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인 가의 저주 대실 해밋 전집 2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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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 전집'중 두번째 장편 '데인가의 저주'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그의 첫번째 장편인 '붉은 수확'과 같은 해인 1929년도에 출간되었다고합니다

 

2012/04/08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붉은 수확(Red Harvest)... 대실 해밋... 열일곱 번째 살인...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었던 '붉은 수확' 때문에 곧바로 그의 두번째 작품을 꺼내들었는데요, 이 책 역시나 기대이상의 큰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전 웬만하면 같은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진 않거든요. 웬지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흥미나 재미가 줄어드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왜 그런기분 있잖아요, 같은 밥 같은 반찬 두끼 연속으로 먹을때요.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작가의 첫번째 작품인 '붉은 수확'을 너무나 재미나게 읽어버린 바람에 저의 이런 습관 아닌 습관을 무시하고 곧바로 두번째 작품인 '데인가의 저주'를 읽기로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약간의 우려같은게 생기는건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연속으로 먹으면 그 맛이 떨어지듯이 책이나 영화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긴장과 기대가 반반씩 섞인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전작을 읽었을때 느꼈던 재미에 버금가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은 같은 작가가 쓴,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전작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책을 읽기전의 우려를 완전히 없애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다른메뉴, 다른 반찬의 음식을 먹은것 같다고 할까요...^^

전작인 '붉은 수확'은 제가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한편의 '웨스턴'이나 '전쟁물'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다이나믹한 작품이였습니다. 그러니까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들수도 있는,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도 전혀 '추리소설' 답지 않은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두번째 작품인 '데인가의 저주'는 어떠하냐... 전 읽으면서, 일본 추리소설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가 연상되더군요. 그러니까 음산하고 차갑다고 할까요.. 전작인 '붉은 수확'이 추리소설에 '웨스턴'이나 '전쟁물'의 다이나믹한 재미를 가미했다고 한다면, 두번째 작품인 '데인가의 저주'는 '호러'나 '오컬트'에서 느낄수 있는 '싸늘한' 즐거움을 추가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그대로 인것 같습니다. '붉은 수확'.. '데인가의 저주'... 그러고 보면 제목은 정말 잘 지었네요..

보보험회사로 부터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의 조사의뢰를 받은 주인공 '나'는 사건이 발생한 집에 도착을 하게됩니다. 아버지, 어머니, 딸로 이루어진 이 가족에게서 웬지 어색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며, 조사를 계속해나감과 동시에 한명씩 한명씩 죽어나갑니다...

 

이 작품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셀수도 없이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그 수만큼이나 많은 희생자들을 자랑하는데요, 이 부분은 정확하게 두 작품에서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습니다. 읽기편한 일본 추리소설에 적응이 된 상태에선 도저히 인물과 사건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도 일본 추리소설 읽을때 처럼 그냥 아무생각없이 멍하니 글만 쫓아가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앞페이지로 돌아가서 새로 읽기를 몇 차례씩이나 했답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머리도 아프고, 생각하고 기억해야 할 부분도 많은데다, 인물들과 배경들의 이미지까지 머리에 새겨가면서 읽어야 하니 쉽지 않은 책 읽기가 될 수도 있는데요, 오히려 그러한 점이 이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클래스'가 다른 모양입니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이 거의 80년 이상 지난, 현재에 나온 작품들 보다 훨씰 뛰어난 퀄러티를 자랑하니까 말입니다. 요새 나온 작품들은 이런 고전들을 흉내내는 수준에도 못 미치는것 같습니다. 단 두작품만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레이먼드 챈들러'처럼 이 '대실 해밋'이라는 작가의 팬이 되어 버렸네요..

 

2011/12/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리얼리티'의 중요성...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의 세번째 장편은 너무나도 유명한 '몰타의 매' 입니다. '험프리 보가트'가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캐릭터 중 한명인 '샘 스페이드'라는 탐정을 연기한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그리고 '존 휴스턴'이라는 훌륭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구요. 아마 역대 최고의 데뷔작 중 한편에 속할 만큼 명성이 자자한 영화입니다. 저도 예전에 그 영화를 보긴 했습니다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책으로 읽어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것 같습니다. 기대가 되네요.

 

하지만, 다음은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읽어야겠습니다. '몰타의 매'는 일단 아껴두고요. 말씀드렸듯이 같은 작가의 책을 두권 연속으로 읽으니 머리가 아프네요. 제 한계는 두작품인 모양입니다. 아시겠지만, 절대로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구요. 다른 스타일과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머리를 식혀야 겠네요....

이번에는 '렉스 스타우트' '독사'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책도 다 읽으면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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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확 대실 해밋 전집 1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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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구입했다고 자랑질했던 대실해밋의 전집중 1권인 '붉은 수확'을 읽었습니다. 일단 이 책, 아니 이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일급작가라고 칭찬을 할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1/12/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리얼리티'의 중요성...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레이먼드 챈들러

이 작품은 1929년에 출간된 '대실해밋'의 첫번째 장편입니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의 '콘티넨탈'이라는 탐정사무소 소속 탐정인 '나' 라는 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 두번째 장편인 '데인 가의 저주'까지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너무나도 유명한'샘 스페이드'는 3권인 '몰타의 매'에 가서야 만나게 되겠군요...

이 책, 일단 죽이더군요.. 뭐라고 표현할까요.. 너무 복잡하며, 너무 잔인하고 하지만, 너무도 쿨한.... 제가 지금까지 읽은 추리소설중에 가장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배치를 자랑하며, 그 등장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죽어나간다는 점에서 놀랍다라는 표현밖에 할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방금전에 책을 다 읽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누가누구인지,또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정도니까요... 아니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죽어나가는 바람에 그냥 대충 무시하고 넘어간 부분도 제법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왜 책 제목이 '붉은 수확(Red Harvest)'인지 읽어보신 분들은 심하게 동감하실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사건들, 그리고 살인들이 마지막에 가선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쿨'하게 끝나버린다는게 깔끔하다고 할까요, 시원하다고 할까요.. 여하튼 이책과 비슷한 (예를 들자면 '레이먼드 챈들러'류의) 작품들을 읽었을때 남는 여운이라든지, 씁쓸함 같은건 전혀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버립니다.. 좋은건지 나쁜건진 모르겠습니다만, 후련하긴 하네요...

그런데 한가지 의아스러운점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그의 수필 '심플 아트 오브 머더'에서 강조한 '리얼리티'가 '대실 해밋'의 소설 '붉은 수확'에서 느껴지느냐 하는 점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리얼리티'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살리는 '일급작가'가 바로 '대실 해밋'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많은 수의 등장인물이 죽어나가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오히려 웨스턴이나 전쟁물에 가까운 이 작품이 '리얼리티'를 살린 작품이 될수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아마 제 생각엔, 사건 사고때문에 발생하는 죽음이라든지 살인같은 외형적인 결과물 보단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등에 초점을 맞춘 의미인것 같습니다. 예로 사람들이 쉴세없이 죽어나간다는 점을 제외하곤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들과 거의 흡사한 분위기이거든요.

책의 내용으로 조금 들어가면,

탐정사무실 소속 탐정인 '나'는 퍼슨빌이라는 곳에서 의뢰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시간에 의뢰인은 집에 없구요, 곧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이 '퍼슨빌'이라는 동네가 악당들의 소굴임을 알게됩니다...

이 작품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한페이지당 한명씩은 죽어나갑니다.. 실제 제가 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름없는 등장인물들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전쟁영화 한편에 나오는 사상자들 만큼은 될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나서 전혀 거리낌없고, 깔끔한 기분이 드는건 아마 죽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악당'들이기 때문일겁니다. 주인공 '나'는 의뢰를 받고 도착한 마을에서 '의뢰인'이 살해당한 후에 곧 마을전체가 악당들로 가득하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이때부터 주인공의 활약이 시작되는데요, 악당들이 서로를 노리게끔 만듭니다. 때론 윽박지르고 협박하고, 때론 꼬시기도 하며, 때론 거짓말도 해가면서 농락합니다. 자기손엔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악당들을 하나씩 처리하는데요, 은근히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집니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이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이 보시기엔 어쩌면 거부감이 느껴지실수도 있을만큼 복잡하고,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는 작품이지만, 전 너무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신나는 슈퍼히어로물 한편을 감상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왜 백년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고전'으로 칭송받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듯합니다.. 그에 비하면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 그중에도 이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와 닮고 싶어하는 작가들의 책들은 '학예회' 수준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웬만하면 다른 작가나 다른 종류의 책을 읽고, 다음 책 '데인 가의 저주'를 읽으려 했습니다만, 바로 달려야겠습니다.. 무척 기대가 되는군요..

끝으로, 한가지 예상밖인 점은요, 읽기전엔 어렴풋이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들이나 '로스 맥도날드'의 작품들처럼 축축하게 늘어지고, 씁쓸한 뒷맛이 있는 '하드보일드' 일거란 생각을 했는데요, 셋 중엔 가장 쿨한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론 뒤로 갈수록, 그러니까 '로스 맥도날드'에 이르러서 가장 늘어지고 끈적끈적한 스타일의 '하드보일드'가 완성된것 같네요.. 그냥 그런 생각이듭니다..

p.s)책에 적힌 소개글을 조금 올리려고 합니다. 가장 정확한 표현인것 같아서요..

하드보일드 시대를 최초로 연 대실 해밋의 데뷔작- 위험에 맞닥뜨린 인간의 잔학성과 시니시즘을 완벽하게 그려내어 하드보일드의 신세계를 개척한 전설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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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우미노 아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멜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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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미노 아오'라는 작가의 '해결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10회 일본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작이라는 군요. 그것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책을 다 읽고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추리소설은 아니네....' 입니다. 만장일치로 미스터리 문학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도, 이 책은 제가 생각하기엔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뭐 꼭 미스터리문학이 추리소설과 이꼬르가 될 필요는 없지만, 혹 '해결사'라는 다소 다이나믹한 제목의 맞는 격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상상하신 분들은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실망까진 아니더라도 '해결사'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서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는게 사실입니다.

이 책은 장단점이 확실합니다. 일단 장점은.... 아주 술술 읽힌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데뷔작으로 들고 등장한 작가 '우미노 아오'는 1950년생의 주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50대 아줌마.. 이 책은 서정적이며 꿈이 많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50대 아줌마의 '꿈'과 '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자극적이고 강렬한 에피소드를 앞세운 큰 욕심이 담긴 미스터리작품이라기 보단, 오히려 서정성이 풍부한 로맨스소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범죄조직도 등장하고 시체도 나오긴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봐오던 그런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과는 형태가 다르다고 봐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동안 복잡한 플롯이나 다양한 인물군상들이 얽혀있는 추리소설을 읽을때와는 달리 그냥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심플하다고 할까요. 저는 그렇더라구요..

하지만, 이와는 반대인 큰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장점의 요소인 '단순함'입니다. 이 책은 말씀드렸듯이 '미스테리'의 요소가 상당히 약합니다. 그러니까 꼬고 꼬인, 물리고 물리는 그런 퍼즐풀이같은 재미는 없습니다. 책이 쉽게 술술 읽히는 대신에 그냥 그걸로 끝인... 책장을 뒤로 넘겨도 보고, 상상도 해보고, 누가 범인일까 고민도 해보는 그런 재미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선 상당히 아쉽던데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이 책은 50대 가정 주부의 데뷔작입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고 보면 '스틸라이프'의 '루이즈 페니'아줌마는 정말로 대단한것 같습니다..

2011/12/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언빌리버블. 놀랄만한 데뷔작... 스틸 라이프... 루이즈 페니

2012/03/23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치명적인 은총(A Fatal Grace)... 루이즈 페니... 과연 '신'이란 있는가...

이렇게 하고 보니까 꼭 '루이즈 페니' 광고하는것 같군요..^^

어찌 되었건... 이 책 '해결사'는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은 술술 읽히는 작품정도로 평가하면 될것 같군요. 술술 읽히는 책을 읽었으니깐, 이젠 좀 복잡하고 머리 아픈책을 골라야 될것 같네요... 다음 책은 뭘 읽을까나...?

p.s)이번에 새로 출간된 '대실 해밋' 전집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인정한 유일한 '일급작가'라고 할까요. 추리소설 팬들에겐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깔끔하게 다섯권 모두 질러버렸습니다..^^ 곧 리뷰 올릴께요..

2011/12/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리얼리티'의 중요성...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레이먼드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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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은총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이동윤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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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출간된 '루이즈 페니'의 두번째 작품 '치명적인 은총(2006년)'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의 한 작은마을 '쓰리 파인스'를 배경으로한 추리소설입니다. '쓰리 파인스'...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삼송리'쯤 될라나요..^^

 


'루이즈 페니'의 첫번째 작품 '스틸 라이프'는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깊게 읽은 책입니다. 도저히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은 퀄러티를 가졌던 작품으로서, 전 그 책을 읽고 '루이즈 페니'라는 작가에 대해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분들은 '조금 밋밋하다'나 '지루하다'라는 평들을 가지신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재미있고,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작품속에 삶에 대한 깊이있고 무게감있는 생각까지 담고 있는 아주 좋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2011/12/16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언빌리버블. 놀랄만한 데뷔작... 스틸 라이프... 루이즈 페니


추리소설을 읽을 때, 간혹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너무 심한것 아닌가?', '이게 말이 되나?'.. 그러니까 너무 잔인하다거나, 혹은 말이 안되는 설정등으로 오로지 독자의 흥미만을 유발시키기 위해 '오버'된 사건들을 만들어낸 작품을 만날때가 있습니다. 대체로 일본쪽 소설들이 그러한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티비드라마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전 사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런 경우 상당히 짜증이 나던데요, 책을 읽을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추리소설에서 살인이 빠질 수는 없겠지만, 너무 잔인하게 그리고 이유없는 살인들을 만들어 낸다거나 거기에 억지로 끼워맞추기 식인 그런 트릭들을 만날때는 그 책을 선택한 제 자신이 미워질 정도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중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간혹 있습니다. 티비드라마로 치면 시청률은 높은 드라마인데, 저하곤 안맞는 그런 경우라고 할까요.
여하튼 이 '루이즈 페니'라는 아줌마의 책들은 저하곤 궁합이 정말로 '딱' 맞는 그런 기분좋은 작품들입니다.

 


책의 내용으로 조금 들어가볼까요...
'쓰리 파인스'의 호수 한가운데에서 컬링경기중에 한 여인이 '감전사'를 당합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이 착한사람들만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악한 사람입니다.

이 작품은 전작인 '스틸라이프'와  거의 비슷한 형태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전작에 나온 대부분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사건을 풀어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마슈'경감이 다시 활약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전히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판단력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가진 '고뇌'도 역시 큰것 같구요. 여하튼 이 작품 '치명적인 은총'이 '스틸라이프'와 다른 점은, 전작에선 마을 사람들에게 아주 사랑받는 사람이 살해당한데 비해서 이 작품은 '악인'이 죽었다는점 정도 되겠습니다.


사실 이 책, 초반은 역시 밋밋하고, 조금은 지루해 보이긴 합니다.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도 보여주고, 큰 의미 없어 보이는 소소한 사건들도 만나며, 그냥 저냥 시간이 흘러갑니다. 사람이 죽어 살인 사건이 발생해도 큰 자극이 없이, 이 '쓰리파인스' 마을의 이미지처럼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50페이지를 남겨놓고 폭발해버립니다. 마지막 50페이지는 그냥 스트레이트로 읽히더군요. 개인적으론 '히가시노게이고' 라는 일본작가의 '용의자X의 헌신'이 생각났습니다. 그 작품도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50페이지에서 완전히 초반의 밋밋함을 날려버리거든요. 어찌보면 내용상 공통점이 있는것도 같고.

여하튼 마지막 50페이지에서 이 '치명적인 은총'이라는 책은 '추리소설'이 가져다 주는 읽는 즐거움과 그것을 넘어서는 '삶'이나 '선'과 같은 물음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거리'도 던져줍니다.

장르문학에 불과한 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마지막에는 가슴이 너무도 아리더군요. 추리소설로도 사람을 울릴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놀랄만큼 감수성 깊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생각하기에 추리소설로서는 거의 단점이 없습니다. 하나 있다면 조금 길다 정도. 500페이지가 조금 넘으니 짧진 않습니다. 만약 재미없고 수준떨어진 작품이였다면, 재앙 이였겠죠..
그리고 하나더 꼽자면, 번역이 개인적으론 조금 아쉽습니다. 딱히 나쁘다곤 할 수 없으나, 전작 , 그러니까 '스틸라이프'의 번역이 '매우' 우수했었다는 기억이 있거든요, 거기에 조금은 못 미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열심히 번역해주신 역자분에겐 죄송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추리소설 한편을 읽어서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이 '루이즈 페니'라는 아줌마 작가의 책을 빠른시일내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구요, 마지막으로 '루이즈페니' 아줌마가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중에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할까 합니다.
- 만약 당신이 내 작품들로부터 단 하나만 얻어간다면, 바로 이것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선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p.s)이 책엔 작가가 직접 쓴 한국독자에게 보내는 글이 있습니다. 전 이게 너무 좋더군요. 마치 작가와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눈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책의 서문에는, 위에 적힌 한줄 외에도 짧지만 작가의 사랑스럽고도 애정이 넘치는 그리고 삶과 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느낄수있는 좋은 글을 만나실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한 '겨울의 라이언'이라는 영화는 무조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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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수사 2 : 수사의 재구성 - 果斷 미도리의 책장 15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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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읽었던 '곤노 빈'이라는 작가의 책 '은폐수사'의 속편인 '은폐수사2; 수사의 재구성'을 읽었습니다.


2006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2008년도에 출판된 이 속편은 그해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했습니다. '야마모토 슈고로상'은 '이야기'가 재미있는 소설이나 문예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하는데요, 심사기준이 '나오키 상'과 거의 흡사한것 같네요. '나오키 상'은 일본의 '대중소설'이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화차'의 원작인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가 바로 1993년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입니다.  
그리고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은 개인적으론 친숙한데요, 제목에서도 보면 아시다시피 일본에서 출판된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책을 고를때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책 '은폐수사2' 에서도 여전히 '꼬장꼬장'한 우리의 주인공, 주위의 시선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기의 신념대로 '공직'활동을 수행합니다. 계급에 연연하지 않고, 직책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로지 본인이 내린 기준에 의거해 판단하고 결정하며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조금은 위태위태해 보이기도 하지만,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이 '확' 뚫리는 듯한 시원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2012/03/05 - [책 읽는 즐거움/추리소설 리뷰] - 은폐수사... 곤노 빈... 이런 경찰 혹은 공무원만 있다면...


이 책에서는 비효율적인 경찰업무에 대한 비판을 하나의 소재로 삼고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의미없는 서류들, 그리고 그것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도장까지 찍어야 하는 시간낭비에 가까운 일들... 그리고 체크를 위한 '감찰'이 아닌 '희생양'을 찾기위한, 그러니까 '감찰'을 위한 '감찰'에 대한 꼬집음... 또 업무능력이나 훈련상태의 수준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직급'에 고하에 맞추어진 명령체계등등... 어느 나라에서든 벌어지고 있고 또 문제시되는 일들을 '작가'가 이상적인 '캐릭터'인 주인공을 내세워 '열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골치아픈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많음에도 이 소설은 '상당히' 재미있는데요,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인공의 캐릭터' 때문입니다. 전편의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원칙'만을 중요시하는 어찌보면 조금은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지만, 공직자가 가장 지켜야 하는 덕목중 하나인 '원리원칙'을 거의 목숨처럼 여기는 주인공의 모습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책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그것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색다른 재미가 느껴집니다.


이 두권의 소설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었을 거란 생각이듭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티비 드라마를 보면 너무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진 작품들이 많아 보입니다. '출생의 비밀', '배신', '암투'... 흥미거리로만 따지자면, 뭐 궂이 나쁘다곤 할 순 없겠지만,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육적 효과까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이 '은폐수사'라는 책의 내용처럼 말이죠.
'꼬장꼬장'한 공무원 한명이 많은 '불필요'하고 '불합리'하며 '사회악'적인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는 그런 스토리로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한편 만들어도 '제법' 히트칠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런 '영웅'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여하튼 이 책 전작과 마찬가지로 큰 부담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약간의 '추리'나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는 '복선' 같은 것을 보는 재미도 있구요.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즐거움은 우리의 꼬짱꼬장한 경찰 공무원 '주인공'을 만나는 것입니다.

p.s) 일본에는 3편까지 나왔다는 군요.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만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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