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 -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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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여행한다고 하면 그리스는 신전이 많은 아테네 일대를, 그리고 튀르키예는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각종 유명 건축물을 본다든가 혹은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등을 체험하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여행한 그리스는 아토스 반도라고 하는 수도원들이 다수 모여있는 성스러운 곳이었다. 그리고 튀르키예는 마치 육상 트랙을 한바퀴 돌듯이 북쪽의 흑해와 동쪽의 러시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와 접한 국경지대, 남쪽의 지중해를 거쳐 서쪽의 에게해에 이르는 외곽지역을 3주에 걸쳐 한바퀴 쭉 도는 일정이었다.

먼저 나오는 그리스 편부터 얘기해보자면, 저자가 방문한 아토스 반도라는 곳은 그리스 정교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이와 관련된 수도원이 해안선을 따라 약간의 간격을 두고 위치해있다. 이곳은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말그대로 수도하기 위한 수도사들이 많은지라 일반적인 도시들과는 다소 다른 성격을 띄는 곳이다. 실제로 이 아토스 반도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가 굉장히 번거로워서 저자 일행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아토스 반도를 쭉 돌면서 수도원마다 공통적으로 저자 일행을 대할 때 그리스 커피와 우조(술) 그리고 루쿠미라고 하는 강한 단맛이 나는 과자를 내왔다고 한다. 그리고 방문하는 수도원마다 저자 일행이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수도원마다 문화가 조금씩 다르고 수도사들도 성격이 각양각색이라서 좋은 대접을 받은 곳도 있지만, 푸대접을 받아서 이래저래 고생했던 일들도 본문에서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저자가 말했던 명언이 다시금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할 때 모든 것이 내가 마음먹은대로, 내가 편한 쪽으로만 풀려나간다면 물론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여 타지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는 것도 어찌보면 새로운 경험이자 여행을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간단하게만 언급했지만 이외에도 일일이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독자인 내가 느낀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짝 언급하자면 그리스 편은 뒤에 나오는 튀르키예 편보다는 그래도 긍정적인 얘기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왔던 것 같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스 편에 대한 언급은 이정도로 하고 이제 튀르키예로 넘어가보자.

저자 일행은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그리스에서 차로 에브로스 강(마리차 강) 이라는 곳을 건너 튀르키예로 넘어갔다.

본문에 따르면 양국(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두 나라 국경 인근은 군사적인 긴장감이 꽤나 높다고 한다. (이런 건 독자인 나로써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나 인근 국가들끼리는 과거 수많은 전쟁 등을 통해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튀르키예 이야기의 첫 번째 소제목은 바로 ‘군인의 나라‘ 였는데, 저자가 본문에서 튀르키예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언급해준 것들을 읽어보면서 왜 이 나라가 군인을 굉장히 중요시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후 현지 군인들을 만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쭉 따라 읽어나가면서 마치 독자인 나도 저자의 일행과 함께 튀르키예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읽다보면 저자가 튀르키예를 5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해당 지역의 특색과 자신이 느꼈던 느낌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독자인 나는 튀르키예라는 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느낌 등을 보다 총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만약 튀르키예로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거나 꼭 여행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이 나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저자의 설명이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외에도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드인과 관련된 분쟁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주 복잡미묘한 관계인 이 세 나라의 역학관계로 인해 중간에 끼어있는 소수민족인 쿠르드인들이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게 핵심인데, 이를 통해 전세계 소수민족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또한 본문 중간중간에 튀르키예의 특정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인 얘기들이 소개되는데,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튀르키예와 관련된 세계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리스 편과 마찬가지로 이 리뷰에서 저자가 방문한 튀르키예의 도시들과 각종 에피소드들을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자세한 내용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그리스 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튀르키예 편의 경우 저자가 이런저런 것들로 인해 고생을 꽤나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는 튀르키예 지역의 열악한 환경도 물론 한 몫 했겠으나, 저자의 성향이나 취향이 튀르키예의 문화와 다소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느꼈던 점은 저자와 동행했던 사진작가가 저자 일행이 방문한 장소와 관련된 사진들을 본문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넣어 주어서 글만 읽을 때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페이지 수가 좀 더 빨리빨리 넘어가서 좀 더 속도감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책의 맨 앞면과 뒷면에 저자가 여행했던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지명들이 나온 지도를 수록해 주어서 저자가 여행했던 여정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내용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맨 처음에 적었던 것처럼 비록 이 책이 그리스와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여행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오지라면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들을 저자가 직접 방문하여 현지인들을 만나보고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다수 만나볼 수 있어서 찐 로컬 여행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덕분에 독자인 나도 간접적으로나마 두 나라를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저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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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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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라오스 여행기로만 오해할 수 있는데, 실은 라오스 외에도 아이슬란드, 핀란드,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과 스페체스 섬, 미국의 보스턴, 뉴욕, 포틀랜드 그리고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와 일본의 구마모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고 거기서 저자가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각 나라별 자연환경, 문화, 음악, 음식 등 여러가지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저자와 함께 다채로운 세계여행을 떠나본다는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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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튀르키예인들이 외국인들에게 자국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그다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과 함께 과거 제1차 세계대전 때 튀르키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튀르키예의 역사에 대해 크게 아는 바가 없는지라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다만 ‘피는 피를 부른다‘는 교훈만은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반(지금의 반이 아니라 예전의 반)은 과거에 아르메니아인들의 도시였다. 그리고 아르메니아인 분리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때 튀르키예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러시아군과 함께 도시를 점령하고 튀르키예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러시아혁명이 발발해서 혁명정부가 단독으로 평화협정을 맺고 군을 철수시키자 돌아온 튀르키예군이 보복으로 아르메니아인을 대량 학살하고(전국적으로 100만 명에서 150만 명 정도가 학살당했다고 한다)남은 아르메니아인들을 한 명도 남김 없이 다른 곳으로 강제 이주시킨 다음 도시 전체를 깡그리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 P291

튀르키예인을 비방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튀르키예인이 괜찮다는 것치고 실제로 괜찮은 경우는 별로 없다. 물론 그들이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가끔 너무나 희망적인 견해를 취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즉, I hope that it is so(그랬으면 좋겠네요)"가 자기도 모르게 "It has to be so(그래야 해요)"가 되고 결국에는 "It sure is so(분명코 그래요)"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P294

그들에게 길을 물어서 "아아, 바로 나와요. 100미터 정도만 가면 돼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600미터는 더 가야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가까운 것이 좋겠지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가깝다는 식으로 얘기해버린다. 호의적으로. 그것은 단지 감정적인 친절일 뿐이다. 그 증거로 튀르키예에서 몇 번이고 길을 물어봤지만 멀다는 식으로 알려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카리의 치안에 관한 질문에도 모처럼 튀르키예에 와준 사람들이 아닌가, 괜찮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 그 사실을 깜빡잊고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렸다. - P296

쿠르드인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뿌리 깊은 문제다. 쿠르드인은 7세기부터 존재했고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민족이면서 자신들의 나라를 거의 갖지 못했던 비극적인 민족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에서도 제외당했고 지금도 튀르키예, 이라크, 이란 3개국에 걸쳐 있는 지역에 살고 있다.(시리아와 소련에도 일부 있다.) 쿠르드인은 자긍심이 높은 민족이기 때문에 아랍인이나 튀르키예인과의 동화를 꺼리며 주변의 모든 나라에서 격렬한 분리독립운동으로 탄압을 받고 있다. 쿠르드인의 숫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천만 명에서 2천만 명 정도로, 튀르키예에는 그중 800만 명이 산다고 하는데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강압적인 동화 정책 때문에 음악과 출판을 포함해 그들의 문화 활동은 공식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 P296

튀르키예 정부로서는 이라크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속사정도 있다. 왜냐하면 튀르키예는 석유 공급을 완전히 이라크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로부터의 석유 공급이 끊기면 튀르키예 경제는 괴멸되어버린다. 그래서 이라크 부대가 쿠르드인을 쫓아 튀르키예로 국경을 넘어와도 노골적으로 이라크군의 행동을 비판하지 못한다. - P298

튀르키예에서는 담배를 권하는 것이 우호 교류의 첫걸음이고 특히 시골에서는 말보로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 P321

24번 국도는 이라크 국경 도시 지즈레에서 시리아 국경을 따라 곧장 서쪽을 향해 뻗어 있는 산업도로다. 지중해에 닿은 뒤에는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이 도로는 이라크에서 수입한 석유를 트럭으로 북부로 옮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다른 이름은 ‘디카트 도로‘, 이곳을 통행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대형 석유 수송차인데 뒤에 커다랗게 ‘디카트!(조심!)‘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기분 나쁜 해골마크가 그려져 있다. - P328

소가 어슬렁거리는 중심가를 따라 지즈레는 문자 그대로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 이유는 이 도시에 커다란 두 가문이 있는데 서로 오랜 세대에 걸쳐 피 튀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시칠리아와 비슷하다. 이 두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 사는 곳도 다르다. 그들은 중심가를 경계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져서 살고 있다. 그리고 절대로 서로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쪽에 우체국이 있고 저쪽에 약국이 있다. 하지만 이쪽 사람은 저쪽 약국에 들어갈 수 없고 저쪽 사람은 이쪽 우체국에 올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비슷한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남의 나라에 있는 남의 도시다. 비판은 삼가자. - P345

"이이 악샴라르"(튀르키예의 저녁 인사) - P346

디야르바키르는 쿠르드인 도시다. 큰 도시다. 이 부근 인구의 대부분은 쿠르드인이다. 그래서 이곳 주변은 군부대투성이다. 그런데 이 부대들은 도시를 지키기 위한 부대가 아니라 도시를 포위하고 감시하는 부대다. 디야르바키르에 도착하기 전에 잠깐 들렀던 마르딘이라는 도시 외곽의 기지에서는 야포의 포신이 모두 쿠르드인이 사는 마을 쪽을 향하고 있었다. 쿠르드인의 반란이 일어나면 바로 포격을 가할 기세다. 정말 너무하지 않는가. 남의 나라, 남의 마을 일이라고 치부하면 그뿐이겠지만. - P347

디야르바키르는 원래 교통의 요충지로 이 지역을 차지한 여러 민족의 지배를 받아왔다. 로마인이 이곳을 지배했을 때는 사산왕조 페르시아에 대한 최전선 요새가 되었다. 다음으로 페르시아인이 이 도시를 손에 넣었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비잔틴제국의 손에 넘어갔다. 그다음으로 이슬람교도 아랍인들, 우마이야왕조와 아바스왕조의 아랍인들이 쳐들어왔다. 그다음으로는 마르완왕조의 쿠르드인이 쳐들어오고, 셀주크제국이 오고, 백양왕조의 투르크멘인이 오고, 다시 페르시아인이 오고, 마지막으로 오스만제국의 손에 넘어갔다. 정말이지 현관 매트 같은 도시다. - P349

뭔가를 쓸 수 있을 때 써두지 않으면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여행에 대해 뭔가를 쓸 때는 일단 무엇이든 좋으니 상세히 바로 메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 P349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라는 것은 인식을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 P352

튀르키예의 맥줏집은 마치 맥주를 마신다는 행위가 인간에게 중대한 죄라도 되는 듯이 대부분 어둡고, 외설스럽고, 수상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난다. 인생의 낙오자가 모여드는 곳 같은 느낌이 든다. 손님들도 무뚝뚝하고 어두운 얼굴로 맥주를 마시고 있다. - P352

제톤(전화용 코인)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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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소개된 음악들을 들으며 해당 노래를 설명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간혹 의미심장한 것들을 보게 되는데, 다양한 뮤지션들로부터 반복적으로 전해지는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라는 말이었다. 오늘 밑줄친 문장들도 그러한 것들의 예시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말 외에도 정말로 다양한 메시지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뇌리에 박힌 것이 저런 류의 말이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이 메시지를 머릿속에서 한 번 씩 떠올려주면 좋을 듯하다.


또한 다양한 음악들을 듣다보면 내가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것도 있는 반면, 뭐 이런 음악도 있었나 싶은 그런 생소한 음악들도 만나게 되는데, 뭐 음악이라는 건 다 각자의 취향이니 각기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은 지금으로썬 ‘그냥 내가 들었을 때 즐거우면 그만이다‘ 라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보는 수준인데, 이 분야도 다양한 뮤지션들과 그들이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파고들다보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깊은 분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가사하나하나에도 어떤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의미 혹은 철학 같은 것들이 녹아들어가 있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멜로디나 다양한 악기들의 변주가 셀수없이 다양한 것들을 보면서 앞서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는 진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게 이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들만의 방식을 찾아가라 - P609

"But I don‘t sit idly by / I‘m planning a big surprise / I‘m gonna fight for what I want to be (난 그저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야 / 난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지 / 난 내가 되고자 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싸울 거야)..." - P609

"이 곡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능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라킴Rakim, 1988 - P607

"I have to raise ya / from the cradle to the grave, but remember. You‘re not a slave(난 널 키워야 해 / 요람에서 무덤까지 / 하지만 기억해. 넌 노예가 아니야)." - P607

"만일 사람들이 진심으로 마음만 먹으면요." 그가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나 팔을 뻗어 제대로 된 삶을 움켜쥘 수 있죠. 현실세계에서는 경쟁이 격심하기 마련이니까요." - P607

"로큰롤이란, 여러 이중적인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증오해가면서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하는 거였죠."
로우 바로우, 2005 - P606

"so fucked, I can‘t believe it(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 P606

"When I need a friend, it‘s still you(내가 친구가 필요할 때면 여전히 너를 찾아)" - P606

이 곡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밀고 가보라고 - P605

"욕망을 억누를수록 그 욕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 P605

"터무니없을 만큼 편한 느낌이었죠."  ....(중략)... "그게 모든 것의 비결임이 분명해요." - P605

"Promises me I‘m as safe as houses / As long as I remember who‘s wearing the trousers (내가 집만큼 안전할 것이라 약속하지 / 누가 주인인지를 내가 잊지 않는 한)" - P604

"어떤 실제 경험에 기반한 게 아니에요. 완전히 꾸며낸 거죠." - P601

"전 ‘사랑‘이라는 말을 넣어서 노래를 쓰고 싶었죠." ...(중략)... "왜냐하면 전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 P601

‘그리오(griot)‘-서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 존재하는 세습적 음악가 계급 - P599

코라는 서아프리카에서 유래하는 21현 하프 - P599

"전 멜로디를 항상 먼저 쓰죠. 그리고 가사를 후에 떠올려요. 시인이 아니에요... 그저 느낌을 말로 해석할 뿐입니다." - P596

"So I look back upon my life / Forever with a sense of shame/ I‘ve always been the one to blame (내 삶을 돌아보면 영원히 수치심을 떨치지 못한 채 / 항상 잘못은 나 스스로에게 있었어)." - P595

‘마지막 단계까지 버티는 데 많은 투쟁이 필요했다.‘ - P594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그저 아주 아주 많은 돈이 들어갈 거라는 거죠." - P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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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일행은 그리스 아토스 반도 여행을 마치고 튀르키예로 넘어온다. 튀르키예 파트의 첫번째 소제목은 바로 ‘군인의 나라‘인데, 여기에는 튀르키예만의 역사적인 이유가 있었다. 서쪽으로는 그리스, 북쪽으로는 러시아, 동남쪽으로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바로 튀르키예인데, 이 주변국들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물리적 충돌 및 각종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관계가 썩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군사력을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군인의 나라‘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튀르키예에서는 군사기밀 유출 방지 목적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떤 의도와 관계없이 군인의 사진을 함부로 찍었다가는 현지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 일행도 이스탄불에서 의도치 않게 험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얘기들은 각종 여행 유튜브나 튀르키예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TV방송 프로그램들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것들이라 뭔가 새로웠다. 그리고 저자 덕분에 간단하게나마 튀르키예의 역사나 분위기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나름대로 의미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튀르키예는 진귀할 정도로 일관되게 고독했던 나라다. 일찍부터 광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고 20세기 초반까지 주변 나라의 국민들을 군사적으로 가혹하게 지배한 만큼 그 과정에서 생긴 역사적 알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그리스와는 철저하게 사이가 나쁘다. 아마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 P165

(튀르키예는) 러시아로부터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고통을 받아왔다. 뼛속까지 원한이 서려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반러시아라는 입장에서 나토에는 가입했지만 EC (유럽연합의 전신)에는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에는 튀르키예를 신용하지 않는 공기가 짙게 흐르고 있고 이민문제에서도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몇 세기에 걸쳐 튀르키예인들이 저지른 피로 피를 씻는 격렬한 투쟁이 서구인의 기억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P165

그뿐 아니라 키프로스 문제 때문에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북키프로스의 독립을 승인한 나라는 튀르키예뿐이다. - P165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동남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과는 같은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영토 문제나 소수민족, 난민문제 등으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코 친밀하지 않다. - P165

이 나라(튀르키예)는 수많은 소수민족을 포함해 이루어진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에 분리 독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언제나 내분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다. - P165

요컨대 이 나라는 어느 방향을 향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정말로 절친한 친구도 없다. 그래서 언제나 다소간의 긴장 상태가 계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군인의 수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튀르키예는 원래 싸움을 통해 상대방을 때려눕혀 여러 가지 것들을 손에 넣어온 드센 기질을 가진 마초 기풍의 나라다. 그래서 군인이 국가 엘리트로서 강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 P167

나는 갑자기 생각난 듯 "당신들의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하고 중위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다들 긴장하고 있으니 오히려 이쪽에서 친근하게 대하면 잘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쪽이 긴장하면 상대방도 따라서 긴장하게 된다. 뭐, 꼭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 P173

차이(튀르키예식 홍차) - P176

튀르키예인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갖게 되면 반드시 얘기가 길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 많고 호기심이 왕성한 데다 시간에 대한 감각이 일본인보다 조금 희박하고 느슨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 P177

튀르키예군 장교들 중에는 인텔리가 많아서 장교와 보통 군인은 얼굴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다. 요컨대 ‘출생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 P177

쇼토칸류(근대 가라테의 시조로 불리는 후나코시 기친이 창설한 가라테 유파) - P179

본고장에서 온 일본인에게 가라테를 배우는 것은 미시시피 출신의 흑인에게 블루스 기타 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일이다. 앨런 래드(서부영화 「셰인」의 주인공 역 배우)에게 권총을 빨리 쏘는 법을 배우는 것과도 비슷하다. - P179

"좀 더 허리를 낮춰." "다리를 좁혀. 급소를 차이지 않도록." - P180

튀르키예 요리는 고기 요리가 중심이다. 그것도 대부분 양고기다. - P183

예전에 나폴레옹 3세가 황후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을 때 오스만제국 황제가 부부를 만찬에 초대했다. 만찬을 즐긴 황후가 감동받아 수행하던 궁정 요리사에게 튀르키예 요리사를 찾아가 요리법을 배워 오라고 명령한 적이 있을 정도로 훌륭한 요리다. - P184

흑해를 도는 동안에는 생선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흑해 연안을 통해 소련 국경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내륙을 향해 남하하자 식사 사정이 어려워졌다. 전부 양고기뿐이다. 어디를 봐도 양, 양, 양이다. 길을 걷다 보면 빈번하게 양과 조우하고, 정육점을 들여다보면 가죽을 벗긴 양이 매달려 있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양고기밖에 없다. 마을 전체에서 양고기 냄새가 난다. 화폐 대신 양을 쓰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양중심의 문화다. - P187

튀르키예를 여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차이하네에 들어가게 된다. 잠깐 휴식을 취하기에 편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튀르키예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차이를 마시고 싶어진다. 몸이 차이를 원하게 된다. 어쩌면 기후 탓일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조금 오래 있다 보면 그런 식으로 기호가 변하는 경향이 있다. - P194

차이하네는 기묘한 곳이다. 튀르키예 전국의 차이하네에는 대부분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국민 영웅,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이 걸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차이하네에 앉아 국가의 이익에 공헌할 만한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두 가지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도박. - P195

(특히 그리스 관광지에서는 관광객용 카페와 원주민용 카페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잘못 들어가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 P197

튀르키예 마작은 중국식 마작과 브리지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숫자는 아라비아숫자로 1에서 13까지 있으며 패는 도미노 조각 정도의 크기로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네 가지 색깔로 나뉘어 있다. 이것을 2단짜리 목재 카드 랙에 쌓아 자기 앞에 놓는다. 그리고 중앙에 놓여 있는 패를 하나 가져오고 자기 패에서 하나를 내놓는다. 마작과 똑같다. 하지만 버린 패는 점점 쌓여가기 때문에 이제까지 무엇을 버렸는지 알 수 없다. 패를 완성하는 자세한 원리는 아직까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한 명이 패를 맞추어 완성하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난다. - P197

점수는 기록을 담당하는 사람이 득점표에 기입한다. 이것은 브리지와 같다. 아마 돈도 조금 걸려 있을 것이다. - P198

인간의 행동이란 세상 어디를 가나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 P198

차이는 작은 유리잔에 나온다. 잔 아래에는 접시가 놓여 있다. 스푼도 딸려 나온다. 잔은 처음에는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그래서 조금 식힌 뒤에 마신다. 처음에는 유리잔에 뜨거운 홍차를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잔 속에 담긴 뜨거운 홍차가 얼마나 아름다운 색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닥에 찻잎이 조금 가라앉아 있다. - P198

튀르키예에서는 아무리 덥고 땀을 흘렸을 때라도 따끈따끈한 차이가 신기하게도 맛있다. 차가운 것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그늘에 들어가 후우 불어가면서 따듯한 차이를 마신다. - P199

차이는 원래 평범한 홍차에 불과하지만 신기하게도 차이는 차이일 뿐 홍차가 아니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다. 차이는 차이 맛이 나고 홍차는 홍차 맛이 난다. - P199

그곳 공기는 그 어느 곳과도 다른 뭔가 특수한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부에 와닿는 감촉도 냄새도 색깔도, 그 모든 것이 내가 이제까지 맡아왔던 그 어떤 공기와도 달랐다. 그것은 불가사의한 공기였다. 나는 그때 여행의 본질이란 공기를 마시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기억은 분명 사라진다. 그림엽서는 색이 바랜다. 하지만 공기는 남는다. 적어도 어떤 종류의 공기는 남는다. - P203

예감은 그것이 구체화될 때만 설명할 수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씩 그런 예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많이는 아니다. 그저 몇 번쯤. - P203

튀르키예는 넓은 나라다.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선 인식해야만 한다. - P207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제일 처음 느낀 점은 이 나라의 넓이와 다양함이다. ‘튀르키예‘, ‘튀르키예인‘이라고 하면 보통 단일국가,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돌아보면 지역마다의 큰 차이를 보고 놀라게 된다. 튀르키예는 지형적으로 몇 가지 얼굴로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 따라 풍경도, 기후도, 사람들의 생활도, 혹은 인종마저도 전혀 달라진다. - P207

유럽에서 차를 몰고 가면 우선 유럽풍의 튀르키예가 있다. 트라키아 지방이다. 이것이 첫 번째 튀르키예. 지형적으로는 그리스 북부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경치는 동유럽에 가깝다. 사방을 둘러보면 메마른 해바라기밭 위를 제비가 날아다니고 있다.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점도 동유럽과 비슷하지만 우선은 비옥한 토지가 눈에 띈다. 어디를 가도 밭이 펼쳐져 있다. 볼 만한 것은 거의 없다. 단조롭고 변화가 없는 데다 도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곧게 뻗어 있어서 운전하는 사람은 잠과 싸우는 것이 제일 고역이다. - P209

그리고 이스탄불이 있다. 이곳은 예외로 간주해서 튀르키예의 얼굴 안에 포함시키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많은 대도시가 그렇듯이 이곳은 특수한 장소다. 이스탄불에 가까이 갈수록 도로 부근의 풍경이 지루함에서 추악함으로 변해간다. 이스탄불로 통근하는 신新중산계급을 위한 끔찍스러운 집합주택과 전문 부동산업자가 지어 팔아넘기는 주택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혐오스러운 풍경이긴 하지만 이곳은 특히 심하다. 어느 집이나 아파트를 봐도 신축이고, 싸구려 같고, 취향이라곤 전혀 없고, 획일적이다. 하얀 벽, 빨간 지붕, 모두 다 똑같다. 구획마다 보기 흉한 부동산 간판이 내걸려 있다. 모든 간판에는 너무나도 중산층다운 생활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보고 있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풍경이다. - P209

이스탄불을 뒤로하고 보스포루스해협의 다리를 건너 아시아풍의 튀르키예로 들어간다. 아시안 하이웨이를 따라 기분이 우울해지는 공업지대가 한동안 계속된다. - P212

흑해 연안ㅡ이곳이 제2의 튀르키예다. 멋진 지역이다. 조용하고, 관광객이 적고, 풍경도 아름답다. 단, 에게해 연안에 비하면 도로와 호텔의 질이 말도 안 되게 형편없다. 비가 자주내리기 때문에 눅눅한 분위기의 땅이다. - P212

여기서(흑해 연안에서) 시계 방향으로 소련, 이란, 이라크와의 국경 방면이 제3의 튀르키예다. 녹색지대가 많은 흑해에서 산으로 접어들어 산등성이를 넘으면 그곳은 이미 동부 아나톨리아 고원지대로, 건조할 대로 건조한 중앙아시아풍의 튀르키예다. 여러 민족이 패권을 다투며 이 땅을 짓밟고 지나갔다. 동쪽으로, 혹은 서쪽으로 긴장을 감추고 있는 땅이다. 경치도, 기후도 너무나 살벌하다. 흙먼지투성이고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곤 양뿐이다. 도로와 호텔은 말할 것도 없다. - P212

남쪽으로 내려와 시리아와의 국경지대에서 지중해까지 걸쳐 있는 중부 아나톨리아ㅡ이곳이 제4의 튀르키예, 아랍 색채가 진한 튀르키예다. 호텔과 도로 사정은 조금 나아진다. 여름의 열기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지독하지만 여성들의 복장이 눈에 띄게 화려해진다. - P214

서쪽의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의 튀르키예ㅡ이곳이 제5의 튀르키예다. 여기까지 오면 경치가 환하게 밝아진다. 내륙 지방의 먼지 날리던 공기에서 해방된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진 듯한 느낌이다.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지고 고급 리조트가 여러 군데 있다. 세련된 요트 정박지가 있고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관광지로서 공들여 정비하고 있는 지역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중상류층 튀르키예인이 우아하게 휴가를 즐긴다. 그런 곳이다 보니 당연히 물가가 비싸다. - P214

카라데니즈ㅡ튀르키예어인 이 말은 문자 그대로 ‘검은 바다‘다. 에게해가 ‘흰 바다‘라고 불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흑해는 어디까지나 ‘검은 바다‘인 것이다. 왜 검은 바다라고 불리는지는 실제로 가보면 알 수 있다. - P221

유럽에서 튀르키예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분명히 사람들의 응대에 당황하게 된다. 유럽인과 튀르키예인은 ‘친절‘이라는 관념의 정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길을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하지만 튀르키예인의 친절함은 그런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책임을 지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길을 가르쳐준다. - P234

흑해에는 거의 파도가 없기 때문에 수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마치 아침에 수영장을 혼자 빌려서 헤엄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도 깨끗하고 기분도 좋다. 물은 보기보다 훨씬 따뜻하다. - P251

트라브존에서 호파까지의 지역을 ‘튀르키예의 샹그릴라‘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해안 도로에서 한 걸음 산 쪽으로 들어가면 자욱한 안개의 세상이다. 봉우리에는 구름이 걸려 있고 수목이 우거져 있다. 아름다운 계곡물이 흐르고 돌다리가 놓여있다. 작은 마을의 집들은 나무와 기와로 만들어져 있다. - P251

이 부근(트라브존에서 호파까지의 지역)은 이아손이 인솔하는 아르고 원정대가 황금 양털을 찾아서 왔던 것으로 유명한 콜키스 왕국이 있었던 땅이다. 이아손은 여기서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왕녀 메데이아의 인도로 황금 양털을 손에 넣고 무사히 그리스로 귀환한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에 나오듯이 이아손은 나중에 자신의 영달을 위해 메데이아를 배반하고 다른 여자를 선택한다. 나라를 버리고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메데이아는 이국땅에서 비운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 P253

이곳에는 콜키스 왕국의 후예라 할 수 있는 라즈족이 살고 있다. 라즈족은 금발에 눈이 파랗고 독특한 풍속과 습관을 지켜오고 있다. 책에 따르면, 라즈족 사람들은 자립심이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에 건조한 유머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튀르키예인 중에서도 유달리 이채로운 민족이다. 그들은 메데이아의 혈통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고향을 떠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 튀르키예 부동산업자의 태반이 라즈족이다. 또한 그들은 튀르키예의 제빵업계도 장악하고 있으며 레스토랑 경영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 P253

비가 많이 오는 기후는 홍차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에 이 부근은 홍차 산지로 유명하다. 튀르키예의 홍차 생산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튀르키예에서 홍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때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 대신 홍차가 튀르키예인의 국민 음료가 되어버렸다. 커피 가격이 세계적으로 오른 것이 큰 이유다. 어쨌거나 튀르키예인들이 차이하네에 앉아 수다를 떨고 도박을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맛있게 마시는 차이의 대부분은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마을에는 홍차공장이 있고 큰 굴뚝에서는 뭉게뭉게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 P254

인간은 나약하고 인생은 유한하다 - P261

반 호수는 해발 1,720미터쯤 되는 곳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수면이 높은 호수 가운데 하나다. 호수의 물이 빠져나갈 하천이 없기 때문에 염분 농도가 30퍼센트나 된다고 가이드북에 쓰여 있다. 물고기는 거의 살지 않는다. 호수의 물은 상당히 기묘한 맛이 난다고 한다. - P272

반은 이 부근에서는 상당히 커다란 도시다. 일설에 의하면 반은 이란인 망명자와 밀수업자들로 붐비는 도시라고 한다. 산을 넘어 도망쳐 온 망명자(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대부분이 징병 기피자였다)는 우선 이 도시에서 한숨 돌린 뒤 당국에 출두하여 정식으로 망명 절차를 밟게 된다. 밀수업자들은 아편과 헤로인을 동방에서 이곳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음 운반책에게 넘겨준다. 어느 쪽이든 이 도시가 그 루트의 중계점이 된다. 그래서 그들을 색출하기 위해 튀르키예 동남부 군대와 치안 당국 본부가 여기에 위치해 있다. 풍경이 아름다운 반면 상당히 위험한 지역인 것이다. 국경 도시란 대부분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나는 법인데 이곳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봐도 실로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276

반에 있는 호텔 프런트 직원들은 반드시 어딘가 융단 가게와 연결되어 있다 - P284

이상주의가 지역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 P288

하카리 지방은 눈이 많이 온다는것 외에 치안이 가장 나쁜 곳으로도 유명하다. 쿠르드인 분리주의자들의 활동 거점이기 때문이다. - P289

대부분의 튀르키예인은 외국인에게 자국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괜찮습니다. 노 프라블럼"이라는 공식적인 견해로 끝내버리려고 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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