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친구는 돈으로는 살 수 없고, 경비로는 더더욱 살 수 없다는 거야." - P216
유키에게는 유키의 입장이 있고 감정이 있는 것이다. - P219
평범함이란 흰 옷에 묻은 숙명적인 얼룩과 같은 것이다. 한번 묻은 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 P222
"원래가 인생이라는 건 불공평한 거야" - P222
"어떤 종류의 일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거야. 입 밖에 내면 그건 거기서 끝나 버려. 다시 몸에 깃들지 않아." - P223
상대가 몇 살이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나는 어떤 종류의 일은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쓸모없는 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참을 수 없는 일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 P224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걸 소중히 하면 돼. 그게 죽은 이에 대한 예의야.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어. 남아야 할 것은 남고, 남지 않을 것은 남지 않거든.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줘.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걸 네가 해결하는 거야." - P225
"사람이라는 건 어이없이 죽어 버려. 사람의 생명이라는 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해. 그러니까 사람은 회한이 남지 않도록 사람과 접촉해야 해. 공평하게, 되도록이면 성실하게.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간단히 울면서 후회하곤 하는 인간을 나는 좋아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 P225
"보이 조지처럼 노래가 서투른 뚱뚱보도 스타가 될 수 있었거든. 노력하기에 달렸어." - P225
딱한 남자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그 나름의 질서를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것은 하루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다. 사람이라는 건 자신과 제일 어울리는 장소에 그 그림자를 남기고 간다. 딕 노스의 그것은 부엌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가까스로 남겨진 그 불안정한 그림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되어 버린다. 딱하게도,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이외의 말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 P229
그렇다. 거기에 직접적인 힘 같은게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두 사람 사이에 딕 노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두 사람과 직접 대면하고 있다. 이를테면ㅡ그런 셈이다. - P236
하지만 결국 침묵은 단순한 침묵에 지나지 않는다. - P237
"상상력이 없는 자들일수록 자기 합리화가 재빠르거든." - P242
"시간은 자꾸 지나가지. 과거가 불어나고 미래가 적어져 가거든. 가능성이 줄어들고, 회한이 늘어나는 거야." - P264
"엄마와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엄마의 기분에 끌려 들어가 버려. 그런 의미로 엄마는 강한 사람이니까. 영향력이 있는거야, 분명. 주위 사람들이 어떤지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 자기밖에 몰라. 그런 사람은 강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래서 말려들어 버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돼. 엄마가 우울하면, 나도 우울해지는 거야. 기분이 좋을 때는 나도 그 영향으로 기운이 펄펄 넘치지만 말이야." - P265
어떤 종류의 말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268
정말 이상한 남자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죽은 다음에 존재감이 더 뚜렷해진다. - P269
하지만 어쨌든 나는 또 고독해졌다. 비 내리는 모래사장에 열세 살짜리 소녀와 둘이서 나란히 앉아 있는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고독했다. - P288
"어쨌든 언젠가는 사실이 드러나게 마련이야. 안개가 걷히듯이 그것은 드러난다고. 나는 그걸 알 수 있어. 네가 한 말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우연히 너를 통해 그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야. 네 탓이 아냐. 네 탓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어. 아무튼 나는 스스로 그것을 확인해 보겠어. 그러지 않고는 아무것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으니까." - P289
거기에는 분명히 뭔가 잘못된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적당히 사실을 덮어놓은 채 사태의 추이만 살펴보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지금의 나는 선택할 만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 괴기스럽든 잘못된 요소가 포함되어 있든 간에,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 P293
이곳의 공기가 내게는 너무 진하다. 이곳의 중력이 내게는 너무 무겁다. - P294
여러 가지가 사라져 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계속 잃어 가고 있다. 언제나 혼자만 외톨이로 남게 된다. 이런 식으로, 언제나 이런 식으로. 나나 고탄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상황은 다르다. 생각하거나 느끼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서로를 상실하려 하고 있다. - P294
내가 느낀 것은 체념이었다. 광대한 해수면에 쏟아지듯 내리는 비처럼 조용한 체념이었다. 나는 슬픔조차도 느끼지 않았다. 영혼의 표면에 살짝 손가락을 대고 주르륵 훑는 듯한 기묘한 감촉이 있었다. 모든 것은 소리도 없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모래 위에 그려진 표시를 바람이 날려 버리듯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 P295
내 정신은 광기를 띠고, 병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이 광기를 띠고, 병들어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 P296
어느 쪽이 광기를 띠고 어느 쪽이 병들어 있든 간에, 나는 이 엉거주춤한 채로 방치된 혼란을 제대로 정리해야 했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슬픔이든 노여움이든 간에, 나는 어쨌든 거기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역할이다. 그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내게 시사해 온 일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 기묘한 장소에까지 운반되어 온 것이다. - P296
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한 번 더 댄스 스텝을 밟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감탄할 만큼 춤을 추지 않으면 안 된다. 스텝, 그것이 유일한 현실이다. 그것은 분명히 정해져 있는 일이다.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그것은 내 머릿속에 천 퍼센트의 현실로서 새겨져 있다. 춤을 추는 것이다. - P296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지 않아. 하기 싫은 일은 잔뜩 오지. 눈사태가 나듯이 잔뜩 와. 눈사태를 향해 고함을 쳐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아. 목만 아플뿐이야." - P301
"아마 일종의 자기 파괴 본능일 거야. 내게는 예전부터 그런 게 있었어. 일종의 스트레스야. 나 자신과 내가 연기하고 있는 나와의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 벌어지면 그런 일이 곧잘 일어나. 나는 그 격차를 실제 이 눈으로 볼 수 있었어. 마치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라진 것처럼, 그게 딱 벌어져 있는 거야. 깊고 어두운 구멍이야. 현기증이 날 만큼 깊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무엇인가를 무의식적으로 파괴해 버리는 거야. 정신을 차려보면 무엇인가를 부수고 있어. 그런 일이 어린 시절부터 자주 있었지. 연필을 부러뜨리고, 유리잔을 부수고, 프라모델 자동차와 비행기 따위를 짓밟고. 하지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 물론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는 하지 않아. 혼자 있을 때에만 그러지. ...(중략)... 비열하고 의미 없는 짓이지. 하지만 하고 마는 거야. 정신을 차려 보면, 해버리는 거지.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거야. 그러면서, 그렇게 무의미하고 비열한 짓을 해야만 겨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인 행위야. 하지만 그 감촉만은 기억하고 있어. 그런 감촉의 하나하나가 내 양손에 단단히 물들어 있어.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아.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아. 형편없는 인생이야. 난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아." - P310
"살의 따위는 없었어. 나는 나 자신의 그림자를 죽이는 것처럼 그녀를 목 졸라 죽였어.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동안, 이것은 나 자신의 그림자라고 생각했어. 이 그림자를 죽이면 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키키였어. 그 일은 어둠의 세계에서 일어난 거야. 여기와는 다른 세계란 말이야. 알겠어? 여기가 아냐." - P311
"통제할 수가 없어. 그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거야. 분명히." - P314
"나는 성실하지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나는 그저 스텝만 제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야. 그저 춤을 추고 있을 뿐이야. 의미 따위는 없어." - P315
고탄다는 테이블 위에서 오십 센티미터 정도의 사이가 벌어지도록 양손을 펼쳤다. "어디에 의미가 있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의미가 대체 어디에 있어?"라며 그는 웃었다. - P315
그는 단지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P321
나는 침대 위에서 세계를 증오했다. 마음속으로부터 격렬히, 근원적으로 세계를 증오했다. 세계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부조리한 죽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무력하고, 삶의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구로 들어와, 출구로 나갔다. 나간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P322
나는 나의 두 손을 바라봤다. 내 손바닥에는 역시 죽음의 냄새가 배어들어 있었다. 아무리 씻어도 그건 지워지지 않아, 하고 고탄다는 말했다. 이봐, 양 사나이, 이것이 내 세계의 연결 방식이야? 나는 끝날 줄 모르는 죽음에 의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단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상실해야 하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나는 이제 행복해질 수 없을지도 몰라. 그건 그런대로 상관없어. 하지만 이건 너무도 가혹해. - P322
나는 문득 어린 시절에 읽은 과학책 생각이 났다. 거기에는 ‘만일 마찰이 없으면,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질문 항목이 있었다. ‘만일 마찰이 없으면‘ 하고 책에는 쓰여 있었다. ‘자전의 원심력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것이 우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나는 정말 그런 기분이었다. - P322
줄곧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줄곧 천장이 독립된 세계처럼 여겨진다. 거기로 가면 여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가치가 전도된ㅡ상하가 거꾸로 된ㅡ세계.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나는 계속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 P325
침착하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 서두른다고 그렇게 멋진 장소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나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 P325
"정말로 무슨 일을 한다는 건 비참하게 혼란스럽고 힘겨운 일이야. 의미가 없는 부분이 너무 많고.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그런게 없으면 잘 살아갈 수 없어." - P328
"사람이 죽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아. 뿌리와 마찬가지야. 위에 나와 있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끌어당기면, 질질 딸려 나와. 인간의 의식이라는 건 깊은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뒤얽혀 있고 복합적이며...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 진정한 이유는 본인밖에 알 수 없어. 본인조차 알지 못할지도 몰라." - P328
그는 그 출구의 손잡이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누구의 탓도 아니다. - P328
"무엇이든 언젠가는 사라지는 거야. 우리는 모두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어.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이동함에 따라 언젠가는 사라져 버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라질 때가 되면 사라진다고. 그리고 사라질 때가 올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아. 이를테면 너는 성장해 가지. 앞으로 이년이 지나면 그 멋진 원피스도 몸에 맞지 않게 돼. 토킹 헤즈도 낡아빠진 것처럼 느껴질지도 몰라. 그리고 나와 드라이브 같은 걸 하고 싶어 하지도 않겠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해. 생각해 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P329
"모든 걸 처음부터 단정해 버리지 않는 게 좋아. 시간이라는 건 부패와 같은 거야. 뜻하지 않은 일이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해 버려. 아무도 알 수 없어." - P330
그는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 P331
‘꿈과 유사한 행위‘란 대체 무엇일까?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게 있다. 우리의 의식의 변경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존재한다. - P334
"당신을 부르고 있던 것은 당신 자신이야. 나는 당신 자신의 투영에 지나지 않아. 나를 통해 당신 자신이 당신을 부르며, 당신을 이끌고 있었던 거야. 당신은 당신의 그림자를 파트너 삼아 춤을 추고 있었던 거라고. 나는 당신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 P338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어. 그저 사라졌을 뿐. 사라진 거야. 옆에 나란히 달리고 있는 전철에 옮겨 탄 것처럼. 그게 사라진다는 거야. 알겠어?" - P341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내일이 오는 걸 누가 보증할 수 있는가? - P347
돌고래 호텔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그림자와 흔적은 아직 여기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돌고래 호텔은 새롭고 거대한 ‘돌핀 호텔‘ 속에 잠겨 있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하고 늙은 개가 기침을 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 있다. 이 장소가 내 이음매다. 괜찮아, 여기는 나를 위한 장소다, 하고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녀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된다, 하고.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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