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정상적이라는 것은, 동시에 엇나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거든." - P106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 P107
그것을 인정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스타일이라는 걸 갖고 있어. 존경은 할 수 없어도 무시할 수는 없어. - P123
천둥은 약간 시끄러운 공중의 방전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 P126
"나는 아주 불완전한 인간이야. 불완전하고, 항상 실수하거든. 하지만 배워.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두 번씩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왜 그럴까? 간단해. 왜냐하면 내가 어리석고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그런 때에는 역시 약간은 스스로를 혐오하게 돼.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세 번은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지.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지.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건 분명해." - P126
나는 문득 결혼 생활을 생각해 냈다. 그러고 보니 결혼 생활 중에는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몇 번이고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몇 번이고 사과했다. 그런 때에는 아내 역시 내가 말을 걸어도 몇 시간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 그렇게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일까, 하고 나는 곧잘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닌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때에는 참을성 있게 사과하고 설명하면서 그 상처가 아물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을 거듭함으로써 우리의 관계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마 나아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 P128
그녀가 내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일은 한 번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이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집을 나가 버렸다. 그때뿐이다. 결혼 생활ㅡ그건 아주 기묘한 것이었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소용돌이와 같은 거야, 딕 노스가 말하는 것처럼. - P128
"용서한 건 아니야"라고 유키는 말했다. "우선 화해하는 것뿐이야. 그건 정말로 잘못된 일이었고 나는 큰 상처를 받았어. 알겠어?" - P128
"이를테면 네가 새라고 하자"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자.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자주 날 수가 없어. 날씨나 풍향이나 계절에 따라 날 수 있을 때와 날 수 없을 때가 있거든. 하지만 날 수 없는 날이 계속되면, 힘도 남아돌고 초조해져. 자신이 부당하게 깎아내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왜 날 수 없을까 하고 화도 나고 말이야. 이런 느낌이 이해돼?" "이해돼"라고 그녀는 말했다. "언제나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럼 얘기는 간단해. 그게 성욕이야." - P133
"언제나 즐거워?" "반드시 그렇진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불완전한 생물 둘이 모여 하는 일이니까, 언제나 잘될 수만은 없지. 실망하는 때도 있어. 기분 좋게 날고 있다가 그만 나무에 부딪치는 수도 있어." - P133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잘될 확률이 커져가" 하고 나는 계속 설명했다. "요령을 알게 돼. 날씨와 풍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되지. 하지만 대체로 그에 비례해서 성욕 자체는 서서히 감소되어 가지. 그런 거야." "비참해" 하고 유키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정말" 하고 나는 말했다. - P134
나는 원래 키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선을 따라 흐름을 추적해 왔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틈엔지 이 모양이 되어 버렸다. 기묘한 사람들이 잇달아 나타나, 모든 일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 버린 것이다. - P135
갑자기 나 자신이, 먼 옛날에 죽어 풍화해서 바짝 말라 버린 거대한 생물의 미궁과도 같은 체내를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이유로 시간의 구멍을 빠져나와, 그 한가운데에 쑥 빠져 버린 것이다. - P141
"무력감"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뭔가 거대한 것에 의해 휘둘리고 있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든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기분." - P150
무엇과 무엇이 유사하다. 무엇과 무엇이 이어져 있다. - P153
모든 게 이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모든 게 이어져 있다. 그런데 나만이 그 이음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P154
"왠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언제나 죽음이라는 게 내 옆에 있어. 그리고 기회가 오면, 그것이 어느 틈엔가 문득 모습을 나타내거든." - P155
"전쟁할 때보다 평화로울 때가 훨씬 더 분주해요." - P156
"혼자서 해야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 P157
"자신이 없으니까 무기력하게 생각하는 거야." - P158
아메는 그대로 잠자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기를 빨아들인 건 두세 모금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재가 되어 잔디밭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은 내게 시간의 유해 같은 것을 상기시켰다. 그녀의 손 안에서 시간이 잇따라 죽어 가며 불태워져 하얀 재로 변해 가는 것이다. - P159
혼자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누구와 상의할 필요도 없고, 실패해도 누구에게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우스운 일이 있으면 혼자 농담을 하고 혼자 킥킥거리며 웃으면 됐다. 아무도 ‘그런 농담은 시시하다‘ 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루하면 재떨이라도 바라보고 있으면 됐다. 내가 가만히 재떨이를 바라보고 있어도, 아무도 ‘왜 재떨이 따위를 바라보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았다. 좋든 싫든 나는 혼자 보내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 P162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있다고." - P166
아무리 풍기문란한 일이라도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단순히 선악의 척도로는 잴 수 없게 된다. 거기에 그것의 독자적이며 독립된 환상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환상이 생겨나면, 순수한 상품으로서 제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고도자본주의는 모든 틈새로부터 상품을 발굴해 낸다. 환상, 이것이 키워드다. 매춘이든, 인신매매든, 계층 간의 차별이든, 개인 공격이든, 도착적 성욕이든, 무엇이든 간에 예쁘게 포장해서 예쁜 이름을 붙이면 훌륭한 상품이 되는 것이다. - P171
혼란스러웠다. 연결이 얽히고설켜있는 것이다. 우선 그 얽히고설킨 것을 어떻게든 해소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나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 P172
해 질 녘의 푸른빛이 투명한 브러시로 거듭 칠해져 가는 것처럼 점차 진해지면서, 밤의 어둠으로 변해 갔다. - P173
어떤 종류의 것은 어떤 종류의 것과 숙명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 P174
사람에게는 각각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 - P174
나는 파와 매실 무침을 만들고 가다랭이포를 뿌리고, 미역과 새우 초절임을 만들고, 고추냉이절임과 무를 간 것에 잘게 썬 어묵을 섞어 두고, 올리브오일과 마늘과 살라미를 사용해 채썬감자를 볶았다. 오이를 잘게 썰어 절임을 만들었다. 어제 만들어 둔 녹미채 조림도 남아 있었고, 두부도 있었다. 양념으로는 생강을 듬뿍 사용했다. - P176
"간단해. 모두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냐. 익숙해지면 금방할 수 있어. 요는 집에 있는 재료로 얼마만큼 만들 수 있느냐는 거지." - P176
"사람마다 각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어.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 - P176
"어쩐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하고 그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손에 넣으려고 하면 웬만한 건 다 손에 들어오는데, 정말로 갖고 싶은 건 손에 들어오지 않거든." - P183
"필요라는 건 그런 게 아냐. 자연스레 생겨나는 게 아니거든. 그건 그냥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 P183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건 그런 세계야. 미나토구와 유럽 자동차와 롤렉스를 손에 넣으면 일류로 여겨지지. 쓸모없는 짓이야. 아무런 의미도 없어. 요컨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필요라는 것은 그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야. 자연히 생겨나는 게 아니야. 날조되는 거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필요한 것이라는 환상을 부여받는 거야. 간단해. 정보를 자꾸 만들어가면 돼. 주거지라면 미나토구입니다. 승용차라면 BMW입니다. 시계는 롤렉스입니다, 하는 식으로 말이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정보를 부여하는 거야. 그러면 모두들 전적으로 믿어 버려. 주거지라면 미나토구, 승용차는 BMW, 시계는 롤렉스라고 말이야. 어떤 종류의 인간은, 그런 것을 손에 넣음으로써 진짜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해. 타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게 하면 결국 타인과 똑같아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거야. 상상력이 부족해. 그 따위 것들은 인위적인 정보에 지나지 않아. 단순한 환상이야. 난 그런 일들이 정말 지긋지긋해. 좀 더 착실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안 돼. 나는 프로덕션에 얽매여 있어. 옷을 갈아입히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야. 빚을 지고 있으니까,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어. 내가 이러고 싶다고 말해도, 내 말 따위는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다고. 미나토구의 근사한 맨션에서 살며, 마세라티를 타고, 파텍 필립 시계를 차고, 고급 콜걸과 자고. 어떤 종류의 인간은 그런 것을 부러워하겠지.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냐. 내가 바라는 건, 그런 생활을 하는 한은 손에 넣을 수 없는 거야." "이를테면 사랑" 하고 나는 말했다. "그래, 이를테면 사랑. 그리고 평온. 건전한 가정. 단순한 인생" 하고 고탄다는 말했다. - P185
"난 하려고만 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 온갖 가능성을 다 갖고 있었지. 기회도 있었고, 능력도 있었어. 하지만 나는 그저 인형이 됐지. 밤이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간단히 데리고 잘 수 있어. 거짓말이 아냐. 정말로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정말 원하는 여자와는 합쳐질 수 없어." - P186
"이렇게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너밖에는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 정말이야.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 내가 마세라티보다는 스바루를 타고 싶다고 말하면, 모두들 내가 머리가 돈 모양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정신병원에 끌려가지. 유행이라고, 정신병원에 가는 게. 지겨워. 연예인 전문 정신과 의사란 토한 걸 청소하는 일의 전문가 같은 거야" - P186
"하지만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건 모두, 모두, 모두가 지겨운 얼간이 같은 놈들이야. 정말 구역질이 나. 순수하고 절망적인 구역질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 P187
"쓸모없는 놈들이 주위에 우글거리고 있어"라고 고탄다는 토해 내듯이 말했다. "도시의 욕망을 빨아먹으며 살아가는 흡혈귀 같은 자들이야. 물론 모두 다 형편없는 건 아니야. 착실한 사람도 약간은 있어. 하지만 형편없는 놈들이 너무 많거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요령이 좋은 놈들. 지위를 이용해서 돈이나 여자를 손에 넣는 놈들.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이 세상의 욕망의 웃물을 마시며 통통하게 살이 찌는 그런 세계야. 넌 알지 못하겠지만, 정말로 형편없는 놈들이 많아. 이따금 그런 놈들과 술을 마셔야 할 때도 있어. 그런 때는 계속 나 자신을 타이르고 있어야 한다고. 분통이 울컥 치밀어도 목을 졸라 죽이진 말자. 이런 놈들을 죽이는 건 에너지의 소모니까, 라고 말이야." - P187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걸, 구멍을 파고 외치는 거야. 입 밖에 내면 후련해져." - P188
"어느 부분에선 그래. 나름대로 즐기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코 행복한 건 아니야. 너에게 어떤 종류의 것이 결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어떤 종류의 것이 결여되어 있어. 그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그저 댄스 스텝을 계속 밟고 있을 뿐이야. 몸이 스텝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계속 춤을 출 수는 있거든. 개중에는 감탄해 주는 사람도 있지. 그러나 사회적으로 나는 완전한 제로야." - P189
"어떻게 될지도 몰라. 안 될지도 몰라. 아무도 알 수 없어. 모두 똑같아." - P189
"너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취향을 따지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 거기서는 ‘취향이 좋은 사람‘이란 ‘성격이 비뚤어진 가난뱅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야. 동정 받을 뿐이지.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아." - P191
엉거주춤하게 일을 방치해 둘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하면, 그 엉거주춤한 모양을 다음 단계까지 질질 끌고 가게 된다. 아무리 나아가도 모든 사물이 엉거주춤한 모양의 어두컴컴한 그림자에 물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이상으로 삼는 세계의 모습이 아니다. - P197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튼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는 당황해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스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를 배웠다.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것은 반드시 움직인다. 좋아, 천천히 기다리자. - P198
"공상에는 예산이라는 게 없거든. 중산층들이나 하는 걱정은 아예 집어치우는 게 좋아. 자질구레한 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멋지게 해보자고."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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