 볼 수 있게 됐어. 예전엔 볼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이렇게 볼 수 있게 됐어. 왜 그럴까?" "그건 당신이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야"라고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가야 할 곳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지금 당신은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거지." - P183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거든. 춤을 추는 거야. 아무 생각 말고, 되도록 신나게 춤을 추는 거야. 당신은 그렇게 해야만 해." - P183
"또 얼마 안 가서 만나게 될 거야. 당신이 찾기만 한다면.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어. 나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P184
춤을 추는 거야, 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춤을 추는 거야, 하고 사고가 메아리쳤다. 춤을 추는 거야, 하고 나는 입 밖에 내어 말해 봤다. - P185
현실의 세계ㅡ내가 어쩌면 행복해질 수도 없고, 어쩌면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현실의 세계. - P185
나는 문득 양사나이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존재하고 있다. 이 호텔의 어딘가에 있는 조그마한 시공의 왜곡 속에 그는 있는 것이다. 음, 그는 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틀렸다. 나로선 읽어 낼 수가 없다.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머릿속이 굳어 있어서 글자를 읽어 낼수 없다. 멈춰 있는 것밖엔 읽을 수가 없다. - P188
"이상한 짓도 안 해?" "이상한 짓도 안해." "모두 그런 말 하지만, 똑같이 이상한 짓을 해." "모두 그렇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 해" - P192
어쩔 수 없다. 나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다. 타인에게 좋은 얼굴을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 P193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 P197
내가 찾고, 양 사나이가 연결한다. - P197
분명 그는 그런 말로밖에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형태로밖엔 나에게 표할 수 없는 것이다. - P197
나는 그 양 사나이의 세계를 통해서ㅡ그의 배전반을 통해서ㅡ온갖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었다. 그리고 그 연결에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어째서 혼란이 생겨났는가? 내가 제대로 뭔가를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매듭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 P197
어째서 여러 가지가 이다지도 막연해진 것일까? 연결고리가 혼란해졌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나는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양 사나이의 도움을 빌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연결해 가는 것이다. 상황이 제아무리 막연해 보이더라도,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풀어 놓고, 그리고 연결한다. 나는 상황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 P198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발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안 되겠다, 나는 스스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느 쪽을 향하면 좋을지조차 알지 못한다. 녹이 슨 것이다. 녹슬어서 굳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혼자 있으면, 점점 나 자신이 상실되어 가는 것만 같다. 맙소사,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아무튼 어디서부터인지 시작해야 한다. - P199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될 것인가, 거기서부터 어디로 갈 수 있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더 잃어버릴 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얻으려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한은, 헤어진 아내가 말한 것처럼 나는 온갖 상처를 상대에게 주게 될 것이다. - P199
나는 걸어가면서 머릿속을 계속 정리해 나갔다. - P199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눈을 감고 답을 찾았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양사나이도 없었고, 갈매기들도 없었고, 회색 원숭이마저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방에 나 혼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 방 안에서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서 메말라 지쳐 있었다. 나는 이미 춤을 추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은 서글픈 광경이었다. - P200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는 움직이는 편이 낫다.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는 편이 낫다. 포스가 나와 함께하기를. - P205
문득 나타났다가, 들어왔다가, 사라져 간다. - P210
나는 분명 어딘가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회로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상상과 현실이 뒤얽혀 혼란해져 있는 것이다. - P210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나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건 단순한 환상이었단 말인가? - P210
오케이, 이건 현실이다. 틀림없다. 연결되어 있다. - P211
현실성의 회복을 통한 자기 회복. 어쩌면 이것은 연결의 혼란이 아니라 그것과는 관계없이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연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이 선을 더듬어 갈 수밖엔 없을 것이다. 이 실이 끊기지 않게끔 주의 깊게 더듬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실마리다. 어쨌든 움직일 것. 멈춰 서지 말 것. 계속 춤을 출 것.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출 것. - P213
"지금은 도쿄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돼. 단계적 사고. 전향적인 자세. 종합적 전망. 그런 것들이 내게 요구되고 있어. 그런 것들이 끝나면 다시 여기로 오겠어. 몇 개월이 걸릴지는 몰라. 하지만 틀림없이 돌아오겠어. 왜냐하면, 여기는 나에겐.. 뭐라고 할까, 특별한 장소인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야. 그러니 조만간 여기로 돌아오겠어." - P214
"내가 농담을 하는 건 나로선 그런 게 필요하기 때문이야." - P217
젊은 시절의 기억력이란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무의미한 것들을 참으로 잘 기억하고 있다. - P221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짐은 체크인하지 말고 그냥 두자. 일단 체크인하면 빼내기 귀찮으니까" - P222
포크너와 필립 K. 딕의 소설은, 신경이 어떤 종류의 피곤함을 느낄 때 읽으면 이해가 매우 잘된다. 나는 그런 시기가 오면 으레 그의 소설을 읽는다. 그 밖의 시기에는 거의 읽지 않는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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