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저자의 작품인 《상실의 시대》를 읽다가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먼저 수록된 ‘반딧불이‘는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이름만 3인칭으로 대체되었을 뿐 《상실의 시대》와 99% 동일한 스토리였다. 개인적으론 《상실의 시대》를 최근에 읽었던 터라 마치 공부했던 내용을 복습하는 듯한 느낌으로 쭉 읽어나갈 수 있었다. 솔직히 굳이 다시 읽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놓치고 지나간 세부적인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 더 읽어보았다. 하지만 딱히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뒤이어 등장하는 ‘헛간을 태우다‘ 부터가 본격적으로 새롭게 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어떤 거창한 것보다는 그냥 이야기 중간중간에 저자가 심어놓은 메시지나 교훈 같은 것들을 잘 캐치해낼 수 있길 바래본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의 핵심은 단순함과 복잡함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이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에 끌리는 경향이라든지 혹은 자신에게 없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본능과도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러한 본능이 왜 생겨나는 것인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내 생각엔 상반되는 두 가지가 만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같은 게 발생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 개방적이고 천진난만한 단순함이 모종의 사람들을 매혹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 단순함과 직면하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문득 그곳에다 끼워맞춰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 P52

"거기에 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어버리면 되는 거예요. 그뿐이에요." - P54

"아냐, 안 돼. 돈을 모아서 다시 와. 그러면"
"가끔씩 헛간을 태운답니다." - P64

"저는 판단 같은 거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태워지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뿐입니다. 아시겠어요? 그곳에 있는 것을 받아들일 뿐입니다. 비와 같은 거죠. 비가 온다. 강이 넘친다. 무언가가 떠내려간다. 비가 판단을 합니까? 보세요. 저는 절대 비도덕적인 것을 지향하는 게 아닙니다. 전 저 나름대로 도덕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도덕은 인간 존재에 무척 중요한 힘이죠. 도덕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 P68

"전 도덕이라는 것은 동시 존재의 균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시 존재?"
"즉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 나는 도쿄에도 있고, 동시에 튀니스에도 있다. 야단치는 것도 저고, 용서하는 것도 접니다. 이를테면 그런 겁니다. 그런 균형이 있는 거죠. 그런 균형없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물림쇠 같은 겁니다. 그게 없으면 우리는 스르르 풀어져서 말 그대로 조각조각이 날 겁니다. 그게 있기 때문에 우리의 동시 존재가 가능해지죠."
"즉 자네가 헛간을 태우는 건 도덕적으로 마땅한 행위라는 뜻인가?"
"정확하게는 아니죠. 그건 도덕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 P69

나는 내 몸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관념으로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동시 존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하는 내가 있고, 그 생각하는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 시간은 매우 정밀하게 폴리리듬을 새기고 있었다. - P70

가끔은 그가 내가 헛간을 태우게 만드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즉 헛간을 태운다는 이미지를 내 머릿속에 집어넣고 나서,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넣듯이 그것을 점점 부풀려가는 것이다. 솔직히 가끔 나는 그가 태우기를 가만히 기다리느니 차라리 내가 성냥을 그어 태워버리는 편이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저 낡아빠진 헛간이었으니까. - P75

잃어버린 경험이 없는 인간에게 잃어버린 것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P84

"시계는 비싸다고 정확한 게 아니구나." - P85

"진짜 아픔보다 아픈 걸 상상하는 게 더 고통스러워." - P97

"그래, 아픔이라는 것은 가장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니까." - P98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정말로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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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 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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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실과 비현실(환상),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개인적으론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 담긴 의미나 그것들이 암시하는 바를 나름대로 추론해가며 읽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본문을 통해 상실감이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내 현실과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닌 굉장히 소중한 것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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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었던 《상실의 시대》에서도 그렇고 오늘 읽는 이 《댄스 댄스 댄스》에서도 그렇고 일관되게 나오는 감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아마도 이 작품을 쓰던 시기에 저자가 갖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일정부분 투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도 어김없이 이러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나온다. 주인공인 화자는 자신이 호감을 갖고 만났던 돌핀 호텔의 프런트 직원인 유미요시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는데, 자신이 예전에 꿨던 어떤 불길한 꿈(?)으로 인해 그녀를 만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 이와 관련된 단서들이 몇 가지 등장한다)

비단 이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들이나 혹은 실생활에서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행동에 굉장히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와 관련된 생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지라 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섣불리 쓰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에 기회가 된다면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써보고 싶다.

"우리는 자꾸 이동해 가고 있어. 그리고 이동해 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우리 주위에 있는 여러 가지가 사라져 간다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무엇 하나 머물러 있지 않아. 의식 속에는 머물러 있지. 하지만 이 현실 세계로부터 사라져 가는 거야. 나는 그게 걱정이야." - P350

"꽤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현실로 돌아왔어. 여러 가지 기묘한 것들 속을 통과해 왔어. 여러 사람이 죽었어. 여러 가지 것을 상실했지. 굉장히 혼란해졌는데, 그 혼란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냐. 아마 혼란은 혼란스러운 대로 존속되리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느껴. 나는 이로써 한 바퀴 돌았다는걸. 그리고 여기는 현실이야. 나는 한 바퀴 도는 동안 기진맥진해서 녹초가 되어 있었어. 하지만 어떻게든 계속 춤을 추었지. 제대로 스텝을 밟았어. 그래서 이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야." - P355

"정해져 있어. 정해져 있는 것을 나는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하다 보면, 거기에 있는 중요한 뭔가가 깨져 버리기 때문이야.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야." - P356

그 따스함이나 무게나 떨림은 정말로 현실의 것이었다. - P357

그것은 연기고, 화면 위에서 노니는 빛의 이동이며, 한 세계로부터 또 하나의 세계로 빠져나가는 그림자였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이건 현실이다. 어쩜. - P357

"그러니까 정해져 있었던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 P359

"나는 이 장소가 좋아. 여기는 당신의 장소인 동시에 내 장소이기도 하거든." - P361

그렇다. 나는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문장. 시나 소설이나 자서전, 편지 나부랭이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단순한 문장. 주문도 마감도 없는 단순한 문장. - P363

"귀를 기울이면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대상물이 보여." - P367

그래, 여기가 내 연결 지점이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여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것은 현실이다. 괜찮아, 이제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아. 나는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음매를 회복하고, 그리고 현실과 이어져 있다. 내가 그것을 바라고, 양 사나이가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 P368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두려웠다. 그건 어떤 이유도 통하지 않는 근원적인 공포였다. 유전자에 새겨지고, 태고의 시대부터 면면히 전해 내려온 공포였다. 어둠이라는 것은 어떤 존재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역시 두렵고 꺼림칙한 것이다. 그건 사람을 몽땅 삼켜 버리거나, 그 존재를 일그러뜨리고 파괴하거나, 소멸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대체 누가 완전한 어둠 속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어둠의 존재 이유ㅡ대체 누가 그런 것을 믿겠는가?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쉽게 일그러지고, 뒤바뀌며 소멸되어 버린다. 그리고 어둠의 논리인 허무가 모든 걸 뒤덮어 버리는 것이다. - P370

"무섭지 않아. 이번에는 내가 함께 있어. 서로 손을 잡고 있자. 손을 놓지 않으면 괜찮아. 어떤 일이 있어도 손을 놓으면 안 돼. 가만히 붙잡고 있는 거야." - P371

"아니, 나는 걱정이 돼. 저리로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그가 어떤 이유로 나를 찾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또 우리를 이 세계로 연결시킨 거야." - P372

"가자. 손을 꼭 잡고 있는 거야. 나는 당신을 원하고 있고 당신은 나를 원하고 있어. 걱정할 것 없어. 우리는 여기 머무는 거야. 어디에도 가지 않아. 분명히 돌아갈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P373

우리는 어둠 속에서 이어져 있었다. - P373

양 사나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혹시 죽어 버린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는 몹시 피로하고 훨씬 더 늙어 보였다. 그대로 죽어 버렸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굉장히 오래 살았다. 하지만 그 역시 늙어 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는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만일 그가 죽어 버렸다면, 이제 누가 이 세계와 나를 연결시켜 줄 것인가? 누가 나를 이어 준단 말인가. - P373

"양 사나이가 이 세계를 관리하고 있어. 여기가 이음매 같은 곳인데, 그는 나를 위해 여러 가지를 이어 주고 있어. 전화의 배전반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그는 양의 모피를 입고 오래전부터 계속 살아왔어. 그리고 여기에 머문거야. 세상의 모든 것이 싫어서."
"무엇 때문에 숨어 있어?"
"무엇 때문일까? 전쟁이 싫어서, 문명이 싫어서, 법률이 싫어서, 시스템이 싫어서... 양 사나이답지 않은 세상의 모든 것이 싫어서." - P374

나는 세계의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대인이 생각한 세계의 끝. 모든 게 폭포처럼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듯한 세계의 끝이다. 그 끝부분에 우리는 서 있다. 단둘이서. 우리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암흑의 허무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방의 공기는 뼈에 스며들듯이 차가웠다. 우리는 서로의 손바닥을 통해 겨우 따스함을 나누고 있었다. - P375

"어두운 데서 안 좋은 일을 생각하면 안 돼. 되도록 좋은 쪽으로 생각해" - P375

"간단한 것처럼 보여. 하지만 그쪽으로 가버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어. 당신은 그걸 모르고 있어. 거기는 아니야. 거기는 현실이 아니라고. 거긴 저쪽 세계야. 이쪽 세계와는 다른 곳이라고." - P377

나와 유미요시는 이쪽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걸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 나는 그걸 위해 복잡한 스텝을 밟으면서 여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 P378

나는 유미요시를 쫓아 벽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러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유미요시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키키가 벽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벽을 빠져나갔다. 예전과 마찬가지였다. 불투명한 공기의 층. 매끄럽고 딱딱한 감촉. 물과도 같은 차가움. 시간이 흔들리고, 연속성이 구부러지고, 중력이 뒤흔들렸다. 태고의 기억이 시간의 심연 속에서 증기처럼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내 유전자다. 나는 자신의 육체 속에서 진화의 기운을 느꼈다. 나는 복잡하게 뒤얽힌 나 자신의 DNA를 뛰어넘었다. 지구가 팽창하고, 그리고 냉각되어 오므라들었다. 동굴 속에 양이 숨어 있었다. 바다는 거대한 사념인데, 그 표면으로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얼굴 없는 사람들이 파도가 밀어닥치는 물가에 서서 앞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 P378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이 거대한 실 덩어리가 되어 하늘에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허무가 사람들을 삼키고, 그보다 더 거대한 허무가 그 허무를 삼켰다. 사람들의 살이 녹아 백골이 드러나고, 그것도 티끌이 되어 바람에 날려가 버렸다. 아주 완전히 죽어 있다, 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어쩜,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내 살은 분해되어 날려가고, 그리고 또 하나로 응결됐다. - P379

"무엇이든 진지하게 보려고 하면 어둠 속에서도 제대로 보이는가 봐." - P380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세계는 취약하고 그리고 위태롭다. 이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든 간단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 P381

나는 상실된 것을 위해 울고, 아직 상실되지 않은 것을 위해 울었다. - P382

시간이 현실을 새기고 있었다. - P382

현실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여기에 머무는 것이다. - P382

말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고 표현이 있다. - P383

춤을 춘다는 것은 음악과 분위기에 잘 맞추고, 파트너의 발을 밟지 않도록 신경 쓰고, 다른 커플들과 부딪치지 않게 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나‘ 자신이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과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새로이 정립해 나가는 적극적인 행동의 비유임을 알 수 있다. - P389

‘나‘의 ‘재생‘을 위해서는 ‘나‘의 ‘죽음‘이 불가피했다 - P390

‘상실감‘과 ‘절망‘과 같은 삶에 있어서의 부정적인 부분을 뚫고 나옴으로써, 사람은 누구나 ‘재생‘이랄 수 있는 재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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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34살 화자와 13살 소녀 유키와의 대화가 나온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유키의 가족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자면, 유키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업적으로 성공하여 금전적으로는 굉장히 부유하지만 양쪽 다 일로 정신없이 바쁘다보니 정서적으로는 유키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연한 기회에 유키를 알게 된 주인공은, 유키를 정서적으로 잘 보살펴 주게 된다. 그러자 유키의 부모님은 주인공에게 고마움을 크게 느꼈고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커다란 금액을 주인공에게 건낸다.

다만 주인공은 자신이 유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단순히 어떤 금전적인 보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유키의 부모님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상황들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주인공의 말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본문에서 주인공인 화자는 ‘고도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수시로 사용하면서 자본주의의 씁쓸한 단면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내는데,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맥적으로 어느정도 예상가능하지만 혹여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설명을 좀 덧붙이자면, 여기서 경비는 경비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처리되는 비용을 지칭하는 것으로써 세금 계산시 과세표준을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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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아메의 동거인이었던 딕 노스라고 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스토리 상으로는 이 사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떤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댄스 댄스 댄스》의 번역자와 《상실의 시대》번역자가 동일한데,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에 읽었던 《상실의 시대》역자 해설을 읽다보면 3인 체제로 이루어진 인간관계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나온다. 《상실의 시대》도 그렇고, 지금 읽고 있는 이《댄스 댄스 댄스》도 그렇고 등장인물들 간에 연결되어있는 일종의 연결고리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단지 두 사람일 때보다는 세 사람일 때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원저자인 하루키의 의중을 번역자가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캐치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깨달음을 두 작품에 걸쳐서 접하다보니 인간관계와 관련된 어떤 확고한 신념 하나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성경에도 보면 ‘삼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하루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깨달음을 비슷하게나마 얻을 수 있다. 굉장히 중요한 것을 배운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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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읽어나가다가 중후반부에 이르러 댄스 스텝을 밟는다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문맥상 실제 댄스 스텝이라기보다는 눈앞의 현실에 좀 더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래에 벌어질 어떤 큰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큰 일을 향해 나아가는 작디작은 한 단계, 한 단계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아마도 저자는 이 부분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막연한 미래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현실을 능숙하게, 모든 사람들이 감탄할 만큼 멋지게 살아낼 것을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듯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친구는 돈으로는 살 수 없고, 경비로는 더더욱 살 수 없다는 거야." - P216

유키에게는 유키의 입장이 있고 감정이 있는 것이다. - P219

평범함이란 흰 옷에 묻은 숙명적인 얼룩과 같은 것이다. 한번 묻은 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 P222

"원래가 인생이라는 건 불공평한 거야" - P222

"어떤 종류의 일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거야. 입 밖에 내면 그건 거기서 끝나 버려. 다시 몸에 깃들지 않아." - P223

상대가 몇 살이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나는 어떤 종류의 일은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쓸모없는 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참을 수 없는 일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 P224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걸 소중히 하면 돼. 그게 죽은 이에 대한 예의야.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어. 남아야 할 것은 남고, 남지 않을 것은 남지 않거든.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줘.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걸 네가 해결하는 거야." - P225

"사람이라는 건 어이없이 죽어 버려. 사람의 생명이라는 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해. 그러니까 사람은 회한이 남지 않도록 사람과 접촉해야 해. 공평하게, 되도록이면 성실하게.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간단히 울면서 후회하곤 하는 인간을 나는 좋아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 P225

"보이 조지처럼 노래가 서투른 뚱뚱보도 스타가 될 수 있었거든. 노력하기에 달렸어." - P225

딱한 남자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그 나름의 질서를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것은 하루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다. 사람이라는 건 자신과 제일 어울리는 장소에 그 그림자를 남기고 간다. 딕 노스의 그것은 부엌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가까스로 남겨진 그 불안정한 그림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되어 버린다. 딱하게도,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이외의 말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 P229

그렇다. 거기에 직접적인 힘 같은게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두 사람 사이에 딕 노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두 사람과 직접 대면하고 있다.
이를테면ㅡ그런 셈이다. - P236

하지만 결국 침묵은 단순한 침묵에 지나지 않는다. - P237

"상상력이 없는 자들일수록 자기 합리화가 재빠르거든." - P242

"시간은 자꾸 지나가지. 과거가 불어나고 미래가 적어져 가거든. 가능성이 줄어들고, 회한이 늘어나는 거야." - P264

"엄마와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엄마의 기분에 끌려 들어가 버려. 그런 의미로 엄마는 강한 사람이니까. 영향력이 있는거야, 분명. 주위 사람들이 어떤지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 자기밖에 몰라. 그런 사람은 강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래서 말려들어 버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돼. 엄마가 우울하면, 나도 우울해지는 거야. 기분이 좋을 때는 나도 그 영향으로 기운이 펄펄 넘치지만 말이야." - P265

어떤 종류의 말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268

정말 이상한 남자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죽은 다음에 존재감이 더 뚜렷해진다. - P269

하지만 어쨌든 나는 또 고독해졌다. 비 내리는 모래사장에 열세 살짜리 소녀와 둘이서 나란히 앉아 있는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고독했다. - P288

"어쨌든 언젠가는 사실이 드러나게 마련이야. 안개가 걷히듯이 그것은 드러난다고. 나는 그걸 알 수 있어. 네가 한 말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우연히 너를 통해 그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야. 네 탓이 아냐. 네 탓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어. 아무튼 나는 스스로 그것을 확인해 보겠어. 그러지 않고는 아무것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으니까." - P289

거기에는 분명히 뭔가 잘못된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적당히 사실을 덮어놓은 채 사태의 추이만 살펴보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지금의 나는 선택할 만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 괴기스럽든 잘못된 요소가 포함되어 있든 간에,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 P293

이곳의 공기가 내게는 너무 진하다. 이곳의 중력이 내게는 너무 무겁다. - P294

여러 가지가 사라져 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계속 잃어 가고 있다. 언제나 혼자만 외톨이로 남게 된다. 이런 식으로, 언제나 이런 식으로. 나나 고탄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상황은 다르다. 생각하거나 느끼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서로를 상실하려 하고 있다. - P294

내가 느낀 것은 체념이었다. 광대한 해수면에 쏟아지듯 내리는 비처럼 조용한 체념이었다. 나는 슬픔조차도 느끼지 않았다. 영혼의 표면에 살짝 손가락을 대고 주르륵 훑는 듯한 기묘한 감촉이 있었다. 모든 것은 소리도 없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모래 위에 그려진 표시를 바람이 날려 버리듯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 P295

내 정신은 광기를 띠고, 병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이 광기를 띠고, 병들어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 P296

어느 쪽이 광기를 띠고 어느 쪽이 병들어 있든 간에, 나는 이 엉거주춤한 채로 방치된 혼란을 제대로 정리해야 했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슬픔이든 노여움이든 간에, 나는 어쨌든 거기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역할이다. 그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내게 시사해 온 일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 기묘한 장소에까지 운반되어 온 것이다. - P296

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한 번 더 댄스 스텝을 밟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감탄할 만큼 춤을 추지 않으면 안 된다. 스텝, 그것이 유일한 현실이다. 그것은 분명히 정해져 있는 일이다.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그것은 내 머릿속에 천 퍼센트의 현실로서 새겨져 있다. 춤을 추는 것이다. - P296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지 않아. 하기 싫은 일은 잔뜩 오지. 눈사태가 나듯이 잔뜩 와. 눈사태를 향해 고함을 쳐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아. 목만 아플뿐이야." - P301

"아마 일종의 자기 파괴 본능일 거야. 내게는 예전부터 그런 게 있었어. 일종의 스트레스야. 나 자신과 내가 연기하고 있는 나와의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 벌어지면 그런 일이 곧잘 일어나. 나는 그 격차를 실제 이 눈으로 볼 수 있었어. 마치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라진 것처럼, 그게 딱 벌어져 있는 거야. 깊고 어두운 구멍이야. 현기증이 날 만큼 깊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무엇인가를 무의식적으로 파괴해 버리는 거야. 정신을 차려보면 무엇인가를 부수고 있어. 그런 일이 어린 시절부터 자주 있었지. 연필을 부러뜨리고, 유리잔을 부수고, 프라모델 자동차와 비행기 따위를 짓밟고. 하지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 물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는 하지 않아. 혼자 있을 때에만 그러지. ...(중략)... 비열하고 의미 없는 짓이지. 하지만 하고 마는 거야. 정신을 차려 보면, 해버리는 거지.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거야. 그러면서, 그렇게 무의미하고 비열한 짓을 해야만 겨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인 행위야. 하지만 그 감촉만은 기억하고 있어. 그런 감촉의 하나하나가 내 양손에 단단히 물들어 있어.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아. 형편없는 인생이야. 난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아." - P310

"살의 따위는 없었어. 나는 나 자신의 그림자를 죽이는 것처럼 그녀를 목 졸라 죽였어.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동안, 이것은 나 자신의 그림자라고 생각했어. 이 그림자를 죽이면 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키키였어. 그 일은 어둠의 세계에서 일어난 거야. 여기와는 다른 세계란 말이야. 알겠어? 여기가 아냐." - P311

"통제할 수가 없어. 그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거야. 분명히." - P314

"나는 성실하지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나는 그저 스텝만 제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야. 그저 춤을 추고 있을 뿐이야. 의미 따위는 없어." - P315

고탄다는 테이블 위에서 오십 센티미터 정도의 사이가 벌어지도록 양손을 펼쳤다. "어디에 의미가 있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의미가 대체 어디에 있어?"라며 그는 웃었다. - P315

그는 단지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P321

나는 침대 위에서 세계를 증오했다. 마음속으로부터 격렬히, 근원적으로 세계를 증오했다. 세계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부조리한 죽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무력하고, 삶의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구로 들어와, 출구로 나갔다. 나간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P322

나는 나의 두 손을 바라봤다. 내 손바닥에는 역시 죽음의 냄새가 배어들어 있었다. 아무리 씻어도 그건 지워지지 않아, 하고 고탄다는 말했다. 이봐, 양 사나이, 이것이 내 세계의 연결 방식이야? 나는 끝날 줄 모르는 죽음에 의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단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상실해야 하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나는 이제 행복해질 수 없을지도 몰라. 그건 그런대로 상관없어. 하지만 이건 너무도 가혹해. - P322

나는 문득 어린 시절에 읽은 과학책 생각이 났다. 거기에는 ‘만일 마찰이 없으면,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질문 항목이 있었다. ‘만일 마찰이 없으면‘ 하고 책에는 쓰여 있었다. ‘자전의 원심력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것이 우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나는 정말 그런 기분이었다. - P322

줄곧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줄곧 천장이 독립된 세계처럼 여겨진다. 거기로 가면 여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가치가 전도된ㅡ상하가 거꾸로 된ㅡ세계.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나는 계속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 P325

침착하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 서두른다고 그렇게 멋진 장소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나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 P325

"정말로 무슨 일을 한다는 건 비참하게 혼란스럽고 힘겨운 일이야. 의미가 없는 부분이 너무 많고.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그런게 없으면 잘 살아갈 수 없어." - P328

"사람이 죽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아. 뿌리와 마찬가지야. 위에 나와 있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끌어당기면, 질질 딸려 나와. 인간의 의식이라는 건 깊은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뒤얽혀 있고 복합적이며...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진정한 이유는 본인밖에 알 수 없어. 본인조차 알지 못할지도 몰라." - P328

그는 그 출구의 손잡이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누구의 탓도 아니다. - P328

"무엇이든 언젠가는 사라지는 거야. 우리는 모두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어.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이동함에 따라 언젠가는 사라져 버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라질 때가 되면 사라진다고. 그리고 사라질 때가 올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아. 이를테면 너는 성장해 가지. 앞으로 이년이 지나면 그 멋진 원피스도 몸에 맞지 않게 돼. 토킹 헤즈도 낡아빠진 것처럼 느껴질지도 몰라. 그리고 나와 드라이브 같은 걸 하고 싶어 하지도 않겠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해. 생각해 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P329

"모든 걸 처음부터 단정해 버리지 않는 게 좋아. 시간이라는 건 부패와 같은 거야. 뜻하지 않은 일이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해 버려. 아무도 알 수 없어." - P330

그는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 P331

‘꿈과 유사한 행위‘란 대체 무엇일까?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게 있다. 우리의 의식의 변경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존재한다. - P334

"당신을 부르고 있던 것은 당신 자신이야. 나는 당신 자신의 투영에 지나지 않아. 나를 통해 당신 자신이 당신을 부르며, 당신을 이끌고 있었던 거야. 당신은 당신의 그림자를 파트너 삼아 춤을 추고 있었던 거라고. 나는 당신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 P338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어. 그저 사라졌을 뿐. 사라진 거야. 옆에 나란히 달리고 있는 전철에 옮겨 탄 것처럼. 그게 사라진다는 거야. 알겠어?" - P341

내게는 당신이 필요하단 말이야. - P346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내일이 오는 걸 누가 보증할 수 있는가? - P347

돌고래 호텔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그림자와 흔적은 아직 여기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돌고래 호텔은 새롭고 거대한 ‘돌핀 호텔‘ 속에 잠겨 있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하고 늙은 개가 기침을 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 있다. 이 장소가 내 이음매다. 괜찮아, 여기는 나를 위한 장소다, 하고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녀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된다, 하고.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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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책들을 보면서 참 유익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독서를 통해 깨달은 바를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독서의 기술‘인 만큼 테크닉이나 스킬같은 ‘How‘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이 책을 쓰시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럼 시작해본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길을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 P7

행운(幸運)의 운이라는 글자에는 ‘천체의 궤도‘라는 뜻이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운이 좋아"라고 말할 때 ‘운‘이란 없던 것이 갑자기 ‘쾅‘ 하고 그 사람에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사람의 궤도가 찾아오는 것이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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