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Skeptic》이라는 과학 잡지가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실은 몇 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다른 책들을 이것저것 읽다보니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렸는지 그간 읽어볼 기회를 만들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최근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한《에피epi, 35호》라는 과학잡지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한 책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때마침 이《Skeptic, vol.43》계간지에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겉표지에 나온 소주제들을 간단히 살펴보니 나름대로 흥미로워 보이는 것들이 이것저것 보인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AI시대에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물론 그 이면에 있는 것들까지도 볼 수 있는 시각을 갖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추가로 인공지능 외에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는 과학과 관련된 칼럼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를 통해 상식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길 기대해본다. 그럼 시작한다.

실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의 과학은 아직 원시적이고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 P1

스켑틱은 우리를 미혹迷惑하는 것들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 P1

《스켑틱skeptic》을 발간하는 스켑틱 협회The Skeptics Society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과학 교육기관이다. - P7

우리가 말하는 회의주의는 이성을 이용하여 모든 종류의 사상을 검증하는 것이다. - P7

회의주의에 불가침의 영역은 없다. 다시 말하면, 회의주의는 어떤 입장이나 태도가 아니라 ‘방법론‘이다. - P7

원칙적으로 회의주의자들은 참인지 아닌지를 가릴 수 없는 주장, 또는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믿기 전에 반드시 충분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 P7

우리가 추구하는 회의주의는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이론을 수립하고, 자연 현상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을 검증하는 ‘과학적 회의주의‘ 다. - P7

어떤 주장은 잠정적인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것으로 입증되면 사실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학의 영역에서 ‘사실‘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잠정적인 것이며 시험에 열려 있다. 따라서 회의주의란 잠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한 방법일 뿐이다. - P7

과학을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합니다.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공지능과 함께 살기 : 질문하는 과학자, 창조하는 예술가 - 과학잡지 에피Epi 35호 과학잡지 에피 35
이세돌 외 지음 / 이음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을 핵심 키워드로 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생각과 관점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해당 분야에 AI가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특별히 과거에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제약되었던 것들까지도 이제는 AI를 통해 분석과 연구가 가능해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며 AI활용능력의 중요성도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립백 니카라과 산 살바도르 카투라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입니다. 뜨겁게 마시면 구운 견과류 향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고 차갑게 마시면 오렌지 향이 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캐러멜 향은 전반적으로 진한 편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봄 날씨에 적합한 드립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축구 전술 흐름에 담긴 공간과 시간‘ 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글쓴이는 윤영길이라는 분인데 서울대 체교과 졸업 후 한체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축구협회 소속으로 대표팀 멘탈코치도 겸하고 있다고 한다.

독자인 나는 축구 전술이라고 해서 바로 축구 관련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차원(dimension)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물리학과 수학에서 차원이라는 것은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개수(p.221) 라고 하는데, 글쓴이는 이 정의에 근거하여 점, 선, 면, 입체를 설명한다.

이후 글쓴이는 이 개념에 근거하여 11명이 한 팀을 이루는 축구에서 시대에 따라 전술적인 변화가 있어왔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점으로 대변되는 개인 위주의 전술이 주를 이뤘다면, 이후에는 패스게임을 통한 선이 있는 축구로 진화했고, 다음 단계로는 선보다 한 차원 높은 면과 입체의 개념을 활용한 전술로 발전해왔다고 한다.

3차원인 입체 단계 이후에는 4차원과 5차원에 대한 얘기도 언급되는데, 4차원은 시간 개념이 추가되어 속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5차원은 시간을 공간처럼 드나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4차원과 5차원의 개념은 어렴풋한 느낌정도만 이해했고 솔직히 100%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약간 조심스럽다. 그나마 어렴풋한 느낌이라도 얻은 것에 일단 만족해야 할 듯하다.

뭐 주저리주저리 적어봤는데, 여기서 핵심은 차원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차원 중심의 전술은 게임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특출난 한 명(점)이 개인기로 경기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지만, 축구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하는 경기이다보니 일대일이 아닌 일대다(多)로 수적 우위를 활용하여 점보다 차원이 높은 선과 면, 입체(3차원 공간, 공중) 등을 만들어서 점이 활동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이나 프로팀 경기 같은 축구 경기 중계를 보다보면 선수들끼리 패스를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무작위로 주고 받는 것 같지만, 나같이 축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수싸움들이 경기장 전역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글쓴이의 글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머리를 잘 써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손자병법같은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략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느끼게 되었다. 남들보다 한 차원 높은 생각이 승리의 확률 또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
.
뒤이어지는 글에서는 가상 현실로 구축된 버추얼virtual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이 가상 아이돌이 고척돔에서 콘서트도 할 정도로 팬덤이 상당하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본문을 읽어보니 이 가상 아이돌을 실시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최신 기술들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기술들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
.
이어서 이번 호의 마지막 글에서는 천문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통해 우주 형성 초기의 별들을 관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작년인가 재작년 즈음에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를 읽었던 게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만약《코스모스》를 읽지 않고 이 챕터를 읽었다면 내용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을텐데, 다행히도 배경지식이 아예 없지는 않았던 터라 과거《코스모스》를 읽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평면에서 점이 서로 공을 주고받으면서 만드는 선을 점으로는 방어할 수 없다. 이렇게 공을 이동시키는 점에 익숙했던 0차원 팀에게 선의 등장은 해결 불가능한 전술적 도약이었다. - P222

강력했던 그 아름다운 패스의 궤적도 면의 단면일 뿐이다. 자기 진영에서 공을 가지고 나오다 패스 연결이 현란해지면서 면을 만든다. - P223

이제 입체다. 뮌헨은 경기에서 FC바르셀로나가 서너 명으로 만든 면을 쌓아 입체를 만든다. 여러 개의 DRAM 다이를 적층한 HBM을 만들어 단순칩에서 구조로 변화한 방식과 유사하다. - P224

점에서 입체에 이르기까지 전술적 흐름은 10년 주기였다.하지만 4차원은 달랐다. 불과 4년 사이에 입체는 시간에 대체되었다. 경기장 크기가 불변임을 감안하면 시간의 변화는 속도의 변화이다. - P225

결국 시간의 특정 시점에 위치하는 입체는 시간의 단면일 뿐이다. - P225

영화 <인터스텔라>에 시간을 공간처럼 드나들 수 있는 5차원이 등장한다. - P225

시간을 공간처럼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을 선택할 수 있으면 개인의 포지션은 소유에서 공유가 된다. - P226

시간의 선택은 경기 공간에서 선수 간 포지션 교환으로 치환되면서 포지션 공유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다. - P226

지난 50년 축구 전술은 차원의 지평을 넓혀왔다. 공을 가진 점이 유려한 드리블로 경기장을 이동한다. 이 점은 다른 점과 연결되어 선을 만들고 선은 공의 이동 속도를 높였다. 이어 면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시간으로 공간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경기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간의 집적과 적층 과정이었다. 다음은 시간의 선택이다. 공간의 효율을 추구했던 것처럼 시간의 효율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 P226

‘리얼‘은 표상이나 개념이 아니라 관계로 구축되는 감각이다. 생물학적 신체가 아니라, 업데이트되는 정체성이 더 중요해진다. - P233

전통적으로 공연이란 ‘무대 위와 뒤에 있는 사람들의 노동‘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버추얼 라이브의 핵심 노동은 무대가 아니라 스튜디오·네트워크·렌더링·합성·운영으로 분산된다. - P233

관객은 퍼포먼스만 보지 않는다. 그 퍼포먼스가 구현되는 실시간 제작체계, 끊김 없는 프로덕션 인프라를 함께 본다. 라이브 콘서트의 개념이 달라지면 그 파이프라인을 관통하는 노동의 개념도 달라지는 것이다. - P233

우리는 더 이상 과학기술이 엔터테인먼트를 도와주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이제 엔터테인먼트는 과학기술과 하나가 되어서 기술이 곧 연출이고, 운영이 곧 서사가 되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 P234

‘길‘은 떨어져 있는 공간을 잇습니다. 새롭게 이어진 공간은 새로운 의미를 만듭니다. - P236

우주가 가장 깨끗했던 시절, 즉 헬륨보다 무거운 금속이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상태 - P243

금속이 없는 환경에서는 별이 훨씬 더 거대하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 P243

거대한 별일수록 핵융합 속도는 더욱 가속되고, 그 수명은 짧아진다. - P243

우리는 흔히 "별들이 모이면 은하가 된다"고 말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은하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암흑 헤일로‘라는 바구니 같은 구조 속에 별들이 자리잡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 P244

우리는 우주 나이 10억 년 이전에 존재했던 이러한 초기 은하들을 ‘첫 세대 은하(first-generation galaxies)‘라고 부른다. 이들은 우주의 유년기, 갓 별이 태어나고 막 은하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시절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우주의 기록물들이다. - P244

우리가 잘 아는 허블 법칙은 "멀리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주 초기의 은하일수록 거리도 멀고, 따라서 더 빠르게 후퇴한다는 뜻이다. 이런 은하에서 오는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는 동안 파장이 계속 늘어나 적색이동(redshift)을 겪는다. 원래는 자외선에 있었던 빛이 우주 팽창의 효과로 적외선 영역까지 밀려나는 것이다. 이는 멀어지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낮게 들리는 것(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 P245

허블은 처음부터 자외선과 가시광선 관측에 최적화된 망원경이었다. 따라서 멀리 있는 초기 은하에서 온 빛이 적외선으로 변해 도착해도 이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의 눈이 가시광선은 볼 수 있지만 자외선이나 적외선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구조적 한계였다. - P245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1년 겨울 갑작스럽게 우주로날아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천문학계에서는 이 망원경을 30여 년동안 설계하고 준비해 왔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무려 약 13조원에 이른다. 그만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현재 인류가 만든 과학 장비 중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245

제임스 웹이 수행하는 과학적 임무는 매우 다양하다.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하여 지구와 유사한 생명체 서식 가능성을 찾는 일, 우주먼지에 가려져 있던 별 탄생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여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 P245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은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 그리고 첫 세대 별과 은하는 그 질문의 가장 첨단에 서 있는 단서들이다. - P247

인간의 호기심이란, 불가능하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 성질을 지녔다. - P247

지구-달 거리의 약 네 배에 해당하는 라그랑주2(L2) 지점 - P248

지구와 태양의 중력적으로 안정적인 지점인 라그랑주2(L2) - P248

은하가 밝다는 것은 그 빛을 만들어내는 별이 많다, 즉 은하 자체가 매우 무겁다는 뜻이다. - P248

무거운 은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 P248

우리가 속한 우리은하(Milky Way)는 크기나 질량이 특별히 큰 편은 아니지만, 이런 평균적 규모의 은하가 형성되는 데에도 최소 100억 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 P249

우주를 묘사할 때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우주의 밀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지역은 물질이 조금 더 모여 있어 평균보다 밀도가 높고, 어떤 곳은 거의 비어 있어 Void(보이드)라 불린다. - P249

시간이 지날수록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물질이 더 빠르게 모여 은하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 - P249

람다(Lambda)는 암흑에너지를, CDM은 차가운 성질의 암흑물질(cold dark matter)을 뜻한다. - P250

우주 초기의 밀도 분포를 그대로 반영한 뒤 우주 팽창을 기술하는 프리드만 방정식, 입자 간 힘을 계산하는 중력 방정식, 가스 거동을 다루는 유체역학 방정식, 빛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복사 전달 방정식. - P251

먼 은하를 관측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은 측광(photometry)이다. 측광은 여러 개의 관측 밴드(band), 즉 서로 다른 파장 영역을 이용해 은하의 밝기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 P252

은하에 대한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빛을 훨씬 촘촘하게 분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분광(spectroscopy)이다. 분광은 말 그대로 빛을 파장별로 잘게 나누어, 매우 세밀한 ‘스펙트럼‘을 얻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은하의 나이, 금속 함유량, 운동 속도 등을 훨씬 높은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순수미술을 전공함과 동시에 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SF소설을 집필하고 이를 조각으로 표현하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오묘초‘라는 분의 글을 만나볼 수 있었다.

본문에 수록된 이 분의 생각이 상대적으로 평범한 나같은 독자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분의 스타일(?)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닥 아무런 비판적인 의식 없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보게 만드는 분이라고나 할까? 좀 색다른 각도에서 현실을 조망하고자 하는 분인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SF소설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라 말하기가 살짝 조심스럽지만 장르의 특성상 다소 비현실적인 내용들을 종종 접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오늘 읽은 이 칼럼을 통해 SF장르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다. 처음 밑줄친 두 문장이 그 증거다.

"SF는 미래를 발굴하는 고고학이다." _미국 철학자 프레드릭 제임슨 - P190

미래를 그리는 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 P190

우리는 오랫동안 이렇게 믿어왔다. 생명은 개체로 존재하고, 사고는 뇌에서 이루어지며, 기억은 저장되는 정보라고. 그러나 과학은 종종 이 믿음들이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주입된 기억인지도 모른다. - P180

과학이 무엇을 증명했는가 보다, 그 증명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전제를 어떻게 무너트리는지가 더 흥미롭다. - P180

사람들은 종종 인간의 종말을 곧 세계의 종말로 여긴다. 그러나 인간의 부재는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 P180

기억은 정말로 하나의 정보로 뇌 속에 각인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정의해 왔을 뿐일까? - P182

만약 기억이 정보가 아니라 몸이 환경에 적응한 흔적이라면 기억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축적된다. 그것은 데이터가 아닌 새겨진 주름에 가깝다. 지워지기보다 형태를 바꾸며 남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기억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몸이 세계와 관계 맺은 결과물에 가깝다. - P182

남미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보킬라(Boquila trifoliolata)라는 덩굴 식물 ...(중략)... 보킬라는 자신이 기대어 자라는 대상의 잎 형태를 그대로 모방한다. 자신이 감은 나무의 잎이 둥글면 둥글게, 길게 갈라져 있으면 그 결을 따라 자란다. - P183

인간에게 시각은 특정 기관의 기능이다. 그러나 보킬라에게 인식은 몸전체에 분산된 과정이다. 그렇다면 인간 이후의 지성체에게 사고와 감각 역시 하나의 중심에 모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물학적 시각과 사고는 특정기관에 집중될 수도 있고, 감각 전체로 흩어질수도 있다. - P183

지상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면 지성체들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생겨난다. - P183

바다, 특히 심해는 여전히 인간이 거의 탐사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지구 해양의 80퍼센트 이상이 아직 탐사되지 않은채 남아 있으며, 해양 생명체의 90퍼센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 P185

미래 생명체들의 미션이 ‘극한환경에서의 생존‘이라면 심해 생명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85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인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에 도달한 사람은 2018년까지 단 세 명(돈 월시, 자크 피카르, 제임스 캐머런)뿐이었다. - P183

관해파리는 수많은 개체가 유닛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처럼 살아간다. 각 개체는 소화, 이동, 생식처럼 서로 다른 하나의 기능만을 담당한다. 각자의 기능을 단순화해 심해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연대를 통해 기능을 확대한다. 개별 생존 방식을 버렸기 때문에 생존의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가운데 전체를 통제하는 중심은 없다. - P185

환경이 극단적으로 제한되면 우리가 생명의 기본 조건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개체성과 자아 역시 일종의 사치가 된다. - P187

심해에서 살아남는 것은 스스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극한의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능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나‘라는 개념은 특정 환경에서만 유효한 구조일지도 모른다. - P187

형태는 언제나 조건 이후에 도착한다 - P187

미래에 살아남는 존재들은 더 진보한 존재가 아니라, 수없이 변화된 조건을 먼저 통과해 온 존재들일지도 모른다고. - P189

어떤 존재를 조각으로 만든다는것은, 그 존재가 이 세계 위에 한 번은 실제로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비록 그것이 실재하지 않았던 존재일지라도, 중력 아래 놓였고, 빛을 반사했으며, 누군가의 몸 앞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그 존재는 잠시나마 현재의 일부가 된다. - P189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나에게 무대 연출이란 텍스트라는 데이터를 입력하여 배우와 조명이라는 연산 과정을 거쳐 관객이라는 결과로 도출하는 논리적인 프로세스처럼 보였다. - P194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의 거대한 편차를 만드는 나비효과가 무대 위에서 매일 벌어졌다. - P195

내가 믿었던 결정론적인 세계는 우주의 아주 얇은 표면에 불과했다. - P195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내가 딛고 선 땅과 그 땅을 공유하는 이들을 알아야 했다. 나는 왜 이 마을에 살고 있으며, 왜 이곳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연결망 이론(ANT)으로 이어졌다. 라투르는 인간뿐만 아니라 사물, 기술, 제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도 평등하게 연결망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 P195

라이다(LiDAR) 기술 : 레이저를 쏘아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공간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기술 - P197

연극은 태생적으로 휘발되는 예술이다. - P197

뉴턴이 말했듯이, 우주는 결정되어 있는 거야.
하지만 단 한 가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어.
바로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
그것도 계획되지 않은 사람에게 끌린다는 거.
「아르카디아」 (톰 스토파드 작) - P199

결국 내가 왜 연극에 끌렸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과학도 그걸 밝혀주지는 못할 것 같다. 우주는 결정되어 있을지 모르나, 내가 연극에 끌리고 무대 위에서 누군가와 연결되는 그 찰나의 순간은 뉴턴의 공식으로도 계산되지 않는 계획되지 않은 끌림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나는 연극을 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살아가는 건 아닐까? - P201

무작위해 보이지만 그 안에 엄격한 질서가 있고, 엄격한 질서 안에서 예측 불가능한 도약이 일어난다. - P201

결국 모든 원리는 같아.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것과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함께 모여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는 거니까. 이렇게 자연은 스스로를 창조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행복하다니까. 처음, 아무것도 몰랐을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 P201

물방울이 불규칙하게 떨어지면 다음 물방울이 언제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잖아. 그렇게 미래는 알 수 없고, 규칙이 없어. - P202

미래의 문이 열렸다고 앞으로는 다 알 수 있을 거라는 혁명의 순간이 지금까지 몇 번은 찾아왔을거고, 앞으로도 올 거야. 그런데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다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아르카디아> - P202

나는 연출가로서 무대라는 실험실 위에 수많은 점을 찍는다. 그것이 완벽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믿으며 시작하지만, 결국 무대 위에서 마주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아르카디아의 대사처럼, 그 틀리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 규칙이 없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그 지점에서 비로소 연극은 스스로를 창조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 P202

라이다로 기록하고 싶었던 그 수많은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들도 결국은 현상의 기록일 뿐이다. 그러나 그 불완전한 기록들이 모여 과거와 현재를 잇고, 평행 세계를 상상하게 하며, 우리가 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묻게 한다. - P203

과거와 지금의 내가 한 공간에서 공명하는 그 신비로운 무질서를 사랑하기로 했다. - P203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틀렸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무대 위에는 새로운 우주가 열리기 때문이다. - P203

A4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위아래로 반을 접고 다시 좌우로 반을 접어. 짧은 쪽을 칼로 한 번 가르면 여섯 페이지의 공책이 금세 만들어지지. 산책을 나갈 때 그 공책과 연필을 들고 가. 즉흥으로 책을 만드는 놀이를 하는 거야. 산책이 끝날 즈음 손안엔 숲의 책이 들려 있어. - P207

숲 안쪽은 단지 공간의 안쪽일 뿐 아니라 숲 의식의 안쪽이기도 할까? - P208

우리는 바깥으로 나간다고 하는데, 실은 거기가 우리보다 더 큰 존재의 ‘내부‘일 수 있다는 것. - P209

왜 인간인 내가 가장 위에서, 혹은 뒤에서 전체를 보는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 P210

새는 우리로 하여금 올려다보도록 한다. - P210

새가 우리보다 높은 곳을 보게 하여, 우리가 땅의 눈높이에 있다는 것을 환기한다는 사실이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 - P211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숲속의 정경(Waldszenen)>은 아홉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피아노 모음곡이다. 제목을 좀 더 쉽게 풀어본다면 숲에서 본 것, 숲의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평가들은 그 숲이 실제 숲이 아니라 당시 그가 좋아하던 소설가 E.T.A. 호프만 (E.T.A. Hoffmann)의 환상문학이나 낭만주의 시에서 영감 받은 숲이라고 설명한다. 객관적인 숲이 아니라 ‘주관적인‘ 숲, ‘환상‘의 숲이라는 얘기다. 숲 안쪽에서는 숨어서 기다리는 사냥꾼이, 호른 소리가, 피를 마시고 자란 붉은 꽃이, 예언하는 새가 등장한다. 불안하고, 긴장되고, 불가사의한 숲의 면면들이 이어진다. - P213

상상하는 것, 꿈을 꾸는 것은 인간이 대상을 이해하고 관계짓는 실제적 방식이자 현실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P213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였던 그림 형제가 채록한 많은 원형적 민담들이 바다처럼 깊고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P213

코랄(합창) - P214

예전부터 새는 여러 문화권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 정령과 소통하는 존재로 생각되곤 했다. - P214

차원(dimension)은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개수이다. - P221

물리학과 수학은 0차원은 점, 1차원은 선, 2차원은 면, 3차원은 입체로 차원을 설명한다. - P221

유클리드는 "입체의 단면은 면이다. 면의 단면은 선이다. 선의 단면은 점이다"와 같이 0, 1, 2, 3차원을 정의한다. 유클리드의 차원 정의를 이용해 푸앵카레는 차원을 새롭게 정의한다. "단면이 0차원이 되는 것을 1차원, 단면이 1차원이 되는 것을 2차원, 단면이 2차원이 되는 것을 3차원, 단면이 3차원이 되는 것을 4차원이라 부른다." - P221

물리학이나 수학의 설명은 때로 다른 분야의 현상이나 본질을 설명한다. 차원은 축구의 전술흐름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