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독
이기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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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에 시선이 쏠린다. 2135년 22세기 디스토피아. 기업이 세상을 지배했고 그중 한국의 서울만이 살아남았다는 발칙한 상상. 이른바 '뉴소울 시티'로 새롭게 서울이 태어났다. K 콘텐츠의 인기로 당당히 한국도 SF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21세기 중반부터 전 세계 최고 국가는 대한민국이었고 감염병으로 초화된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울만이 살아남은 도시. 그것은 다름 아닌 삼성 공화국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이란 가설이 흥미로웠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대기업의 역사와 함께 했으니 상상해 봄직한 발상이다.

회사를 경영하듯 도시국가를 관리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국민, 시민은 고객이라 부르는 철저한 기업화 통치 국가는 자유의 행복을 위해 서비스하던 방침을 고수한다. 전국기업연합을 줄인 '전기련'이 운영하는 시스템은 50년간의 태평성대를 뒤로하고 극소수의 상류층이 지원과 기술을 독점하는 구조로 변화하게 되었다. 대기업이 지배했기 때문에 '고객', '애프터서비스' 등 기존 단어의 뜻이 뒤틀려 버린 점이 서늘했다.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지배가 아닌 철저한 자본 논리로 지배되는 세상이다. 시간이 돈이 된 시대. 분각(돈)을 벌기 위해 카푸치노(각성제)를 먹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래야 싸구려 밀키트라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과근무가 필수지만 늘 배고프고 충족되지 않는 의욕 부진의 삶. 때문에 시민들은 잔인한 살인 서바이벌 게임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는 리부트 스타를 꿈꾼다. 1등 하기만 하면 신체 개선은 물론 1구역 주인이 되어 전기련 입사 자격까지 생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가장 큰 꿈이었던 '죽음'을 극복하게 되면서 좋든 싫든 반란이 꿈틀거렸다. 이 혜택은 극소수의 부자들에게만 가능했다. 죽음도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서 변화의 바람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한국형 SF 디스토피아 소설의 가능성

쥐독이란 자본에 의해 나뉜 고객이 쥐처럼 숨어 살아야 하는 지역을 말한다. 2구역에서도 쫓겨난 낙오자, 해고자,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사는 3구역에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최초 사건의 발단은 2구역 노동자 민준이 1구역의 최고 사치품인 루악(각성제)을 훔치면서부터였다.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기본 치안조차 되지 않는 쥐독으로 뛰어 들어갔다.

쥐독에 갇힌 채 굶주리다 못한 쥐는 서로를 잡아먹다가 결국 한 마리만 남게 된다. 그 쥐는 풀려났지만 이미 동족의 맛에 길들어, 또 다른 쥐를 해치기 시작한다. 국가통치기관 전기련의 회장이자 대기업 연랍 국가평의회 의장인 류신이 뉴소울 시티의 설계자다. 과연 쥐독에서 풀려난 쥐는 연대를 통해 반란 성공할 수 있을까.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빛나는 소설은 한국형 SF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출판사가 미디어콘텐츠 기업 페퍼민트앤컴퍼니가 새롭게 론칭한 출판 브랜드라서 그런지 영화적 이미지가 확연히 구현되는 소설이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마녀>의 제작사인 (주)페퍼민트앤컴퍼니가 만든 출판사였다. 첫 소설은 윤재호 감독의 소설 《제3지구》였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뷰티불 데이즈>, <파이터>를 좋게 봐서 그 감독의 소설이라니 매우 관심이 갔다. 이번 《쥐독》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다고 하는데, 이 감독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쥐독》의 SF 설정은 <블레이드 러너>, <레디 플레이어 원>, <인 타임>, <헝거게임>, <1984>, <설국열차>, <매트릭스> 등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 속에 단연 돋보이는 점은 한국이 주 무대라는 점이다. 그중 대기업이 지배하는 사회가 몇몇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니 낯설지 않아서 살벌함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아니라면 근미래 일어날법한 이야기라 신선했다. 또한 인간의 욕망 가득한 난제 '영생'을 극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현재<승리호>, <정이> 같은 SF 대작들이 대자본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대세에 편승해 탄탄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K SF 콘텐츠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둘 다 스토리 부제와 캐릭터 빌드업이 부족한 만큼 이를 충족시켜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읽게 되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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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콘텐츠를 봐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자신을 콘텐츠 중독자콘텐츠에 절어있는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지난 코로나 이후 더 심해졌다극장과 OTT를 번갈아가며 몸이 마르고 닳도록 영상을 접한다그전에는 활자를 접했다과거에는 활자에 미쳐 눈에서 피가 났다면 지금은 영상에 미쳐 눈에서 고름도 함께 난다항상 고민이었다. "내 몸이 2개만 되었어도 좋겠다", "멀티버스가 있어서 여기서 영상 다 보고 오고 싶다.." 이런 고민을 매일 한다.

 

작년과 올해 어쩔 수 없이 봐야 할 영상을 딱 두 번 빨리 감기로 봤다뭐였나고영화 <해피 뉴 이어>와 드라마 [종이의 집경제 공동구역파트 2. <해피 뉴 이어>는 2배 속으로 봤는데도 너무 재미없고 뻔해서 놀랐다대체 2시간이 넘는 영화를 강제로 봐야 하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던 경험이다.

 

[종이의 집]은 1.5(2019년 8월 도입)로 2회를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설명이 많고 필요 없는 장면이라 판단하는 부분은 건너 뛰기로 넘겨 버렸다정말 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면 다른 일을 하면서 대사만 듣는다오디오 무비 콘텐츠도 있고오디오 클립도 있는 이유가 이런 거다이동하면서 영상 없이 이어폰으로 듣기만 하면서 상황을 유추한다은근한 상상력을 불러온다.

 

이후 1.25배도 도입되었는데 대사가 조금 빠를 뿐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었다배우의 감정이나 연출자의 예술적 미장센의도가 반영된 부분이 아니라면 괜찮은 빠르기다스킵도 자주 이용한다시리즈의 경우 오프닝이 반복되는데, '오프닝 건너뛰기'라는 한 번 보고 계속된 회차에서 넘긴다원치 않는 커플의 애정 장면도 자주 건너뛴다보고 싶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겨버리는 습관이 생각보다 감정 소비에 요원하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싶은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 보면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텐데..' 싶었다창작자의 고통과 참여 스태프에 대한 모독인가 싶어 신념을 지켜왔는데. 3년 전 선을 넘어 버렸다몸이 한 개라 극장 개봉 영화도 다 챙겨 볼 수 없고 리뷰도 쓸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었던 거다.

 

 


책은 일본 저자가 쓴 9편의 칼럼('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일본 저자가 썼기 때문에 일본식 단어와 번역이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왜 빨리 감기를 하는지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무척 공감한다.

 

긴 영상을 보기 버거워 해 유튜브 요약본을 찾고이젠 그마저도 힘들어 숏츠로 해결한다정보를 책으로 얻지 않는다모든 것은 검색엔진도 아닌 유튜브 동영상이다이 영상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영상마저도 끝까지 다 보지 않는다중요한 부분만 요약하거나 건너뛰고그러다 지루하며 아예 종료 버튼을 과감히 누른다다시 보냐고너무 볼거리가 넘쳐나는 게 흠이라는 흠이다웬만해서 보다 만 영상은 다시 틀어보지 않는다.

 

MZ 세대의 새로운 콘텐츠 습득법이 아니다의외로 중년들도 이 포맷을 좋아하고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해서 본다는 것을 알아냈다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생긴 습관이라 하기에는 부족했다코로나는 이와 같은 습관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파했고 가속했다저자는 빨리 감기, TMI 설명 작품의 증가경제 침체인터넷 발달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작품이 한 뿌리임을 밝혀냈다빨리 감기가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상징이면서도 창작 행위콘텐츠 제작의 미래소비 흐름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음을 말이다.

 

 

저자는 빨리 감기로 보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첫째구독 서비스의 영향으로 공급이 늘어난 현상(작품 편수 증가), 둘째작품의 설명 과잉 경향(쉬운 스토리를 원하는 층이 커짐)이라고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체험하지 못한 것에 가치를 둔다면 Z세대는 체험을 따라가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다그들은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

 

P134

 

솔직히 요즘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다시간도 가성비를 따진다는 거다결국 시간은 없는데 봐야 할 것이 넘쳐나는 Z세대의 생존법이라는 거다대화에 끼기 위해서(SNS 수시 접속으로 언제든지 반응을 요구받는 사회공감 강제력), 대사 없는 일상적인 장면은 건너뛰고, 1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 요약본으로 대체하는 건 일도 아니다범인이나 결말을 이미 알고 보는 게 실패하지 않을 가성비 소비다예술은 감상하는 것 곧, '감상 모드', 오락은 소비하는 것 곧, '정보 수집 모드'라는 거다보고 싶다는 욕구 보다 알고 싶다는 욕구에서 오는 행동이란 분석이다.

 

내가 극도로 싫어해 싸우기까지 했던 사건이 바로 스포일러 유출이었다극도로 싫어했던 건데 이젠 나도 유연해졌다이들은 영화 보기 전 결말과 해석을 미리 알고 간다몇 년 전 왜 그러냐는 내 물음에 "영화관에서 이해 못 할까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점점 생각하지 않고 해답을 찾는 일이 잦아지면 독해력과 문해력이 떨어져 독서는 물론영상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처음에는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도 이해된다긴 영화는 보지 못해 되도록 짧은 영화만 찾아서 겨우 본다는 말이 5년 정도 되니까 젊은 세대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주체적으로 감상하는 해석하는 것은 프로에게 맡기고시청자는 순수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거다게임 실황 문화(플레이어의 게임을 보면서 중계하는 말솜씨를 듣는 영상)가 영상에 흡수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밖에 이들은 처음에는 빨리 감기로 봤다가 재미있으면 보통 속도로 재관람한다원작을 각색 없이 옮기는 것을 좋아하고 빌런 없이 착하고 유순한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분석한다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시간 단축', '효율성', '편리성'이다영상은 TV나 PC, 노트북으로 보던 세대가 스마트폰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면서 시청 스타일이 바뀌었다.

 


넷플릭스에서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 기능을 추가한 건원형이 아닌 형태의 감상을 적극 제한하는 거다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아닌 사람은 또 다른 작품 감상의 방법으로 인정해 보자는 거다새로운 방법(문화미디어디지털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지식인은 이를 반대하고 혐오했다칸 국제영화제에서 OTT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는데 현재는 그 경계가 무너져 버렸다.

 

책은 Z세대의 특징을 요약하고 있기도 하다앞으로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이 될 막강한 예비 시청층이다이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소비하는 콘텐츠를 만들지감상하는 영화(드라마)를 만들지 제작자의 입장 및 소비 채널의 방향 등문화의 미래를 점검하고소비까지 내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이들은 빨리 감기건너뛰기스포일러가 습관화된 리퀴드 소비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행동 습관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뼈 때리는 말에 충격을 받고 공유해 본다. "현대에 들어서 감독은 그저 끊임없이 계란을 만들어내는 닭과 같다. (중략그들은 닭이 가진 '맛있는 계란을 낳아주는 기능'과 '인간을 위해 매일 영양원을 공급해 주는 시스템'을 사랑하는 것이지닭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많은 창작자가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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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통하는 피드백, 강점 말하기 - 팀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즘 리더의 비밀 무기
이윤경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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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의 감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팀원의 성장과 만족 때문만은 아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그것은 리더에게 좋고, 조직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자신의 무기를 충분히 발휘했을 때 그 조직은 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나. 85p




저자는 '대학내일'에서 10년 이상 일하면서 팀장이 해야 하는 일과하지 말아야 할 일을 이 책에 정리했다. 그 중심에는 단점도 '강점'으로 말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단점을 강점화하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만나서 인터뷰해 보고 싶을 정도였다. 정리에 말맛이 들어가 있는 새로운 자기계발서란 말이지. 가로 안에 들어가 있는 속마음이 참 재미있다.

 

내 단점을 어떻게 강점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 봤다. 나는 산만해서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 여러 가지 작업물을 동시에 하려 한다. 그걸 가까이서 본 사람은 그래가지고 언제 끝나냐고 핀잔만 주는데. 어찌 되었건 일은 끝나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장땡. 그게 내 단점이자 강점인 셈이다.



당신의 한마디에 팀원은 인생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책은 조직에서 팀장급인 사람이 꼭 읽어봐야 한다. MZ 세대와 자주 일한다면 진짜 필수다. 뉴타입 팀장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원한다면 강추한다. 목록별로 잘 분류가 되어있어 알기 쉽다. 6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유형의 리더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8유형의 리더가 참 재미있단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농협 마크가 찍힌 다이어리에 계획을 적는다. 그게 아니면 안 된다는 봉테일이다. 가수 보아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신곡 소개 때 BoA인데 BOA로 쓴다고 핀잔을 준 적 있다. 자신의 소속사를 저격한 디테일 강점자(완벽주의자)다. 큐알 코드로 그 상황에 맞는 영상을 함께 보면 이해가 쏙쏙 된다.

 

 

 

자기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면서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태도 만들기 ??

 

  1. 일단 인정한다. 태도도 실력이라는 것을

  2. 흑역사의 원인은 12가지 태도에서 찾는다

  3. 리더부터 깐다, 흑역사 만든 태도를

  4. 성과만큼 태도에도 물개 박수 친다

  5. 태도별 맞춤 솔루션을 제시한다

 

팀원들도 바쁘다. 아침엔 미라클 모닝, 점심엔 샐러드 식사 후 헬스장, 저녁엔 트레바리 가야 한단다. 한 가지만 잘해서,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물 수 없는 사회에서 한 시도 쉬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저자는 성장에 앞서 기술이나 경력, 경험보다 '태도'가 나아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에 도움 되는 배움, 절제, 긍정의 태도 말이다.

 

퇴사. 잡코리아에 따르면 2030세대 직장인 절반 이상이 2년 안에 퇴사한단다. 공통적인 특징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 때문에 퇴사하는 거다. 이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고 조율해야 하는 사람은 리더 혹은 팀장이다. 자기 팀원(직원)의 약점과 강점을 잘 파악하고 서로 매칭 시키거나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조련하는 것도 리더의 자격이고 덕목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팀장의 동기부여 칭찬에 약한 것 같다. 클라이언트가 살살 긁어주면서 "네가 참 잘 하잖아, 이거 할 수 있지?"라고 하면 무에서 유도 창조해 준다. 그걸 잘 알고 이용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뻔한 말이 정답일 때가 있다. 그걸 잘 부릴 줄 아는 팀장, 알면서도 순응해 주는 팀원이 서로 윈윈하는 거다.



올해 마무리는 잘 되어 가고 있나. 꼭 뭘 하지 않았더라도 건강했다면 올해도 잘 보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나는 코로나도 걸려봤고, 일감이 많이 들어와서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또 행복하기도 했다. 올해는 잊을 수 없겠다. 경험이 많아졌고, 폭이 넓어져서 많이 배웠다. 물론 괴롭기도 하고 잠도 잘 못 잔 건 사실이다. 별 이상한 인간 말종을 상대하느라 심적으로 고민도 크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건강을 놓치지 않으려고 요가도 빼먹지 않고 꾸준히 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다시 요가 선생님을 만났고, 그동안 줌 수업도 빼먹지 않고 했다고 칭찬받았다. 놀라운 건 선생님이 3년 동안 온라인 수업하면 대충 하고 마는데 정말 열심히 한거 같다는 말이었다. 안되는 동작도 되고 유연성, 근력도 생겨서 본인도 놀랐다고 했다.


무척 기분 좋았다. 난 그냥 수업료 내고, 나와의 약속을 지킨 것뿐인데 건강도 얻고 신뢰도 얻고 스스로 성장도 하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받는 칭찬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는 것 같다. 내년에도 한 뼘 더 자랄 내가 기대되고 함께해 주는 주변 분들에게 항상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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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 - 지나치게 새롭고 지나치게 불안한
헤더 헤잉.브렛 웨인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이정모 감수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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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뭉스러운 제목이다. 21세기에 수렵채집인으로 어떤 삶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인류를 그날 사냥하고 채집해 먹고 이동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하게 되었다. 이후 노동력이 급증했고, 곡식이 재산이 되면서 계급이 생기게 되었다.


지구의 온도가 5도 올라가자 인구는 늘었고 채집과 수렵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농업혁명을 거쳐 산업혁명, 그리고 지금의 디지털 산업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지구와 인간 모두 아프고 달라졌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책은 현대인이 구석기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그들의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관찰 가능한 세계'에 대한 단 하나의 일관된 설명이라 말한다.

 

저자가 만든 '제1원리'를 토대로 어떤 가정에서도 추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자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한다. 지금이 지나치게 새롭다고 규정하고 본성을, 시작을 탐구해가자고 말한다. 젠더, 음식, 양육, 의학, 교육, 문화 등을 해체하고 분석하면서 접근한다.

 

다시 처음으로 회기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삶에서 방법을 찾아보잔 얘기다. 챕터마다 끝에 자기계발서 못지않은 실천법이 있다. 성인이 되려는 건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남겨 본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접근법 

자신의 가치를 높이자.


1. 성인이 되는 것을 명확한 목표로 삶아라.

2.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습득하라.

3. 항상 배우라.

4. 인생의 통과 의례들을 되살리거나 창조하라.

5. 사회적 경험도 좋지만 물리적 진실을 탐구하라.

6. 자신의 편협함을 극복하라.

7. 평등을 원래 자리로 돌러놓아라.

8.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라.

9. 지금, 여기에 감사하라.

10. 매일 사람들과 함께 웃어라.

11. 휴대폰을 내려놓아라.

12.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생각을 위해 싸워라.

13. 상대방을 코너에 몰지 않고 유능하게 비판하는 법을 터득하라.

14. 삶에서 칼로리, 단계, 분 등 숫자로 세는 것을 줄이고 실천하는 것을 늘려라.

15. 위기일발의 이론을 개발하라.

16. 곡선을 뛰어넘는 법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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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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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친코》는 1910년부터 1989년까지 80여 년간에 걸친 4대에 관한 고단한 역사를 담고 있다. 예전판을 읽어봤는데 선자이름도 틀리고 매끄럽지 않은 번역을 재가공해서 새로운 출판사와 역자로 개정했다. 표지도 바뀌었고 느낌이 조금은 달랐다. 작가 사인도 무척 강렬했다.

 

이민진 작가 소개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은 이민 1.5세대로 30년간 쓰고 탈고한 이 소설로 '제2의 오스틴'이란 명성을 얻었다. 가족은 1970년 7살 때 화장품 회사 영업사원으로 지내던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결심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 아버지, 부산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 미국 문화에 익숙할 텐데도 한국 이름 이민진을 고수하는 뚝심을 보인다.

 

작가 소개 중'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라고 말했듯. 지긋지긋한 가난과 부모의 출신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 반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요일도 없이 자식 뒷바라지에 희생으로 일관하신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라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민 성공신화가 된 이민진은 기업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B형간염으로 건강이 나빠져 변호사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인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2004년 단편 《행복의 축》, 《조국》 등을 발표했으며, 2008년 장편 데뷔작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이 11개국에 번역 출판되며 전미 편집자들의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미국 픽션 부분 '비치상', '신인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등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파친코》는 픽션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한국사 미시적 관점으로 개인사를 녹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는다. '이민자'라는 키워드로 한국에서 일본, 미국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한국, 북한, 미국은 작가의 가족 역사의 반영이며 재일조선인(자이니치)에 대한 묘사는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남편이 도쿄의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일본에서 4년간 생활하게 되었다. 이때 일본에서 생활하며 겪었던 어려움이나 에피소드를 취재와 연구를 통해 깊게 이해하며 《파친코》를 집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국이면서 외국인인 이민의 역사를 다룬 소설은 구상부터 탈고까지 꼬박 30년이란 세월이 쌓여 완성된 작품이다. 시작은 1989년 예일대 수업 중 느낀 분노였다. 한국인의 DNA를 가졌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다 결국 자살한 일본 중학생의 이야기였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선천적 태생으로 고통받는 본인과 가족의 슬픔에 깊게 공감했다.

 

파친코의 줄거리

 

소설은 단순한 4대 가족 이야기를 떠나 전 세계 관통하는 이방인의 뿌리와 정체성, 차별과 유배, 순응과 투쟁의 역사서다. 부산 영도 태생의 몸이 아픈 훈이와 결혼한 가난한 소작농 넷째 딸 양진의 딸 순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한수의 아들 노아, 남편 이삭의 아들 모자수, 그리고 그의 아들 솔로몬까지 이어진 핏줄의 이야기다.

 

더불어 고난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아픔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모든 인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선자'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는 1부는 미혼모가 될 뻔했던 선자의 영혼을 구해준 목사 이삭이 있어 가능했다. 선자의 어머니 양진의 고난부터 시작한다. 양진은 장애를 가진 남편을 일찍 여의고 없는 살림에 살뜰히 하숙을 운영했다. 형 요셉이 거쳐갔던 곳. 그 인연으로 이삭을 사위로 맞이하게 된다.

 

이후 선자가 이삭의 아내가 되어 오사카에 정착, 형님인 경희와 친자매처럼 지내며 김치사업과 아들 둘을 돌보는 과정은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소설 속에는 시대의 벽에 부딪혀 남편을 따라 좌우되는 여성의 삶 속에 있으면서도 집안을 일으키려고 고군분투했던 두 여성(선자, 경희)의 생활력이 고스란히 서술된다. 결혼으로 인해 바뀌는 여성들의 잔인한 인생이 구슬프다.

 

남성들은 하나같이 쓰러져갔다. 선자의 남편 이삭은 어릴 때부터 병약했고 오사카에서 신사참배를 거부, 옥고를 치르다 죽는다. 어린 선자의 마음에 불을 지른 후 노아를 임신케 한 한수는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자에게 현지 아내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형님 경희의 남편 요셉은 어떤가. 가장으로서 성심성의껏 일하지만 조선인이란 이유로 승진은커녕 불가촌민이 사는 동네에서 살며 멸시를 당한다.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며 기울어진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 들지만, 결국 원폭 피해를 받아 불구의 몸으로 죽지 못해 살아간다. 병 수발과 생계, 육아까지 모두 여성의 몫이된다.

 

고통의 유산은 비단 한국-일본-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관통하는 '떠돌이'의 삶에 투영할 수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보편적인 정서다. 하물며 같은 나라에서 타지역으로 이사만 가도 텃세를 경험하게 되는데. 식민지, 전쟁, 내전, 가난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불행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편견앞에 부서졌다. 살기 위한, 자손을 남기려는 본능과 필사적 생존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파친코 감상 소감

 

1부는 1910년부터 1949년 '고향'이다. 찰스 디킨스의 문구가 강렬하게 떠돈다. "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마법사가 외우는, 혹은 영혼이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2부는 1953년부터 1989년까지 '조국'이다. 박완서 작가의 말이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 "아무리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너도 조선 땅이고 조선 사람밖에 없는 줄 알았다" 솔로몬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콜롬비아대를 졸업하고 영국계 은행에 취직했지만 일본인 상사에게. 배신당해 좌절하고 파친코를 잇게되는 솔로몬의 이야기다.

 

파친코는 알 수 없는 확률로 일확천금을 딸 수도 있는 도박게임이다.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중독성의 게임에 운명을 한탕주의를 재일동포의 삶에 비유했다. 돈을 딸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한 계속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과 닮았다. 일확천금을 딸 수도 다 잃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는 노름이다. 계획하에 움직이고 모든 것이 정해진 듯 보여도 피치 못할 우연과 관계로 인해 틀어지고 조각난다. 때문에 단순한 도박 이야기로 치부서는 안되는 작품이다. 3년만다 외국인 등록증을 갱신하고, 외국여행을 갈 수 없고, 화이트칼라로 취직이 어려운 자이니치의 삶. 파친코만이 부와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지만 야쿠자라는 오명까지 갖게되는 동전의 양면 같은 길인거다.

 

이방인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사람들은 전쟁, 정치, 경계의 흐름 앞에 이리저리 휩쓸려서 치열한 삶을 살게 된다. 나라를 지키지 못한 무능한 왕조, 한국전쟁 후 나뉘게 된 정부로 인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이민의 비참한 삶을 녹였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 고통받는 국민. 비극적인 한국의 근현대사를 한 가족의 4대에 걸친 역사 속에 담으며 억척스럽게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하려던 잔인한 과거다.

 

그리고 '여성'의 '한'과 가족의 '정'에 관한 이야기다. 양진-선자-경희로 이어지는 가난과 핍박의 역사와 일본 호스티스 에쓰코(모자수의 아내)와 그녀의 딸 하나까지 이어진 질곡의 역사도 가슴 아프다. 여인들이 있어 핏줄은 이어왔고 가난을 면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 와닿는다. 세상을 움직이는 게 남성이라고 하지만 그 남성을 낳은 여성이 있기에 인류는 발전하고 세대를 거듭하는 거다.

 

오랜만에 소설을 제대로 옮긴 영상물이다. 드라마 [파친코]도 기회가 된다면 꼭 시청하길 바란다. 우리나라 역사를 진정성 있게 풀어낸, 웰메이드 미국 드라마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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