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와타나베와 그의 여사친 중 한 명인 미도리와의 대화가 쭉 이어진다. 미도리는 기존에 자신이 만나던 남자친구와 무언가가 맞지 않았는지 결별하기로 하고 와타나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쉽게 말해 여사친에서 여친이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물론 와타나베도 미도리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적잖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고, 한동안(약 2달간) 떨어져 지내면서 이래저래 외롭고 쓸쓸했던 터라 미도리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던 타이밍이기도 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미도리가 와타나베에게 자신이 얼마만큼 좋냐고 물어보자 그에 대한 답으로 와타나베가 한 말인데, 표현이 좀 독특하긴 하지만 호감의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만은 명확해보인다.

하지만 와타나베의 마음 속에는 미도리 외에도 한 명의 여사친이 더 있었다. 바로 나오코다. 고교시절부터 기즈키와 함께 셋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친구이고, 이성적인 감정도 어느정도 있었던 터라 그녀를 쉽사리 떠나보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기즈키의 예상치 못한 죽음 이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외진 곳에서 요양 중이라 자주 만나는 것이 어려웠지만, 와타나베에게는 특별한 인연이었기에 나오코를 버리고 미도리에게 간다는 결정을 하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인 것이다. 이 내용이 나온 챕터의 제목이 ‘갈등의 벼랑 끝에서‘ 인데, 개인적으로는 와타나베의 내면을 아주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세계 정글 속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되어버릴 만큼 좋아."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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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와타나베는 과거 친하게 지내다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나오코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는다. 나오코는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들로 인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요양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와타나베에게 자신이 지내고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와타나베는 시간을 내어 그곳을 방문하는데, 거기서 나오코와 함께 지내고 있는 레이코라는 사람을 새롭게 알게 된다. 와타나베는 기존에 알고 지냈던 나오코는 물론이고 레이코와도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면서 가까워진다. 이 부분은 소설 전체에서 결코 적지 않은 페이지(대략 100page 이상)를 차지할 정도로 나름 비중있게 다루어지는데, 이것은 그 만남의 밀도가 상당히 진했음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비록 그 만남의 물리적인 기간은 몇 일밖에 안됐지만 이렇게 소수의 인원들과 깊이있는 교제의 시간을 나누고 일상으로 돌아온 와타나베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도시의 삶에 다시금 적응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멍 때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와타나베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요 근래 알게 된 미도리라는 친구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평소 와타나베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 몇 일간 학교에서 안보이던 와타나베를 다시 만나게 되자 굉장히 반가워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플러팅(?)을 이어나간다. 자기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것저것 강요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와타나베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아직 미도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오픈할 정도의 친밀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하고, 그녀의 플러팅을 약간은 밀어내는 듯한 뉘앙스로 말한다. 자신이 아직 미도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강요하는 게 없는 것일 뿐,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면 자신도 얼마든지 무언가를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은 모두 여러 가지를 서로 강요하면서 살아가니까." - P248

"널 만난 덕분에 이 세상에 약간 적응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 P251

"저, 와타나베, 영어의 가정법 현재와 가정법 과거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 하고 갑자기 그녀가 내게 질문했다.
"설명할 수 있을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럼 묻겠는데, 그런 게 일상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지?"
"일상생활에 무슨 도움이 된다든가 하는 건 별로 없지." 하고 나는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그런 게 사물을 더욱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훈련이 된다고 나는 생각해." - P256

"그건 사람 나름이겠지. 쓸모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 쓸모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훈련이고, 쓸모가 있냐 없냐는 그다음 문제야. 처음에도 말한 것처럼." - P257

"그럼 난 혁명 따위는 믿지 않겠어. 나는 사랑밖에 믿지 않아." - P261

"병원이라서 그럴 거야." 하고 미도리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다 그래. 냄새나 소리, 가라앉은 공기, 환자의 얼굴, 긴장감, 초조, 실망, 고통, 피로 ㅡ 그런 것들 때문이야. 이런 것들이 위를 억눌러서 식욕이 나지 않게 만드는 거야.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런 것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져. 그리고 밥을 든든히 먹어두지 않으면 환자를 간호할 수도 없고. 정말이야. 난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까지 네 분의 병간호를 해봤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어. 무슨 일이 갑자기 생겨서 제때 밥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그러니까 먹을 수 있을 때 든든히 먹어두지 않으면 안 돼." - P270

"다른 사람은 가끔 찾아와 동정만 하다 갈 뿐이지. 대소변을 받아내고, 가래를 받아내고, 몸을 닦아주는 건 나란 말이야. 동정만으로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이 해결된다면, 난 남들보다 오십 배는 더 동정할 거야." - P270

"입으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지. 중요한 건 대소변을 받아내느냐의 여부라고." - P270

"혹시 에우리피데스를 알고 계세요? 고대 그리스 사람인데, 아이스킬로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불리고 있어요. 최후에는 마케도니아에서 개한테 물려 죽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다른 설도 있죠." - P275

"그(에우리피데스)의 연극의 특징은 여러 사건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져서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점이에요. 아시겠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각기 제 나름의 사정과 이유와 주장이 있고, 또 모두 나름대로 정의와 행복을 추구하고 있죠. 그리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어버리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사람의 정의가 통하고 모든 사람의 행복이 달성되는 일은 원리적으로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카오스가 닥쳐오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게 또 아주 간단하게 풀려요. 마지막에 하느님이 나타나는 거죠. 그리고 교통정리를 하는 거예요. 너는 저리로 가라. 너는 이리로 와라. 너는 저 사람과 손을 잡아라. 너는 거기서 잠시 가만히 있어라. 하는 식으로 말이죠. 중재자 같은 거죠. 그러면 모든 일이 깨끗하게 해결돼요. 이걸 바로 ‘데우스엑스마키나deux ex machina‘ 라고 불러요. 에우리피데스의 연극에는 언제나 이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나오는데, 이 대목에서 에우리피데스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갈라지고 있어요." - P275

"음식이 맛있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거죠." - P277

2·26사건(1936년 일본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 사건) - P281

‘어딜 가든 마찬가지야, 미도리.‘ - P281

사람의 죽음이란 건 작고 기묘한 추억들을 남기고 가는 모양이다 - P284

나오코가 매일 아침 새장을 청소하고 밭일을 하는 것처럼, 나도 매일 아침 나 자신의 태엽을 감고 있다. 침대에서 나와 이를 닦고, 수염을 깎고, 아침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 현관을 나서서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대략 서른여섯 바퀴쯤 드르륵드르륵 태엽을 감는다. 자,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자, 하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는데 나는 요즘 들어 곧잘 혼잣말을 하는 듯하다. 아마도 태엽을 감으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겠지. - P285

너를 만날 수 없다는 게 괴롭긴 하지만,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나의 도쿄 생활은 더 끔찍한 것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 침대 속에서 너를 생각함으로써, 자, 태엽을 감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자 하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네가 그곳에서 열심히 살고 있듯이 나도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285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태엽을 감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다. - P285

일요일 오후는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고독하다. - P285

일요일에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 것이다. - P287

"확실히 결정된다는 건 좋은 일이야, 어쨌든." - P289

"스페인어 시작했어요?"
"응. 외국어는 한 가지라도 더 할 수 있는 게 도움이 되니까. 원래 난 그런 것에 소질이 있거든. 프랑스어도 독학이었지만 거의 완벽해. 게임과 똑같아. 룰을 하나만 제대로 알면 나머진 몇 개를 하든 모두 똑같은 거야." - P290

"세상이란 건 원래 불공평한 거야. 그건 내 탓이 아냐.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 있는 거야." - P291

"선배는 인생에 대해 공포를 느낄 때가 없어요?" 하고 나는 물어보았다.
"이봐,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야." 하고 그가 말했다. "물론 인생에 대해 공포를 느낄 때도 있어. 그건 당연하잖아. 다만 나는 그런 걸 전제조건으로 인정할 수 없는 거야. 자신의 힘을 100퍼센트 발휘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하는 거야. 원하는 건 가지고, 원치 않는 건 받아들이질 않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막히면 막힌 곳에서 다시 생각하지. 불공평한 사회란, 거꾸로 생각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하지." - P292

"그렇지만 난 하늘을 올려다보고 과일이 떨어지기나 기다리고 있는 건 아냐. 나는 나대로 무척 노력하고 있어. 너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하고 있지." - P292

"때때로 나는 이 세상을 둘러보면 정말 치가 떨려. 어째서 이 사람들은 노력이란 것을 하지 않을까. 왜 노력도 하지 않고 불평만 할까 하고 말이야."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가사와 선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제가 보기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악착같이,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요?"
"그건 노력이 아니라 단순한 노동일 뿐이야." 하고 나가사와 선배는 간단히 말했다. "내가 말하는 노력이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좀 더 주체적이고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거야."
"가령 취직이 결정되어 다른 사람들은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한다든가 그런 거 말인가요?"
"그래, 그런 거야. 난 봄까진 스페인어를 완전히 마스터할 거야. 영어·독일어·프랑스어는 이미 되었고, 이탈리아어도 대충 되어가고 있어. 이런 게 노력 없이 가능할까?" - P292

테린(닭이나 생선을 얇게 썰어 단지에 넣고 익힌 음식) - P295

"방황하지 않고, 상처 받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어?" - P300

"농어가 정말 맛있는데요." 하고 내가 말했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마치 깊은 동굴에 작은 돌멩이를 던진 것 같았다. - P300

"이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나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 P301

"정말 같은 거야. 늦은 아침식사와 이른 점심 정도의 차이밖에는 없어. 먹는 것도 같고 먹는 시간도 같은데, 다만 부르는 방식이 다를 뿐이야." - P301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럴 만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지, 그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 아니야." - P301

하쓰미라는 여성 속에는 뭔가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드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그녀 스스로 강한 힘을 내어 상대를 뒤흔드는게 아니었다. 그녀가 발산하는 힘은 적지만 그것이 상대의 마음에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P303

그것은 채워질 수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채워질 수 없을 소년기의 동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타오르는 듯한 순진무구한 동경을 벌써 까마득한 옛날에 어딘가에 잊어버리고 왔기에, 그런 것이 한때 내 안에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오랫동안 잊어버린 채 살아온 것이다. 하쓰미 씨가 흔들어놓은 것은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자신의 일부‘ 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거의 울어버릴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이지 특별한 여자였다. 누군가가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구원했어야만 했다. - P304

어떤 것은 이미 소멸되어버렸기 때문에, 그건 아무리 한탄해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P313

"몇 번을 봐도 똑같은 것밖에 하지 않아." 하고 나는 말했다.
"할 수 없잖아, 우리도 줄곧 같은 걸 하고 있는데 뭘."
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 P324

"이렇게 춤을 추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몸을 움직이니까 왠지 정신도 해방되는 것 같아." - P326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붙어버릴 만큼 사랑스러워." - P331

브랜디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긴 했지만 잠들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 - P332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마라." 하고 그(나가사와)가 말했다. "자신을 동정하는 건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 P343

봄이라는 계절은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 - P344

내겐 어려서부터 그런 점이 있었다. 뭔가에 열중하면 그 밖의 주변 일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 P346

"여행 같은 건 하나도 재미없어. 일을 하는 게 훨씬 좋지." - P348

무엇인가를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뭘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무엇인가를 생각해야만 할 때가 올 것이고, 그럼 그때 가서 천천히 생각하자고 나는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 P351

나는 그런 새로운 상황에 나 자신을 적응시켜야 한다. 물론 내가 강해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스스로 사기를 북돋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 P353

난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해질 거야. 어른이 되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 난 지금까지는 그럴 수만 있다면 열일곱, 열여덟인 채로 있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이제 십대 소년이 아니니까. 난 책임이란 걸 느낀다. 이봐, 기즈키, 난 너와 함께 있었을 때의 내가 아냐. 난 이미 스무 살이 된 거라고. 그리고 난 계속 살아가기 위한 대가를 치러야만 해. - P354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중략)...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는데,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만 자꾸 먹어버리면, 나중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 P357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제일이야. 희망을 잃지 말고 엉킨 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거지. 사태가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여도 실마리는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니까. 주위가 어두우면 잠시 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듯이 말이야. - P367

마치 편지를 씀으로써 산산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생활을 간신히 지탱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 P367

"나로선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 하고 나는 말했다. "여러 가지로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온갖 문제가 엉켜 있는 데다 그게 오래 지속되어왔기 때문에, 사실 어떤 마음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 나도 그 여자도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게 인간으로서 어떤 종류의 책임 같은 거야. 그래서 난 그걸 저버릴 수가 없어.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느끼고 있어. 설사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 해도." - P373

"나를 가질 때는 나만을 가져야 해. 그리고 나를 안을 때는 나만을 생각해야 해."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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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G1 시다모 보나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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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장을 뜯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향이 너무 좋아서 드립백을 꺼낸 뒤에 포장지 속 잔향까지 맡아볼 정도였으니 뭐 말 다했다. 그리고 최근 몇 일간 날이 다소 더웠던 관계로 아이스로 해서 마셨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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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상권을 완독했고 오늘은 하권을 읽는다. 상권 마지막 부분에서 유키의 아버지인 마키무라 히라쿠는 자기 가족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주인공인 화자에게 유키를 정기적으로 만나며 돌봐줄 것을 요청하지만 화자는 그 부탁을 거절한다. 사람을 의무적으로 만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유키가 필요로 할 때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화자 본인도 양 사나이와 관련된 다소 비밀스런 얘기를 유키와 나눌 수 있는데다, 그간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인간적인 친밀감도 어느정도 쌓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어지는 내용에서 화자는 이제 갓 열세살인 유키가 몇 년 후에 어떻게 성장해있을지를 조심스레 상상해보다가 문득 인간의 최고 전성기(절정기)에 대한 생각에 이르게 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이와 관련된 것인데, 이건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인간에 대한 얘기로 보인다. 여기서의 핵심은 어떤 시기인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인간은 각자의 인생에서 절정기가 반드시 있으며 그 고점을 찍고 나면 거기서 조금씩 내려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자기 인생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해서 마냥 좌절해있을 필요도 없고, 반대로 지금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기 인생에 전성기가 왔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저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게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기묘하게도 인간에게는 각기 절정기라는 게 있다. 거기에 올라서 버리면, 다음에는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절정기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괜찮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분수령이 닥쳐온다.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열두살 때 절정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별로 시원찮은 인생을 보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올라간다. 어떤 사람은 절정에서 죽는다. 많은 시인이나 작곡가들이 질풍처럼 살다가 너무 급격히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서른 살도 되기 전에 죽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여든 살이 넘어서도 힘찬 그림을 계속 그리다가 그대로 편안히 죽었다. 이것만큼은 끝이 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법이다. - P12

당신이 행복해지지 못할지도 몰라, 하고 양 사나이가 말했다. 춤을 추는 수밖에 없어.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추는 거지. - P13

"사람은 불합리한 사랑에 빠지는 때가 있어. 더 좋아하는 상대를 고를 수 없을 때도 있고.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 P15

"어른의 세계에서는 모두들 서로 농담을 하고 웃거든. 어쩌면 시시한 농담일지도 몰라. 하지만 너도 그런 일에 익숙해져야 해." - P15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 - P16

혼자서 지내는 사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능력을 익히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 P24

"모두들 나이를 먹어. 세상도 변해. 신화라는 건 모두 언젠가는 죽어버려. 영원히 존속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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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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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부분을 읽다보면 저자의 전작인 《양을 쫓는 모험》에 나왔던 내용과 소재들이 적잖이 등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1973년의 핀볼》에서 봤던 얘기도 일부 등장한다. 그러므로 가급적 위에 언급한 두 작품을 먼저 읽어보시고 이 《댄스 댄스 댄스》를 읽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이렇게 하셔야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재미나 교훈들도 더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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