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확장판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조기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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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시작, 픽사의 어원


책은 저자 '에드 캣멀(Ed Catmull)'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한다. 그의 인생은 픽사의 출발이라 할만하다. 어릴 적 월트 디즈니를 우상처럼 생각하고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던 한 청년이 유대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애니메이션에 컴퓨터 작업을 접목하게 된 스토리를 근간으로 한다. 이후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사업 부분인 그래픽스 그룹의 부사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친숙한 이름 '픽사(Pixar)'는 앨비 레이 스미스와 로렌 카펜터가 지었다. 스미스는 '그림을 제작하다'라는 가상의 스페인어 동사 '픽서(pixer)'를 만들어 냈다. 일부 영어 명사가 스페인어 동사처럼 보이는 현상을 흥미로워했다. 반면 카펜터는 '레이더(Redar)'라는 이름이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난다고 생각해 둘을 합쳐 픽사라는 이름을 고안했다.

1986년 창업 후 하드웨어 기업에서 출발, 소프트웨어 기업을 거쳐 애니메이션 및 광고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숱한 어려움에서도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도 보러 올 것이다'는 신념으로 버텼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란 편견은 깨고 어른들의 팬덤, 키덜트를 형성하게 된다. 일본 지브리 감성의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말고 컴퓨터를 이용한 제작은 픽사의 성공으로 대세가 되어간다.


픽사의 시초, 토이스토리, 브레인트러스트


스티브 잡스가 픽사 건물을 설계했듯이. 독특한 디자인과 설계는 물론이고 공동체를 강조하면서도 독립적인 업무공간을 그렸다. 픽사 직원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작업 공간을 꾸미길 적극 권장하고 명패나 직책 없이 일한다. 창의성의 자유로움에서 시작되는 건지 모르겠다. 픽사는 사람(직원들의 근무 습관, 재능, 가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모든 창조적 핵심이 성공 비결이라 믿는다. 아이디어는 곧 사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재능 있는 인재를 얻는 게 중요하다.

창의적인 환경에는 개인과 집단 사이의 긴장이 존재한다. <토이 스토리>의 성공 후 2편에 착수할 때 스토리 수정을 분석할 팀(1세대)을 만들었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작품을 해부해 미진한 장면을 골라내는 집단이다. 이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 팀이며 즉 동료 평가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솔직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영화의 감정 흐름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해야만 한다.

지금은 유명인이 된 피트 닥터(인사이드아웃), 앤드류 스탠튼(월 E)이 멤버였다. (존 래스터, 조 랜프트, 리 언크리치 포함) 또한 1998년 <벅스 라이프> 제작 후 열린 첫 사후분석 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알아간다. '노트데이'나 각족 회의를 통에 끝까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집요함이 있기에 탄탄한 스토리와 성공이 보장되는 듯하다.


<토이 스토리 2>의 경우 작품의 핵심 플롯(집과 인형 박물관 사이를 고민하는 우디)은 같았으나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수정해 소포모어 징크스도 해결했다. <토이 스토리>는 당초 비디오용 B급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되었지만 직원들의 열정으로 픽사의 대표 IP가 되었다. 현재는 4편까지 나왔으며 픽사의 인기작이 나올 바탕이 되었다. 실수를 변명으로 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펼칠 때 한 뼘 더 성장했다. <토이 스토리 2>의 제작 과정은 큰 교훈을 남겼다.

공간의 힘은 실제로 효과가 크다. <오징어 게임>의 인터뷰를 다녔을 때 참가했던 모든 배우들은 세트장의 위협에 압도되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사람이 죽지 않지만 마치 매일 타인의 죽음으로 자신이 살아남았다며 안도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픽사의 기업문화인 '넉넉한 여유, 발칙한 상상력, 엉뚱한 이탈'은 성공의 핵심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픽사의 창작 원칙


10년여 만에 확장판이 출간된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영화 드라마 제작 업계 경영자에게 권하고 싶다. 원본을 수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포스트스크립트'를 삽입해 달라진 반응과 트렌드, 첨부할 이야기를 더했다. 픽사와 디즈니에서 일하며 애니메이션 업계의 미다스 손이 된 '에드 캣멀'의 가르침이다.

최신작 <토이 스토리 4>,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의 성공 스토리도 수록되었다. 픽사의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가 공유되어 있다. 디즈니 애니에이터들은 최정점인 1950년대 새 기술을 도입하고 응용했다. 블루 스크린, 멀티플레인 카메라(다단식 촬영대를 갖춘 애니메이션 촬영기기), 제로 그래피(사무용 복사기 등에 응용된 전자 사진법의 하나, 애니메이션에 도입해 셀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작업능률 높임) 등 새 기술을 선보였다.


픽사의 정체성 및 창작 원칙은 이렇다.

1. 스토리가 왕이다.

2. 프로세스를 신뢰하라.

창의성을 발휘할 문화를 형성하는 지속적인 과정, 다양한 경영 전략이 소개되었다. 최고 경영자라도 모른다면 말단 직원에게 배워야 한다는 겸손을 더한 혁신도 논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직원의 불만과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책 표지는 지휘봉을 쥔 '버즈 라이트이어'다. 수많은 작품 캐릭터 중에 버즈를 쓴 이유가 있을 거다. 추측건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달 착륙 발자국의 주인공 버즈 올드린에서 따왔다. 영어로 라이트이어는 광년을 뜻하는데 <토이 스토리> 스핀오프인 <버즈 라이트이어>에 자세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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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플레임 2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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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문학계 대세는 로맨스 판타지다. 20년 전 겨울이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개봉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방학 & 데이트 무비로 즐거움을 달랬다. 그때 와 달라진 점은 바로 로맨스 첨가다. 어덜트 문학을 지나 최근 레베카 야로스의 은빛 팬덤 《포스 윙》 시리즈까지 왔다.

전편에 이어 더욱 스펙터클과 도파민을 추가해 돌아온 2권은 지도에서 사라진 아레티아에서의 시작한다. 반란 후 드래곤의 화염에 폐허가 된 아레티아의 6년 후 은빛 머리칼을 지닌 바이올렛 소른게일이 합류한다.

계속해서 반란을 도모하던 바이올렛. 이 거대한 전투 속 열세한 수와 모자란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를 택한다. 하지만 서로 믿지 못해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어 버린다. 결국 어둠의 힘을 무력화하고 드래곤 부화지를 지킬 마법의 장막을 세우기 위해 여섯 라이더가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2권은 본격적인 전투신이 펼쳐진다. 하지만 제이든과 바이올렛의 감정 각성도 이루어지는데, 집안의 원수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둘의 관계 변화도 드라마틱 하다. 그 속에서 동료애와 가족애까지 함께 피어오른다.

참고로 1편에 이어 이중 커버다. 이랑 작가의 일러스트 버전과 책갈피가 포함되어 있으니 쏠쏠하게 챙겨가길. 소식에 의하면 3편은 내년에 출간된다는 현지 뉴스가 있었다.

저자 '레베카 야로스'의 인지도는 해외에서 역대급인 듯 하다. 네 아이는 주인공 바이올렛처럼 뼈와 관절이 쉽게 부러지는 병을 앓고 있다는 거다. 네 아이를 상징하는 듯한 바이올렛을 통해 실패와 절망, 상실을 겪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얻어내길 응원하고 있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연결고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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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여우전 - 구미호, 속임수의 신을 속이다
소피 김 지음, 황성연 외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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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구미호의 이야기는 매혹적인 드라마였다

p569



읽는 순간 '엇,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 싶은 소재와 페이지터너였다. 판타지 소설 유행을 타고 반드시 영상화해야 할 것 같은, 안 한다면 강력히 추천할 소설이다. 영화로는 수많은 캐릭터를 겉핥기 식으로 다룰게 뻔해, 시리즈로 만들길 추천한다. 따지자면 복합장르 소설인데 로맨스 판타지, 크리처, 추리, 코미디 등을 녹여냈다.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세태에 적합한 가성비 높은  IP다. 한 번에 다양한 장르 변주의 즐거움, 한국 신화를 공부하는 의미, 캐릭터 사이의 관계성을 관찰하는 흥미도 잡을 수 있다.

인간, 저승사자, 귀신, 해태, 이무기, 도깨비, 불가사리, 구미호가 혼재된 기묘한 신신시(新神市, 서울과 수원 어디쯤)를 배경으로 1990년대 일어나는 판타지 세계관이라.. 듣기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서사와 캐릭터다. 그중 주인공 석가와 하니의 관계성이 메인인데 속임수의 신을 속이는 구미호의 계략(?), 영리함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약 600년 전 몰락한 타락신 석가가 쿠데타를 일으켜 인류를 위협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제거하고 황제 환인(석가의 형)의 총애를 되찾으려 한다. 그중 배고픈 구미호도 포함인데 1888년 마음껏 먹겠다며 그 해를 뷔페로 삼았다는 전설의 주홍 구미호가 바로 김하니다. 둘은 90년대 신신시에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데 석가는 까칠한 형사,  은퇴한 하니는 커피를 싫어하는 바리스타로 살아간다.

반역죄로 천계에서 쫓겨난 석가는 요괴 어둑시니와 주홍여우를 제거해야만 빠르게 복권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  하니는 오히려 이를 방해하기 위해 언더커버가 되어 석가의 조수를 자처한다. 그러는 와중 물귀신의 소행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익사 사건과 간이 사라진 사건을 쫓게 된다. 석가는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려 들고 하니는 적극적으로 훼방놓는다. 둘의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상황 속에 로맨스가 피어나고 결국 하니는 여우 구술을 소진해 어둑시니를 퇴치한다. 인간을 잡아먹던 구미호가 인간 세상을 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석가는 형 환인을 찾아가 하니의 환생을 요구한다. 사랑은 인간계, 천상계 할 것 없이 모두를 변화시킨다.

안 그래도 노비 출신에서 마님까지 된 구덕이의 신분 상승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보고 있어서일까. 빠른 전계와 관계성, 도파민 터지는 설정들이 흥미로웠다. 반전의 연속의 짜릿함과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비밀을 품은 전개는 스릴감을 높인다. <신과함께>의 업그레이드 버전, <그리스로마 신화>의 한국판이란 생각이다. 

한국의 전래동화, 신화, 전설 속 크리처가 다수 등장한다. 장산범, 어둑시니가 등장하니 한국영화 <장산범>, <클로젯> 이 떠오르고, 드라마 <도깨비>, <환혼>, <구미호뎐>이 연상되었다. 인연(운명)의 상징인 붉은실이 등장하는 것도 포함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의 뿌리를 살려 쓴 이야기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유년 시절 놀이에 이어 한국적인 문화의 확장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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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페어링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2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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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라 하면 분위기를 내고 싶은 기념일이나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을 때 주고 사용되는 술이다. 매체(영화, 드라마)에서도 상류층, 고급에 어울리며 소주, 막걸리를 다루는 정서와는 다르게 해석된다. 하지만 그것은 매체 속 이미지일 뿐 먹고자 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종류, 가격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마트, 편의점에서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술, 대중화된 술이 와인이란 소리다.


임승수 저자의 책 《와인과 페어링》은 저자의 첫 책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이후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생활' 유니버스의 2탄이다. 와인은 치즈, 올리브, 스테이크와 어울린다고 했던가? 저자는 애호박전, 포케, 낙지볶음, 파스타, 소곱창, 스시, 케이크, 차례 음식, 커리, 만두 등. 한중일식의 교차 페어링으로 다채로운 식감과 맛을 찾아갔다.

여기서 '와인 페어링'이란 함께하기 좋은 짝, 그러니까 궁합이 잘 맞는 안주를 찾는 일을 말한다. 와인의 서양의 술이기 때문에 서양 음식과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해왔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 시대에 내돈내산 내가 먹는다는 데 별건가 싶다. 음식 경계가 흐려진 요즘. 저자처럼 와인과 찰떡궁합의 음식을 직접 맛보고 즐기며 찾아가는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기 좋은 계절인 것이다.

사실 술을 잘 몰라서 그 술의 맛과 향, 풍미는 모르겠고. 어떤 맛일까 상상하면서 안주와의 접점을 이해하면서 읽어갔다. 필자처럼 술을 즐기지 않는 독자에게는 생소한 술 이름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술자리에서 안주발 세우기로 유명하다면, 맛집 찾아다니는 걸 즐긴다면, 집에서 요리하길 즐긴다면 시도해 볼 만한 레시피와 음식이 등장하니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단 와인은 단 음식과 상극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까눌레와 모스카토 와인의 조합을 극찬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피로와 권태로움으로 축 늘어진 미각에

강렬한 자극을 제공하기를 원한다면,

단 음식과 단 와인의 조합은

한 여름밤 면상에 직격하는

에어컨 바람만큼이나 즉효성을 보장한다.



비린 맛을 증폭시키는 와인과 생선회(스시)에 대한 연구도 흥미로웠다. 와인과 비린 맛에 얽힌 소재를 다룬 만화도 있는 것처럼, 논문까지 찾아가며 철분 함유량이라는 사실도 알아내는 저자였다. '이 분 정말 와인과 음식에 진심이구나'를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결국 철분 함유는 종류나 생산국과 상관없이 토양, 포도 껍질에 묻은 먼지, 포도 수확 수상 파쇄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계 등 양조의 전 과정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이다. 유기산염, 오크 숙성 여부 등으로 잘못된 정보를 품은 만화도 있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모임이 잦은 요즘, 어수선한 상황이나 복잡한 음식점이 부담스럽다면. 집에 누군가를 초대해 가까운 지인과 때로는 혼자, 혹은 가족과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귀한 시간을 마련하기 좋겠다. 결국 맛은 그 사람의 취향이고 삶의 역사다. 이 술은 이 음식과 먹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은 없으니. 자유롭게 본인의 식성에 따라 몰랐던 취향,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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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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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획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기획자의 사전》이다. 필드에서 활동하는 기획자가 필요한 자질과  스킬을 알려주는데 꼭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었다. 기획이란 상품 개발일 수도 있고 광고 일 수도 있으며 글쓰기, 영화 만들기 등등일 수 있다. 때문에 기획자, 마케터, 편집자, PD, MD, 개발자, 프리랜서 등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뇌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야 할 29가지 단어에 대해 설명한다. 

최전선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유행에 섣불리 동조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대신 새로운 사회가 어디서 도래했는지 아무도 언어화하지 못한 것을 투박하게나마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P. 22


세상 사는데 유행, 트렌드를 따라야 할까 싶은데 저자는 보편적인 욕망을 파고들라고 조언한다. 사람을 마음을 훔치고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다. 트렌드를 통해서 기획자가 읽어내야 할 것은 '욕망'이고, 변화하는 자극 방식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이종 현상을 교배해 보며 '내 생각', '내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 거다.


이야기가 재미있는 사람, 즉 계속 만나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은 '제 생각에는요..'라고 자기 생각이 먼저인 사람이라는 것. 너무 뻔한 이야기, 예측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구구절절한 말씀이다. 화수분처럼 아이디어, 이야기를 꺼내려면 '인사이트(통찰력)'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욕망을 읽어내는 눈, 당연한 것에 의심을 품는 순간, 나만의 생각(관점)과 시선(시각)을 갖추는 인사이트가 결합되면 좋은 기획이 나온다. 


상호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연결시키는 것을 이종교배라고 한다. 이런 호환성을 볼 줄 아는 것이 기획 고수들의 세계다.

p. 111


마침 이 책을 읽었을 때 영화 리뷰를 쓰고 있었다. 많은 메시지와 상징을 품고 있는 영화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도록 써야 하나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좋은 책과 글, 영상 등을 가까이 두는 것도 좋지만 그게 쌓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 오랜 시간 축적한 나이테가 쌓여 재료가 되면 읽어 줄만한 글이 나온다. 특히 저자는 데이터 홍수 시대 AI가 제시하는 수치 보다 사람의 직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뭘 기획하든 사람을 위한 일이고 사람이 선택하기에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객관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거기에 '불일치 이론'을 곁들여 호환성, 통섭의 흥미로움을 유발하면 어떨까? 여러 가지를 이어 붙이고 자르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책, 영화, 드라마, 신문 등 재료가 될만한 다양한 것들을 섭취해 보는 게 중요하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실무사전: 제대로 하기 위하여에서는 트렌드, 케이스 스터디, 문제 정의, 인사이트, 콘셉트, 직관, 공감, 로그라인, 레이어, 페르소나, 이종교배 단어를 사용해 기획의 기초를 다진다. 2부 도구 사전: 계속하기 위하여에서는 필기구, 기록, 데이터, 언어, 편지, 수집, 루틴, 취향, 여행, 일기 단어를 이용해 기술을 알린다. 3부 태도사전: 갈고닦기 위하여에서는 등속, 의식, 역치, 호기심, 크리에이티브, 객관화, 성장, 각오 단어를 예를 들어 지치지 않고 정진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29가지 단어 중 인상적인 한 단어를 꼽자면 '인사이트'다. 현상, 영화, 사람을 꿰뚫어 보는 시선을 갖추고 싶기 때문. 아무튼 무언가를 끊임없이 쓰는 사람으로서 내 살을 갉아서 다른 무언가를 만들 때 드는 자괴감과 반복되는 생활의 이질감이 크다. 그럴 때마다 옆에 두고 꺼내 읽고 싶은 자양강장제 같은 책이다. 어수선한 연말과 분위기 속에 조용히 나를 갈고닦고 싶을 때, 다가오는 2025년에는 조금씩이라도 성장한 본인을 만나고 싶을 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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