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인 ‘아니오‘ 라는 대답을 유도하는 식의 대화보다는 긍정적인 답변인 ‘네‘ 라는 대답을 유도할 수 있는 대화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적대시함으로써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려고 하는 듯하다. 진보적인 사람이 보수적인 사람들과 회의를 하게 되면 보수적인 사람들을 보자마자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만일 그 진보주의자가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걸 즐기는 사람이어서 그랬다면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진보주의자가 무언가 얻고자 하는 경우였다면,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떤 학생에게, 혹은 고객에게, 아이에게, 남편에게, 아내에게 처음부터 ‘아니오‘ 라고 말하게 만든다면, 그 뻣뻣한 부정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너무도 많은 지혜와 성인聖人이나 가질 수 있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젊은 분의 태도는 누그러지고 변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우리를 위해 정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해 정보를 요구한다는 점을 깨달으셨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으로 ‘네‘라는 반응을 끌어낸 거죠.

"논쟁 해봐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고, 그 사람에게 ‘네, 네‘ 라는 말을 하도록 만드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고 흥미로운 일이란 걸 배웠죠."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이라고 불리는 그의 방법은 ‘네, 네‘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상대방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곤 계속해서 끝없이 많은 동의를 받아냈다. 그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 결국은 상대방이 바로 몇 분 전에 격렬하게 비판했던 결론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고픈 기분이 든다면, 맨발의 소크라테스를 기억하고 상냥하게 질문을 던져라. ‘네, 네‘ 반응을 이끌어 낼 질문을 던져라.

중국에는 동양의 변하지 않는 오랜 지혜를 담은 속담이 있다. "사뿐히 걷는 사람이 멀리 간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게 만들고 싶다면, 다섯 번째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규칙 5 :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네, 네‘ 라고 말하게 하라.

Get the other person saying "yes, yes" immediately.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게 만들려고 할 때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도록 내버려 두어라. 상대방은 자신의 일과 문제에 대해서 당신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져라. 상대방이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라.

상대방과 생각이 다른 경우 말허리를 자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위험한 일이다. 상대방은 표현해 달라고 울부짖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동안에는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인내심 있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어라. 진심으로 경청해라. 상대방이 자기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힘을 실어 주어라.

다른 사람이 말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

펜실베이니아 더치Pennsylvania Dutch(17~18세기에 둑일과 스위스에서 이주하여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한 사람들)

‘진심으로 칭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들에겐 물건을 팔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사도록 해야 하는 거죠."

성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려웠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쿠벨리스 씨는 자신의 미래의 고용주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그때까지 이루었던 모든 업적에 대해 알아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그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대부분의 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호의적인 인상을 낳았다.

사실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늘어놓는 자랑을 듣느니 자신의 성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Francois de la Rochefoucauld는 말했다.
"적을 원한다면 친구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라. 친구를 원한다면, 친구들이 너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이 말은 왜 진실인가? 친구들이 우리보다 뛰어날 때, 친구들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지만 우리가 그들보다 나으면 열등감을 갖게 되고, 질투와 시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독일 속담이 있다. "Die reinste Freude ist die Schadenfreude." 해석해 보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순수한 기쁨이란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불행할 때 느끼게 되는 사악한 기쁨이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그렇다. 우리의 업적 따윈 부풀려 이야기하지 말도록 하자. 겸손해지자. 그게 언제나 성공의 비결이다.

"분에 넘치게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당신이나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이나 나는 앞으로 백 년만 지나도 완전히 잊힐 사람들이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성취로 다른 사람을 지겹게 만들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그러니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하게 만들자. 생각해보면, 당신은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게 별로 없다.

당신이 바보가 아닐 수 있는 까닭을 알고 있는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당신의 갑상선에 있는 몇 푼의 가치도 안 나가는 요오드 덕분이다. 의사가 당신 목에 있는 갑상선을 열어 얼마 안 되는 요오드를 빼낸다면 당신은 바로 바보가 되어 버릴 것이다. 골목에 있는 약국에서 5센트만 주면 살 수 있는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요오드가 당신과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단 5센트의 요오드가! 별로 자랑스러워 할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당신 생각에 동의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여섯 번째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규칙 6 : 다른 사람이 말을 많이 하도록 만들어라.

Let the other man do a great deal of the talking.

당신은 다른 사람이 건네주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발견한 생각을 더 믿지 않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 아닐까? 제안을 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철저하게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게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그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들에 대해 같이 의논해 주는 일이 그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활력소였습니다."

누구도 강제로 물건을 사고 싶어 하지 않고, 누구나 명령을 받기 싫어한다. 우리는 스스로 원해 물건을 사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는 편을 훨씬 더 선호한다. 그리고 우리의 욕망, 욕구,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의논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 그림들이 당신에게 쓸모 있으려면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알려 주시겠어요?"

"이제는 왜 제가 이 구매자에게 그림을 팔지 못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분이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그분께 밀어붙이고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정반대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저는 그분께 그분의 생각을 말해 달라고 합니다. 그분은 이제 자신이 디자인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도 하죠. 저는 이젠 그분께 그림을 팔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이 그냥 사시는 거죠."

기억하라. 루스벨트는 다른 사람들과 의논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으며, 그들의 충고를 존중해 주었다. 루스벨트가 주요 공직에 사람을 임명해야 할 때, 지도급 정치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그 사람을 뽑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임명할 사람을 생각한 건 바로 자신들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우리는 그에게 그 스코틀랜드 사람에게 물건을 팔려고 애쓰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 대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물건을 사도록 만들라고 했다. 스코틀랜드 사람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라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을 알게 된 후, 저는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생각을 무심히 그의 머리에 심어 놓아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백악관을 방문해서 대통령께 어떤 정책에 대해 조언을 드렸는데, 대통령은 마뜩찮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저녁 테이블에서 제 제안을 마치 자신의 생각처럼 꺼내시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가지고 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내가 스스로를 설득하도록 만들었다. 이 사람이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강과 바다가 수천 개도 넘는 산골짜기 시내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들보다 아래에서 흐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강과 바다는 모든 산골짜기 시내를 지배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보다 위에 서고 싶은 현자들은 그들보다 자신을 낮춰야 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 서고 싶으면 그들보다 뒤에 서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에 대해 아파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당신 생각에 동의하게 만들고 싶다면 일곱 번째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규칙 7 :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 냈다고 여기도록 만들어라.

Let the other fellow feel that the idea is his.

기억하라. 다른 사람이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을 비난하지 마라. 바보라도 비난은 할 수 있다. 이해하려 노력하라. 현명하고, 아량이 넓고, 뛰어난 사람만이 그런 노력을 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숨겨진 이유를 찾아내라. 그러면 그의 행동이 이해될 것이다. 아마 그의 성품마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실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라.

스스로에게 말해 보라. "내가 저 사람이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반응했을까?"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노여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원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 결과를 덜 싫어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을 다루는 당신의 능력도 놀랍도록 일취월장할 것이다.

《친절한 사람을 만드는 법How to Turn People into Gold》이라는 책에서 케네스 M. 구드Kenneth M. Goode 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잠깐 시간을 내어 당신이 당신의 문제에 가지고 있는 커다란 관심과 다른 사람의 문제에 가지고 있는 보잘것없는 관심을 비교해 보라.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는 걸 기억하라. 그러면 링컨과 루스벨트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의 확고한 기반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을 다루는 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며 그들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관점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내 감정을 배설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얘들아, 재미있니? 저녁으로 무얼 굽고 있는 거야? 나도 어릴 땐 불 피우기 좋아했어. 지금도 그렇단다. 하지만 여기 이 공원에서는 위험해. 너희들이 어떤 해를 끼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조심성이 부족한 친구들도 있단다. 그런 친구들이 와서 너희들이 불 피우고 있는 걸 보면 자기들도 불을 피울 거 아냐? 그리곤 집에 갈 때 제대로 끄지도 않고 가 버리는 거지. 그러면 마른 잎들에 불이 붙고, 그 불이 번지면 나무들마저 죽게 되지.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여기 있는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불을 피웠다는 이유로 우리 친구들도 감옥에 갈 수도 있지. 너희들이 어른 행세하며 재미있게 노는 걸 방해하려는 게 아니야. 너희들이 즐겁게 노는 게 보기 좋아. 하지만 얘들아, 지금 나뭇잎들을 당장 불에서 멀리 치워 줄래? 그리고 가기 전에 흙을 많이 퍼서 불을 끄고 가도록 해. 그래 줄 거지? 다음에도 불 피우며 재미있게 놀고 싶으면, 저기 언덕을 넘으면 모래밭이 있으니 거기를 이용하는 게 어떨까? 거기에선 전혀 위험하지 않거든. 고맙다, 친구들아. 재미있게 놀아."

아이들은 체면을 잃지 않았다. 아이들도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아이들의 관점으로 상황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어떤 사람에게 불을 꺼 달라고 하거나, 액체 세제를 사 달라거나, 적십자에 50달러를 기부하라고 요청할 때, 잠시 시간을 내어 눈을 감고 모든 것을 그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라.

스스로에게 물어라.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당신이 금방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사실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친구를 얻고, 더 적은 마찰과 노력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인터뷰 중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면접관의 관심과 동기에 비추어 볼 때 면접관이 어떤 답을 할 것인지 완벽하게 머릿속에 그리지 않은 채 인터뷰에 가기보다는 사무실 앞 복도에서 인터뷰 전 두 시간 동안 서성거리며 생각하는 편을 택하겠다."

이 책을 읽어서 항상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당신뿐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태도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 한 가지만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 생애의 경력에서 중요한 이정표 하나가 세워진 것이다.

불쾌감을 주지 않고 적개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바꾸고 싶다면 여덟 번째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규칙 8 :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애써라.

Try honestly to see things from the other person‘s point of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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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밑줄 친 문장에서 보고서의 핵심 전달 방식이 작가가 글을 쓰는 것과 같다는 얘기가 여러모로 공감이 되었다. 독자인 나도 책에 대한 리뷰를 쓸 때 쓰고 싶은 글감이나 키워드를 모아서 쓴 뒤에 그것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순차적으로 혹은 논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글을 쓰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책의 저자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내가 리뷰를 쓰는 방식이 100%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분야는 조금 다를 수 있어도 그 핵심을 관통하는 어떤 뼈대는 대체로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보고서에서 핵심을 전달하려면, 작가가 글을 쓰는 것처럼 하면 된다. 작가는 주제를 정하고 글감을 모은다. 차례를 만든 다음 글을 쓴다. 자기가 쓴 글을 읽고 고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 P94

보고서 작성자는 제일 먼저, 수집한 정보(글감)를 구분한다. 중요한 정보, 중요하지 않지만 전달해야 하는 정보, 참고해야 하는 정보를 나눈다. - P94

중요도에 따라 내용을 구분하고 중간제목, 소제목, 사례와 근거 등을 넣어서 체계를 만든다. 부수적인 정보는 소제목과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는 마지막에 ‘참고‘라고 쓰고 간략하게 나열한다.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구분해서 보고서를 쓰면 읽는 사람은 중요한 정보부터 참고할 정보까지 순차적으로 파악한다. - P94

보고서 종류와 목적에 따라 도입부에 쓰는 내용은 다르다.
"보고서를 어떤 내용으로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적절한 해답은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제일 알고 싶은 내용‘이다. - P95

내용을 기준으로 보고서를 구분하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진행 상황 보고서
* 결과 보고서
* 문제 해결 보고서
* 계획 보고서(계획서) - P95

보고서 맨 앞에 쓰는 내용은 읽는 사람이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 바뀐다. - P97

요약하는 문장에서 지켜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읽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삼간다. 다시 말해서, 전달하는 과정에 보고내용이 왜곡될 우려가 없도록 써야 한다. - P101

보고서 작성자는 주제에 대한 시각과 방향이 읽는 사람도 자신과 같을거라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를 읽는데 필요한 배경지식도 작성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작성자와 읽는 사람의 관점과 배경지식, 주제에 대한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 P102

보고서를 쓰는 목적은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생각을 갖게 하려는 게 아니다. 다른 방향의 생각과 의견을 수렴해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게 보고서의 역할이다. 작성자는 보고서 내용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는 기술 보고서는 전문용어와 표현을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쓴다. - P102

철학자 탁석산은 《보고서는 권력관계다》에서 "보고서는 철저히 읽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작성자는 읽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기대하는 바, 지식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읽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을 쓰라는 건 아니다. 보고서를 쓰는 이유와 목적, 왜 보고서를 쓰는지, 보고서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한다. - P103

쉽게 쓸 때와 전문용어를 섞어서 쓸 때를 구분해야 한다. 보고서를 쓰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면 쉽게 써야 할 때와 전문용어를 쓸 때를 구분할 수 있다.  - P104

보고서는 의사소통을 위한 문서다. 작성자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 쓰는 문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쉬운 언어를 사용하면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 P104

전문용어, 어려운 개념을 잘 아는 사람들이 읽는 문서는 굳이 쉬운 표현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전문 지식을 과시하려고 일부러 어려운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됐지만 구성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면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게 옳다. 전문용어가 설명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 P105

보고서는 사실에 기초해서 쓴다.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 직접 겪은 일이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도, 출처가 분명한 정보 또는 참고 자료를 통해서 알게 된 것,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사실에 포함된다. 여러 가지 사실을 모아서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쓰는 것은 추측성 의견이다. - P107

윗선으로 올라갈수록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기 때문 - P110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본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하는 일이 잘 될수록,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 P110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다르게 표현한다. 사실은 ‘보았다‘, ‘들었다‘, ‘했다‘라고 표현한다. 의견은 ‘좋다‘, ‘될 것이다‘, ‘예상한다‘라고 표현한다. - P110

둘째, 어디부터 어디까지 의견인지 명확하게 전달한다. "개인적인 의견은", "자료를 분석한 작성자 생각을 덧붙이자면" 등의 표현 다음에 나오는 내용이 의견임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의견에서 단정하는 표현은 삼간다. - P111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야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가 나온다. - P112

보고서를 쓴 후에 사실과 의견을 구분했는지 확인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검토한다.
• 사실과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했는가?
• 제시한 사실은 정확한가? 근거, 출처를 확인했는가?
• 논리적인 근거가 명확한가? 제시한 근거가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았는가? - P112

거의 모든 보고서는 기존에 쓴 보고서에서 형식과 내용을 빌려서 쓴다. 전임자가 쓴 보고서를 보고 항목은 그대로 두고 내용만 바꿨다고 인용 또는 모방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성자는 기존의 형식과 패턴을 차용해서 쓸모 있는 요소는 그대로 쓰고 항목을 바꾸거나 추가한다. - P114

보고서를 잘 쓰고 싶다면, 기존에 쓴 보고서를 살펴보고 패턴을 찾는다. 그런 다음 자기만의 글쓰기 공식에 대입해서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 P114

보고서 작성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모방이 필요하다. 동시에 창의력도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모방을 거듭하면서 형식과 내용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 P114

무엇을 어떻게 모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진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베꼈다‘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해체한 다음 다른 의미, 새로운 시각으로 결합해서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면 ‘재창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 P114

잘 쓴 글을 읽고 단락을 해체해서 패턴을 찾는다. 잘 쓴 글의 패턴에 자기 아이디어를 적용한다. 잘 쓴 글, 잘 읽히는 글, 이해하기 쉬운 글을 해체해서 패턴을 찾아서 아이디어, 구조를 대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모방은 베끼는 게 아니다. 글의 구조와 단락의 배열과 패턴은 얼마든지 모방해도 괜찮다. - P115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글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빌리거나 모방해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116

누군가 이미 써놓은 문서, 글, 광고 카피를 수집· 해체해서 글을 쓸 때 적용해보기 바란다. 분명히 쓸 만한 요소가 있을 것이다. - P116

보고서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쓴다. 보고서의 숫자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수단이며 동시에 확신에 찬 의견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고서는 숫자와 이미 일어난 사실만 보여주는 문서가 아니다. 사실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쓰고 주관적인 의견 또는 주장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보고서의 숫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 P117

보고서의 결론은 주장과 의견, 제안이다. 현재 상황과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다음, ‘무엇을 어떻게 왜 하겠다‘, ‘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넣는다. 주관적인 의견 없이 사실만 나열한 보고서는 가치가 없다. 의견과 주장을 넣고 정량적인 자료로 뒷받침한다. - P117

무엇을 어떻게 왜 하겠다는 결론, 즉 주장이 명확한 보고서가 더 가치있다. - P118

사실과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숫자를 사용한다. - P118

영업·매출이익 보고서에 나오는 숫자는 많다. 종류도 여러 가지다. 숫자가 많이 나오는 보고서는 반드시 핵심 지표가 되는 몇 가지 숫자를 요약해야 한다. - P119

보고서에 나오는 모든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숫자 몇 개만 중요하다.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있는데 이런 숫자를 ‘질이 높은 숫자‘라고 한다. - P119

구체적인 숫자를 보여준 다음 보완할 부분, 강점을 이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 P120

보고서 본론에서 사실과 숫자로 현재 상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작성자가 옳은 방법이라고 판단한 결론에 의견을 더해서 정리한다. 이론의 늪에 빠지거나 숫자에 너무 의존해서 현실을 이론과 숫자에 끼워 맞추면 안 된다. 작성자가 분석해서 얻은 의견이 곧 결론이다. - P120

오늘, 일주일, 한 달 동안 내가 한 일을 되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할 일에 좋은 영향을 준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지금까지 한 일과 노력, 행운의 곱셈식으로 계산한다. 곱셈식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일이 앞으로 할 일에도 영향을 준다. - P123

완료한 일은 즉시 보고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이든 부정적인 피드백이든 빨리 받아야 한다. 피드백은 빨리 받는 게 좋다. - P125

즉시 보고가 필요한 이유는 해당 업무에 이어서 진행할 일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사가 바빠서 지시한 업무를 잊고 확인하지 않았을 때 즉시 보고는 알람 기능을 한다. 일을 끝내고 즉시 보고해서 피드백을 빨리 받으면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수 있다.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면 더 공부하고, 평가가 긍정적이면 이후에 진행하는 일에 동기부여가 된다. 빠른 피드백은 앞으로 진행할 일에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준다. - P125

일을 시작할 때, 완료했을 때, 변동 사항이 있을 때 보고한다. - P125

현재 진행하는 일은 앞으로 할 일과 맞물려 있다. 다음에 할 일과 직접 연관이 없어도 하나의 일이 끝나면 다음에 할 일에 인력, 자원 등을 배분해야 한다. 상사가 진행 사항을 확인하고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을 따로 지시할 수도 있다. 업무 진척도와 현재 상황을 알려야 상사는 다음에 할 일을 계획할 수 있다. - P126

업무를 완료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은 주기적으로 보고한다. - P126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는 일은 없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 어떤 일이든지 목표 달성과 성과를 기대한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하는 취미 활동도 목표를 정한다. 회사나 조직 구성원이 하는 일에는 저마다 목표와 목적이 있다. 단순한 일도 일정과 목표를 정하고 실행한다. - P127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일 다른 일을 한다. 매일 실행한 일을 기록해서 자기가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하면 일을 하는 목적이 분명해지고 완성도도 높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한 일을 매일 수치화해서 기록하면 어떤 형태로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기록했을 때 얻는 가장 큰 장점은 내가 한 일이 공식적으로 알려진다는 것이다. - P128

거래처 담당자와 미팅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도 대화하는 중에 기회를 포착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그 내용을 쓴다. - P129

자기가 맡은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해결 방안을 알리는 것도 보고서의 기능이다. - P130

성과를 낸 일 외에 실수나 문제가 발생한 상황도 반드시 보고서에 쓴다. 단,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자기 의견을 넣는다. - P130

《No라고 말하지 않는 서비스》에 리츠 칼튼 호텔의 문제 해결 보고서가 사례로 나온다. 이 보고서는 누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왜 그런 실수가 일어났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하기 위해서 쓴다. - P130

리츠 칼튼 호텔은 고객 불만을 개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 P130

영업 담당자는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의지를 보고서를 통해서 보여줘야 한다. 이런 보고서를 경영자가 보면 자기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함께 찾을 것이다. - P130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은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 보고서를 쓰는 형식은 회사마다 달라도 일을 하기 전에, 일을 하는 중간에, 일을 끝내고 보고서를 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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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같은 속‘에 있는 ‘다른 종‘끼리 이종 교배를 통해서 유전자를 공유하고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 얘기를 건축에 적용하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위에 나온 문장을 건축분야에 유사하게 적용시키는데 이를 나만의 문장으로 바꿔 써보면 다음과 같다.

건축이라는 ‘같은 속‘ 에 있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다른 종‘ 끼리 결합하여 각각의 문화 유전자를 교환하여 ‘새로운 종‘이라고 볼 수 있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었다.

요즘 말로 해보자면 동양과 서양간에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콜라보는 이 책에 나오는 건축 분야 뿐만 아니라 요즘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시도되고 있는 일종의 트렌드다. 다만 건축 분야의 경우 약 2, 3백 년 전에 이미 콜라보가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콜라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의 한 방법 같기도 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방식인데 서서히 어떤 것들을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간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진화론적인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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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르 코르뷔지에가 언급했던 ‘근대 건축의 5원칙‘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올해 초에 읽었던 동 저자의《인문 건축 기행》에서 소개된 부분과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그때 읽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좀 더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다만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건축을 비교하는 내용이 나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추가적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언급한 ‘근대 건축의 5원칙‘ 이 동양의 건축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서 어떤 것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보다는 맨 위에서 언급했듯이 서로 다른 문화간의 ‘이종교배‘ 혹은 요즘말로 ‘콜라보‘가 쉴새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근대 건축의 거장인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양식의 변천사를 다양한 이미지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데, 마치 진화론에 나오는 진화의 과정처럼 이종문화를 융합하여 조금씩 서서히 진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건축도 생물과 비슷하게 진화한다는 것을 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획일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주의 양식‘ 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의 핵심은 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채 기술적인 요소만을 고려한 것의 결과물이 바로 ‘국제주의 양식‘ 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명제가 유행하던 시기라 그닥 특별한 기능이 없다고 여겨지는 빈 공간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건축양식이 많이 생겨난 것도 핵심적인 특징이었다.




건축은 동서양을 떠나서 건축이라는 ‘같은 속‘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동양과 서양의 건축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종‘이기도 하다. - P207

나는 건축이라는 같은 속에 속한 다른 종의 동서양 건축이 동서양 간의 무역을 통해서 문화 유전자를 교환하고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낸 것이 근대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산업혁명을 통한 재료 기술의 혁신도 한 축을 이룬다. - P208

결론적으로 서양의 근대 건축은 기술 혁신과 동양 건축 유전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2세대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연 사람이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다. - P208

건축은 언제나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문화 유전자‘는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 지역 고유의 문화 유전자와 섞이게 된다. - P208

15세기에 삼각돛을 단 범선의 등장으로 공간이 더 압축되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양 극단에 위치했던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유전적으로 섞이기 시작했다. 16세기 중국산 도자기가 유럽에 대량으로 수입되었고, 17세기에는 동양 철학 책들이 유럽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18세기에는 조경 디자인이 바뀌었고, 19세기에는 이 변화가 미술로 전파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건축에서 문화적 이종 교배의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P209

인간 사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서를 작고하신 한태동 교수(연세대학교)의 논지로 풀면, 가장 먼저 미술에서 변화가 생겨나고, 음악, 철학, 건축의 순서로 일어난다. 건축이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이유는 위의 여러 가지 문화적 결과물 중에서 건축이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경에서 시작해서 미술까지 적용된 이후에나 건축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건축이 바뀌기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 P209

18세기 2차 산업혁명의 발달은 인간이 화석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석탄은 태양 에너지가 키운 식물이 죽어서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서 높은 압력과 그로 인한 온도 상승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석탄을 사용한다는 것은 태양 에너지를 식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오랜 시간 숙성시켜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석유는 태양 에너지가 키운 식물을 먹고 자라난 동물이 역시 죽어서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만들어진 에너지원이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는 모두 태양 에너지를 오랜 시간 저축했다가 시간을 통해 숙성시켜서 쓰는 격이다. - P209

과거 인간이 농업혁명을 통해서 농산품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면,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서는 공산품의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건축에서는 두가지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는 재료적인 혁명인 강철의 도입이다. 강철을 그대로 사용해서 철골 구조를 만들었고, 강철을 철근 형태로 만들어서 콘크리트와 섞은 철근콘크리트를 만들었다. 둘째는 기계적인 혁명인 엘리베이터의 보급이다. 엘리베이터 덕분에 높은 층에 쉽게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 P210

과거에 높은 층의 공간은 두가지로 사용했다. 첫째, 최고 권력자인 제사장이 신전 높은 곳에 제단을 놓고 올라가서 사람들이 자신을 올려다보게 하여 권력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사용됐다. 둘째, 사회 내 가장 낮은 권력 계층의 하녀들이 걸어 올라가서 사는 다락방으로 사용했다. - P210

같은 높이인데도 완전 반대로 사용되는 이유는 사용 빈도수에 있다. 제사장은 중요한 행사가 있을때 일 년에 몇 번만 올라가면 됐지만, 하녀들은 다락방을 하루에도 몇번씩 걸어서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제사장이 1년에 몇 번 신전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는 게 힘든 것은 문제가 안 됐다. 오히려 걸어 올라가기 힘든 것은 권력의 차등을 느끼게 해 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다락방은 올라가도 다락방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지만, 신전 높은 곳의 제단에 올라간 사람은 땅에 있는 사람이 올려다볼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 P210

많은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다. 유라이크 필터로 찍고 포토샵 처리한 예쁜 사진만 인스타에 올리는 인스타 샐럽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1년에 몇 번 행사에서 멋진 제사장 옷을 입고 신전 꼭대기에 서서 대중에게 꾸며진 모습만 보여 줄 수 있었던 제사장은 권력을 갖게 되었다. - P210

이렇듯 높은 공간은 경우에 따라서 사회 권력의 최상층과 최하층이 사용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의 등장으로 아무리 높은 곳도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여 쉽게 올라갈 수 있게 되었고, 매일 올라 가야 하는 주거 공간에서도 높은 곳은 권력을 가진 자의 차지가 되었다. 이제 건축물로 지을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높게 지어서 사람이 공중의 공간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제 얼마나 효율적으로 높게 건물을 지을 것이냐는 문제만 남았다. 그리고 강철과 콘크리트 재료는 이전에는 지을 수 없었던 높은 층의 건물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 P211

수천 년간 서양은 돌이나 벽돌을, 동양은 목조를 주재료로 사용하였고, 상하 이동은 두 문화 모두 ‘계단‘만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서 나타난 강철, 콘크리트, 엘리베이터는 인류의 수천 년 건물 역사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재료와 기술에 있어서 혁명 같은 변화였다. - P211

강철과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엘리베이터라는 기계, 이 두 가지 기술 혁명이 전 세계의 건축을 바꾸었다. 이 두 기술의 힘은 너무나도 강해서 20세기부터 인류의 건축 문화는 이 두 엔진이 이끄는 대로 갔다. 결과는 지금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나 콘크리트로 높게 지어진 ‘국제주의 양식‘만 남아 있는 세상이 되었다. - P211

산업혁명과 대량 생산은 20세기에 들어서 건축에 모더니즘이라는 문화적 흐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모더니즘이 단지 기술적 혁명에 의한 결과물일 뿐일까? 나는 그러한 기존 관점에서 방향을 조금 달리하여 건축에서의 모더니즘을 ‘동양 문화가 서양에 유입되면서 생겨난 문화 변종‘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려 한다. 15세기에 삼각돛의 범선이 공간을 압축시켰다면, 20세기 들어서 발명된 증기선, 기차, 자동차, 비행기는 획기적으로 공간을 압축했다. 이로써 문화 유전자의 이종 교배가 가속화되었다. - P211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는 미스 반 데어 로에라는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그 이름을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그는 음악으로 치자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인물이다. 앞에서 나온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뒤에 나올 르 코르뷔지에와 더불어 근대 건축의 4대 거장 중 한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알바 알토Alvar Aalto라는 핀란드 건축가인데, 사실 후세 건축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는 나머지 세 명에 비해서 비중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4인조 비틀즈에서 드럼을 치는 ‘링고 스타‘ 같다고 할까. - P212

건축에서 평면도는 일반적으로 바닥에서 1.5미터 정도 높이에서 칼로 잘라서 그 윗부분 벽과 지붕을 들어내고 그린 그림이라고 보면 된다. - P216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지붕은 기둥보다 더 멀리 뻗어 나가서 처마가 생겨났고, 만들어진 처마 공간은 내부와 외부의 중간 지대적인 성격인 ‘사이 공간‘을 만들어 내고 이 공간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한옥에서도 처마 밑에 있는 툇마루 덕분에 건축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한옥에서는 툇마루가 실내인지, 외부인지 불명확하다. 툇마루는 지붕과 바닥은 있지만 벽이 없는 공간이다. 건축의 내부 공간을 규정하는 지붕, 벽, 바닥이라는 세 가지 요소 중에서 두가지만 있기 때문이다. - P220

공간의 성격을 살펴보면 ‘허블 하우스Hubble House(1935)‘는 동서양의 특성을 반반씩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즉, 동서양 건축의 ‘짬짜면‘ 같은 디자인이다. - P234

‘판스워스 하우스Fansworth House‘(1946~1950)‘는 가끔씩 강이 범람하면 침수되는 지역에 지어져 있어서, 침수를 피하기 위해 집을 땅에서 조금 띄워서 지어야만 했다. 이를 위해서 미스는 기둥 구조를 사용하여 집을 반 층 정도 올려서 지었는데, 집의 거실이 있는 층에 올라가기 전 중간 정도 높이에 데크를 설치했다. 그 데크를 밟고 올라가면 지붕이 덮인 두 번째 데크 공간이 나온다. 그 공간을 거쳐서 집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 P236

공간의 구성은 우리나라 한옥과 비슷하다. 한옥에서 방에 들어가려면 땅에서 계단을 밟고 기단에 올라가고, 거기서 디딤돌을 딛고 대청마루에 올라가야 한다. 지붕이 덮고 있지만 앞뒤로는 뚫린 대청마루를 거쳐서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스의 ‘판스워스 하우스‘에서 보이는 첫 번째 데크는 기단부, 두 번째 데크는 대청마루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들어간 집은 기둥 구조로, 벽이 없고 모두 유리로 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 P236

미스는 서양 건축에 철골이라는 새로운 재료로 만든 기둥식 구조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기존에는 찾아보기 힘든 성격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의 건축은 기둥과 지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며, 벽을 구조로부터 해방시킨 건물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동양의 나무 기둥을 철골 기둥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 P239

하지만 그의 건축이 동양의 전통 건축과 확실하게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창문에 유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동양 건축에는 창호지로 만든 창문이 달려 있었다면, 미스는 철골기둥 구조로 벽이 필요 없어지자 벽이 있던 자리에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와 외부를 극적으로 연결시켜 주었다. 그의 건축은 한마디로 ‘나무 기둥을 철골 기둥으로, 창호지를 유리창으로‘ 바꾼 건축 공간이었다. - P239

기본 구성은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동양의 구법을 따르면서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철과 유리라는 재료를 적극 도입하여 새로운 문화적 변종을 만든 사람이 미스 반 데어 로에다. - P239

근대 건축의 5원칙은 근대 건축이라면 가질 법한 다섯 가지 특징을 코르뷔지에가 정리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1. 필로티, 2. 옥상 정원, 3. 자유로운 평면, 4. 자유로운 입면, 5. 리본 수평창이다. - P240

엄밀히 말하자면 5번 ‘리본 수평창‘은 4번 ‘자유로운 입면‘의 하위개념이어서 ‘근대 건축의 4원칙이면 충분했으나, 코르뷔지에는 고전 건축 원리들이 주로 ‘5원칙‘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억지로 하나를 더 해서 5원칙으로 만든 것이다. - P241

그런데 사실 르 코르뷔지에가 이야기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것이 두 번째 항목인 옥상 정원을 제외하고 나면 다 동양의 기둥식 구조의 건축에서 보이는 디자인과 거의 똑같다. - P241

‘필로티 덕분에 이제는 땅의 습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 - P241

코르뷔지에의 돔이노 시스템Dom-ino. ‘혁신적 집‘이란 뜻의 돔이노 시스템은 동양 건축의 목구조와 동일한 개념의 공간 구축 방식이다. - P242

근대 건축의 5원칙 중 3. 4. 5번인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가로로 긴 창문 역시 기둥 구조에서 쉽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 P244

근대 건축의 5원칙과 동양 건축의 다른 점이라면 나무 기둥에서 철근콘크리트 기둥으로 바뀐 것이고, 창호지 창문 대신에 유리창을 넣은 정도다. 또 하나 차이점을 굳이 찾는다면 동양의 건축물들은 창문을 기둥과 기둥 사이에 두었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창문은 기둥보다 조금 앞으로 나와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 건축의 5원칙은 동양의 기둥식구조의 건축 양식이 서양에 전파되어 산업혁명의 새로운 재료인 콘크리트와 함께 만들어진 문화적 변종이라고 볼 수 있다. - P244

문화 변종의 탄생은 패러다임 변화의 결과다. 생각은 창작자 자신이 의식을 하건 안하건 상관없이 영향을 받고 진화하는 법이다. - P245

구조적으로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인 내력벽 - P248

슬래브: 콘크리트 바닥이나 양옥의 지붕처럼 콘크리트를 부어서 한 장의 판처럼 만든 구조물 - P405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건물의 정면을 디자인할 때 진입로를 정면에 수직으로 배치하여 진입하면서 2차원의 평면적인 건물 정면이 한눈에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는 정면은 황금 분할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 - P266

하지만 말기 작품인 ‘카펜터 센터‘에서 코르뷔지에는 건물의 정면에 수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버렸다. 대신에 인도와 평행하게 시작한 경사로는 곡선 형태로 휘어지면서 건물에 접근하다가, 건물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비로소 정면과 수직으로 만나게 되어 있다. - P267

‘카펜터 센터‘에는 정면에 수직으로 놓인 진입로가 없기에 건물을 객관적으로, 전체적으로 인지하는 순간이 없다. 다만, 사람들은 건물 입면의 단편적인 투시도만 기억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편적 공간 이미지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다시 재구성되어 ‘카펜터 센터‘라는 건물을 머릿속에 만들 뿐이다. 이 같은 디자인 방식은 17세기 영국의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 방식과 동일하다.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에 처음 보였던 1인칭 관점의 디자인이 3백 년 가까이 지나서야 르 코르뷔지에에 의해 건축물에 적용되어 나타난 것이다. - P267

코르뷔지에는 ‘카펜터 센터‘에서 격자형 기둥 구조 시스템을 사용하고, 흐름이 있는 유동적인 사이 공간을 연출하고, 빈 공간을 적극 도입하였으며, 1인칭 관점을 이용하여 상대적인 가치를 가진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모든 특징은 동양 건축의 특징과 일치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한 노출 콘크리트로 외관을 만들었고, 형태는 동양의 건축물과 완전히 다르다. ‘카펜터 센터‘는 동양적 문화 유전자와 20세기 산업화가 완전하게 융합되어 새로운 변종으로 만들어진 성공적인 혁신이다. - P268

새로운 생각은 서로 다른 것이 만나서 융합할 때 이루어진다. 보통 이런 다른 생각들은 충돌하고 모순되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이 새로운 생각으로 통합되면서 문화는 한 단계 발전한다. - P272

모순을 새로운 이론으로 화합시키는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과학이다.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 의하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지구상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해서 규칙을 찾아낸 갈릴레오‘의 생각과 ‘아주 거대한 천체의 움직임을 연구한 케플러‘의 연구를 합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 P272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전기에 대한 연구‘와 ‘자기에 대한 연구‘를 합쳐서 전자기 방정식을 완성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학‘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서 특수 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그리고 ‘뉴턴의 역학‘과 자신의 ‘특수 상대성이론‘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 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이처럼 역사상 뛰어난 생각은 모순되는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화합시키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 P272

두 거장(미스 반 데어 로에와 코르뷔지에)이 이룬 업적은 ‘새로운 기술‘과 ‘다른 지역의 문화유전자‘를 섞은 것이다. 그들은 공간의 구축 방식으로 기둥 구조라는 동양의 수천 년 된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거기에 최신 철골이나 철근콘크리트 기술을 합쳐서 새로운 근대 건축의 장을 열었다. - P273

미스와 코르뷔지에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명의 건축가가 유럽건축가였기 때문이다. 유럽은 무역을 통해서 외부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유럽은 산업혁명의 발생지로 산업화기술이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런 조건상에서 수입된 동양의 문화 유전자와 유럽의 기술혁명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 미스와 코르뷔지에의 공간이다.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시작부터 19세기까지의 문화 교류가 있었기에 20세기 초반에 유럽에서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 P273

미스와 코르뷔지에가 신기술과 동양의 문화 유전자를 섞었다면 다음에 소개할 건축가 두 명은 콘크리트 기술 위에 동양의 문화 유전자와 서양의 기하학적 성격의 문화 유전자를 섞은 건축가들이다. 한 명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건축가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칸Louis Kahn(1901~1974)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1941~)다. - P273

20세기 전반부가 동서양 공간의 이종 교배 1세대라고 한다면 20세기 후반부는 이종 교배 2세대가 나온 시대다. - P277

요즘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빌딩들이 다 비슷하게 지어져 있다. 뉴욕, 두바이, 서울, 방콕, 상하이, 도쿄의 현대식 건물은 모두 네모난 상자 모양에, 유리창이 많고 고층으로 지어진다. 이렇게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양식으로 지어지는것을 ‘국제주의 양식‘이라고 한다. - P277

20세기 후반에 지어진 건축물의 대부분은 국제주의 양식으로 지어졌다.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가 동서양의 건축 공간을 융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공간을 선보였지만 그 이후의 건축은 국제주의 양식이라는 획일화된 공간으로 귀결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지역 문화를 배재한 상태에서 철근콘크리트, 엘리베이터, 유리 같은 기술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 P277

앞서서 설명한 미스와 코르뷔지에 역시 철골 구조, 철근콘크리트, 유리 같은 새로운 기술과 재료를 그들의 건축에 도입했다. 하지만 그 둘은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적 요소까지 융합했기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창조는 문화와 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 때 만들어진다. - P277

문화적 요소의 융합이 배제된 상태에서 기술적인 부분만 적용하면 다양성이 소멸된다. 21세기 문화 다양성의 멸종 문제는 기술적 요소만 도입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 P277

국제주의가 장악했던 20세기 후반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명제의 시대였다. 따라서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빈 공간은 건축에서 존재 의미를 증명하지 못하고 퇴출되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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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에서는 석유를 추출하는 특수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설계도 제작을 완료하고 장비 제작에 착수 한 시점 이후에 받은 컴플레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났다. 원래 특수 장비 제작업 특성상 제작이 들어가게 되면 취소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의 관행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고객은 정당한 주문 취소시점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규격과 관련한 자기 주변사람들의 비판적인 말들에 혹해서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억지를 부린다. 이에 장비 제작회사의 대표가 이 고객을 응대하는 멘트가 나오는데 뭔가 배울만한 태도와 문구들인 것 같다는 생각에 다소 긴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밑줄을 그어보았다.

뒤이어 나오는 글들을 읽다보면 인간관계에서 저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언행과 그동안 살아오면서 독자인 내가 해왔던 언행 혹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해보면서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것들을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이 된다‘고나 할까.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혹은 ‘앞으로는 이렇게 처신하는 게 좋겠구나‘ 같은 식의 행동지침을 저자가 본문에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어서 나를 포함한 이 책의 독자들에게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다. 이후에 이어질 내용들도 기대가 된다.

저는 침착하게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구매자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자격이 있으시죠. 하지만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합니다. 혹 고객님이 옳다고 생각하시면 설계도를 주십시오. 이 일을 하는 데 이미 2천 달러를 썼지만, 그건 잊어버리기로 하죠. 원하신다면 2천 달러는 기꺼이 포기하겠습니다. 하지만 고객님이 주장하는 대로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면 그 책임은 고객님이 지셔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획한 대로 진행하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우리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게 올바르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저를 모욕하고 주먹을 휘두르며 제가 일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때, 그 말을 받아치고 변명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가 가진 자제력을 모두 동원해야 했습니다. 정말 많이 참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결국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당신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며 언쟁을 시작했다면, 아마도 법적 소송과 서로에 대한 원한과 재정적인 손실과 더불어 소중한 고객을 잃게 되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에게 그가 잘못 생각했다고 말하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목재 검사관들은 마치 야구심판 같아요. 한 번 판정을 내리면, 절대 바꾸려 들지 않죠."

친근하고 협조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자신들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물건을 던질 때마다 계속 동의를 해 주다 보니, 검사관의 냉정함은 풀어지고, 우리들 사이에 감돌던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따금씩 제가 세심하게 배려하며 던진 말들로 인해 그의 마음 속에는 자신이 불량품이라고 했던 물건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게 제가 이걸 문제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약간의 요령과 다른 사람에게 그가 틀렸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만으로 저희 회사는 상당한 현금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19세기 전에 예수는 말했다. "너와 다투는 사람과 급히 화해하라" (마태복음 5:25)

고객이나 배우자, 입장이 다른 상대방과 논쟁하려 들지 마라. 그가 틀렸다고 말하지 마라. 그를 흥분시키지 마라. 사람을 다루는 수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마라. 그래야 얻을 게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당신 생각에 동의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두 번째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규칙 2 :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라. 절대로 그 사람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Show respect for the other man‘s opinions. Never tell a man he is wrong.

경찰관도 인간이어서,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기를 원했다. 따라서 내가 스스로를 비난하기 시작하자, 그 경찰관이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이라고는 자비심을 보이며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어차피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스스로를 비판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비난을 듣느니 자기 자신의 비판을 듣는 게 훨씬 쉽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잡기 전에 그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말하고 싶은, 혹은 말할 것 같은 모든 비난을 스스로에게 쏟아부어라. 그러면 그 사람은 김이 빠지게 될 것이고, 아마도 열에 아홉은 너그럽고 용서하는 태도를 취하며 당신의 잘못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각할 것이다. 말 탄 경관이 나와 렉스에게 취했던 태도가 바로 그랬다.

"광고와 출판 목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정확해야 합니다. 아주 정확해야죠."

‘아무개 씨, 말씀이 사실이라면 제가 잘못을 저지른 게 맞습니다. 제 실수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오래 그림을 그려 왔는데도 멍청하게 이런 실수나 저지르고 있군요. 제 스스로 너무 창피합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자아비판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상황이 재미있었습니다.

‘일도 많이 주시는데, 그리고 최고의 작품을 받으실 자격이 있으신 분인데 말입니다. 이 그림은 완전히 다시 그리겠습니다.‘

"제가 열심히 자아비판을 한 나머지 그분에게서 싸울 의지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지막엔 같이 점심먹으러 가자고 제안하시더군요.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수표를 주시고, 또 다른 작품 하나를 의뢰해 주셨습니다."

아무리 바보라도 자신의 실수에 대해 변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바보들은 변명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행위는 숭고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도 제 생각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제 썼던 내용을 오늘 읽어 보니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보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당신의 생각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근처에 오시게 되면, 같이 이 문제에 대해 탈탈 털어보기로 하죠. 굳은 악수를 보냅니다.

당신을 이런 식으로 상대해주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옳을 때는 부드럽고 요령있게 동의를 얻으려고 노력하자. 솔직히 말해보자면 우리는 놀라울정도로 틀릴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럴 때는 빠르고 분명하게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도록 하자. 이 방법은 놀라운 결과를 낳기도 하고, 못 믿을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을 옹호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기도 하다.

옛 속담을 기억하라.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양보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는다."

사람들을 당신 생각대로 움직이고 싶다면 세 번째 규칙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규칙 3 : 당신이 틀렸다면 빨리, 분명히 인정하라.

If you are wrong, admit it quickly and emphatically.

당신이 화가 나 다른 사람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고 하자. 당신은 감정을 배설했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어떨까? 그 사람도 당신의 기쁨을 같이 나눌까? 당신의 호전적인 어조와 적대적인 태도가 그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 의견에 동의하게 만들어 줄까?

우드로 윌슨은 말했다. "당신이 주먹을 쥐고 내게 다가온다면, 나도 당신만큼 주먹을 꽉 쥘 것입니다. 하지만 내게 와서, ‘앉아서 같이 논의해 봅시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왜 다른지 이해하려 노력해 봅시다.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합시다.‘ 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금방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과 더불어 우리가 생각을 달리하는 점은 많지 않고, 동의하는 점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인내심과 솔직함과 함께 하겠다는 욕망만 있으면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과 생각이 다르고 그 사람의 마음이 당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훌륭한 논리를 들이대더라도 그 사람이 당신에게 동의하도록 만들 수 없다.

야단치는 부모, 군림하려 드는 사장과 남편, 잔소리를 늘어놓는 배우자 모두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억지로 그 사람들을 당신이나 내 생각에 동의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친절하고 우호적이라면, 그들을 더 친절하고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

"‘벌꿀 한 방울에 한 통의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가 꼬인다‘ 는 오래된 격언은 진실이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을 당신 생각에 동의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진정한 친구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벌꿀 한 방울이다. 당신이 벌꿀 대신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확실한 방법이다."

우호적인 태도는 우호적인 태도를 낳기 마련이다.

신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지고 신처럼 변론했던 다니엘 웹스터Daniel Webster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변호사였다. 하지만 웹스터조차 다음과 같이 우호적인 말로 그의 강력한 주장을 시작했다.

"배심원 여러분이 고려하시겠지만" , "아마도 이런 점은 신사 분들께서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 "여러분들이 설마 놓치시지는 않으리라 믿는 몇몇 사실들을 보여 드리자면" , 혹은 "인간 본성에 대해 잘 알고 계신 여러분들은 이 사실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아실수 있겠지만"

웹스터는 밀어붙이지도 않았고,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웹스터는 부드럽게 말했고, 침착하고 우호적인 접근방식을 이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유명해질 수 있었다.

친근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접근 방식이 성공하는 거죠.

질책하는 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봐야 ㅇㅇ은 기분 나빠하고 제게 적개심을 가지겠죠. 앞으로 저를 도와주겠다는 의지도 없어질 겁니다. 저는 그의 관점에서 보려고 했습니다.

우선 그를 인정하는 말로 말문을 열기로 했죠. 이 접근 방식은 아름다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전의 잘못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상냥한 접근과 진심 어린 인정을 가지고 마법을 건 거죠.

부드러움과 친절은 분노와 힘보다 강하기 마련

바로 친절, 공감, 이해를 시도한 것이다.

이솝은 크로이소스 궁전에 살던 노예로, 예수가 태어나기 6백 년 전 인류에게 영원히 남을 우화들을 지어냈다.

햇볕은 바람보다 빠르게 코트를 벗길 수 있다. 친절과 우호적인 접근 그리고 인정은 세찬 위협이나 폭풍 같은 비난보다 훨씬 더 쉽게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을 당신 의견에 동의하도록 만들고 싶을 때는, 잊지 말고 네 번째 규칙을 사용하라.

규칙 4 : 우호적으로 시작하라.

Begin in a friendly way.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부터 이야기하지 마라. 상대방과 당신이 동의하고 있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시작하고, 계속 그 부분을 강조하라. 가능하다면 둘 다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으며, 단지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라.

다른 사람에게 처음부터 ‘네, 네‘ 라는 말을 하게 만들어라. 가능하면 ‘아니요‘ 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하라.

오버스트릿 교수는《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 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라는 반응은 극복하기 매우 힘든 장애물이다. 어떤 사람이 ‘아니요‘ 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자존심은 그가 일관성 있는 사람이 되도록 요구한다. 그가 나중에 ‘아니요‘ 라는 반응이 경솔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소중한 자존심을 고려해 주어야 한다! 일단 어떤 것을 말하고 나면, 그말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대방을 이끌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을 솜씨 있게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많은 ‘네 반응‘을 이끌어 낸다. 그럼으로써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심리적 과정을 작동시킨다. 마치 당구공의 움직임과도 같다. 일단 한 방향으로 공을 쳐서 전진시키면 나중에 방향을 바꿀 때 힘이 들고, 아예 반대 방향으로 튀게 하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 ‘아니요‘ 라는 말을 하고 진심으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단순히 ‘아니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행동을 하게 된다. 분비기관, 신경계, 근육을 포함한 그의 몸 전체가 거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잠깐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눈에 띌 정도로 몸이 움츠러들거나 혹은 움츠러드는 기미를 보이게 된다. 요컨대, 신경-근육계 전체가 어떤 일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이 ‘네‘ 라고 하는 경우에는 그런 행동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오히려 몸을 앞으로 움직이며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네‘ 라는 대답을 좀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로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 ‘네‘ 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무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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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1.2 - no.52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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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건 무슨 대단하거나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새롭게 리뉴얼 되었다는 얘기와 함께 1천원 할인쿠폰을 준다는 것에 혹하여 때마침 쌓여있던 적립금에 더해 구매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에 제시된 정가에 비하면 꽤나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괜한 잡설이 길었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제목에도 써놓았듯이 나는 이 문학잡지가 문학의 각 분야를 골고루 담아놓은 ‘종합선물세트‘ 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 에세이, 시 등 다양한 글감을 가지고 읽기좋게 이쁘게 나열된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느껴졌다.

처음에 소설가 하가람 님의 리뷰가 2개 나온다. 찬찬히 읽어보면서 해당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마치 그냥 다 읽어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가가 느낀 핵심만 딱 집어서 리뷰에 녹여주셨는데 개인적으론 난생 처음 보는 책 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핵심 메시지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는 리뷰였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소설 리뷰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같은 깨달음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학계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소설가의 리뷰를 읽으면서 소위 말하는 어떤 ‘좋은 리뷰‘라고 하는 것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정형화된 규칙이나 법칙같은게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리뷰를 반복해서 읽어 보면서 글 안에 숨겨진 어떤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면 아직 리뷰쓰는 것에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볼 수 있었다.

뒤이어서 소설가 장류진 님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에 이 분이 쓰신《달까지 가자》 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인터뷰 내용에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 동 저자의《연수》라는 작품에 나오는 일부 글귀들이 인용되어 있었는데,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인용된 문장만으로도 그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에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책에 대해 시인, 평론가, MD 이렇게 세 분이 비대면 채팅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추석 무렵에 이 책을 읽어봤던 터라, 소위 말하는 업계 전문가 분들은 이 책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보고 느꼈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자인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내용들도 일부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특별히 여기서 알라딘 MD님이 말씀해주신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이라는 작품이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과 대비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책 중에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채팅형식으로 이루어진 독서 전문가들의 대화를 통해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 받는 것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글은 공학박사이자 작가이신 곽재식 교수님이 쓰신 행복과 관련한 글이었는데, 여기선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글쓴이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광고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에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이런 가사가 나오는 광고가 있었는데 그 광고에 대한 곽재식 교수만의 시각이 독자들로 하여금 단지 익숙하게만 느껴졌던 것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곽재식 교수님이 써주신 행복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나만의 언어로 풀어보자면 행복은 그림자처럼 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로 느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떤 고통스러운 것을 참고 한다기보다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공부 그 자체에서, 그 과정에서 행복해하고 있는 나 자신이 되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이게 참 듣고 보면 뭐 대단한 건가 싶기도 한데 실제 삶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이 어디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는 글쓴이의 말이 왠지 모르게 공감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듯 하다.

이 다음에 나오는 글은 시인이자 여러가지 N잡을 갖고 계신 강혜빈 님의 글이었다. 이분이 생각하는 이번 호의 주제인 ‘갓생‘의 정의에 대해 볼 수 있었는데, 신선한 느낌이 들 정도로 뭔가 새로우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뒤에 이어서 써주신 글들을 읽으면서 굉장히 시간을 알차게 쓰고 계신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래의 문장이 이분의 열심을 대변하는 것 같다.

‘몸이 강제로 전원을 끄고 기절할 때까지.‘

이 문장 외에도 강혜빈 님은 사는 게 힘들때 위로가 되거나 새롭게 동기부여할 수 있는 좋은 글귀들을 많이 남겨 주셨는데, 여기서 몇 가지만 간단하게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하면 된다.‘
‘되는 것부터 반복하라.‘

에세이 분야에도 다양한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별히 이번 호에서 새롭게 느껴졌던 것은 조향사 김태형 님의 글이었다. 조향사는 말 그대로 향을 제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직업 특성상 화학과 관련된 지식이 필수적으로 필요한지라 김태형 님의 이력도 일반적인 문학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이학 석사‘ 출신인데, 문학계에선 상대적으로 독특하게 느껴지는 프로필의 소유자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 분이 쓰신 글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향수(perfume)가 만들어지는 원리 및 향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이외에도 여기 일일이 다 적지 못한 수많은 작가님들의 글과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격월로 연재되는 단편 소설 등을 통해 이런 저런 감정들을 느낌과 동시에 글 속에 내재된 교훈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Axt 잡지를 통해 잘 몰랐던 작가님들이나 시인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고, 그분들이 써주신 글들을 읽으면서 창의적인 생각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책에 나온 문장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다보니 언어의 맛도 느껴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종합하자면 문학을 보다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는 디딤돌과 같은 책이 바로 이 Axt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분야와 관련된 창의적이고 새롭고 신선한 글을 원없이 읽어보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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