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저자는 자신이 어릴적 포켓 트랜지스터(일종의 소형 라디오)를 활용하여 즐겨들었던 다양한 음악들에 관해 얘기한다. 팝송,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겁게 감상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이란 어떤 것인지 독자들에게 말해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도 머리를 식히거나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신나는 음악을 들었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실제로 나는 요근래에 팝송이 많이 수록된 책 한 권을 구해서 그 책에 소개된 팝송들을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몇 곡씩 들어보기도 한다. 어쨌든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 중 잠시라도 리프레시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기존에 하던 일이나 공부 등의 능률이 조금이나마 더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런 것이 과학적 근거 같은 게 전혀 없는 단지 기분 탓일수도 있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가 느끼는 느낌이 중요한 걸.

음악이란 좋은 것이다. 음악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와 함께 엮여진 깊고 아름다운 개인적인 정경(情景)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인생은(즉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되었을 것이다. - P108

해외 여행에는 뭔가 좀더 축제적인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P109

한번 그런 식으로 내가 마음을 열고 나면, 잃어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에게 아무리 심한 말을 들어도 두렵지 않고, 특별히 화도 나지 않는다. 연못에 빠져 옷이 다 젖었는데, 누가 물을 또 뿌려 봐야 차갑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 P140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사람을 깊이 다치게 할까. 그것은 잘못된 칭찬을 받는 것이리라. 그런 칭찬을 받아 잘못되어 간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인간이란 타인에게 칭찬을 받으면, 거기에 맞추려고 무리를 하는 법, 그래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 버린 케이스가 적지 않다. - P141

버드나무는 날씬하고 우아하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눈(雪)에 부러지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괜히 겉보기가 탄탄해 보이는 나무보다 나긋하고 부드러운 버드나무 쪽이 의외로 터프하다는 말이다. - P142

어째서 버드나무는 누군가를 위해서 울어 주지 않으면 안 될까? 영어권에서는 ‘버드나무‘는 weeping willow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weep이라는 말에는 ‘흐느껴 울다‘라는 본래의 의미말고 나뭇가지 같은 것이 늘어져 있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영미권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들은 버드나무를 보면, ‘아아, 버드나무가 흐느껴 우는구나‘ 하는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버드나무라고 하면 이내 머리 푼 귀신을 연상하게 된다. 문화에 따라서 사물의 이미지는 상당히 달라진다. - P143

옛날 중국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살며시 건네주었다고 한다. 가지는 부드럽지만 좀처럼 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그 가지에 ‘돌아오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것 참 로맨틱하다. - P144

인간이라는 것은 아마 뭔가가 있어 갑자기 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여러 가지 것들이 쌓여 가면서 죽어 가는 것일 것이다. - P155

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 속에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 P154

챈들러 씨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을 좀 늘어 놓자면, ‘안녕‘을 말한 직후의 죽음은 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우리가 정말 잠시 죽는 것은 자신이 ‘안녕‘을 말했다는 사실을 몸 한가운데에서 직면했을 때다. 이별을 말했다는 사실의 무게를 자기 자신의 일로서 실감했을 때, 그러나 대개의 경우,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주위를 한 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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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6-08-04 0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을 말하는 것은 잠시 죽는 것이다‘
“To say goodbye is to die a little.”
― Raymond Chandler, <The Long Goodbye>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8-04 06:39   좋아요 1 | URL
제가 독서력이 짧은지라 Raymond Chandler를 이 에세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에세이에서 이 유명하다는 대사의 출처를 별도로 알려주지 않아서 도대체 저 말이 어디 나온 말인가 하는 작은 궁금증이 있었는데, Jeremy님 덕분에 《The Long Goodbye(기나긴 이별)》이라는 작품에 나왔던 말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