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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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저자의 대표작인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난 뒤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중 주목해서 봐야 하는 인물은 주인공인 하지메를 비롯해 시마모토, 이즈미, 유키코 이렇게 4명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하지메는 12살이 되던 해에 시마모토라는 여학생과 사귀게 되는데 이것은 그의 첫사랑이기도 했다. 시마모토는 전학생이었는데, 그녀는 하지메의 집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으며 이로인해 등하교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둘 다 외동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책을 읽거나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등 취미도 엇비슷했기에 그들은 서로의 집에 드나들 정도로 굉장히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둘은 대학에 진학할 무렵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한편 이즈미라는 인물은 하지메가 고등학교 때 새롭게 알게 된 친구인데, 하지메는 이즈미와 사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놀라운 흡인력을 가진) 3살 연상인 이즈미의 사촌 언니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즈미에게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주고만다. 결국 나중에는 하지메 본인도 이때의 자신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지만 이즈미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고 만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하지메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사촌 언니가 죽고나자 하지메에게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통보하여 그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소설이 끝날때까지 이즈미는 이때 받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다. 불행한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이즈미라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유키코는 하지메가 서른이 되던 해에 결혼한 여자인데, 그녀의 아버지는 중견 건설회사 사장으로 적어도 금전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집안이었다. 하지메는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째즈바를 운영하게 된다. 하지메는 그간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하여 2호점을 낼 정도로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이루었고 월간지에 인터뷰가 수록되기도 한다.

뭐 이정도면 솔직히 무슨 재벌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 법도 한데, 소설 속 하지메에게 참기 힘든 유혹이 찾아온다. 그건 바로 첫사랑이었던 시마모토였다. 시마모토는 월간지에 실린 하지메의 인터뷰를 보고 그를 찾아왔던 것이다.

처음 그녀가 찾아왔을 때 하지메는 그녀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를 알아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금 발동하고 만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하지메의 혼돈과 방황의 시발점이었다. 하지메는 아내인 유키코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첫사랑이었던 시마모토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현모양처인 유키코 대신 본능적으로 더 끌리는 시마모토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게 된다.

이후 유키코는 하지메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그와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 부분에서 예상과 달리 유키코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기보다는 다소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하지메에게 물어보는데 독자인 나는 이러한 유키코의 태도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얼마든지 감정적으로 분노할 수 있음에도 굉장히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모습에선 진짜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중간중간 생략하거나 빼먹은 부분들이 조금씩 있긴 하겠지만, 대략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에서 핵심이라고 언급한 인물들 중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캐릭터를 하나 꼽자면 아마 대다수의 독자들이 시마모토라고 답할 것이다. 위에서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소설 속에서 그녀는 하지메와 재회하고 난 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잘 밝히지 않는다. 하지메는 그녀가 현재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끝끝내 자세한 언급을 피한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시마모토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는 이런 모습이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해지려하기보다는 무언가를 조금씩 감춘 채로 서로 관계를 맺고 이어가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페르소나persona(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자신이 감추고 싶은 것은 철저히 감추되 자랑할만하거나 드러내고 싶은 것은 철저히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것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라고 섣불리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어쩌면 이러한 페르소나도 각자의 생존 방식의 일부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끝날때까지 시마모토의 자세한 근황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점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막상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그렇게 아쉬워 할 만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설령 자신과 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의 근황에 대해 우리가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딱히 그럴 필요도 없다. 각자 자기 살기도 바쁜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 소설의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이끌고 있는 하지메의 모습을 보면서는 개인적으로 첫사랑은 그냥 추억으로 남기고 거기서 끝내야지 그 선을 넘어서 다시 나타난 과거의 연인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파고들다보면 현재의 행복을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끊임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만약 하지메가 미혼인 상태였다면 얘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한 번 헤어졌던 연인이라면 그 헤어진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있었을 것이기에 웬만해선 한 번 헤어졌던 인연을 굳이 다시 붙잡으려 하지 않는 게 나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즈미와 유키코라는 캐릭터에 대해선 위에서 살짝 언급한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정리차원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해 보겠다.

이즈미의 경우 물론 그녀가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가 결코 가벼운 것이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거기에만 매몰되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주변 사람들까지도 불행의 블랙홀에 빠뜨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과거와는 가급적 빨리 절연하고 현재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보여진다. 아쉽게도 소설 속 이즈미는 이렇게 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만큼은 이즈미와 반대의 길을 걸어갔으면 한다.

이즈미와는 반대로 유키코는 자신의 배우자인 하지메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상황 속에서도 그가 돌아올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모습인데, 그녀의 성숙한 태도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지켜내는 데 정말로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유키코도 앞서 언급한 이즈미와 비슷한 정도로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자신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유키코는 이즈미처럼 그 상처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상처를 뛰어넘는 용서를 통해 자신도 살고, 하지메도 살고 궁극적으로 두 딸이 있는 자신의 가족까지 살린다. 개인적으로는 용서의 힘이 이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용서라는 건 결국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살리는 선택인 것이다. 글을 쓰다가 문득 생각났는데, 성경에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것도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써 제안된 방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리뷰를 쓰다보니 등장 인물들을 중심으로 쓰게 되었는데, 이외에도 소설 속 곳곳에 등장하는 째즈음악 혹은 클래식 음악 등도 일부 만나볼 수 있다. 특별히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본문에 등장했던 음악 혹은 해당 뮤지션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으니 한 번 쭉 읽어보면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음악들을 유튜브 등에 검색하여 들으면서 본문을 읽어나가기도 했었는데 특정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음악이 대신 표현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소설의 제목에 나온 '국경의 남쪽'은 냇 킹 콜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태양의 서쪽'이라는 말은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스토리가 본문에 나오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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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 책의 서문에 나온 작가의 말이다. 하루키는 이 소설을 완성하면서 작가로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여기에 덧붙여 좋은 이야기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도 지면을 통해 피력한다.

개인적으로 약 3년 전에 동저자의 작품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책과 오늘 읽기 시작하는 이 책이 살짝 다른 듯하면서도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것도 서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약 3년 전,《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대한 다른 독자님들의 리뷰를 읽었던 기억을 잠시 떠올려보면 그 책과 오늘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이 얼추 비슷하게 전개된다는 글들을 적잖이 봤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당시 독자인 나는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저자인 하루키는 물론이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요근래에 하루키의 책들에 꽂혀서 그가 쓴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던 와중에 어느덧 이 작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을 읽기에 이르렀다.

저자가 좋은 이야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간혹 마케팅적인 이유로 그냥 미사여구를 갖다붙이는 경우들도 물론 있겠지만 하루키라는 작가의 특성상 그렇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작가의 말을 한 번 믿고 읽어보고자 한다.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나, 자발적이며 좋은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언어의 차이를 넘어, 자발적이며 좋은 힘을 발휘하는 법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P7

태양은 왜 지금도 빛나지
새들은 왜 또 노래하고
그들은 모르나
세계가 이미 끝났다는 것을 - P12

깊은 강은 고요하게 흐르는 법이다. - P14

행동의 반복 없이,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을 보편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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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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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반적인 틀 자체만 놓고보면 《상실의 시대》에서 한 단계 진화한 듯한 느낌의 소설이다. 주인공인 하지메는 과거 첫사랑에 대한 추억에 사로잡힌 나머지 이런저런 방황들을 많이 하는데,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하고 방황할 순 있겠지만 결국에는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 외에도 이것저것 생각해볼만한 포인트들이 소설 곳곳에 담겨있는데 각자의 필요에 따라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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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하지메가 어린 시절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시마모토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낸다. 세월이 지나 약 25년만에 우연히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인데, 하지메는 단지 25년 전의 시마모토만을 알고 있을 뿐 현재의 시마모토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이는 그녀가 자기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독자인 나도 단지 화자인 하지메의 말에 근거해 시마모토의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추측만 가능할 뿐 정확히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아마도‘와 ‘한동안‘같은 소위 말하는 매직 워드magic word를 사용하여 자기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뒷부분에 가면 그녀의 신상에 대한 추가적인 얘기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가서 살펴보면 되는 것이지 지금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처음 밑줄친 두 문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나 볼 법한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메가 시마모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별의 속성에 빗대어 나타내는 문장인데, 소설 속 전반적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아주 적합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이 내는 빛이라는 건 그 빛이 실제로 뿜어져 나왔던 시점과 우리 눈에 육안으로 비쳐지는 시점에 적잖은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이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12살 때의 시마모토와 지금 현재 37살인 시마모토와의 시간 차이와도 얼추 비슷하다. 또한 과거에 빛을 발산했던 그 별은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는 죽은 별일 수도 있고, 설령 죽지 않고 남아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 빛을 발산하던 그 별과는 이미 다른 성질을 가진 노후화된 별이 되기 마련인데, 이것은 12살의 시마모토와 37살의 시마모토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너를 보고 있으면 때때로 먼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나는 말했다. "그 별은 무척 밝게 보이지. 하지만 그 빛은 몇만 년이나 이전에 보내진 빛이야. 그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천체의 빛인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 빛은 어떤 때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실적으로 보이지." - P250

"넌 지금 여기에 있어. 여기에 있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넌 여기에 없는지도 몰라. 여기에 있는 건 네 그림자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지도 몰라. 진짜 너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르지. 아니면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고. 난 그걸 점점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 내가 손을 뻗어 확인하려 해도 넌 언제나 ‘아마도‘라든지 ‘한동안‘ 같은 말로 몸을 감추고 말지.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는 걸까?" - P251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그녀는 말했다.
"뭐야? 그 태양의 서쪽이라는 건?"
"그런 곳이 있어." 그녀는 말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을 들어본 적 있니?" - P258

"시베리아에 사는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야. 상상해봐. 네가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어.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가는 거야.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의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의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의 지평선이 있어. 그것뿐이야. 넌 매일 아침 동쪽의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태양이 바로 네 머리위로 오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쪽의 지평선으로 태양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야." - P259

"동쪽의 지평선에서 떠올라, 하늘의 정중앙을 지나, 서쪽의 지평선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보고 있는 동안, 네 속에서 무언가 뚝 하고 끊어져 죽어버리는 거야. 그리고 넌 땅바닥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 그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해 걸어가는 거야. 태양의 서쪽을 향해.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이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걷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죽고 말아. 그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야." - P260

"태양의 서쪽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데?"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몰라.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을지도 몰라. 아니면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튼 그건 국경의 남쪽과는 좀 다른 곳이야." - P260

"두 번 다시 내가 어디에도 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면, 넌 나를 모조리 가져야 해. 나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내가 끌고 가는 것이나, 내가 안고 있는 것 전부. 그리고 나도 분명 네 모든 걸 갖게 돼야겠지. 모든 걸 말이야. 넌 그걸 알고 있어?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는 거야?" - P263

"가장 큰 문제는 내게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거야. 나라는 인간에게는, 내 인생에는, 뭔가가 빠져 있는 거야. 상실되어버린 거야. 그리고 그 부분은 언제나 굶주려 있고 메말라 있어. 그 부분은 아내도 메우지 못하고 애들도 메우지 못해.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너 한 사람밖에 없어. 너랑 있으면 난 그 부분이 충만해지는 걸 느끼거든. 그리고 그것이 채워지고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어. 이제까지의 긴 세월 동안 내가 얼마나 굶주리고 메말라 있었던가 하는 걸 말이야. 난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어." - P264

"어떤 종류의 일은 두 번 다시 제자리로는 돌아가지 않아. 그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 - P266

누구든 언젠가는 그 암흑의 근원 속으로, 공명을 잃은 침묵 속으로, 한없이 깊은 고독 속으로 떨어져가는 것이다. 나는 그 세계를 눈앞에 두고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 암흑의 구멍에는 바닥이라는 게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 P271

시마모토는 또다시 내게서 사라져버렸다. 이번에는 아마도나 한동안도 없이. - P277

"즐기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건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좀 달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신이 알아?"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걸 당신이 정말로 안다고 생각해?" - P283

앞으로 시마모토와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난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녀는 내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거기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져버렸다. 거기에는 중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간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중간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의 남쪽에는 아마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의 서쪽에는 아마도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P289

결국 모든 것이 연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을 하나하나 소화해 왔다는 것뿐. 다른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니까 거기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해도 기교만으로 종전과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몹시 괴로웠다. - P292

모든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또한 그렇게 간단해서는 안 된다. - P292

환상은 늘 거기에 있었고, 그것은 나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 P293

이를테면 어떤 사건이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현실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 기억과 감각은 너무나도 불확실하며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우리가 사실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실‘인가를 식별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을 현실로 붙들어두기 위해서 그것을 상대화할 또 다른 현실을ㅡ인접하는 현실을ㅡ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따로 인접해 있는 현실 역시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있게 상대화하기 위한 근거를 필요로 한다. 즉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또 다른 인접한 현실이 있게 마련이다. 그와 같은 연쇄가 우리 의식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고, 어떤 의미로는 그것이 이어지는 것으로 그들 연쇄가 유지되고, 그리하여 나라는 존재가 성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어쩌다가 그 연결 고리가 끊겨버린다. 그렇게 되는 순간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단절의 저쪽에 있는 것이 진짜 현실인지, 아니면 단절의 이쪽에 있는 것이 진짜 현실인지. - P297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이란 게 없었다. 아니,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어쩌면 난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표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 것이 하나도 남김없이 박탈되어 있었다, 라고. - P299

나는 단지 빈 껍질이었고 몸 안에서는 공허한 소리만이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난 내가 정말로 텅 비어버린 걸 알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몸속에 남아 있었을 것들이 죄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 P301

그때 나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정말로 문자 그대로 잃어버린 상태였다. 한동안 내가 누구인지조차 나는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마치 나라는 인간의 형체가 소멸해서 흐물흐물한 액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 - P300

그녀는 분명 어딘가에서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딘가의 길모퉁이에서, 어딘가의 창문 안에서, 그녀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었을 뿐이다. - P302

내가 <스타 크로스드 러버스>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시마모토가 생각나기 때문이라는 것과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그 곡은 이제 예전만큼 내 마음에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에 내가 그 음악 속에서 발견했던 특별한 무엇인가는, 이미 거기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오랫동안 그 음악에 계속 의지해왔던 어떤 종류의 감정 같은 것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무엇인가의 유골과도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듣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P304

"자격 같은 건 잊어. 그 누구에게도 자격 같은 건 없을 테니까." - P306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늘 어떻게든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늘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곤 했어. 거기에서 새로운 인격을 갖추려 했다고 생각해. 나는 이제까지 몇 번이나 그러기를 되풀이해왔어.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성장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인격의 가면을 교환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지. 하지만 어쨌든 나는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으로서 이제까지 내가 안고 있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야.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러길 원했고,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어. 하지만 결국 나는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었던 거 같아.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일 수밖에 없었어. 내가 안고 있던 뭔가 빠지고 모자란 결핍은 어디까지나 변함없이 똑같은 결핍일 뿐이었지. 아무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풍경이 바뀌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의 톤이 바뀌어도 나는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어. 내 속에는 늘 똑같은 치명적인 결핍이 있었고, 그 결핍은 내게 격렬한 굶주림과 갈증을 가져다주었어. 나는 줄곧 그 굶주림과 갈증 때문에 괴로워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괴로워할 거야. 어떤 의미로는 그 결핍 그 자체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난 그걸 알 수 있어." - P308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가능하다면 새로운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아마 난 그럴 수 있을 거야. 쉬운 일은 아니더라도 난 노력해서 어떻게든 새로운 나를 성취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똑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되면, 나는 또다시 똑같은 짓을 하게 될지도 몰라. 나는 또다시 당신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몰라. 난 당신에게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어. 내가 말하는 자격이란 그런 거야. 나는 그 힘을 물리쳐낼 수 있다는 자신을 도저히 가질 수가 없어."
"당신은 이제까지 그 힘으로부터 줄곧 도망치려 했던 거지?"
"아마 그런 거 같아." - P308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 존재하는 거야. 그건 예를 들면, 생각 같은 것이고, 가능성 같은 거야. 그것은 어딘가로부터 배어 나오기도 하고 자아내기도 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 있어. 그건 나 자신의 힘으로 선택하거나 결정하거나 할 수 없는 거야." - P309

"당신은 정말로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 P310

"하지만 아무튼 내가 죽지 않은 건, 내가 아무튼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 건, 만약에 당신이 언젠가 내 곁으로 돌아온다면, 결국은 내가 당신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죽지 않았던 거야. 그것은 자격이라든지 옳다든지 옳지 않다든지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형편없는 인간일지도 몰라. 가치 없는 인간일지도 몰라. 당신은 내게 또다시 상처를 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 P310

"그리고 당신은 내게 아무것도 물으려 하지 않았어." - P310

"자격이라는 건 당신이 앞으로 만들어가는 거야. 혹은 우리가.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부족했는지도 몰라. 우리는 지금까지 함께 많은 것을 만들어온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아마도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나도 순조로웠던거야. 아마도 우리는 너무나도 행복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P311

"무엇인가에 쫓기는 건 당신만이 아니야. 무엇인가를 버리고, 무엇인가를 잃는 건 당신만 그런 게 아니야." - P312

"당신은 언젠가 또다시 내게 상처를 줄지도 몰라. 그때 내가 어떻게 될지 그것 역시 난 몰라. 어쩌면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르지. 뭔가를 약속한다는 건 아무도 할 수 없는 거야. 나도 할 수 없고 당신도 할 수 없어. 하지만 아무튼 나는 당신을 좋아해. 그뿐이야." - P312

눈을 감고 내 몸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나는 변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313

환상은 더 이상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나를 위해 꿈을 빚어내주지 않았다. 공백은 어디까지나 공백 그대로였다. 나는 그 공백 속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 공백에 내 몸을 익숙하게 하려 했다. 이것이 결국 내가 다다른 장소인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의미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 P313

아마 이번엔,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환상을 빚어내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게 요구되고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런 환상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는 존재로부터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면 나는 힘이 미치는 한 그 작업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아마도. - P315

인간은 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결핍의 존재다. 그러나 결핍이란 채우려고 서둘수록 더 멀어지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다. 신기루의 실체는 아무것도 아닌 죽음이요, 텅 빈 사막이기 때문이다. - P318

"아마도 ‘국경의 남쪽‘에는 무엇인가 커다랗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것이 있을 거야." - P318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기울 때, 우리는 부드럽고 따스한 잠자리를 찾는다. 가족이 기다리는 집을 찾는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있기에 우리는 어둠의 결핍을 포근한 휴식으로 대치한다. 그러나 시베리아의 농부에게 그런 휴식은 없다. 어디를 보아도 막막한 지평선인 대지 위에서 외롭게 서 있다 보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죽어가고 냉기가 자리 잡는다. 이즈미의 차가운 얼굴처럼 열정이 사라진 냉기는 태양의 서쪽을 향해 달려가는 죽음의 길이다. ‘서쪽‘은 내일의 ‘국경의 남쪽‘이라는 상상력이 사라져버린, 이즈미와 같은 냉기를 지닌, 사막과 같은 고독의 삶을 의미한다. - P318

결핍은 생존의 조건이지만 지나친 결핍이 가져오는 고독은 오아시스를 볼 수 있는 열정을 앗아가기에 위험하다. 반대로 지나친 완벽함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시마모토는 지나친 완벽함을 추구하고, 이즈미는 결핍의 동굴에 침잠한 냉기의 사막이다. 둘은 극과 극이지만 중간을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쌍둥이였고, 하지메의 삶을 위협하는 떠나지 않는 그림자들이다. - P319

이마고(Imago, 어렸을 때의 사랑의 대상이 이상화된 것) - P319

어릴 적에 형성되는 이마고는 사춘기 이후의 삶에서 결핍을 충족해줄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연인상이 된다. 그 이미지는 삶을 지배하는 엄연한 현실이면서도 잡으면 저 멀리 도망치는 신기루일 뿐이다. - P320

닮은꼴은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는 의미다. - P320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본능은 함정의 유혹 - P321

인간의 내부에는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사악함이 있다 - P321

이성의 경계를 넘어 그(하지메)의 행동을 지배한 강렬한 ‘흡인력‘은 프로이트가 말한 본능이다. 리비도는 죽음충동이다. 그것이 현실 속에서 ‘국경의 남쪽‘을 꿈꿀 때만이 죽음은 삶이 된다. 본능은 사막과 같아서 본질은 텅 빈 죽음이지만, 그 안에 꿈틀거리는 생명의 씨앗이 묻혀 있고, 그것이 승화되어 꿈이 된다. 그러므로 강렬한 ‘흡인력‘이란 삶과 죽음을 낳은 동인이다. - P322

실상 우리 주위에 그렇게 평탄하고 성공적인 삶은 흔치 않다. 우리는 늘 완벽함을 갈망하지만, 막상 그런 삶이 이루어지면, 그 삶이 주는 평화를 참지 못하는 이상한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323

이성과 의식의 투명한 경계선 너머에는 국경을 무너트리려는 강렬한 무의식이 있다. 아니 이미 그것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양의 서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뿐, 밀려드는 어둠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 P323

완벽해 보이는 삶이란 언제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 P323

삶이 우연과 본능에 의해 계획과 달리 빗나가며 인간은 오류에 의해 성장한다 - P324

증오와 사랑이 하나의 리비도고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의해 죽음과 삶이 갈라진다 - P324

남을 용서하는 것은 곧 자신을 용서하는 것 - P324

그녀(시마모토)의 역할은 완벽함을 가로막는 또 다른 완벽함 - P324

완벽함이란 인간이 지상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어떤 것‘이다. - P325

엇갈리는 사랑이 있기에 삶은 우회하고 환상은 지속된다. - P325

중간이 없다는 것은 오아시스가 없는 사막이란 뜻이다. 오아시스는 죽음을 미루고 삶을 연장시키는 중간자의 역할을 한다. - P327

중간이 없으면 곧장 태양의 서쪽으로 가는 것이다. - P328

중간이 없는 삶은 유혹이다. 강렬한 성적충동이다. 에로스는 그 경계를 넘는 것을 의미한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죽고 싶은 죽음충동이기에 곧장 국경을 넘어 태양의 서쪽으로 치닫는 타나토스(Thanatos, 자기를 파괴하고 생명이 없는 무기물로 환원시키려는 죽음의 본능)의 유혹이다. - P328

시마모토는 결국 하지메가 자신의 내면에 잠재한 거대한 괴물을 볼 수 있도록 해준 미학적 장치인 셈이다. - P329

시마모토는 하지메의 무의식이었다. - P329

현재의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과거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떨치고, 하지메 부부가 화해와 재생의 다짐을 하는 데서, 그 구원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P330

시마모토처럼 공허한 삶을 살아도 안 되고, 이즈미처럼 남을 용서하지 못하는 완고한 삶을 살아서도 안 된다 - P330

삶의 현실은 그 순수했던 기억을 돌이킬 수 없다 - P330

유키코처럼 배반의 아픔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성숙된 힘을 기르고, 하지메처럼 자신의 내부에 사악함이 잠재해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삶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그 중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P330

어떤 때는 그의 현재란 그의 과거에 의하여 여지없이 지배당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그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과거‘라고 하는 구름이 떠 있다. 그가 어디를 가든 그 구름은 언제나 그의 머리 위에 있고, 그의 어깨 위에 그 작고 딱딱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는 자기 존재의 적지 않은 부분을 과거라는 영역에서 나오는 것으로 구축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P341

과거란 극복해야만 할 일이다. - P341

작품이란 어디까지나 개별성을 부각하는 하나의 텍스트에 불과하다. - P342

(에도 시대. 일본 역사의 시대 구분 가운데 1603~1867년의 시기. 봉건 사회 체제가 확립된 시기이며, 쇼군將軍이 권력을 장악하고 전국을 통일·지배하던 시기) - P343

나는 대체로 소설을 쓸 때 결론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고쳐 쓰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긴 소설을 쓰고 있으면, 작가로서 이것저것 갈피를 못 잡고 헤맬 여지도 없이, 결론이란 게 스스로 나버리기 때문이다. 결론이란 그렇게 가만히 놔두어도 저절로 저쪽에서 찾아와서 제자리를 알고 슬꺽 앉아버린다. 그런데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만은 결론을 어떻게 내려야 할까 하고 여러 차례 헤매고 또 망설였다. - P344

사람이 사는 일상의 세계를 암시하는 ‘국경의 남쪽‘과, 환상의 세계, 혹은 비현실적인 죽음의 세계를 암시하는 ‘태양의 서쪽‘ - P346

결국 과거라는 이름의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망각과 현실긍정밖에 없다 - P347

나는 개인적으로 섹스란 인간과 인간이 깊이 서로 이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는 인생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강간과 같은 부정적인 예는 제외하고 _무라카미 하루키 - P349

나는 성을 정신적인 것으로만 파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은 육체와 정신을 결부시키는 통로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 P349

‘(듀크)엘링턴의 방대한 작품 중에 좋아하는 곡을 고르려 할 때면, 만리장성 앞에 선 야만족처럼 압도당하게 된다‘ _무라카미 하루키, 《재즈의 초상》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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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즉각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나온다. 저자는 그 이유를 동기부여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어떤 피드백이든 간에 그것이 신속, 정확하다고만 한다면 시행착오같은 시간낭비를 줄이는데도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 결과는 지금까지 노력한 것에 대한 피드백이다. 누구나 노력한 결과를 즉시 알려고 한다.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 공부한 결과를 바로 알면 동기부여 효과는 더 커진다. 일주일 전보다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면 의욕은 더 높아진다. - P204

피드백을 받은 후 미숙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이미 잘하는 부분은 노력을 줄이고 부족한 부분에 집중한다.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고된 연습의 피로를 풀어주는 시스템, 즉 지칠 때를 대비한 계획을 마련한다. 숙련의 5단계를 실천하면 무엇을 공부하든지 실력이 향상된다. - P205

실력은 꾸준한 노력으로, 순차적으로, 점진적으로 향상된다. 처음에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실력이 향상된다. 노력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부터 기울기가 가팔라진다. - P206

"하나의 목표를 중단 없이 쫓는 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이다." _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 P206

훌륭한 결과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에서 나온다. - P207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이든지,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꾸준함‘이다.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이긴다. - P207

꾸준히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면 그 성과가 어느 순간(임계점을 넘는 시점)부터 나타난다. 어느 순간부터 실력 향상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팔라진다. 꾸준히 실력을 키우면서 축적한 잠재력은 임계점을 넘는 순간부터 봇물 터지듯 발산한다. 상당한 지식을 가진 사람, 숙련된 기술자,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은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우고 연습하고 반복해서 실력을 키웠다. 핵심은 ‘꾸준함‘이다. 사람들 눈에는 좋은 성과가 어느 날 갑자기 연속해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한 번에 하나씩 쌓여서 산처럼 높아진 것이다. - P208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좋은 결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임계점을 넘어서기 전에도 좋은 결과는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임계점이라는 경계를 넘으면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도미노 효과‘라고 한다. - P208

론 화이트헤드가 주장한 도미노 효과는 도미노 크기가 다음 단계마다 1.5배씩 커진다. 도미노는 자신보다 크기가 1.5배가 큰 도미노를 넘어뜨릴 수 있다. - P208

도미노 크기가 1.5배씩 커지면 열여덟 번째 도미노는 피사의 사탑만큼 커지고 스물세 번째 도미노는 에펠탑보다 커진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서른 한 번째 도미노는 약 9,500미터로 에베레스트 산보다 700미터 정도 더 높다. 참고로 피사의 사탑과 에펠탑은 높이가 각각 55미터, 324미터다. - P209

갑자기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공부, 지식 축적,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의 공통점은 ‘꾸준한 노력‘이다. 꾸준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좋은 결과를 만든다. 단언컨대, 노력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좋은 결과가 나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그래프의 곡선처럼, 실력은 꾸준한 노력으로 순차적으로, 점진적으로 향상된다. 처음에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기울기가 가팔라진다. - P210

일정량의 노력이 모이면 그때부터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된다. 그때가 바로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다. 임계점을 넘으면 좋은 성적,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계속 나온다. 일정량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1만 시간의 법칙에서 증명되었다. - P210

좋은 결과를 만드는 방법은 일정한 시간 동안 학습하고 반복하고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다. 부족한 부분을 반복으로 채워야 한다. 꾸준함과 피드백, 부족한 부분의 반복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어떤 사람은 이 비결을 자기관리에서 찾고 또 어떤 사람은 습관에서 찾는다. 또 어떤 사람은 계획과 행동에서 찾는다. 그 비결이 무엇이든 ‘꾸준함‘은 빠지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훈련하는 것이 비결이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부와 연습,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는 유일한 방법이다. - P210

잠깐의 산책은 쓸모없는 걱정이나 불필요한 기억을 정리해준다. 기억할 필요가 없는 정보를 머리에서 지우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잡생각이 사라진 자리에서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 P213

두뇌를 창고처럼 사용하려면 빨리, 많이 학습하는 기술,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교육 시스템에서는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 시험으로 판단한다. 정보와 지식을 더 많이 기억하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 P214

두뇌의 창고 기능에서 가장 큰 적은 망각이다. - P214

시대 변화에 따라 두뇌의 기능은 ‘기억‘에서 ‘창의·융합‘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지식을 많이 기억하는 것보다 필요한 지식을 찾는 능력,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 창의·융합이 화두인 시대에도 두뇌의 창고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 P214

두뇌의 창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서, 창고 기능에서 가장 큰 적이었던 ‘망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창의형 두뇌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기능이 바로 망각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려면 우선 필요 없는 정보를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망각은 창고형 두뇌에 치명적인 약점이었지만 창의형 두뇌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 P214

인간의 뇌는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일을 자동으로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졌다. - P214

꼭 기억해야 하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필요한 정보와 필요없는 정보를 가려내는 게 중요해졌다. 잊어버리는 기술을 활용해서 필요 없는 정보를 지워야 두뇌를 창조적으로 쓸 수 있다. - P215

두뇌를 창조적으로 사용하려면 사고력, 즉 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 P215

고민, 잡생각, 위기의식 등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면 사고하는 기능이 정지된다. - P215

고민이 많은 상태로 늦은 밤까지 고민하다가 잠을 잔다. 잠을 잘 자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리고 어제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각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엉켜있던 기억이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잠을 자는 동안 머릿속에 필요 없는 정보와 기억이 정리되어 빈 곳이 생겼고 빈 곳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억과 정보가 연결되면서 사고력이 작동한 것이다. - P215

잠을 자면서 머릿속에 기억이 정리되는 것을 ‘자연 망각‘이라고 한다. 고민이 많아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자연 망각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무겁고 상쾌한 기분도 느낄 수 없다. - P215

메모리에 여유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사고력도 메모리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머릿속에 빈 공간이 생기면 그곳에 필요한 정보와 기억, 지식 등을 불러내서 사고 기능이 작동한다. - P215

머리를 창조적으로 사용하려면 불필요한 정보를 기억에서 지워서 지식과 정보가 연결되도록 빈 곳을 만들어야 한다. - P215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은 의지에 따라 지울 수 있다. 반대로 의지가 있으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 P216

잊어야 하는 데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도 있다. 이럴 때는 기억에서 지우려고 애쓰기보다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낫다. 특정 과목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면 다른 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한다. - P216

불필요한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면 30분 정도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한다. - P217

나무가 많은 곳에서 걸으면 풍부한 산소 덕분에 머리가 맑아진다. 이른 아침에 달리기하면 상쾌한 이유는 산소가 몸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 P217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드는 것은 머릿속에 기억이 정리되었다는 증거다. 공부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산책을 하면 그동안 공부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잠깐의 산책은 쓸모없는 걱정이나 불필요한 기억을 정리해준다. 기억할 필요가 없는 정보를 지우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던 잡생각이 정리된다. 그러면 갑자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 P217

집중하고 몰입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잠시 쉴 것을 권한다.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을 정리하면 사고 회로가 해답을 찾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학습한 다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머리를 비우면 창의력·통찰력이 발동한다.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지식 또는 정보가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어 해답이 떠오른다. 이것이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지운 후에 나타나는 결과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부하기 전에 책상을 정리하듯 생각을 정리한다. - P217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모르는 내용, 처음 보는 내용이 나와도 계속 진도를 나간다. 이들은 한 번 봤던 내용이 어렴풋하게 잠재의식에 기억된다는 것을 안다. - P218

완벽하게 공부하기 위해서 읽고, 외우고, 문제 풀기를 한다. - P218

열심히 공부하는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이 공부하는 걸 지켜보면 ‘그냥‘ 열심히 한다. 체계적으로,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면 적은 시간을 공부하고도 점수를 올릴 수 있다. 체계적으로, 전략적으로 공부하면 완전한 지식을 머릿속에 넣을 수 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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