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책들을 보면서 참 유익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독서를 통해 깨달은 바를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독서의 기술‘인 만큼 테크닉이나 스킬같은 ‘How‘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이 책을 쓰시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럼 시작해본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길을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 P7

행운(幸運)의 운이라는 글자에는 ‘천체의 궤도‘라는 뜻이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운이 좋아"라고 말할 때 ‘운‘이란 없던 것이 갑자기 ‘쾅‘ 하고 그 사람에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그 사람의 궤도가 찾아오는 것이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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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목차를 비롯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대략 훑어보았는데, 아마도 영감을 주는 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예술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예술을 만들 수밖에 없는
멋진 상태에 놓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로버트 헨리 Robert Henri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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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화자인 주인공이 13살 소녀인 유키와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보통은 이런 문장을 만나면 이야기의 어떤 맥락과 연계해서 생각해보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그냥 순수하게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었다.

다소 주관적인 해석일수도 있겠만, 이 문장에 대한 독자인 나의 생각을 적어보자면, ‘일반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떤 경우에는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상황에 띠라 정상의 기준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라고도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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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이어 읽다가 주인공인 화자와 그의 친구이자 나름 유명 연예인인 고탄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다만 대화이긴 한데, 거의 고탄다가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것이 90% 이상이고 주인공인 화자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간단하게 맞장구쳐주는 정도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점은 겉으론 화려해보이고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남부러울 것 없어보였던 고탄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삶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부분이었다. 고탄다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느끼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TV나 기타 여러 매체들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을 보며 부러워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 브라운관 속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삶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어두운 그늘이 있는 듯하다. 물론 보여지는 게 화려하다보니 연예인들의 삶이라는 것이 그저 멋있어 보일 때가 많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고탄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비단 연예인들 뿐만아니라 얼핏 보기에 화려해보이고 멋있어보이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외면에 걸맞지 않는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주눅들거나 속지 말고 각자 자신의 내면을 충실히 가꾸어 나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굉장히 정상적이라는 것은, 동시에 엇나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거든." - P106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 P107

그것을 인정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스타일이라는 걸 갖고 있어. 존경은 할 수 없어도 무시할 수는 없어. - P123

천둥은 약간 시끄러운 공중의 방전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 P126

"나는 아주 불완전한 인간이야. 불완전하고, 항상 실수하거든. 하지만 배워.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두 번씩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왜 그럴까? 간단해. 왜냐하면 내가 어리석고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그런 때에는 역시 약간은 스스로를 혐오하게 돼.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세 번은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지.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지.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건 분명해." - P126

나는 문득 결혼 생활을 생각해 냈다. 그러고 보니 결혼 생활 중에는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몇 번이고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몇 번이고 사과했다. 그런 때에는 아내 역시 내가 말을 걸어도 몇 시간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 그렇게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일까, 하고 나는 곧잘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닌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때에는 참을성 있게 사과하고 설명하면서 그 상처가 아물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을 거듭함으로써 우리의 관계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마 나아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 P128

그녀가 내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일은 한 번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이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집을 나가 버렸다. 그때뿐이다. 결혼 생활ㅡ그건 아주 기묘한 것이었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소용돌이와 같은 거야, 딕 노스가 말하는 것처럼. - P128

"용서한 건 아니야"라고 유키는 말했다. "우선 화해하는 것뿐이야. 그건 정말로 잘못된 일이었고 나는 큰 상처를 받았어. 알겠어?" - P128

"이를테면 네가 새라고 하자"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자.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자주 날 수가 없어. 날씨나 풍향이나 계절에 따라 날 수 있을 때와 날 수 없을 때가 있거든. 하지만 날 수 없는 날이 계속되면, 힘도 남아돌고 초조해져. 자신이 부당하게 깎아내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왜 날 수 없을까 하고 화도 나고 말이야. 이런 느낌이 이해돼?"
"이해돼"라고 그녀는 말했다. "언제나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럼 얘기는 간단해. 그게 성욕이야." - P133

"언제나 즐거워?"
"반드시 그렇진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불완전한 생물 둘이 모여 하는 일이니까, 언제나 잘될 수만은 없지. 실망하는 때도 있어. 기분 좋게 날고 있다가 그만 나무에 부딪치는 수도 있어." - P133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잘될 확률이 커져가" 하고 나는 계속 설명했다. "요령을 알게 돼. 날씨와 풍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되지. 하지만 대체로 그에 비례해서 성욕 자체는 서서히 감소되어 가지. 그런 거야."
"비참해" 하고 유키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정말" 하고 나는 말했다. - P134

나는 원래 키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선을 따라 흐름을 추적해 왔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틈엔지 이 모양이 되어 버렸다. 기묘한 사람들이 잇달아 나타나, 모든 일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 버린 것이다. - P135

갑자기 나 자신이, 먼 옛날에 죽어 풍화해서 바짝 말라 버린 거대한 생물의 미궁과도 같은 체내를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이유로 시간의 구멍을 빠져나와, 그 한가운데에 쑥 빠져 버린 것이다. - P141

"무력감"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뭔가 거대한 것에 의해 휘둘리고 있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든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기분." - P150

무엇과 무엇이 유사하다. 무엇과 무엇이 이어져 있다. - P153

모든 게 이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모든 게 이어져 있다. 그런데 나만이 그 이음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P154

"왠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언제나 죽음이라는 게 내 옆에 있어. 그리고 기회가 오면, 그것이 어느 틈엔가 문득 모습을 나타내거든." - P155

"전쟁할 때보다 평화로울 때가 훨씬 더 분주해요." - P156

"혼자서 해야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 P157

"자신이 없으니까 무기력하게 생각하는 거야." - P158

아메는 그대로 잠자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기를 빨아들인 건 두세 모금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재가 되어 잔디밭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은 내게 시간의 유해 같은 것을 상기시켰다. 그녀의 손 안에서 시간이 잇따라 죽어 가며 불태워져 하얀 재로 변해 가는 것이다. - P159

혼자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누구와 상의할 필요도 없고, 실패해도 누구에게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우스운 일이 있으면 혼자 농담을 하고 혼자 킥킥거리며 웃으면 됐다. 아무도 ‘그런 농담은 시시하다‘ 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루하면 재떨이라도 바라보고 있으면 됐다. 내가 가만히 재떨이를 바라보고 있어도, 아무도 ‘왜 재떨이 따위를 바라보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았다. 좋든 싫든 나는 혼자 보내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 P162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있다고." - P166

아무리 풍기문란한 일이라도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단순히 선악의 척도로는 잴 수 없게 된다. 거기에 그것의 독자적이며 독립된 환상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환상이 생겨나면, 순수한 상품으로서 제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고도자본주의는 모든 틈새로부터 상품을 발굴해 낸다. 환상, 이것이 키워드다. 매춘이든, 인신매매든, 계층 간의 차별이든, 개인 공격이든, 도착적 성욕이든, 무엇이든 간에 예쁘게 포장해서 예쁜 이름을 붙이면 훌륭한 상품이 되는 것이다. - P171

혼란스러웠다. 연결이 얽히고설켜있는 것이다. 우선 그 얽히고설킨 것을 어떻게든 해소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나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 P172

해 질 녘의 푸른빛이 투명한 브러시로 거듭 칠해져 가는 것처럼 점차 진해지면서, 밤의 어둠으로 변해 갔다. - P173

어떤 종류의 것은 어떤 종류의 것과 숙명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 P174

사람에게는 각각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 - P174

나는 파와 매실 무침을 만들고 가다랭이포를 뿌리고, 미역과 새우 초절임을 만들고, 고추냉이절임과 무를 간 것에 잘게 썬 어묵을 섞어 두고, 올리브오일과 마늘과 살라미를 사용해 채썬감자를 볶았다. 오이를 잘게 썰어 절임을 만들었다. 어제 만들어 둔 녹미채 조림도 남아 있었고, 두부도 있었다. 양념으로는 생강을 듬뿍 사용했다. - P176

"간단해. 모두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냐. 익숙해지면 금방할 수 있어. 요는 집에 있는 재료로 얼마만큼 만들 수 있느냐는 거지." - P176

"사람마다 각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어.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 - P176

"자신의 보신에만 급급해." - P179

"어쩐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하고 그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손에 넣으려고 하면 웬만한 건 다 손에 들어오는데, 정말로 갖고 싶은 건 손에 들어오지 않거든." - P183

"필요라는 건 그런 게 아냐. 자연스레 생겨나는 게 아니거든. 그건 그냥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 P183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건 그런 세계야. 미나토구와 유럽 자동차와 롤렉스를 손에 넣으면 일류로 여겨지지. 쓸모없는 짓이야. 아무런 의미도 없어. 요컨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필요라는 것은 그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야. 자연히 생겨나는 게 아니야. 날조되는 거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필요한 것이라는 환상을 부여받는 거야. 간단해. 정보를 자꾸 만들어가면 돼. 주거지라면 미나토구입니다. 승용차라면 BMW입니다. 시계는 롤렉스입니다, 하는 식으로 말이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정보를 부여하는 거야. 그러면 모두들 전적으로 믿어 버려. 주거지라면 미나토구, 승용차는 BMW, 시계는 롤렉스라고 말이야. 어떤 종류의 인간은, 그런 것을 손에 넣음으로써 진짜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해. 타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게 하면 결국 타인과 똑같아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거야. 상상력이 부족해. 그 따위 것들은 인위적인 정보에 지나지 않아. 단순한 환상이야. 난 그런 일들이 정말 지긋지긋해. 좀 더 착실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안 돼. 나는 프로덕션에 얽매여 있어. 옷을 갈아입히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야. 빚을 지고 있으니까,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어. 내가 이러고 싶다고 말해도, 내 말 따위는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다고. 미나토구의 근사한 맨션에서 살며, 마세라티를 타고, 파텍 필립 시계를 차고, 고급 콜걸과 자고. 어떤 종류의 인간은 그런 것을 부러워하겠지.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냐. 내가 바라는 건, 그런 생활을 하는 한은 손에 넣을 수 없는 거야."
"이를테면 사랑" 하고 나는 말했다.
"그래, 이를테면 사랑. 그리고 평온. 건전한 가정. 단순한 인생" 하고 고탄다는 말했다. - P185

"난 하려고만 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 온갖 가능성을 다 갖고 있었지. 기회도 있었고, 능력도 있었어. 하지만 나는 그저 인형이 됐지. 밤이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간단히 데리고 잘 수 있어. 거짓말이 아냐. 정말로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정말 원하는 여자와는 합쳐질 수 없어." - P186

"이렇게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너밖에는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 정말이야.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 내가 마세라티보다는 스바루를 타고 싶다고 말하면, 모두들 내가 머리가 돈 모양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정신병원에 끌려가지. 유행이라고, 정신병원에 가는 게. 지겨워. 연예인 전문 정신과 의사란 토한 걸 청소하는 일의 전문가 같은 거야" - P186

"하지만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건 모두, 모두, 모두가 지겨운 얼간이 같은 놈들이야. 정말 구역질이 나. 순수하고 절망적인 구역질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 P187

"쓸모없는 놈들이 주위에 우글거리고 있어"라고 고탄다는 토해 내듯이 말했다. "도시의 욕망을 빨아먹으며 살아가는 흡혈귀 같은 자들이야. 물론 모두 다 형편없는 건 아니야. 착실한 사람도 약간은 있어. 하지만 형편없는 놈들이 너무 많거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요령이 좋은 놈들. 지위를 이용해서 돈이나 여자를 손에 넣는 놈들.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이 세상의 욕망의 웃물을 마시며 통통하게 살이 찌는 그런 세계야. 넌 알지 못하겠지만, 정말로 형편없는 놈들이 많아. 이따금 그런 놈들과 술을 마셔야 할 때도 있어. 그런 때는 계속 나 자신을 타이르고 있어야 한다고. 분통이 울컥 치밀어도 목을 졸라 죽이진 말자. 이런 놈들을 죽이는 건 에너지의 소모니까, 라고 말이야." - P187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걸, 구멍을 파고 외치는 거야. 입 밖에 내면 후련해져." - P188

"어느 부분에선 그래. 나름대로 즐기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코 행복한 건 아니야. 너에게 어떤 종류의 것이 결여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어떤 종류의 것이 결여되어 있어. 그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그저 댄스 스텝을 계속 밟고 있을 뿐이야. 몸이 스텝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계속 춤을 출 수는 있거든. 개중에는 감탄해 주는 사람도 있지. 그러나 사회적으로 나는 완전한 제로야." - P189

"어떻게 될지도 몰라. 안 될지도 몰라. 아무도 알 수 없어. 모두 똑같아." - P189

"너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취향을 따지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 거기서는 ‘취향이 좋은 사람‘이란 ‘성격이 비뚤어진 가난뱅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야. 동정 받을 뿐이지.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아." - P191

엉거주춤하게 일을 방치해 둘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하면, 그 엉거주춤한 모양을 다음 단계까지 질질 끌고 가게 된다. 아무리 나아가도 모든 사물이 엉거주춤한 모양의 어두컴컴한 그림자에 물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이상으로 삼는 세계의 모습이 아니다. - P197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튼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는 당황해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스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를 배웠다.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것은 반드시 움직인다.
좋아, 천천히 기다리자. - P198

"공상에는 예산이라는 게 없거든. 중산층들이나 하는 걱정은 아예 집어치우는 게 좋아. 자질구레한 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멋지게 해보자고." - P199

무엇이든 경비로 처리되는 것이다. 감동적인 세계다. - P204

"호텔은 호텔이고, 너는 너야." - P207

"알고 있어, 그쯤은. 하지만 이따금 혼란에 빠져. 경계선이 보이지 않게 돼. 나라는 존재나 감각, 사생활 따위가 호텔이라는 우주 속에 끌려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 거야."
"누구나 그래. 모두들 어디엔가 끌려 들어가 경계선이 보이지 않게 되지. 너뿐만이 아냐. 나도 마찬가지야"라고 나는 말했다. - P207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어. 하지만 그릇된 것, 잘못된 것, 일그러진 것이야. 그 속에 있으면 굉장히 답답해. 굉장히 공기가 무거워. 마치 납 상자 속에 처넣어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어."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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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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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듯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완벽한 인생도 없다. 자기 삶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절대로 낙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인생이라는 과정 속에서 서로 사랑하기도 하고 크고 작은 좌절들을 겪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나갈 뿐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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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 소설의 원제이자 비틀즈의 노래 제목 중 하나인 ‘노르웨이의 숲‘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핵심 가사다. 소설에서도 그렇고 곡에서도 그렇고 돌고돌아 결국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은 뭐랄까... 참으로 쓸쓸하면서도 궁극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느덧 소설 막바지에 이르러 뒷부분에 나온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있는데, 본문을 읽으며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여러 모로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각자가 느낀 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nd when I awoke I was alone(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혼자임을 알았다)." - P425

"지금 이 시대에 서서 그 당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를 생각하면 저는 매우 이상한 기분에 잠기게 됩니다. 그 격렬한 시대를 탄생시킨 변화의 에너지는 도대체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가져온 것인가, 하고. 그 당시에 아주 대단한 큰일로 생각했던 것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가, 하고." - P428

돌아갈 곳 없이 홀로 외떨어진 존재들의 각개격파식 생존투쟁이 있을 뿐 - P429

"우리들은 이제 공동투쟁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개개인의 자기 내면의 싸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여간 다시 한 번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어떻게 자신을 이화異化시키느냐, 어떤 가치관을 만들어가느냐, 마치《양을 쫓는 모험》에서 쥐가 양을 삼킨 것처럼 말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그것을 삼켜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 P429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ㅡ그것뿐이었다." - P429

‘사랑‘을 찾아, ‘양‘을 찾아, 또는 ‘태엽 감는 새‘ 를 찾아,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인 ‘나‘는 어딘가 더 먼 곳으로 존재의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나‘가 찾아간 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텅 빈 세계이다. 그것은 다른 세상으로 향한 출구가 아닌 이 세계의 다른 모습에 불과하며,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 P430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은 언제나 어떤 시대적인 이념이나 관념의 목표를 상실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자신과 혈육 그리고 친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진 소원과 이별, 그리고 죽음과 같은 자연적이며 사회적인 ‘상실‘의 아픔과 서글픔을 머금고 길 위에 서 있는 자이다. - P430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전혀 만난 적 없는, 그러나 우리의 내면 속에 분명히 꿈틀거리고 있는 또 다른 자아와 시대를 만나게 된다. - P430

"그러나 그곳이 어디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 P431

존재를 좇는 모험은 끝없이 계속되고, 결국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와같은 뫼비우스의 띠를 ‘나‘와 함께 계속 더듬어가는 것이다. 목적도 없이, 아무런 해결도 없이. 그러나 하루키는 그런 텅 빈 세계에서 체념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재생‘과 ‘재활‘을 지향하며 다시 일어선다. 바로 그 점에 하루키 문학의 강점과 절대적인 매력이 있다 - P431

존재와 세계에 대한 자각은, 언제나 길의 끝이 아니라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나‘에게는 모험을 떠나는 여정들 그 자체가 바로 재생을 위한 작은 통과제의에 다름 아닌 것이다. - P431

하루키 문학의 출발과 중심은 ‘실연失戀‘이라고 볼 수 있다 - P436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 또는 가치, 존재를 정당화하는 이유). - P436

무릇 모든 ‘상처‘ 란 결국 ‘상실‘을 의미하게 된다. 아무리 행복한 모습으로, 또는 건강한 모습으로 남의 눈에 비치거나 비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 해도, 가슴속에 응어리로 맺힌 상처는 곧 상실의 아픔이 되어 평생을 두고 사라지지 않는다. - P437

타자에게 송두리째 마음을 주고 깊이 사귄 결과로써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고 여기는 하루키 작품 속의 ‘나‘는, 그 이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자폐적이며 내향적인 삶을 보내면서 현실 사회에서 되도록 멀리 도망치려고 한다. - P437

흔히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라고 한다. 설사 그 ‘추억‘이 아로새겨진 체험 자체는 그 시점에서는 쓰리고 고통스런 것이었다고 해도 추억을 옛이야기로 말하게 될 때는, 지나온 시간이 여러 고통과 시련을 정화해버리고 감미로움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상실의 시대>도 ‘나‘의 추억담으로 이야기되며, 그 추억이 형성됐던 시간에는 견딜 수 없었던 슬픔과 고통이었지만, 이젠 먼 옛이야기로 사라져버리고 아주 달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 있다. - P438

아무리 소설이 허구의 사실로 꾸며진 이야기라고 해도 작가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은 쉽게 써질 수 없다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작가의 직접 또는 간접의 체험과 사상이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는 읽고 즐기는 것 이외에 그 값진 문학성이랄까 작품성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 P439

‘나‘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고 스스로를 향해 묻는 것은, 결코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장소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그것은 존재의 근거에 대한 동요로서 받아들여지며, ‘나‘에게 있어 세계가 명확한 윤곽을 잃고 있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다. - P442

"사랑과 슬픔은 같은 길로 온다." _독일 속담 - P443

"하루키 소설의 매력은 읽을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매력이 보이는 데 있다." _《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스무 번 이상 읽은 이용성 씨 - P446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 - P447

무엇인가 결점이 있는 등장인물들이 자기 나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하는 데 감명을 받았다. _한국에서 출간된 하루키의 작품을 열 번 이상 읽은 임선집 씨 - P448

"인생은 고통스런 일도 많지만, 사랑에 의존하면서 극복해가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그 소설(상실의 시대)에서 배웠다." _임선집 - P448

"아무도 타인은 남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대신 지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의 사랑과 인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도 하루키의 강한 메시지인데, 그건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읽어보지 않고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_임선집 - P448

감성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호 이해가 진일보한다. - P451

하루키의 작품 세계는 하찮은 것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섬세한 관심을 통해, 오늘의 젊은이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 표출하는 데 있다. 이 점이 곧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의 마성적인 매력이 되고 있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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