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하지메와 그의 첫사랑이었던 시마모토가 하지메가 운영하는 바bar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시마모토는 약 3달 전에 하지메를 만나기 위해 바bar에 한 번 왔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간 하지메는 그녀가 오랫동안 오지 않자 첫 번째 만남에서 자신이 시마모토에게 혹여나 실수한 건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꽤나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마모토가 그간 바bar에 오지 못했던 건 다행히도 하지메 때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하지메는 이에 안도한다.

한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바bar이다보니 본문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시마모토는 이 가게의 칵테일이 다른 집보다 맛있다고 칭찬을 건내면서 그 비결을 물어본다. 이에 하지메는 노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면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행에 옮기는 걸 어려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력 없이는 이루어지는 게 없어." - P152

"난 틈만 나면 늘 상상을 하거든. 만일 내가 손님이라면 하고. 만일 내가 손님이라면, 누구와 어떤 가게에 가서,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싶어 할까? 만일 내가 이십 대의 독신 남성이고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라면 어떤 가게에 갈까? 그런 상황을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상상해가는 거야.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어디에 살고 있고, 몇 시쯤까지 가게를 떠나 집에 가지 않으면 안 될까? 그런 구체적인 상황들을 수없이 생각하는 거야. 그런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에 가게의 이미지가 점점 명확한 모습을 띠게 돼." - P154

"혼자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야.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거지. 그건 어렸을 때부터 내가 줄곧 해온 일이거든. 가공의 장소를 하나 만들고, 거기에 하나하나 정성껏 살을 붙여가는 거야. 여기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저건 이쪽으로 바꾸는 편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야. 시뮬레이션 같은 거지." - P154

"나는 지금 하는 일이 좋아. 나는 지금 두 군데에 가게를 가지고 있어. 하지만 때때로 그건 내가 내 머릿속에 만들어낸 가공의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건 그러니까, 공중정원空中庭園 같은 거지. 나는 거기에다 꽃을 심기도 하고, 분수를 만들기도 하는 거야. 아주 정교하게, 아주 생생하게 만들고 있는 거지. 거기에 사람들이 찾아와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돌아가. 어째서 매일 밤마다 많은 사람이 비싼 돈을 내가면서 일부러 여기까지 술을 마시러 오는 거라고 생각해? 그건 말이지,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많든 적든 간에 가공의 장소를 찾고 있기 때문이야. 정교하게 만들어진,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공 정원을 보기 위해서, 그 풍경 속으로 자신도 들어가기 위해서, 그들은 여기에 오는 거야." - P156

"돈을 쓰는 방법만 생각하는 편이 어쩌면 더 나은 건지도 몰라"...(중략)...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면 말이지, 많은 것이 점점 닳아가거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닳아가는 거야." - P157

"하지만 넌 모를 거야.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넌 많은 것을 생산해내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테면 어떤 걸?"
"이를테면 형태가 없는 것을" - P157

"그건 감정 같은 걸 말하는 거야?"
"그렇지. 무엇이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잖아. 이런 가게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 사람들의 기호가 조금씩 변하고, 경제의 흐름이 조금만 바뀌어도 지금 여기 있는 상황 같은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지. 나는 그런 예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거든. 정말로 간단한 거야. 형태가 있는 건 하나같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리지. 하지만 어떤 종류의 생각이라는 건 언제까지고 남는 법이지."
"하지만 하지메, 그런 생각이 남기 때문에 그만큼 괴로운 감정이라는 것도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 P158

"그저 그런 걸 추구하기 위해 무언가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은 없어. 아홉 번 엇나가도 한 번의 지고한 체험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매진해가는 거지. 그리고 그것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거고. 그런 게 예술이 아닐까 싶어." - P159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 지금은 경영자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자본을 투자하고 회수하는 거지. 나는 예술가도 아니고, 뭔가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도 아니야. 그리고 내가 여기에서 예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좋든 싫든, 이곳에서는 그런 걸 추구할 수도 없지.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예의 바르고 깔끔한 사람들이 훨씬 다루기 쉽거든.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온 세계가 찰리 파커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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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속 화자의 이름은 ‘하지메(始)‘인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어에서 ‘하지메마시테‘ 라고 하면 ‘처음 뵙겠습니다‘ 라는 뜻이 있다. 화자의 이름이 ‘하지메‘가 된 건 그의 생일과 연관되어 있다. 본문에선 그의 생일이 1951년 1월 4일 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20세기 후반에 접어든 첫 해이자 첫 달이고 첫 주라고 한다. 이로 인해 화자는 시작 혹은 처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하지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화자가 태어날 당시 거의 대부분의 가족들은 자녀가 둘 또는 셋이었다고 하는데, 화자의 가족은 외동아들인 화자(하지메) 혼자 였다고 한다. 화자는 이로 인한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면서 자랐다고 한다.

이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같은 반에 시마모토라는 한 여학생이 전학을 왔는데 그녀는 공교롭게도 하지메와 마찬가지로 외동딸이었다고 한다. 또한 하지메와 시마모토는 사는 곳이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둘다 독서에 취미가 있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등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연결고리들이 여럿 있었기에 둘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시마모토의 집에는 신형 오디오가 있었는데, 하지메는 음악을 듣기 위해 그녀의 집에 종종 놀러갔다고 한다. (당시는 지금처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가 없던 시절이라 레코드 판과 그것을 재생시키는 기기가 있어야 음악을 들을 수 있던 시기였다)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레코드판이 아주 귀하던 때였는데, 레코드판에 수록된 음악을 끝까지 듣고 나면 시마모토는 그 레코드판을 굉장히 꼼꼼하게 닦았다고 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말인데, 그냥 왠지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녀가 다룬 것은 단순한 레코드판이 아니라 유리병 속에 넣어진 누군가의 연약한 영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 P17

솔직히 말해 난 그분이 도무지 좋아지지 않았다. 뭔가 구체적으로 기분 나빴던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분은 늘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하지만 그분의 말투 속에는 약간의 초조감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이 때때로 나를 불안하게 했다. - P18

그것은 정말이지 가슴 두근거릴 만한 일이었다. 나는 주위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고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정원 같은 것이었다. 나에게 있어 리스트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듣는 것이란 인생의 한 단계 위로 나를 끌어 올리는 일이었다. - P19

무엇보다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 그 곡은 과장되고, 기교적이고, 왠지 종잡을 수 없는 음악처럼 내 귀에 들렸다.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 듣다 보니 마치 희미한 영상이 점점 또렷해져가듯이, 그 음악은 내 의식 속에서 조금씩 형체를 지닌 것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의식을 집중시키면 그 음악의 울림 속에 몇 개인가의 소용돌이가 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소용돌이가 생겨나면 그 소용돌이로부터 또 다른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는 또다른 소용돌이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소용돌이들은 물론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성질을 지닌 것이었다. 나는 그와 같은 소용돌이의 존재를 어떻게든 시마모토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정확히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좀 더 다른 종류의 말이 필요했지만 나는 그런 말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그런 것이 굳이 입으로 타인에게 전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 P20

‘고통스러울 때는 행복한 척해요.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 P21

‘여기에 있는 나는 이제껏 형제 없이 자라온 나고, 만일 형제가 있었더라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어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형제가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 P23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일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 이만큼 와버렸으니 이제 와서 뒤로 되돌아갈 순 없잖아. 그렇지?" - P24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저런 일들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려. 시멘트가 양동이 안에서 굳어지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미 너라는 시멘트는 단단하게 굳어져버린 셈이니 지금의 네가 아닌 다른 너는 없다는 이야기잖아?" - P24

거기에는 뭔가 신비스러운 것이 있었다. 그 손가락 끝에서 투명하고 가느다란 실이 나와, 그것이 새로운 시간을 엮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을 감자 그 어둠 속으로 소용돌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몇 개의 소용돌이가 생겨나곤 소리도 없이 사라져갔다. - P25

어쩌면 우리는, 자신들이 둘 다 불완전한 존재며, 그 불완전한 점을 메우기 위해 우리 앞에, 새로운 후천적인 무엇인가가 찾아오려 하고 있다는 걸 서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새로운 출입구 앞에 서 있었다. 희미하고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서, 단둘이서, 10초 동안 손을 꼭 마주 잡은 채. - P30

내가 세상으로 다가간 것과 동시에 세상도 나에게 다가왔다 - P31

(이즈미는 일본어로 ‘샘‘을 뜻한다) - P34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을 만큼 깊은 고독에 사로잡혔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경을 썼을 때처럼 나는 사물의 원근감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다. 멀리 있는 것이 손에 닿을 듯이 보이고, 선명하게 보일 까닭이 없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 P37

나는 무턱대고 행복해할 수는 없었다. 나는 토대가 무너져버린 탑과 같았다.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내려다보려고 할수록 내 마음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P38

그녀는 지금 그녀 자신의 새로운 세계 속에 있는 것이다. 마치 내가 나 자신의 새로운 세계 속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38

이곳은 이미 새로운 세계고, 일찍이 존재했던 세계로 통하는 배후의 문은 벌써 닫혀버렸다. 나는 이 새로운 나를 둘러싼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나를 확립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 P38

내가 원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분명했다. - P39

세상의 사물이란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쌓아감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 P40

아마도 스무 가지나 서른 가지쯤 되는 미묘한 결단이나 판단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 존재할 것이다. - P40

우리는 껍데기를 잃어버린 달팽이였고, 물갈퀴를 잃어버린 개구리였다. - P44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간이란 건 어떤 경우에는, 그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 P45

필요한 것은 작은 일들의 축적이다. 단순한 말이나 약속뿐만이 아니라 작고 구체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정성껏 쌓아가는 것으로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 P52

장소가 바뀐 것만으로 시간이나 감정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 P59

이즈미가 나를 ‘외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을때 그녀는 응석받이로 자라 버릇없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서 좀처럼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 나의 고립된 자아에 대하여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그 사실을 슬프게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 P60

만일 오늘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아마 내일 일어날 것이다. - P61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그녀를 납득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왜 내가 그녀를 납득시키지 못하느냐 하면, 그건 내가 내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 P61

나는 더 이상 이 조용하고 고상한 고장에 머물 생각은 없었다. 만일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와 나와의 관계를 끝내는 결과를 낳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만일 이곳에 남는다면 내 안의 무엇인가는 분명히 상실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막막한 꿈 같은 것이었다. 거기에는 열기가 있고 통증이 있었다. 그것은 십 대 후반의 한정된 시기에만 품을 수 있는 종류의 꿈이었다. 그것은 또한 이즈미가 이해할 수 없는 꿈이었다. 그 무렵의 그녀가 좇고 있었던 건, 내 꿈과는 다른 형태의 꿈이었고, 다른 장소에 있을 세계였다. - P62

거기에는 어떤 제한도, 조건도 없었다. 원인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 ‘그러나‘도 없고, ‘만약‘도 없었다. - P63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거기에 있었던 소소하고 구체적인 사물의 이미지뿐이다. - P67

상대를 사랑하고 안 하고는 그 당시의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했던 것은, 내가 지금 무엇인가에 격렬하게 휩쓸려 있고, 그 무엇인가 안에는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 P69

만일 그것이 올바른 일이었다면 속일 필요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 P71

나는 알고 있었다. 만일 다시 한번 똑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역시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리라는 것을. - P73

몇 년이 지난 뒤, 새삼스럽게 돌이켜보니 그 체험으로부터 내가 체득한 것은 단 한 가지 기본적인 사실뿐이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악을 행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악을 행하고자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동기나 생각이 어떻든, 나는 필요에 따라 제멋대로일 수 있었고, 잔혹해질 수 있었다. 나는 정말로 소중히 해야 할 상대에게조차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인간이었다. - P73

결국 나는 역시 나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했고, 변함없이 남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리고 나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 P74

나는 몇몇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잘못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나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성향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몹시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 P74

사람은 참으로 한정된 가능성 속에서만 살고 있다 - P101

고독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침묵은 나를 초조하게 했다. - P102

"모든 일에는 나름대로의 방법이라는 것이 있어. 월급쟁이 생활이나 하고 있으면 백년이 지나도 이렇게 쉽게 성공하긴 힘들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운도 필요하고 머리도 좋아야 해. 그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무엇보다도 자금이 필요하지. 충분한 자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수법을 아는 거야. 수법을 모른다면 다른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더라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 - P107

그가 말하는 수법이라는 것은, 그가 이제까지 쌓아 올린 시스템을 뜻했다. 유용한 정보를 빨아들이고, 인적 네트워크를 뿌리내리고, 투자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까다롭고 복잡한 시스템을 뜻했다. 수익금은 때로는 다양한 법률이나 세금의 그물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형태를 바꾸기도 하며 증식되어간다. 그는 그런 시스템의 의미를 나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 P107

"세월이라는 건 말이지, 사람을 다양한 모습으로 바꿔놓는다고." - P121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건, 결국 그 누군가의 인생인거야. 네가 그 누군가를 대신해서 책임을 질 수는 없는 거라고. 여기는 사막 같은 곳이고, 우리는 모두 거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거야." - P121

"비가 내리면 꽃이 피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꽃은 시들어버린다고. 벌레는 도마뱀에게 잡아먹히고, 도마뱀은 새에게 먹히지. 그러다 언젠가는 모두 죽지. 죽고 나서 텅 비게 되는 거라고. 한 세대가 죽으면 다음 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 그게 세상사의 이치야. 모두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 죽는 방법도 제각기 다르고.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남는 건 사막뿐이지.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사막뿐이라고." - P121

모두 점점 사라져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떤 것은 끊어져 버린 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떤 것은 시간을 두고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사막뿐이다. - P122

어쩌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놀리는 것이 두려워, 뭐든 개의치 않고 가까이에 있는 것을 손에 들고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23

나는 예전에 내가 있었던 장소와 시간으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떠나와 버리고 만 것이다. - P124

내 경험에 비추어, 정말 예쁜 여자는 절대로 혼자서 술을 마시러 오지 않는다. 그녀들에게는 남자가 말을 걸어오는 것이 즐거운 일도 아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그런 것들이 단지 성가실 뿐이다. - P126

나는 딱히 복장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필요이상으로 옷에 돈을 들이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청바지와 스웨터만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내게는 나름의 작은 철학이 있었다. 가게의 경영자라면 자기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되도록이면 이런 차림을 하고 와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차림을 본인 스스로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손님이나 종업원에게도 그나름의 긴장감 같은 것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게에 얼굴을 내밀 때에는 의식적으로 비싼 양복을 입고 반드시 넥타이를 맸다. - P127

늘 그렇듯이 밤이 깊어갈수록 연주는 점점 분위기에 녹아들어 친밀하게 다가온다. - P133

한 번 뭔가가 잘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 잘되지 않은 일이 다른 잘 안 되는 일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상황은 끝도 없이 나빠지고 만다. 아무리 몸부림쳐봐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곳에서 꺼내주기까지. - P138

어떤 종류의 말은 언제까지고 사람의 마음속 깊이 남는 법이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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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나 자신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이 관계는 그 어떤 관계보다도 중요한 관계라고 말한다.

모든 관계는 나와 나 자신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나와의 관계가 좋으면 다른 모든 관계가 좋다. 문제는 외부에 있지 않다. 나에게 있다. - P42

우울하다는 것은 함께하는 ‘나‘가 없는 상태다. 나를 믿어주고 존경해주는 내가 없을 때 우리는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모든 사람이 나를 존경해도 내가 나를 존경하지 않으면 우울하다. 독서는 내가 나를 존경하게 만든다. - P42

지금의 나는 과거 내 믿음의 결과다. 내가 나를 믿는 만큼, 딱 그만큼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 양자역학적으로 수많은 가능성이 내 안에 중첩돼 있는데 내가 관찰한 만큼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연봉 5,000만 원짜리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내 연봉이 5,000만 원인 것이다. 연봉을 1억 원으로 만들려면 나에 대한 믿음을 2배로 만들어야 한다. - P44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롭거나 우울한 시간이 아니다.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고마운 순간이다. 독서를 통해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자. 책이 없으면 나와 무슨 대화를 나눌지 서먹서먹하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가 어색한 것처럼. 조용한 방에 나와 함께 앉아 책을 읽어보자. 독서를 통해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를 만나보자. - P44

독서하는 시간의 길이와 정신의 성장이 정확하게 비례하지는 않는다. 책을 내려놓고 생각하는 시간이 동반될 때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생각은 어떻게 하는가.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생각은 그냥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독서가 동반되어야 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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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뭐랄까... 예술가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덕목들을 저자만의 직관적인 통찰력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시야를 넓히라고 말한다. 이는 창조를 위한 다양한 재료들을 획득하기 위함이다.

야생에서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시야를 좁혀야 한다. 초점이 치밀해야만 중요한 욕구로부터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먹을 것,
은신처,
위험한 포식자,
번식.
이러한 반사적인 행동은 예술가에게는 방해가 된다. 시야를 넓혀야만 흥미로운 순간을 포착하고 모아서 나중에 이용할 수 있는 재료로 쌓을 수 있다. - P43

수행이란 개념에 대한 접근법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마음 상태에 들어가도록 도울 수 있다. - P44

감각을 여는 연습을 반복하면 늘 열려 있는 삶에 가까워진다. 습관이 길러진다. 의식의 확장 상태가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 되는 습관이다. - P44

원천과 심오한 관계를 맺을수록 수행도 깊어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필터의 간섭을 줄이면, 우리를 둘러싼 리듬과 움직임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좀 더 조화롭게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 P44

지구의 주기를 알아차리고 계절에 따른 삶을 선택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세상과 연결된다. 스스로 재생을 반복하는 더 큰 전체의 일부로서 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널리 퍼져나가는 강력한 힘을 이용하고 창조의 파도를 탈 수 있다. - P44

매일 또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의식을 따르는 계획을 세우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 거창한 의식을 수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의식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천천히 심호흡을 세 번 해보자. 이 작은 행동이 순간 고요하게 집중하는 상태로 하루를 열어줄 수 있다. - P44

한 입 한 입 의식적으로 천천히 음미하고 감사하면서 식사하는 방법도 있다. 매일 자연 속을 걸으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이어짐을 느껴라. 잠시 시간을 내어 박동하는 심장을 느끼고, 잠들기 전에 혈관을 흐르는 피의 움직임에 경이로워하라. - P45

명상의 목표가 명상이 아닌 것처럼, 수행의 목적도 반드시 수행은 아니다. 굳이 그 행동을 하지 않을 때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세상과 더 내밀하게 이어지도록 정신 근육을 키운다. 이것이 수행의 가장 큰목적이다. - P45

알아차림에는 계속된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 알아차림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당신은 언제 어디에 있든 인식을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항시 열린 상태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자신을. - P45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수행이다. 수행은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행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것은 마치 "나는 수도승이 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수도승이거나 수도승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 - P46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을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술가의 진짜 작품은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 P46

인식의 수행을 확장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선택이다. - P47

인식은 탐색과 다르지만 인식을 부추기는 것 역시 호기심이나 갈망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더 깊은 감각을 느끼고 싶은 욕망, 끊임없이 배우고 매료되고 놀라고 싶은 마음이다. 이 원기 왕성한 본능을 뒷받침하려면 위대한 작품들에 잠겨 있어야 한다. 최고의 문학 작품을 읽고 걸작 영화를 보고 영향력 있는 그림을 가까이에서 감상하고 유명한 건축물을 찾아가라. - P47

위대한 작품의 표준 목록 같은 건 없다. 위대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게다가 ‘위대한 작품 목록‘은 시간과 공간이 변함에 따라 계속 바뀐다. - P47

위대한 예술에의 노출은 초대장과도 같다. 우리를 앞으로 끌어당겨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일 년 동안 매일 뉴스 대신 고전 문학을 읽는다면, 해가 끝날 때쯤이면 미디어보다 책에서 위대함을 인식하는 좀 더 발달된 감수성을 갖게 될 것이다. - P48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친구, 우리가 나누는 대화, 심지어 우리가 성찰하는 생각들도 잘 선택해야 한다. 이 모두가 좋은 것과 아주 좋은 것을, 아주 좋은 것과 위대한 것을 구별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과 관심을 쏟을 가치가 있는 것을 결정하게 해준다. - P48

사용 가능한 정보의 양은 무궁무진하지만 저장 공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우리 안으로 들여보낼 정보의 품질을 신중히 골라야 한다. - P48

미각을 업그레이드하라. - P48

위대함을 모방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기준을 위대함에 맞추라는 이야기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궁극적으로 위대한 작품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더 나은 수많은 선택들을 만들 수 있다. - P48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위대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이고 영구적인 작품은 자연이다. 우리는 계절에 따른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산, 바다, 사막, 숲에서 자연을 볼 수 있다. 매일 밤 달라지는 달의 모양, 달과 별의 관계도 있다. - P49

자연이 주는 경외심과 영감은 절대로 부족할 일이 없다. 만약 자연의 빛과 그림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데만 일생을 바친대도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할 것이다. - P49

자연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 경이로움을 느낄 수는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다. 그저 아름다움에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순간을 인식하면 된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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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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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개의 단편 중 ‘반딧불이‘와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저자의 대표적인 장편 소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으로 그 스토리가 확장된다. 나머지 4개의 단편에선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동 저자의 작품인《도쿄기담집》처럼 다소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의 말을 통해 하루키에게 단편이란 장편을 쓰기 위한 준비의 장(場)임과 동시에 장편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한 수단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저자의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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