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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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 저자의 책인《곤충사회》라는 책을 읽고난 뒤 저자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갖던 찰나에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먼저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총평을 살짝 해보자면 이 책은 저자의 교육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문화들과는 약간 다른 각도로 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 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 대한 아쉬움만을 나타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자가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해 몸소 느꼈던 외국 교육 시스템들을 소개하면서 그것의 좋은 점들을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도 담겨있다. 다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저자께서 제시하는 대안들이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이상적인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장기적인 방향에서는 옳은 방향이라는 것에는 독자인 나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총평은 대략 이 정도로 하고 일단 본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저자로부터 배울만한 삶의 태도와 관련된 얘기를 한 가지 덧붙여보겠다.

가장 먼저 저자가 ‘미리 하는 것‘ 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이 나온다. 예를 들어, 마감기한이 1주일 뒤라고 한다면 그 전날까지 그 일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몇 일의 여유를 두고 일단 일을 끝낸 뒤 남은 기간동안 1차적으로 완성한 일을 다시 검토하면서 일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단순히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서 일을 일단 여유있게 마쳤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지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잠시나마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충분히 미리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일들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마감기한이 닥쳐오면 위기의식을 느끼고 부랴부랴 움직이는 일이 많았던 내 자신에게 괜시리 미안해졌다. 문득 몇 달전 출간된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이 쓰신 책 제목《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어찌보면 마감기한을 앞둔 일들을 미리미리 잘 준비하는 것이 모든 일의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바보들은 늘 결심만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말에 나오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별히 신경써야겠다.


뒤이어서 본문에 나온 내용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크게 문학적 글쓰기와 과학적 글쓰기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두 글쓰기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적어보자면 전자는 기승전결의 구조에 맞춰 결론이 뒤에 나오는 방식이고 후자는 결론을 맨 앞에 적고 그 결론에 관한 근거들을 후술하는 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서 문학적 글쓰기에 능했다고 하는데, 유학생활을 하면서는 논문같은 것들을 많이 쓰다보니 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글쓰기 방식의 정체성에 대해 잠시 혼란이 오기도 했다는 얘기도 덧붙이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는 글의 목적에 맞게 문학적 글쓰기든 과학적 글쓰기든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쓰는 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사견을 덧붙이자면 여기 나온 글쓰기도 마찬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간에 그 일을 하는 목적에 맞는 전략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독자인 나든 이 리뷰를 읽는 여러분들이든 혹은 다른 누구든 간에 자신의 목적에 적합하게 행동해야지 그냥 아무런 목적도 없이 행동하는 건 그닥 의미가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목적이라고 하니까 꼭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뭐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휴식이나 놀이같은 것이라도 심신이 지친 자신을 리프레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나는 그 자체로 목적이 있고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하는데, 이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고 이러한 창의성이 또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저자가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독자인 나도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저자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또 다른 분들이 쓰신 이 책에 대한 서평들을 읽어보면서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적으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는 또한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내기는 어렵다‘(p.136) 는 말과 함께 독자들에게 글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는데 이는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라고 느껴졌다. 이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하기 때문(p.134)이다.

이어 p.144에서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독서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가질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또한 이를 위해 저자는 책을 공략(p.145) 하라고 하는데 이러한 공략은 결국 독서하는 사람의 지식의 영토를 넓히는 것(p.146)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토 확장이 계속되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뒤이어 저자의 삶의 태도와 관련하여 배울만한 것으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p.154) 는 것이 있었다. 이는 물론 저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깨달은 거라 한국 사회와는 약간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수 했을 때의 망신살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일단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질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혹여나 저질렀는데 실수가 아니면 가장 좋고 만약에 실수가 나오더라도 사과하면서 쿨하게 넘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약간의 용기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p.158에서 ‘숙의‘라는 개념과 함께 ‘숙론‘에 대해서 나오는데 먼저 ‘숙의‘라는 것은 여럿이 특정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 ‘토론‘의 뜻을 합하여 저자는 일종의 신조어인 ‘숙론‘ 을 만들었는데, 때마침 몇 달 전에 저자의 신작 제목이《숙론》이라고 나왔기에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특별히 p.158에 눈길이 한 번 더 갔다.


뒤이어 p.195에서는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이 들어가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지도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지도교수의 이름이 들어가야 학교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자인 나도 처음에는 지도교수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과 관련해서 대학원생들이나 조교수들이 연구한 것에 숟가락만 얹는 거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봤던 것이 사실인데,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는 저자가 교수이기에 자기 방어를 위한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결국 학문활동이나 연구를 지속하는 것도 금전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디 연구활동 뿐이겠는가? 분야를 막론하고 적어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것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 번 사는 인생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죠.(p.182)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p.189)

이런 문장들을 보면서 타의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었고, 내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멘탈을 관리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문장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뒤이어서 p.217에서는 걷기가 두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얘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요즘 함께 읽고 있는 책 중에《왜 걸어야 하는가》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어서 진짜 크게 보면 모든 것이 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p.233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명언 하나가 나오는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

이 말은 동물학자인 저자가 침팬지들의 학습과정을 예로들며 우리 인간도 단순히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배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인용한 문장이라고 느껴졌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저자는 공부의 활력을 위해 우리 인간들이 상호간에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의 마음도 결국에는 자연의 마음과 같다는 말을 하며 자연의 마음을 경험해보자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하는데, 이게 어찌보면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사실 어떤 것의 본질을 좇아가다보면 인간도 결국 자연에 속한 한 개체이기에 저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자연에 속해있고 자연은 인간들로 이루어져있기에 우리 인간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잘 배운다면 이 사회가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위에 정리해본 내용 외에도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들은 다른 분들이 쓰신 서평들을 통해 좀 더 보충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일단 내가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끄적여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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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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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건축물, 동서양의 문화, 새로운 생각, 앞으로의 미래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저자만의 특별한 설명과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본문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함께 보면서 읽다보니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을 도슨트가 직접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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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오늘 읽은 부분에선 욕과 관련하여 저자가 가진 신념들...

1년전 오늘 포스팅했던 글인데 저자의 말에 동의하시는 분도 그렇지 않으신 분도 있겠지만, 그건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일듯하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의 소제목을 붙여보자면 교‘욕‘학개론 정도로 이름 붙이면 딱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진짜 욕나오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그러한 인간들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도로 참조해볼만 하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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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획일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주의 양식‘ 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봤었는데, 이 양식이 유행했던 20세기 후반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명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시대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통 성당 건축에서 보여지는 높은 층고 같은 것들이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시기였는데, 이러한 흐름에 역행한 건축가가 바로 루이스 칸Louis I. Kahn이었다.

루이스 칸에 대한 얘기 다음에는 일본의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에 관한 얘기가 이어진다.

본문을 읽다보면 안도 다다오만의 의 독특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물의 교회‘ 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볼 수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공간처럼 보이는 것도 저자의 글을 통해 좀 더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는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갔을 때 다양한 전시물 혹은 작품들을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감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책에서는 직접 음성으로 얘기를 들을 수 없으니 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와 비슷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바람의 교회‘ 역시 관련 사진과 함께 저자의 설명을 따라 읽다보면 마치 그 현장을 직접 견학하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읽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전통적인 성당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천장고를 가진 아름다운 돔 공간은 낭비되는 공간으로 치부되었다. 과거에는 100미터 높이의 돔을 가진 성당을 지었다면 지금은 엘리베이터와 형광등의 도움으로 같은 볼륨의 공간에 25층짜리 사무실을 꽉 차게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 P278

그런데 이러한 국제주의 양식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 루이스 칸Louis I. Kahn (1901~1974)이라는 건축가다. 칸은 모던하기만 했던 건축에 기능이 없는 빈 공간을 재도입함으로써 국제주의 양식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 P278

칸이 디자인한 대부분의 건축물은 서양 전통 건축의 특징인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동시에 중앙에는 높은 빈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는 여타 국제주의 양식 건물처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만, 동시에 서양 전통 건축에서 사용했던 상하좌우 대칭의 기하학적 공간을 만들고, 특별한 기능이 없는 큰 부피의 빈 공간을 만든다. 그는 근대 건축에서 사라졌던 서양의 전통 문화 유전자와 콘크리트 기술을 융합시켜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 P278

칸이 디자인한 공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자연 채광을 실내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인공조명을 할 수 있는 형광등의 발전으로 현대 건축은 더 이상 자연 채광을 받아들이기 위한 높은 천장고에 세로로 긴 창이나 천창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모든 건물은 천장고가 2.4미터 정도로 낮게 디자인된다. 루이스 칸이 디자인한 공간은 천장이 높고 다채로운 모습을 띠는데, 그 이유는 자연 채광을 건물 내부로 들이려 하다 보니 나온 디자인이다. 이때 건물이 위치한 위도에 따라서 채광창의 모습도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 P278

근대 이전의 모든 건축물은 자연 채광을 도입하려고 노력했지만 형광등 보급 이후 기술에 의존하면서 자연과 분리된 건축을 하게 되어 왔는데, 칸은 과거의 전통을 현대 건축에 재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통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새롭게 진화시켰다. - P279

‘킴벨 미술관‘은 외부에서 보면 텍사스에 있는 곡물 창고인 ‘사일로silo‘를 눕혀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이 사일로 혹은 격납고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붕이 둥그런 형태를 띠어서인데, 볼트 구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트란 반원형의 아치 구조를 한쪽 방향으로 쭉 늘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P283

‘킴벨 미술관‘은 이렇듯 평범하고 단조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면 아주 놀라운 공간이 연출된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볼트와는 다르게 볼트 천정면의 가장 높은 정수리 부분이 천창으로 되어 있어서 강렬한 텍사스의 빛을 유입하기 때문이다. 천창으로 들어온 햇빛은 곡면 금속판에 반사되어 다시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곡면 천장을 비춘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가장 어두워 보이는 천장면이 달 표면처럼 빛을 낸다. 자연 채광 빛뿐만 아니라 재료가 가진 고유의 질감과 색감을 극대화한 실내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 P283

구조적으로 보면 볼트 구조 천장의 가장 높은 부분은 가장 많은 압축력을 받는 곳이다. 그래서 그곳은 예부터 가장 단단한 돌로 만들었다. 그 단단한 돌을 ‘키스톤‘이라 부르는데, 중요한 부분을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쓰기도 한다. - P283

하지만 칸은 이러한 전통을 거꾸로 뒤집어서 구조적으로 가장 필요한 키스톤을 빼내고 그 빈자리를 통해 빛이 들어오게 했다. 이것이 전통을 해석하는 칸의 방식이다. 아치를 쓰더라도 그냥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치를 밑으로 180도 회전해서 두 개의 아치가 위아래로 대칭된 모양을 만들어 벽에 동그란 구멍을 낸다든지, 건물의 입구를 정면 가운데에 위치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건물의 모서리 부분에 배치하는 식이다. 얼핏 보면 전통적으로 보이나 자세히 보면 근본적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전통의 재해석을 추구해 왔다. - P284

오래되었다고 낡고 버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래된 것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 P284

루이스 칸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건축가다. 옛 전통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새로움을 창조해 냈다. 루이스 칸은 킴벨 미술관에서 과거의 볼트 구조를 사용했지만 새로운 기술인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철근콘크리트는 내부에 철골이 보강되어서 고전적인 돌로 만든 볼트 천장보다 구조적으로 더 단단하기 때문에 볼트 천정의 꼭데기의 키스톤 자리에 부분적으로 구멍을 뚫어도 압력을 견딜 수 있어서 천창을 뚫을 수 있었다. - P284

새로운 창조를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 유전자를 섞어야 한다. 가장 손쉽게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만드는 방법은 다른 지역의 문화에서 찾는 것이다. 동서양이 다르게 발전하였고 이 둘은 융합되면서 2차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지리적 발견이 끝난 20세기 후반에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찾기 힘들게되었다. 그래서 루이스 칸이 찾은 방식은 과거의 문화에서 필요한 유전자의 다양성을 찾는 것이었다. - P284

유대인들은 특정 기하학의 조합이 영적인 힘을 갖는다고 믿었고, - P285

원에 삼각형이 내접하는 모습들은 기존의 서양 건축에서는찾아보기 힘든 기하학의 조합이다.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은 유대의 전통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 P285

‘알함브라궁전‘은 스페인을 정복한 이슬람인들이 만든 궁전이다. 사막에서 살았던 이슬람인들에게 천국은 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그래서 이슬람인들은 ‘알함브라궁전‘을 디자인할 때 물을 여러 가지 형태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수와 수水공간을 디자인하였다. - P288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 - P290

바라간은 캘리포니아 라호이아에 있는 ‘소크 연구소‘ 현장에서 "이 공간에 나무나 잔디 대신에 돌로 포장된 중정을 만드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소크 연구소‘의 입면으로 하늘을 갖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라간은 칸에게 비움을 통해서 진정한 자연을 얻으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칸이 만들려고 했던 나무가 심긴 정원은 인공의 자연인 반면, 바라간이 이야기한 비워진 중정을 통해 얻는 하늘은 진정한 자연이다. 칸은 바라간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유명한 나무 한 그루 없이 비워진 ‘소크 연구소‘ 중정을 만들었다. - P290

마치 료안지龍安寺의 ‘선의 정원‘에서 나무를 없애고 모래와 돌로만 구성된 명상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듯이, 칸 역시 ‘소크 연구소‘에 빈 공간을 만듦으로써 도가식 정원이 주는 침묵을 얻을 수 있었다. - P290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道는 영원불변永遠不變의 도가 아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불변의 이름이 아니다. 이름 없는 것은 천지의 처음이고,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다.
(「노자 도덕경」 1장, 남만성 역) - P290

나는 위대한 건물은 ‘잴 수 없는 것unmeasurable‘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며, 디자인 과정에서 ‘잴 수 있는 것measurable‘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지막에는 ‘잴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루이스 칸) - P293

루이스 칸은 건축의 본질상 물질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잴 수 있는 것‘을 통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하지만 건축의 처음과 끝은 결국 ‘잴 수 없는 것‘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 P293

칸이 말하는 ‘잴 수 없는 것‘ 은 노자가 말하는 ‘이름 없는 것‘ 즉 말로 표현할수 없는 도道를 말하는 것이고, ‘잴 수 있는 것‘은 ‘이름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가치는 측량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라 믿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 측량할 수 있는 형이하학적인 건축을 통하는 것이라는 루이스 칸의 생각은 다분히 노자스럽다. - P293

칸은 침묵하는 동양의 보이드 공간을 서양의 기하학적인 틀에 성공적으로 맞춰 넣은 건축가다. 루이스 칸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건축가로 추앙받는다. 그가 그렇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하는 능력에 있다. - P293

코르뷔지에와 미스가 서양 건축가로서 근대의 새로운 기술에 동양의 문화 유전자를 융합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면, 루이스 칸은 현대식 건축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서양 전통 건축, 도가 사상, 유대 민족 문화까지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문화적 유전자를 섞어서 융합시킨 건축가였다. - P293

미스나 코르뷔지에가 한 융합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문화 유전자를 빌려 쓰는 ‘공간을 뛰어넘는 융합 능력‘이라면, 루이스 칸은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문화 유전자를 도입하는 ‘시간을 뛰어넘는 융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간을 초월한 융합 능력‘이 칸을 위대한 건축가로 만든 것이다. - P294

나는《드래곤 볼》의 스토리가 동서양 종교 문화의 융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서양에 걸쳐서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가 된 거라 생각한다. - P295

서양의 전통 종교 패러다임은 기독교다. 기독교의 핵심 스토리는 ‘메시아 사상‘이다. 메시아 사상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끝에 구세주인 메시아가 나타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이야기 구조다. 동양의 대표적 종교 중 하나인 불교의 핵심 스토리는 뭘까? 부처가 자기계발을 통해서 각성하여 열반에 이르고 초월적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를 섞은 것이 「드래곤 볼」만화의 골자다. - P295

「드래곤 볼」이야기 초반에 우주의 절대 강자인 ‘초사이어인‘이라는 메시아가 나타날 것이라는 신화를 복선으로 깐다. ‘초사이어인‘이란 ‘사이어‘라는 외계 종족이 있는데, 그 종족 중에서 초인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프리저라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막강한 악당이 나타난다. 주인공 손오공이 끝없는 수련과 자기계발을 통해서 계속 성장하다가 마지막에 각성하여 초사이어인이 되고 프리저를 무찔러 우주에 평화를 가져온다. 초사이어인이 올 것이라는 메시아 스토리 라인에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각성하여 부처 같은 초인이 되는 이야기 구조다. 「드래곤 볼」은 동서양에서잘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 P295

1868년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서 서양 문화를 적극 수용한다. 일본은 오랫동안 봉건 사회였다. 이 기간 중 봉건 영주들 간의 전쟁이 있었고 일본 문화는 항상 정복을 당하면 강한 지배자에게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승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전쟁이 많은 봉건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에 원자폭탄으로 패전한 이후 맥아더 사령관과 미국 문화도 저항 없이 일본 사회에 수용되었다. 일본은 문화에서도 승자인 미국의 문화를 적극 수용하였다. - P296

1952년부터 1968년까지 일본에서 연재된 만화《우주소년 아톰》이라는만화 캐릭터는 미국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슈퍼맨과 미키 마우스를 합쳐 놓은 캐릭터다. 슈퍼맨은 바지 위에 삼각팬티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고 하늘을 난다. 미키 마우스는 검정색 머리에 두 개의 큰 귀가 달려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톰 역시 팬티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고 하늘을 날며, 머리는 검정색인데 미키 마우스의 둥그런 귀 대신에 뾰쪽한 귀를 가지고 있는 차이밖에 없다. 이름이 아톰Atom인 이유는 원자폭탄을 뜻하는 Atomic Bomb을 애칭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 P296

1980년대 일본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대등하게 융합됐다. 그 결정체가 만화에서는《드래곤 볼》이고 건축에서는 안도 다다오라고 할 수 있다. - P297

안도 다다오의 건축 공간은 서양의 기하학과 동양의 상대적 관계성을 융합시킨 건축이다. - P298

안도는 "나는 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용히 감동을 받고, 본인이 받은 감동을 떠들어 대지 않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에는 마치 칸의 건축이나 일본 전통 건축에서 보이는 침묵의 빈 공간이 항상 존재한다. - P298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안도가 칸과 코르뷔지에를 그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건축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가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우고자 유럽에 건너갔을 때, 코르뷔지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래서 안도는 일본으로 돌아온 후 코르뷔지에의 모든 건축 도면을 반투명한 트레이싱 페이퍼에 여러 번 베끼면서 독학으로 건축 공부를 했다고 한다. - P299

칸과 코르뷔지에를 모델 삼아 건축을 공부했으니, 동서양 문화 유전자가 융합된 건축을 체득했을 것은 유전적 계보에 따른 당연한 일이다. - P299

안도의 건축은 진입로를 따라서 경험하게 되는 연속적인 투시도 장면들에 의해서 인식되는 건축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진입로는 수평적 혹은 수직적으로 꺾이고, 비틀어져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진입로 위의 사람은 다양한 각도에서의 투시도들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 P299

여러 지점에서 다른 데이터를 수집해서 3차원 공간을 측량한다는 점은 토목 기사가 땅의 모양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삼각법‘과 같은 원리다. 토목 기사들은 땅의 고저차를 측정할 때 수평자를 이용하여 눈금을 읽어 그 차이를 아는데, 안도의 경우에는 계단의 수나 간간이 있는 단의 차이를 이용해서 본인이 수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정도를 사용자가 몸으로 인지하게 한다. - P300

지형을 측량하는 측량 기사는 한 지점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와 같이 관찰자의 위치를 변화시키면서 얻은 데이터와 자신이 얼마나 멀리 어떠한 각도로 이동했는가에 따른 데이터를 종합하여 이차원도면 위에 작도하여 삼차원 지형을 알아내는 것이 삼각법이다. - P301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물의 교회 Chapel on the Water‘ (1985-1988)에서는 관찰자가 교회의 후면부에서 출발해 교회 건물로 접근하면서 건물과 주변 공간을 인식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 P301

방문객은 건물의 제일 높은 부분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주변 경관과 건물을 바라본 후 계단을 통해서 내려간다. 이 부분은 곧 맞이하게 될 클라이맥스 순간이 오기 전에 다시금 암흑의 ‘시각적 정적‘의 순간을 경험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이는 중요한 클라이맥스 순간을 더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비슷한 기법이 작곡가 헨델의 성가극「메시아」 중 「아멘」 마지막 부분에서 보이는데, 클라이맥스 부분에 1초 정도의 정적을 넣음으로써 직후의 클라이맥스를 극대화했다. - P306

성가극: 16세기 무렵에 로마에서 시작한 종교 음악. 성경의 장면을 음악과 함께 연출한 교회에서 발달하여 오페라의 요소를 가미한 영창, 중창, 합창, 관현악으로 연주한다. ‘오라토리오‘라고도 한다. 헨델의「메시아」는 유명한 성가극으로, 마지막 제3부 끝부분에「아멘 코러스」를 거쳐 네 개의 성부가 동시에「아멘」을 부르며 감동적으로 끝맺는다. - P405

‘물의 교회‘에는 자연과 건축의 각기 다른 관계를 보여 주는 순간들이 있다. 이 같은 순간들은 벽을 따라 걷는다든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식의 건축적인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벽을 따라 걷는 것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주요 장면의 데이터를 실측하기 위한 수평 이동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것은 실측을 위한 수직 이동이다. 이 같은 변화들은 계단의 개수나 발자국 숫자 같은 식으로 관찰자의 몸을 통해서 인지하게 되어 있다. 이는 변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에만 차이가 있을 뿐, 기본 원리는 측량 기법과 흡사하다. - P307

측량 기사들은 수직적, 수평적인 변화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도상에서 모든 데이터를 취합한다. ‘물의 교회‘ 에서는 측량 기사들이 종이 위에 작도하는 작업들이 방문객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 P307

안도는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의 존재감을 느끼게끔 해 주는 중간 장치다. 중정을 바라보면 그 안에서 자연은 매일 매일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중정은 집 안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핵이며 빛, 바람, 비와 같은 자연의 현상을 전달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P307

‘물의 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방문객으로 하여금 마치 영화를 찍는 카메라처럼 계속해서 멋진 장면을 캡처하게 하는 도구다. 그리고 그 장면들 속에 있는 요소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관계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방문객에게 깨달음을 주게 하는 것이 안도가 추구하는 건축이다. - P308

귄터 니츠케 Gunter Nitschke의 ‘시간이 돈이고, 공간이 돈Time is Money - Space is Money‘ 이라는 글 - P310

그(귄터 니츠케)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 P310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은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 P310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 P310

‘물의 교회‘는 복잡한 진입 시퀀스를 통해서 단순한 상자형 본당이지만 마지막에 그장면이 주는 느낌은 그냥 본당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첫 장면 보고 엔딩을 본다고 해서 영화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위해서 보통 두 시간 정도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주요 장면 이전에 이야기의 전개가 중요한데, 그것을 가장 잘하는 공간 이야기꾼이 안도 다다오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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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50만부 돌파 초판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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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암묵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본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체계적인 정리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특별히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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