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화자인 주인공이 13살 소녀인 유키와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보통은 이런 문장을 만나면 이야기의 어떤 맥락과 연계해서 생각해보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그냥 순수하게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었다.
다소 주관적인 해석일수도 있겠만, 이 문장에 대한 독자인 나의 생각을 적어보자면, ‘일반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떤 경우에는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상황에 띠라 정상의 기준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라고도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정상적이라는 것은, 동시에 엇나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거든." - P106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 P107
그것을 인정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스타일이라는 걸 갖고 있어. 존경은 할 수 없어도 무시할 수는 없어. - P123
천둥은 약간 시끄러운 공중의 방전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 P126
"나는 아주 불완전한 인간이야. 불완전하고, 항상 실수하거든. 하지만 배워.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두 번씩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왜 그럴까? 간단해. 왜냐하면 내가 어리석고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그런 때에는 역시 약간은 스스로를 혐오하게 돼.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세 번은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지.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지.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건 분명해." - P126
나는 문득 결혼 생활을 생각해 냈다. 그러고 보니 결혼 생활 중에는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몇 번이고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몇 번이고 사과했다. 그런 때에는 아내 역시 내가 말을 걸어도 몇 시간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 그렇게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일까, 하고 나는 곧잘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닌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때에는 참을성 있게 사과하고 설명하면서 그 상처가 아물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을 거듭함으로써 우리의 관계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마 나아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 P128
그녀가 내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일은 한 번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이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집을 나가 버렸다. 그때뿐이다. 결혼 생활ㅡ그건 아주 기묘한 것이었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소용돌이와 같은 거야, 딕 노스가 말하는 것처럼. - P128
"용서한 건 아니야"라고 유키는 말했다. "우선 화해하는 것뿐이야. 그건 정말로 잘못된 일이었고 나는 큰 상처를 받았어. 알겠어?" - P128
"이를테면 네가 새라고 하자"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자.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자주 날 수가 없어. 날씨나 풍향이나 계절에 따라 날 수 있을 때와 날 수 없을 때가 있거든. 하지만 날 수 없는 날이 계속되면, 힘도 남아돌고 초조해져. 자신이 부당하게 깎아내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왜 날 수 없을까 하고 화도 나고 말이야. 이런 느낌이 이해돼?" "이해돼"라고 그녀는 말했다. "언제나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럼 얘기는 간단해. 그게 성욕이야." - P133
"언제나 즐거워?" "반드시 그렇진 않아"라고 나는 말했다. "불완전한 생물 둘이 모여 하는 일이니까, 언제나 잘될 수만은 없지. 실망하는 때도 있어. 기분 좋게 날고 있다가 그만 나무에 부딪치는 수도 있어." - P133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잘될 확률이 커져가" 하고 나는 계속 설명했다. "요령을 알게 돼. 날씨와 풍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되지. 하지만 대체로 그에 비례해서 성욕 자체는 서서히 감소되어 가지. 그런 거야." "비참해" 하고 유키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정말" 하고 나는 말했다. - P134
나는 원래 키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된 것이다. 나는 그 선을 따라 흐름을 추적해 왔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틈엔지 이 모양이 되어 버렸다. 기묘한 사람들이 잇달아 나타나, 모든 일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 버린 것이다. - P135
갑자기 나 자신이, 먼 옛날에 죽어 풍화해서 바짝 말라 버린 거대한 생물의 미궁과도 같은 체내를 방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이유로 시간의 구멍을 빠져나와, 그 한가운데에 쑥 빠져 버린 것이다. - P141
"무력감"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뭔가 거대한 것에 의해 휘둘리고 있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든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기분." - P150
무엇과 무엇이 유사하다. 무엇과 무엇이 이어져 있다. - P153
모든 게 이어져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모든 게 이어져 있다. 그런데 나만이 그 이음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P154
"왠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언제나 죽음이라는 게 내 옆에 있어. 그리고 기회가 오면, 그것이 어느 틈엔가 문득 모습을 나타내거든." - P155
"전쟁할 때보다 평화로울 때가 훨씬 더 분주해요." - P156
"혼자서 해야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 P157
"자신이 없으니까 무기력하게 생각하는 거야." - P158
아메는 그대로 잠자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기를 빨아들인 건 두세 모금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재가 되어 잔디밭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은 내게 시간의 유해 같은 것을 상기시켰다. 그녀의 손 안에서 시간이 잇따라 죽어 가며 불태워져 하얀 재로 변해 가는 것이다. - P159
혼자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누구와 상의할 필요도 없고, 실패해도 누구에게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우스운 일이 있으면 혼자 농담을 하고 혼자 킥킥거리며 웃으면 됐다. 아무도 ‘그런 농담은 시시하다‘ 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루하면 재떨이라도 바라보고 있으면 됐다. 내가 가만히 재떨이를 바라보고 있어도, 아무도 ‘왜 재떨이 따위를 바라보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았다. 좋든 싫든 나는 혼자 보내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 P162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있다고." - P166
아무리 풍기문란한 일이라도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단순히 선악의 척도로는 잴 수 없게 된다. 거기에 그것의 독자적이며 독립된 환상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환상이 생겨나면, 순수한 상품으로서 제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고도자본주의는 모든 틈새로부터 상품을 발굴해 낸다. 환상, 이것이 키워드다. 매춘이든, 인신매매든, 계층 간의 차별이든, 개인 공격이든, 도착적 성욕이든, 무엇이든 간에 예쁘게 포장해서 예쁜 이름을 붙이면 훌륭한 상품이 되는 것이다. - P171
혼란스러웠다. 연결이 얽히고설켜있는 것이다. 우선 그 얽히고설킨 것을 어떻게든 해소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나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 P1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