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주인공인 화자는 한동안 묵었던 돌고래 호텔(돌핀 호텔)을 떠나 도쿄로 돌아가려고 비행기를 예약한다. 그렇게 홀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투숙하면서 알게 된 호텔 여직원으로부터 부탁 하나를 받게 된다. 한 여자 아이가 있는데, 그 부모가 급한 일이 생겨서 아이를 호텔에 내버려두고 다른 먼 곳으로 떠난 관계로 그 여자 아이를 도쿄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함께 동승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화자는 그 직원과의 관계가 나름대로 돈독해져 있던 터라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렇게 화자와 그 여자아이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공항 인근의 날씨가 좋지 못한 관계(눈, snow)로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4시간 후에 출발할 거라는 방송을 듣는다. 결국 중간에 시간이 붕 떠버리는 상황이 되었는데, 화자는 이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공항 인근의 렌터가 사무실을 방문하여 차를 빌린뒤 차 안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드라이브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긴다. 오늘 밑줄친 첫 문장은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화자의 사고(思考)과정을 물 흐르듯 보여준다.

좀 더 전향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사고하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적극적인 사고의 힘. 오 분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자, 좀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번득였다. 잘될지도 모르겠고, 잘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시끄럽고 담배 냄새에 찌든 고리타분한 곳에서 멍하니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 P224

"정말 좋은 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렇겠지"라고 나는 말했다. "정말 좋은 건 아주 적거든. 무엇이든 그래. 책이나, 영화나, 콘서트나, 정말로 좋은 건 적어. 록 뮤직이란 것도 그렇지. 좋은 건 라디오를 한 시간 동안 들어도 한 곡 정도밖에 안나와. 나머진 대량생산의 찌꺼기 같은 거야. 하지만 예전엔 그런 걸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무엇을 듣건 제법 재미있었어. 젊었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게다가 사랑을 하고 있었어. 시시한 것에도,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떨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 내가 하는 말 알겠어?" - P227

"다들 그것을 도피라고 불러. 하지만 뭐 그건 그걸로 됐어.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네 인생은 네 것이야. 무엇을 원하느냐만 명백하다면, 너는 너 좋을 대로 살면 되는 거야. 남이 뭐라고 하건 알 게 뭐야. 그런 녀석들은 커다란 악어에게 먹혀 죽으라지. 나는 예전에, 너만 한 나이에 그렇게 생각했었어. 지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건 어쩌면 내가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내가 영원히 옳은 것인지도 몰라. 아직 잘 모르겠어. 정답은 좀처럼 쉽게 알 수가 없어." - P228

나도 아직은 버려진 건 아니다. 나는 스크루지 영감은 아닌 것이다. - P230

"다들 제멋대로 저 좋은 걸 먹으면 되잖아. 안 그래? 어째서 타인에게 음식점까지 일일이 지시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어째서 메뉴의 선택법까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그런 데서 소개하는 음식점은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맛도 서비스도 자꾸자꾸 떨어지게 돼. 십중팔구는 말이야.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이지. 그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야. 무언가를 찾아내선 그걸 하나하나 점잖게 격을 떨어뜨려 가는 거야. 새하얀 것을 찾아내어 때투성이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그것을 사람들은 정보라고 부르지. 생활공간의 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저인망을 펼쳐 놓는 것을 정보의 세련화라고 불러. 나 스스로 하고 있는 그런 일에 이젠 진절머리가 나." - P233

"인간과는 달라. 이런 건 말이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감정이거든. 인간에 대한 감정이란 건 그것과는 달라. 상대에게 맞춰서 늘 미세하게 변화해. 흔들리거나, 망설이거나, 부풀거나, 꺼지거나, 부정되거나, 상처를 입기도 해. 대개의 경우 의식적으로 통할 수는 없어. 스바루를 대하는 것과는 달라." - P239

모든 것은 내일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내일 생각할 수 있는 일은 내일 생각하자. - P244

이럴 때의 전화기는 내버려 둔 시한폭탄 같다. 언제 울리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가능성만이 시간을 새긴다. - P247

자세히 보면 전화기라는 건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다. 참으로 기묘하다. 평소엔 깨닫지 못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입체성에는 불가사의한 절실함이 느껴진다. 전화는 무슨 이야기인가를 몹시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도 보이며, 거꾸로 그렇게 전화라는 형태로 속박되어 있음을 증오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것은 서툰 육체를 부여받은 순수개념처럼 보인다. 전화. - P248

나는 전화국을 생각했다. 선이 연결되어 있다. 이 방에서 쭉 어디까지나 그 선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원리적으로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가 있다. 앵커리지에도 전화를 걸 수 있다. 돌핀 호텔에도, 헤어진 아내에게도 전화를 걸 수 있다. 거기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 연결점은 전화국에 있다. 컴퓨터가 그 연결점을 처리하고 있다. 숫자 배열에 의해 연결점이 전환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한다. 전선이나 지하 케이블이나 해저터널이나 통신 위성 등을 통해서 우리는 연결된다. 거대한 컴퓨터가 그것을 통제하고 있다. - P248

그러나 그것이 제아무리 우수하고 정밀한 방식이라 해도,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연결할 수 없다. 게다가 설사 그런 의지를 가졌다 해도, 이번처럼 이쪽이 상대의 전화번호를 모른다면(물어보는 걸 잊었다) 연결될 수가 없다. 또한 번호를 제대로 들었다 해도, 잊어버리거나 메모를 분실해 버리는 수도 있다. 번호를 외우고 있더라도 다이얼을 잘못 돌리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디로도 연결되지 못한다. 우리는 지극히 불완전하고 반성을 모르는 종족인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내가 설령 그런 조건들을 완비해서 유키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해도, 그녀는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안녕(딸깍!)"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거기에 대화라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일방적인 감정의 제시일 수밖에 없다. 전화는 그런 사실에 초조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249

그녀는 (그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나는 전화라는 것을 여성형으로 취급하기로 한다) 자신이 순수개념으로서 자립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초조해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불확실하며 불완전한 의지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로서는 너무나 불완전하고, 너무나 우발적이며, 너무나 수동적인 것이다. - P249

커뮤니케이션이란 건 그런 것이다. 불완전하고 우발적이며 수동적인 것이다. 그것을 순수개념으로서 취급하기 때문에 그녀는 초조해하는 것이다. - P249

그녀는 나의 불완전성과 우발성과 수동성을 비난했다. 그녀는 초조해했다. 우리는 잘해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요구하는 것, 그녀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과 나의 존재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아내는 커뮤니케이션의 자립성 같은 것을 요구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얼룩 한 점 없는 백기를 내걸고 사람들을 빛나는 무혈혁명으로 선도해 가는 그런 장면을. 완전성이 불완전성을 삼키고 치유해 버리는 그런 상황을. 그런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의 사랑이었다. 나는 물론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 사랑이란 어색한 육체를 부여받은 순수한 개념이며, 그것은 지하 케이블이나 전선을 뭉그적뭉그적 통과해 가까스로 어떻게 해서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굉장히 불완전한 것이다. 가끔 혼선도 있다. 번호도 알지 못하게 된다. 잘못된 전화가 걸려오는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탓은 아니다. 우리가 이 육체 안에 존재하고 있는 한 영원히 그런 것이다. 원리적으로 그런 것이다. - P250

정말로 딱한 건 얼마든지 있다. 그녀는 아직 알지 못할 뿐이다. - P259

샐러리를 다 먹고 나서,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생각했다. 스파게티로 할까 싶었다. 마늘 두 알을 굵직하게 잘라서 올리브오일로 볶는다. 프라이팬을 기울여 기름을 고이게 하고 오래 시간을 들여 뭉근한 불로 볶는다. 그다음에 빨간 고추를 통째로 넣어 마늘과 함께 볶는다. 쓴맛이 나기 전에 마늘과 고추를 꺼낸다. 언제 꺼낼지 시간을 맞추기가 제법 까다롭다. 햄을 잘라서 넣고, 매콤해질 때까지 볶는다. 거기에다 막 삶은 스파게티를 넣어 살짝 섞은 다음 잘게 다진 파슬리를 뿌린다. 그러고 나서 산뜻한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샐러드. 나쁘지 않다. - P260

"인간이란 이상해.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단 말이야. 정말이지,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일 년, 일 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 고탄다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고." - P268

"누가 나쁜 건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건 이미 발생한 일이고 이젠 기정사실이야. 그리고 나는 시간을 들여 그 사실에 익숙해지려고 했어.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 P269

"사실을 회피할 도리는 없어." - P269

"어차피 드라마라는 건 다 흔히 있는 이야기니까." - P279

"흔히 있는 이야기라는 건 대중의 지지를 받거든." - P280

"요컨대 신뢰감의 문제인거야, 네 말대로. 내가 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떤지 하는 것. 시청자들은 나를 신뢰해 주지. 하지만 그건 허상이야. 그저 이미지일 뿐. 전원을 끄고 영상이 사라져 버리면, 난 제로야. 안 그래?" - P282

"하지만 혹시 내가 진짜 의사나 선생님을 하고 있다면, 스위치 같은 건 없지. 나는 언제나 나거든."
"하지만 지금만 해도 연기하고 있는 네 자신이라는 건 언제나 존재하고 있지 않아?"
"가끔 아주 지쳐 버려, 그런 것에"라고 고탄다는 말했다. "굉장히 지쳐. 두통이 나. 진짜 자기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거든. 어느 것이 나 자신이고 어느 것이 등장인물인지 말이야. 자기를 잃어버리는 수가 있어. 자기와 자기 그림자의 경계선이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리지." - P282

"누구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지." - P282

"마치 나 자신이라는 건 전혀 없는 거나 다름없었어. 다만 그저 그러는 게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걸 해왔을 뿐이야." - P283

"행운이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것만 같은 느낌이야. 한밤중에 문득 잠에서 깨어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참을 수 없이 두려워져.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나라는 실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난 연신 내 앞에 돌아오는 배역을 다만 그저 부족함 없이 연기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결국 그 무엇도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못했어." - P286

"떠들고 싶을 땐 실컷 떠드는 게 좋아." - P286

"눈앞에 카드가 나란히 줄지어 있었어. 아무 거나 집기만 하면 됐지. 어느 걸 집어도 잘될 것만 같았어. 자신은 있었어. 그래서 오히려 고를 수가 없었어." - P292

"난 카드 같은 거 본 적도 없어" - P292

"한번 흐름이 형성되기만 하면, 그건 완전히 현실적인 힘을 띠게 된단 말이야." - P293

"나는 어김없이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지. 하지만 글렀어. 내가 진정으로 잡으려고 들면, 달아나고 만단 말이야. 여자도 그렇고, 배역도 그렇고, 상대방이 원하면 난 최고로 잘해 낼 수 있어. 하지만 나 자신이 요구하면 모두 손가락 사이에서 쓱 빠져 달아나고 말아." - P293

"패셔너블한 맨션도 필요 없어. 마세라티도 필요 없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정직한 직업과 작지만 건실한 가정이 있으면 그걸로 돼. 애도 갖고 싶고." - P294

"그녀에게 쓸쓸함이란 건 누군가의 힘으로 해소되어야 하는 감정인 거야. 누군가가 해소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면 끝나는 거지. 거기서부터 더는 나아가지 않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 - P295

"우리에게 현실 생활은 없단 말이야. 우리는 뭐랄까, 단지 이미지야. 허공에 떠 있는 거지. 두둥실. 이름 같은 거 환상에 붙인 그저 그런 기호에 불과해. 그래서 우리도 되도록이면 서로의 이미지를 존중하려고 해." - P304

만나서 어떻게 할지는 만나고 나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308

나는 조금씩 발이 스스로 움직임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걸음이 가볍고 확실해졌으며, 그러면서 머리의 움직임에도 예전과 달리 예민함이 느껴졌다. 나는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목적을 가졌으며, 지극히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를 터득해 왔다. 나쁘지 않은 징후였다. 춤춘단 말이다, 하고 나는 느꼈다. 이것저것 생각해도 소용없다. 어쨌든 제대로 스텝을 밟고, 자신의 체계를 유지할 것. 그리고 이 흐름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 가는지 주의 깊게 계속 주시할 것. 이쪽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 P312

실상과 이미지가 혼란되어 있었다. - P314

나에게도 역시 이미지랄 것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다 나의 그 이미지에 감탄하는 것일까? 아마 그렇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누가 나의 실상에 감탄한단 말인가? - P314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어. 하지만 목표가 있고, 시행착오가 있어야 일은 비로소 달성되는 법이니까." - P316

"나도 자기방어를 하지 않으면 죽고 마는 걸." - P317

"세상엔 돌발 사고라는 게 있어. 예상치도 못한 일이 갑작스레 일어나거든. 세계는 넓고 복잡하니까, 어떤 경우엔 힘에 부치는 일이 생겨날지도 몰라." - P319

첨단의 도시 생활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브루터스」에 쓰여 있었다. - P325

"물론 당신이 기댈 만한 법률은 있어. 국민의 권리도 있고. 하지만 그런 데 기대려면 시간이 걸리지. 시간이 걸리는 동안, 당신은 불쾌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 법률이라는 건 굉장히 복잡해서 시간이 걸리니까. 아무래도 현장의 운용 여하에 달려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거든." - P331

우리와 송장은 전혀 달라. 송장이란 건 말이야, 석상과도 같은 거란 말이야. 이렇게 분수령이 있는데, 거길 한 걸음이라도 넘으면 제로가 되거든. 완전한 제로가 되는 거지. 그다음은 화장되기를 기다릴 뿐. - P334

적어도 나는 살아 있었다. 적어도 나는 호흡을 할 수 있었다. - P344

"사소한 것이 나중에 가서 제법 도움이 돼. 사소한 것이 사건을 해결한 예는 얼마든지 있어. 반대로 사소한 것을 소홀히 했다가 후회한 예도 간혹 있지." - P346

우리는 모두 아주 연약한 인생을 보내고 있어. - P348

그는 이미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남자야. - P348

하잘것없다고 하면 하잘것없지. 하잘것없는 이미지고, 하잘것없는 세상이기도 해. - P348

나로선 이렇게 할 수밖엔 없어. 그것이 나의 생존방식이야. 나의 시스템이야.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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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본문에서는 주인공인 화자와 그에게 호감을 느낀 미도리라는 여대생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미도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소위 돈 좀 있는 집의 자식들이 다닌다는 한 사립학교에 다녔었는데, 그 무리들 속에서도 다시 계급이 나뉘어져서 겉으로는 아닌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6년 내내 상대적 열등감에 빠져있었던 과거를 화자에게 고백한다.

그러면서 화자에게 부자들의 최대 이점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데,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들이 나오지만 여기서 개인적으로 느낀 교훈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결국 자기 만족이라는 것은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실질적인 것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부자의 최대 이점이 뭐라고 생각해?"
"몰라"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야. 가령 내가 반 친구한테 뭘 좀 하자고 하면 상대는 이렇게 말한단 말이야. ‘나 지금 돈이 없어서 안 돼‘라고. 그런데 내가 그런 입장이 된다면, 절대 그런 소리를 못하는 거야. 내가 만일 ‘지금 돈이 없어.‘ 라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돈이 없다는 소리니까. 비참해질 뿐이지. 예쁜 여자가 ‘나 오늘은 얼굴이 엉망이니까 외출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못생긴 여자가 그런 소릴 해봐. 웃음거리만 될 뿐이야. 그런 게 내 세계였던 거야. 작년까지 육 년간이나." - P101

"비결이라니, 어떤 비결이지?"
"이를테면 말이야, 남이 쓸 수 없는 그런 걸 조금만 끼워놓으면 되거든." - P101

"찾아내려고만 하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는 것이고, 찾을 수 없으면 적당히 만들어내면 되지, 뭐." - P102

요리를 만들면, 만드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게 된다고 - P110

"그건 말이야, 자기가 남이 좋아해주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어떤 사람은 못마땅해하는지도 모르지." - P112

 "어떤 사람들에게 사랑이란 건 아주 사소한, 혹은 시시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거기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거지." - P121

지극히 평범한 여자애라면 무엇이 공정한지 아닌지보다는 무엇이 아름다운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하는, 그런 것을 중심으로 사물을 생각하기 마련이야. ‘공정‘이란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가 사용하는 말인 것 같아. - P133

만일 내가 네 마음속에 어떤 상처를 남겼다면, 그것은 너만의 상처가 아닌 나의 상처이기도 해. 그러니까 그 일로 나를 미워하거나 하진 말아줘.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야. 난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불완전한 인간이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네게서 미움을 받고 싶지 않은 거야. 네게 미움을 받거나 한다면, 나는 정말 산산조각 나버릴 거야. 나는 너처럼 자신의 껍질 속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 P133

이상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하면서 주위를 보고 있자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일그러져 보이는 거야. 어느 날 담당 의사에게 그 말을 했더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옳다고 했어. 그는 우리들이 이곳에 와 있는 건, 그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진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어. 우리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진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거야. 사람마다 걸음걸이에 버릇이 있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사고방식, 사물에 대한 견해에도 버릇이 있고, 그것은 고치려 해도 갑자기 고쳐지는 것이 아니며, 무리하게 고치려들면 다른 데가 이상해져버린다는 거야. - P135

우리는 확실히 자신의 비뚤어짐에 잘 순응하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 비뚤어짐이 불러일으키는 현실적인 아픔이나 고통을 적절하게 자기 안에 자리 잡게 할 수 없어서, 또 그런 것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 이곳에 들어와 있는 셈이야. 이곳에 있는 한 우리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바로 그 점이 이곳이 바깥 세계와 전혀 다른 점이야. 바깥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비뚤어진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거든. 하지만 우리의 이 작은 세계에서는 비뚤어짐이야말로 전제 조건이지. 우리는 인디언이 머리에 자신의 부족을 나타내는 깃털을 꽂고 있듯이, 비뚤어짐을 몸에 달고 있어. 그리고 서로가 다치지 않도록 조용히 살고 있는 거야. - P136

프랑스어의 ami(친구) - P138

"우선 첫째로 상대방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것. 그리고 자기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것. 둘째는 정직할 것. 거짓말을 하거나 꾸며대거나, 사정이 좋지 않다고 얼버무리지 말 것. 그러면 되는 거야." - P149

"나이가 들면 말이지.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게 몸이 달라지거든." - P160

"그렇지만 그 사람(나가사와 선배)의 경우는 자기 마음속에 비틀려 있는 것을 모두 질서정연하게 계통을 세워서 이론화하고 있거든.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여기 데려와봐. 이틀이면 나가버릴 거야. 이것도 알았고, 저것도 알았고, 이젠 다 알았다고 하면서 말이지. 그런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세상에선 존경을 받는 거야." - P167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는 인간을 믿어선 안 된다는 글을 쓴 사람이, 자기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스콧 피츠제럴드가 아니었나? 나 그 책, 자기한테 빌려 읽었잖아." - P167

"죽은 사람은 그대로 죽은 채 변하지 않지만 우리는 앞으로 더 살아야 하니까." - P168

나는 꼼짝하지 않고 그 작은 불빛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불빛은 나에게 타다 남은 영혼의 마지막 떨림과 같은 것을 연상시켰다. 나는 그 불빛을 두 손으로 감싸 확실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나는 개츠비가 강 건너편의 작은 불빛을 매일 밤 지켜보던 것처럼, 가늘게 흔들리는 그 불빛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 P171

"가끔 저렇게 되거든. 흥분하고, 울고. 그래도 차라리 저런 상태는 나은 거야.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까. 무서운 건 드러나지 않을 때거든. 그렇게 되면 감정이 몸속에 쌓이고 점점 굳어가는 거야. 온갖 감정이 뭉쳐 몸속에서 죽어가지. 그 지경이 되면 큰일이야." - P172

"뭐든지 정직하게 말해. 그게 가장 좋아. 혹 그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더라도, 아니면 아까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을 흥분시키는 결과가 되더라도 긴 안목으로 보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당신이 진심으로 나오코의 회복을 바란다면, 그렇게 해. 처음에도 말했지만 나오코를 돕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저 아이를 회복시킴으로써 자기도 회복되기를 바라야 하는 거야. 그게 이곳의 방법이야. 그러니까 당신도 여러 가지 일을 정직하게 말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지, 여기서는. 밖에선 모든 걸 다 정직하게 말하지는 않을 테니까." - P173

"저 아이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약간 복잡하게 엉킨 줄처럼 뭉쳐 있어서, 그걸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게 중요해. 그걸 푸는 데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어떤 기회에 툭 하고 한꺼번에 풀릴지도 모르고, 뭐 그런 거야." - P173

"제일 중요한 것은 말이야. 초조해하지 않는 거야." - P174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일이 얽히고설켜 있어도, 절망에 빠지거나 조바심이 나서 무리하게 서두르면 안 돼.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서서히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 P174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또 시간을 들여도 완전히 낫지 않을지도 몰라. 당신,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 P174

"기다리는 건 괴로운 거야." - P174

"저는 할 수 있는 한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르겠거든요. 그러니 레이코 씨가 말한 것처럼 저와 나오코는 서로 도와야 하고, 그 방법밖에는 서로를 구원할 길이 없을 것 같군요." - P174

"당신이 그래도 좋다면 그걸로 된 거야. 그게 당신의 인생이니까 당신 스스로 정하면 되는 거야.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신을 마모시키지 말라는 거야. 알겠어? 그런 식으로 사는 게 얼마나 아까워." - P175

그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인생에는 내가 모르는 좋은 일이 아직도 가득 채워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 P179

"걸핏하면 선생을 바꾸는 아이는 누가 가르쳐도 잘 안 될 게 뻔하거든." - P182

"사람은 뭔가 한 가지 일에 대해 거짓말하기 시작하면 거기에 맞춰서 한없이 거짓말을 더 하게 된다고. 그게 바로 허언증虛言症이지." - P183

셰에라자드 :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왕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의 딸 - P186

"이따금 나 자신도 뭐가 어떻게 됐는지 모를 때가 있어." - P187

"우리가 지불해야 할 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고지서가 이제야 돌아온 거야." - P191

"난 아침이 제일 좋아."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모든 게 처음부터 새로 시작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점심때가 되면 슬퍼져. 저녁이 제일 싫고. 매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당신들도 나처럼 나이를 먹는 거야, 아침이 오고 밤이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말이야." 하고 레이코 씨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금방이야, 그런 거." - P200

"나이 드는 게 즐겁지는 않지만, 다시 한 번 젊어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하고 레이코 씨는 대답했다.
"왜 그런데요?" 하고 내가 물었다.
"귀찮으니까. 뻔한 거잖아." 하고 레이코 씨가 대답했다. - P200

"세상엔 기차 시간표를 조사하는 게 좋아서 온종일 그 시간표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냥개비를 이어서 일 미터나 되는 배 모형을 만드는 사람도 있어." - P208

"우린 모두 어딘가 뒤틀리고, 비뚤어지고, 헤엄도 제대로 못 쳐서 점점 물속에 가라앉는 인간들이야. 나도, 기즈키도, 레이코 언니도, 모두 그래. 어째서 좀 더 정상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건, 내겐 그렇게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야." - P208

"나오코나 기즈키, 레이코 씨가 어딘지 비뚤어져 있다곤 도저히 생각되지 않거든. 내가 생각하는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들은 다들 멀쩡하게 바깥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어." - P208

"가끔 한밤중에 잠이 깨면, 견딜 수 없이 무서워질 때가 있어." 나오코는 내 팔에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 "이렇게 비뚤어진 채로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이대로 여기서 늙어 죽어가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몸 안의 심지까지 얼어붙어버리는 것 같아. 끔찍해. 괴롭고, 춥고." - P209

"우리가 정상이라는 점은." 하고 레이코 씨가 말했다.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지." - P218

"여기 오래 있다 보면 공기 냄새로 대개 날씨를 알게 돼." - P219

"난 이류 성냥개비보다는 일류 성냥갑 쪽이 더 좋아." - P221

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어. 대단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서 재능을 무산시켜버리고 마는 그런 사람들 말이야. 난 그런 사람들을 여러 명 봐왔지. 아무튼 처음에는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지. 예컨대 아주 까다로운 곡도 악보를 한 번 보고는 거침없이 치는 사람이 있어.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그만 압도되어버리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당할 수 없어,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뿐이야. 그들은 거기서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거든. 왜 그럴까? 그건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노력하는 훈련으로 다져져 있지 않기 때문이야. 망쳐버리는 거지. 어설픈 재능이 있어서 어릴때부터 노력하지 않아도 꽤 잘해내고, 모두가 잘한다, 잘한다 치켜세우니까 노력 따위를 시시하게 여기는 거야. 다른 아이들이 삼 주일 걸리는 곡을 그 절반 동안의 기간에 해치우니, 선생도 이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에 다음 단계로 그냥 넘어가버리거든. 그것 역시 남들의 절반 동안에 해치우고, 또 앞으로 나아가고. 그래서 노력이라는 건 알지도 못한채, 인간 형성에 필요한 어떤 요소를 빠뜨리고 지나쳐버리는 거지. 이건 비극이야. - P222

썩은 사과가 주위의 다른 것까지 못쓰게 만들듯, - P223

그 예쁜 피부를 한 꺼풀 벗기면 속은 전부 썩은 살덩이일 뿐이지. - P233

무슨 소리를 하든지 세상 사람들이란 자기들이 믿고 싶은 말밖엔 믿지 않는 법이거든. - P233

"그는 99퍼센트 완벽하게 해줬어. 하지만 1퍼센트, 단 1퍼센트 때문에 모든 게 빗나간 거야. 펑! 하고. 우리가 쌓아올려왔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완전히 제로가 되어버린 거야. 그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 P236

"한심한 얘기지. 우리가 그토록 고생하면서, 여러 가지를 조금씩 쌓아올려왔는데도 말이지. 무너질 때는 정말 한순간이야. 눈 깜짝할 새에 무너져 모든 게 사라져버리는 거야." - P236

"여기서 나가 바깥세상과 관계를 맺는다는 게 겁이 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게 두려워." - P236

"People are strange when you are a stranger (낯선 곳에 가면 사람들이 낯설게 보여요)." _짐 모리슨의 노래 - P247

"어딜 가나 당나귀 똥뿐이야. 여기에 있든 저기에 가든. 세상은 온통 당나귀 똥뿐이야."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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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6-10-10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읽은 하루키의 책이고 이책으로 인해 하루키의 팬이 되었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10-10 09:27   좋아요 1 | URL
예 저는 하루키가 썼던 다른 책들을 읽다가 최근에서야 이 상실의 시대를 읽어보게 되었는데, 작가님 특유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 또한 Conan님 처럼 하루키의 팬이 되어서 요근래에 하루키가 썼던 작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읽어보고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각각의 작품들끼리 뭔가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은근 중독성 있더라구요.^^
 

주인공인 화자는 돌핀 호텔에서 알게 된 한 여직원과 얘기를 나누다가 그 여직원이 호텔 16층에서 다소 비현실적인 일을 경험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후 화자는 이 호텔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그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렇게 동분서주하며 돌핀 호텔에서 지내기를 반복하다가 화자는 얼마전 호텔 여직원이 말해준 것과 유사한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본능이 이끄는대로 흐름에 따라 한 발 한 발 내디딘 끝에 화자가 마주하게 된 건 바로 ‘양 사나이‘였다. 이 ‘양 사나이‘는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에 썼던《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소설에 등장했던 캐릭터이기도 한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주인공인 화자 앞에 등장한다. 참고로《양을 쫓는 모험》에서는 돌핀 호텔이 돌고래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었는데, 이 《댄스 댄스 댄스》의 스토리 상으로는 과거에 있던 낙후된 돌고래 호텔을 거대기업이 새롭게 인수하면서 낙후된 시설을 철거하고 새롭게 건축함과 동시에 이름을 돌핀 호텔로 바꿔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전작《양을 쫓는 모험》과 이 《댄스 댄스 댄스》의 스토리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에서 ‘양 사나이‘는 ‘포함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는 표현을 반복해서 언급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하나는 소설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배경(장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양을 쫓는 모험》에서 시작되었던 돌고래 호텔(돌핀 호텔)에 관한 이야기가 이 《댄스 댄스 댄스》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독자인 나도 아직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것이 아니기에 내가 위에 끄적인 이런저런 생각들이 무조건 맞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냥 지금까지 읽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일 뿐이다. 문학이라는 게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있는 수학같은 것이 아니기에 주관적인 해석의 차원에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어쨌거나 이런 과정들을 통해 작품에 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지 않나 싶다.

"괜찮아, 걱정할 것 없어. 당신은 돌고래 호텔에 정말로 포함되어 있는 거야"라고 양 사나이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까지도 줄곧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로도 내내 포함될 거야.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거야. 여기가 당신의 장소란 말이야. 그건 변함이 없어. 당신은 여기에 연결되어 있어. 이곳이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어. 여기가 당신을 맺어 주는 매듭이야."
"모든 것?"
"잃어버린 것들.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 그런 모든 것들 말이지. 그것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거야." - P173

"그건 이제 곧 알 수 있는 일이야. 그건 이해될 만한 때가 오면 이해될 수 있는 일이거든" - P174

"당신이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같은 이름으로 해두었던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이름이 바뀌어 버린다면 당신은 어디로 가면 될지 알지 못할 것 아닌가? 돌고래 호텔은 틀림없이 여기에 있어. 건물이 달라지건 무엇이 달라지건, 그런 건 관계가 없어. 여기에 있는거야.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이름도 그대로 해둔 거야." - P174

"나도 엄연히 여기에 있어. 여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모두가 제대로 말이지. 다 제대로 생각하고 짜인 거야. 당신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 제대로 잘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 P175

"뭐 까다롭게 생각할 건 없어. 당신이 찾고 있다면, 그건 있는 거야." - P175

"눈에 띄지 않으리라, 눈에 띄지 않으리라, 하고 다짐하면 자연히 눈에 띄지 않게 되어 버리는 법이야." - P176

"숲속의 짐승한테도 잠자리쯤은 있지. 안 그래?" - P176

"여기서의 내 역할은 연결하는 일이야. 그래, 배전반처럼 말이지, 여러 가지 것을 연결한단 말이야. 여기는 매듭짓는 곳이야ㅡ그래서 바로 내가 연결해 주는 거지. 뿔뿔이 흩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단단히 연결해 놓는다고. 그것이 바로 내 역할이거든. 배전반, 연결한단 말이지. 당신이 찾고 손에 넣은 걸 바로 내가 연결한단 말이야. 알겠어?" - P177

"그리고 지금, 당신은 나를 필요로 하고 있어. 당신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자기가 무엇을 찾고 추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 당신은 볼 것을 못 보고, 남에게 보이지도 않거든. 어딘가 가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당신은 여러 가지를 잃어버렸어. 여러 가지 연결의 매듭을 풀어 놓고 말았지. 하지만 그것을 대신할 것을 못 찾고 있어. 그래서 당신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단 말이야, 자기가 그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그리고 실제로 그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지. 당신이 연결되어 있는 장소는 여기뿐이야." - P177

"하지만 나는 뭔가를 느껴. 뭔가가 나와 연결되려 하고 있어. 그래서 꿈속에서 누군가 나를 찾고,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어. 분명 무엇인가와 연결되려고 하는 거겠지. 그런 느낌이 들거든. 이봐, 나는 다시 한번 새 출발을 하고 싶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당신 힘이 필요해." - P177

"당신을 그 무엇인가에 제대로 연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해 보지"라고 양사나이는 말했다. "잘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어. 나도 어지간히 나이를 먹었어. 이젠 전과 같은 힘은 없을지도 몰라. 얼마만큼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겠어. 하지만 말이지, 설령 그게 잘되어 간다 하더라도 당신이 행복해지지 못할지도 몰라. 그것만은 나로서도 장담할 수 없어. 저쪽 세계에는 이미 당신이 가야 할 장소는 어디에도 없을지 몰라. 확실한 건 말할 수 없어. 당신은 아까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젠 꽤 단단히 굳어져 버린 것처럼 보여. 한번 굳어 버린 건 제자리로는 돌아오지 못하는 거야. 당신도 이젠 그렇게 젊진 않아." - P178

"당신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잃어 왔지.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잃어 왔어. 그것이 누구 탓이냐 하는 건 문제가 아냐. 문제는 당신이 그것에 덧붙여 놓은 것에 있지. 당신은 무엇인가를 잃을 적마다, 그것에다 다른 무엇인가를 덧붙여 놓고 와버린 거야. 마치 무슨 표시처럼 말이야. 당신은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은 자신을 위해 따로 간직해 뒀어야 할 것까지도 거기에 두고 와버린 거지. 그래서 당신 자신도 조금씩 조금씩 마멸되어 왔던거야. 왜 그랬을까? 왜 그런 짓을 했던 것일까?" - P179

"하지만 아마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을 거야. 무슨 숙명같은 거겠지. 뭐라고 할까, 꼭 맞는 말이 생각나지 않지만……………."
"경향" 하고 나는 말해 봤다.
"그래, 그거야. 경향. 나는 생각해. 다시 한번 인생을 새 출발하더라도 당신은 분명 또 같은 짓을 되풀이할 거라고. 그것이 경향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 경향이라는 건,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다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되고 마는 거야. 손을 쓰기엔 늦는거지. 그런 건 나로서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여기를 지키는 일과, 여러 가지 것들을 연결하는 일뿐이야.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P179

"당신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야 해.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만 잠겨 있어서는 안 돼. 그렇게 한댔자 어디에도 갈 수가 없거든. 알겠어?" - P180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춤을 추는 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멈춰 버려. 한번 발이 멈추면 이제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 그러면 당신의 연결고리는 모두가 사라져 버려. 영원히 사라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갈 수 없게 돼.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면 안 돼. 아무리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 데 신경 쓰면 안 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란 말이야. 그리고 굳어 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 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히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든 모두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 버리지." - P180

"하지만 춤을 추는 수밖에 없어" 하고 양 사나이는 말을 이었다. "그것도 남보다 멋지게 추는 거야.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추는 거지. 그렇게 하면 나도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 P181

"저, 당신이 말하는 이쪽 세계라는 건 대체 뭐지? 당신은 내가 굳어지면, 저쪽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끌려 들어온다고 했지. 하지만 여기는 나를 위한 세계가 아닌가? 이 세계는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니야?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내 세계로 들어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지? 여기는 현실로 존재한다고 당신이 말하지 않았어?" - P181

"여기에 있는 것은, 저쪽과는 또 다른 현실이야. 당신은 아직 여기서는 살아갈 수 없어. 여기는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넓어. 내가 당신에게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란 어려워.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나로서도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거든. 여기는 물론 현실이지. 이렇게 현실에서 당신과 내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그건 틀림이 없어. 하지만 말이지, 현실이 단 하나밖에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야. 현실은 여러 개가 있지. 현실의 가능성은 몇 개나 있어. 나는 이 현실을 택했어. 왜냐하면 여기엔 전쟁이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에겐 버려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당신은 달라. 당신에겐 생명의 따스함이 아직 뚜렷이 남아 있거든. 그래서 이 장소는 지금의 당신에겐 너무나 추워. 먹을 것만 해도 여기에는 없어. 당신은 아직 여기로 와서는 안 되는거야." - P182

"문득 깨달았어.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 줄곧 당신을 찾아 헤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봐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당신이 갖가지 형태로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그 모습은 굉장히 어슴푸레했지. 어쩌면 당신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그게 전부 당신이었던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느껴." - P182

"그래, 당신의 말대로야.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야. 나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 나는 그림자로서, 단편으로서, 거기에 있었어." - P183

"지금 나는 이렇게 분명히 당신 얼굴이나 형상을 볼 수 있게 됐어. 예전엔 볼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이렇게 볼 수 있게 됐어. 왜 그럴까?"
"그건 당신이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야"라고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가야 할 곳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지금 당신은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거지." - P183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거든. 춤을 추는 거야. 아무 생각 말고, 되도록 신나게 춤을 추는 거야. 당신은 그렇게 해야만 해." - P183

"또 얼마 안 가서 만나게 될 거야. 당신이 찾기만 한다면.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어. 나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P184

춤을 추는 거야, 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춤을 추는 거야, 하고 사고가 메아리쳤다.
춤을 추는 거야, 하고 나는 입 밖에 내어 말해 봤다. - P185

현실의 세계ㅡ내가 어쩌면 행복해질 수도 없고, 어쩌면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현실의 세계. - P185

나는 문득 양사나이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존재하고 있다. 이 호텔의 어딘가에 있는 조그마한 시공의 왜곡 속에 그는 있는 것이다. 음, 그는 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틀렸다. 나로선 읽어 낼 수가 없다.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머릿속이 굳어 있어서 글자를 읽어 낼수 없다. 멈춰 있는 것밖엔 읽을 수가 없다. - P188

"이상한 짓도 안 해?"
"이상한 짓도 안해."
"모두 그런 말 하지만, 똑같이 이상한 짓을 해."
"모두 그렇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 해" - P192

어쩔 수 없다. 나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다. 타인에게 좋은 얼굴을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 P193

매듭, 하고 나는 생각했다. - P196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 P197

내가 찾고, 양 사나이가 연결한다. - P197

분명 그는 그런 말로밖에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형태로밖엔 나에게 표할 수 없는 것이다. - P197

나는 그 양 사나이의 세계를 통해서ㅡ그의 배전반을 통해서ㅡ온갖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었다. 그리고 그 연결에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어째서 혼란이 생겨났는가? 내가 제대로 뭔가를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매듭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 P197

어째서 여러 가지가 이다지도 막연해진 것일까?
연결고리가 혼란해졌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나는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양 사나이의 도움을 빌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연결해 가는 것이다. 상황이 제아무리 막연해 보이더라도,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풀어 놓고, 그리고 연결한다. 나는 상황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 P198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발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안 되겠다, 나는 스스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느 쪽을 향하면 좋을지조차 알지 못한다. 녹이 슨 것이다. 녹슬어서 굳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혼자 있으면, 점점 나 자신이 상실되어 가는 것만 같다. 맙소사,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아무튼 어디서부터인지 시작해야 한다. - P199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될 것인가, 거기서부터 어디로 갈 수 있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더 잃어버릴 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얻으려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한은, 헤어진 아내가 말한 것처럼 나는 온갖 상처를 상대에게 주게 될 것이다. - P199

나는 걸어가면서 머릿속을 계속 정리해 나갔다. - P199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눈을 감고 답을 찾았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양사나이도 없었고, 갈매기들도 없었고, 회색 원숭이마저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방에 나 혼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 방 안에서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서 메말라 지쳐 있었다. 나는 이미 춤을 추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은 서글픈 광경이었다. - P200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는 움직이는 편이 낫다.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는 편이 낫다. 포스가 나와 함께하기를. - P205

문득 나타났다가, 들어왔다가, 사라져 간다. - P210

나는 분명 어딘가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회로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상상과 현실이 뒤얽혀 혼란해져 있는 것이다. - P210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나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건 단순한 환상이었단 말인가? - P210

오케이, 이건 현실이다. 틀림없다. 연결되어 있다. - P211

연결의 혼란을 해소할 것. - P212

현실성의 회복을 통한 자기 회복. 어쩌면 이것은 연결의 혼란이 아니라 그것과는 관계없이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연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이 선을 더듬어 갈 수밖엔 없을 것이다. 이 실이 끊기지 않게끔 주의 깊게 더듬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실마리다. 어쨌든 움직일 것. 멈춰 서지 말 것. 계속 춤을 출 것.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출 것. - P213

"지금은 도쿄에 가서 여러 가지 일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돼. 단계적 사고. 전향적인 자세. 종합적 전망. 그런 것들이 내게 요구되고 있어. 그런 것들이 끝나면 다시 여기로 오겠어. 몇 개월이 걸릴지는 몰라. 하지만 틀림없이 돌아오겠어. 왜냐하면, 여기는 나에겐.. 뭐라고 할까, 특별한 장소인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야. 그러니 조만간 여기로 돌아오겠어." - P214

"내가 농담을 하는 건 나로선 그런 게 필요하기 때문이야." - P217

젊은 시절의 기억력이란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무의미한 것들을 참으로 잘 기억하고 있다. - P221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짐은 체크인하지 말고 그냥 두자. 일단 체크인하면 빼내기 귀찮으니까" - P222

포크너와 필립 K. 딕의 소설은, 신경이 어떤 종류의 피곤함을 느낄 때 읽으면 이해가 매우 잘된다. 나는 그런 시기가 오면 으레 그의 소설을 읽는다. 그 밖의 시기에는 거의 읽지 않는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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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인 화자는 약 4년 반 전에 머물렀었던 돌고래 호텔(돌핀 호텔)에 다시 방문한다. 이 호텔은 《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저자의 작품에도 등장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댄스 댄스 댄스(상)》의 초반부에도 등장한다. (혹시라도 이 《댄스 댄스 댄스》를 읽어볼 의향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먼저《양을 쫓는 모험》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4년 반이라는 기간은 신기하게도 두 소설이 출간된 연도의 터울과도 비슷한데, 본문에 대략적인 설명이 나와 있긴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년 반 전에 저자가 묵었던 돌고래 호텔은 건물이 노후화되어 있었고 다른 호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소 특이한 분위기같은 것이 있었던 반면, 4년 반 만에 재방문한 이 호텔은 단지 호텔의 이름만 동일할 뿐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소유주가 기존의 낙후된 건물을 허물고 높은 층수의 하이엔드 호텔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 주변의 거리도 변화의 물결에 합세하여 조금씩 변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목도한 화자는 왠지모를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데,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이러한 상실감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여기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여기엔 내가 찾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 P79

오랫동안 혼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것을 다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때때로 혼잣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북적거리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기도 한다. 중고 스바루 차에 친밀한 애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시대에 뒤떨어져 간다. - P79

의자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봤다. 엉터리 같은 방송밖엔 하고 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저작물著作物의 구토물을 보여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작물이라서 별로 더럽지는 않지만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진짜 구토물처럼 보인다. - P80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해야 할 일도 없거니와,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나는 돌고래 호텔에 숙박하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다. 그 근본 명제인 돌고래 호텔이 없어져 버린 셈이니, 어찌할 수도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 P87

시간을 하릴없이 허비하기도 어지간히 힘든 일인 것이다. - P90

우선 뭘 해야 할지 결정된 셈이다. 기어를 낮게 놓아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고 해도, 상황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다. - P93

"그 호텔엔, 즉 말이죠, 뭔가 좀 이상한 데가 있어요. 좀 비정상이라고나 할까..... 일그러진 데가 있어요." - P98

"있긴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선 여태껏 누구한테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느낀 건 굉장히 구체적인데도, 막상 그것을 말로 하려면 그런 구체성 같은 것이 자꾸자꾸 엷어져 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제대로 말할 수가 없어요." - P98

"꿈과는 또 달라요. 꿈이라는 건, 저도 자주 꾸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러가잖아요, 그 사실성이.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아요. 언제까지고 똑같아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사실적이에요. 언제까지고 거기에 그대로 있다고요. 눈앞에 쏙 떠올라요." - P99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품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그것이 자꾸자꾸 부풀어 오르지." - P109

"무엇과 무엇이 문득 연결되는 거야. 무엇인가를 계기로." - P110

"여러 가지 연결 방식이 있는 거야." - P110

"눈 치우기 같은 거야. 어쩔 수 없으니까 하고 있는 거야.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 P114

"그런 건 만성이 돼. 일상생활에 파묻혀서 어느 것이 상처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거야.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지. 상처라는 건 그런 거야. 이거다 하고 끄집어내어 보여 줄 수도 없어.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대수로운 상처가 아냐." - P115

그런 것은 그저 아는 것이다. - P117

왔다가 사라져 갈 뿐이다. - P117

"이야기할 것이 많을 때엔 조금씩 이야기하는 게 제일 좋은 거야. 그렇게 생각해. 어쩌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 P120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 육감은 틀리지 않더라고요."
"오랫동안 하다 보면 틀리는 수도 있죠. 확률적으로."
"그야 그렇지만" - P121

호텔의 아침 식사란 하루만 지나도 질린다. - P122

섹스의 영역에서 공정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의미를 갖는 것인가, 하고 나는 자문해 봤다. 섹스에서 공정성을 찾는다면 차라리 이끼가 되는 게 낫지 않느냐, 그러는 편이 간단하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 P118

모든 것은 면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다. 그것이 고도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가장 거액의 자본을 투자하는 자가 가장 유효한 정보를 입수하며, 가장 유효한 이익을 얻게 된다. 누가 나쁜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본투자란 그런 것을 내포한 행위인 것이다. 자본투자를 하는 자는 그 투자액에 상응한 유효성을 요구한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타이어를 발로 걷어차고 엔진을 살펴보듯이, 천억의 자본을 투자하는 자는 그 투자의 유효성을 세세히 검토하며, 때로는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 세계에선 공정성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지기에는 투자 자본의 액수가 너무 크다. - P124

거대 기업이라는 건 그런 루트 같은 것도 꽤나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회사는 정치가에서 소설가, 록 싱어, 폭력배에 이르기까지, 입김이 작용할 만한 자들을 모조리 거느리고 있다. 일본도를 든 해결사 패거리가 들이닥친다. 경찰도 그런 사건에는 그렇게 열심히 손을 쓰려 하지 않는다. 경찰의 제일 위에까지 이야기는 이미 통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부패랄 것도 아니다. 시스템이다. 그것이 자본투자다. 물론 예전부터 많건 적건 그런 일은 있었다. 예전과 다른 점은, 그 자본의 그물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치밀해지고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거대 컴퓨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하여 세계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이 그 그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P125

집약과 세분화에 의해 자본이라는 것은 일종의 개념으로까지 승화됐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종교적 행위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본이 갖는 역동성을 숭배한다. 그 신화성을 숭배한다. 도쿄의 땅값을 숭배하며, 번쩍거리는 포르쉐가 상징하는 것을 숭배한다. 그것 이외에는 이 세계에는 이미 신화 따위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고도자본주의 사회다.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간에,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 P125

선악이라는 기준도 세분화됐다. 세속화된 것이다. 선 가운데에도 유행을 좇는 선과 유행을 좇지 않는 선이 있다. 악 가운데에도 유행을 좇는 악과 유행을 좇지 않는 악이 있다. 유행을 좇는 선 가운데에도 포멀한 것과 캐주얼한 것이 있고, VIP 같은 것이 있고, 쿨한 것이 있고, 첨단 유행을 걷는 것과 속물스러운 것이 있다. 짝짓기도 즐길 수 있다. 미쏘니Missoni의 스웨터에 트루사르디Trussardi의 바지를 입고, 폴리니Pollini 구두를 신듯이 복잡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런 세계에서 철학은 자꾸자꾸 경영 이론을 닮아 간다. 철학은 시대의 역동성에 근접하는 것이다. - P126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구석구석에 그물이 쳐져 있다. 그물 바깥에는 또 다른 그물이 있다. 어디로도 갈 수가 없다. 돌을 던지면 그것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 정말 그런 것이다. - P126

아무도 그런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거대 자본이 부정하게 정보를 입수해서 토지를 매점하고, 또는 정치적 결정을 강요하고, 그 말단에서 폭력배가 작은 신발가게 주인을 협박하거나, 인기 없는 작은 호텔의 경영자를 구타했다 해서, 누가 그런 일에 신경을 쓰겠는가? 그런 것이다. 시대는 흐르는 모래처럼 계속 흘러간다. 우리가 서 있는 장소는 우리가 서 있던 장소가 아니다. - P127

나는 돌고래 호텔의 지배인을 생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실패의 그림자에 뒤덮인 그 불행한 남자를. 그에게는 이 시대를 타고 넘을 힘이 없었던 것이다. - P127

그는 나에게 있어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미 통과해 버린 영역‘에 속해 있었다. 내가 그를 거기에 밀어 넣은 건 아니다. 그가 스스로 거기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고, 그 두 갈래 길은 여간해선 교차하지 않는 것이다. 그뿐이었다. - P128

가끔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용기를 북돋워 줄 필요가 있었다. - P131

세계에는 두 가지 색깔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회색과 검정. 그것이 일정 시간을 두고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 P131

할 일이 없으면 여러 가지 일을 시간을 들여 정성껏 하게 된다. - P131

"경향이라는 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 P139

스페인 전쟁이라는 건 정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담고 있는 전쟁이다. 옛날엔 제법 그런 전쟁이 있었다. - P145

피로라는 것은 미추美醜나 연령과는 관계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비나 지진이나 벼락이나 홍수처럼. - P146

그녀는 시계를 보고 일어섰다. "고마워"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도 없이 쓱 밖으로 나갔다. 이것이 이날의 유일한 쓸 만한 일이었다. 하찮은 일이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나날의 하찮은 사건에서 기쁨을 찾아내며 하찮은 인생을 보내고, 그러곤 죽어 갔을 것이다. 수영을 배우기도 하고, 미라를 만들기도 하면서. 그런 것들의 집적을 사람들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148

제트족jet set, 여행을 많이 다니는 부자들 - P149

그것은 두려울 정도의 완벽한 어둠이었다. 어느 하나도 형태 있는 것을 식별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의 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무엇이 있다는 기척마저 느낄 수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검은색의 허무뿐이다. 그런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순전히 관념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육체가 어둠 속으로 용해되고, 실체를 갖지 않는 ‘나‘라는 관념이 마치 엑토플라즘ectoplasm처럼 공중에 떠오른다. 나는 육체로부터 해방되어 있으나, 새롭게 가야 할 장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허무의 우주를 방황하고 있다. 악몽과 현실의 기묘한 경계선을. - P156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는 거야. - P157

이제 그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머릿속의 공백을 무언가로 채워 버리고 싶다. 공포탓이다. 공백 속으로 공포가 스며들어 오는 것이다. - P159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에서 무의미한 이미지를 몰아낸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계속 있을 수만도 없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여기에 오지 않았는가? - P159

무엇이든 생각하지 않으면 공포에 점점 몸이 지배당할 것이다. - P160

나는 침묵의 어둠 속을 벽을 따라 나아갔다. 나는 그 이상 더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봤자 별수 없다. 다만 시간을 연장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발을 앞으로 내미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주의 깊게, 확실하게. - P163

흔들리고, 끝어당겨지고, 응축한다. 시간의 왜곡에 맞추어서 나 자신도 왜곡되는 것이다. 유령의 집 거울에 비치는 모습처럼. - P165

아무것도 두려워할 건 없다.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 P165

그저 연결되어 있을 뿐인 것이다. - P165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그것은 말했다. "줄곧 기다리고 있었어. 안으로 들어와."
나는 눈을 뜨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양 사나이였다. - P166

"조심해야지. 죽고 싶지 않다면, 조심하는 게 좋아. 전쟁이라는 건 반드시 있는 거야. 언제든 반드시 있어. 없을 리가 없다고. 없는 것처럼 보여도 반드시 있어. 인간이란 건 말이야, 내심 서로 죽이는 걸 좋아하거든. 그리고 다들 지쳐 떨어질 때까지 서로 죽이는 거야. 지쳐 떨어지면 얼마 동안 쉬지. 그러곤 다시 죽이고 죽기를 시작해. 뻔한 일이야.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어쩔 수도 없는 거야. 그런 것이 싫다면 다른 세계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 P169

"이 장소를 잊어버릴 순 없었어. 잊어버리려고 하면, 무엇인가가 반드시 나로 하여금 여기 생각을 하게 했지. 필시 여기는 나에게 특별한 장소인 거겠지. 좋든 싫든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렇게 느껴. 꿈속에서 그렇게 느낀거지. 여기서 누군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나를 찾고 있다고. 그래서 나는 여기에 올 결심을 하게 된 거야.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 P171

"어쨌든, 당신이 여기에 온 건 당신이 여기로 와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그 점에 관해서 당신은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어. 필시 누군가가 이 장소를 통해서 당신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테지. 아마 누군가가 당신을 찾고 있을 테지. 당신이 그렇게 느낀다면, 아마 그게 맞을 거야. 하지만 그건 그렇고 지금 당신이 여기로 되돌아온 건 참으로 당연한 일이야. 새가 둥지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야. 자연스러운 것이지. 반대로 말한다면, 당신이 돌아오려고 생각지 않는다면, 여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야." - P172

나는 나 자신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 왔다.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 나로선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라고.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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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몇 달 전에 하루키가 쓴 여행 에세이 중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돌아다니면서 남겼던 글을 읽었었다. 《비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 라는 책이었다. 당시 독자인 내가 그 두 나라를 직접 두 발로 걸어다니며 여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말처럼 저자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두 나라를 구석구석 여행하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목차를 간략히 살펴보니 오늘 시작하는 이 책에서는 지난번 책에서 가보지 않았던 그리스의 다른 섬들과 더불어 이탈리아 곳곳을 방문한 얘기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막판엔 오스트리아 지역도 일부 방문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튀르키예의 옛 노래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게 된다.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ㅡ터키의 옛 노래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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