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관한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라는 사람은 불쉿 직업(bullshit job) 이라는 것에 대해 언급했었다. 여기서 bullshit 이라는 것은 영어로 헛소리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의미에 기반하여 그레이버가 내린 불쉿 직업의 정의는 보수와 처우가 괜찮고 노동강도가 높지 않음에도 의미가 없는 일을 말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부분에서는 이러한 불쉿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독자인 나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 가진 속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저자는 앞선 본문에서 나는 ‘내 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을 때 위에서 언급했던 어떤 ‘의미‘라는 것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을 했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AI시대에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게 의탁하기보다는 우리 인간 스스로가 자신이 하는 일에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좀 더 압축적으로 달리 표현하자면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보다는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레이버는 불쉿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비참함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모호함과 강요된 시늉" 때문에, "스스로가 원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감내할 만한 가치가 없는 고통"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해를 끼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비참하다. - P224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 유형 체험을 바탕으로 한 중편소설《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화자는 유형수에게 완전히 무의미한 일을 시키는 게 가장 참혹한 형벌이라고 말한다. - P224

흙더미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쌓게 하고 다시 원래 장소로 옮기게하는 것처럼 쓸모없는 일을 시키면 인간은 그 무의미함과 모욕과 수치를 견디지 못한다. 그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잘해야겠다는 의지도 잃는다. - P225

나는 AI 시대가 공허의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한다. 평범한 인간들이 가치를 잃어버리고,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 P225

현대인은 종교로부터 멀어지면서 인간 외부에 객관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 멀어졌다. 현대 주류 경제학이 노동가치설을 폐기하면서 우리는 어떤 일에 내재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도 멀어졌다. 이제 무신론자와 자유시장주의자가 함께 합의할 수 있는 가치는 시장 가격인데, 그것은 도덕적 규범이나 사회적 가치와는 상관없는 개념이다. 이제 우리는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일을 하면서도 적당한 급여를 받을 때, 그 일에 왜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 P225

우리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찾아내지 못하면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회는 거대한 ‘죽음의 집‘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급여와는 상관없다. - P225

‘인간의 바둑‘은 바둑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그저 좋아서 바둑을 두는 아마추어의 활동을 뜻하는 말일 수도 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바둑을 즐기는 데 인공지능이 별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은 비교적 쉽게 납득할 수 있다. - P229

"누구나 어떤 일에서 당대 최고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항상 최첨단에서 무언가를 할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기계가 더 잘한다고 해서 왜 인간이 하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_남치형 교수 - P231

"어떤 일을 남한테 권할 때는 권하는 이유를 말해줘야 하죠. 그런 때 그 일을 하면 돈을 번다든가, 건강이 좋아진다든가. 그런데 그런 말들은 진짜 이유가 못 된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하면 어떤 유용성이 있다는 식의 설명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면 정말 재미있어, 내 시간을 거기에 낭비할 만해‘ 이런 말들이야말로 그 일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라고 생각해요." _남치형 교수 - P231

도구적 가치와 근원적 가치 - P231

재미있다는 것은 당사자의 주관적 효용이고, 그 효용에 대해 타인이 깎아내리기 어렵다 ...(중략)... 그러나 그 주관적 효용이 외부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 P232

재미는 맥락에 좌우된다. ...(중략)... 어떤 일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그 일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바뀌며, 그 일이 우리에게 주는 재미도 바뀔 것 같다. 재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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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6-09-24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 추석 잘 보내시고 남은 이 달 즐독하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9-24 14:39   좋아요 1 | URL
예 고맙습니다. 서곡님도 즐거운 추석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appletreeje 2026-09-24 15: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9-24 15:28   좋아요 3 | URL
예 appletreeje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