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피어
김언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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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꾸지 않는 너에게,

특별한 꿈을 선물할게.

되돌아가고 싶은 시공간으로 접속하는 꿈. "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어렵지 않게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내가 과거와 미래를 다녀올 수 있다는 상상은 과학자들이 탐내는 분야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처럼 타임 워프 소재의 이야기들은 조금만 호흡이 끊겨버리면 전개 방향을 놓칠 수 있어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불교와 과학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가 영원한 시간 속 우주를 떠도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와 만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드는 소설.  

《매직 스피어》의 작가 김언희는 이 소설로 2016년 '제1회 네이버 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넌 매직 스피어(Magic Sphere) 같아.

난 그러니까,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버렸어.

나는, 언젠가 너한테 빨려 들어가 소멸하겠지."


 

​제목 '매직 스피어(Magic Sphere)'란 어떤 물체가 질량이 큰 천체를 향해 접근하다가 마음이 바뀌어도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한계선'을 의미하는데요. 일본의 물리학자 '미치코 카쿠'의 책 《평행우주》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일단 매직 스피어를 통과하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별의 중력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매직 스피어 상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시간이 멈추어 있다는 것은 사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관측자의 관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 전.

광양자(光陽子)가 되어 날아가는 꿈을 꾸었어.

부처님은 일만대천 우주가 한 티끌에 있다 하시며

티끌이 되어 존재하리라 말씀하셨대.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은 단순히

상수를 맞춘 식이 아니야."


 

책소개 

 

김언희 작가는 미치오 카쿠의 이론을 바탕으로  소년 '장현도'와 소녀 '공바라'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순수한 로맨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매직 스피어'는 타임 루프를 도와주는 발명품이자 권력의 욕심에서 희생자를 양산하는 무서운 물건이기도 한데요. '자각몽'이란 형태로 과거로 접속해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_ 화엄의 고리

1장 슈뢰딩거의 고양이
2장 사건 지평선
3장 보리수 가지에 남긴 밀어
4장 매직 스피어
5장 이 세계, 이곳, 그리고 나
6장 남겨진 사람들
7장 경로의 합
8장 나의 빛, 루키디타스
9장 신들의 주사위 놀이

에필로그_ 그 시간, 그 공간으로
작가 후기

 

 

 

▲ 화엄일승법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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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출신의 전도 유망한 삼십 대 성형외과 의사 '장현도'. 그의 사생팬이자 기자인 강도희를 통해 소설 속으로 인입합니다. 강도희는 장현도의 오랜 팬이지만 이번 인터뷰를 성사시켜야 하는 절체정명의 상황. 유일한 밥줄인 여성지에서 그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특종을 잡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어렵사리 만난 장현도는 좀 이상합니다. 눈빛과 전체적인 느낌이 장현도의 눈부신 껍데기와 속이 다른 존재란 느낌.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장현도는 종적을 감추어 버리고, 그가 남긴  금고 속 '화엄일승법계도'와 긴 편지글이 장현도의 기(氣)를 증명해 줍니다.

 

"결맞음의 우주를 기억한다면,

논리는 간단해.

매직 스피어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과거의 네가 있는 우주와 뇌파를 맞추는 장치야.

너는 편안히 잠들어 꿈을 꾸면 돼.

과거의 너를 꿈속에서 만날 테고,

과거의 너는 꿈속에서 현재의 너와 접속할 테니까. "

 

장현도는 열아홉 첫사랑인 공바라를 만나면서 세상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라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후 정신을 놓은 상태. 우연히 얻게 된 바라의 유품 목걸이가 타임 루프를 도와주는 '매직 스피어'임을 깨닫고 어쩌면 모든 상황을 되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부가 어떤 금속인지도 모른다는 목걸이, 최 형사가 바라의 환영을 접하면서 내게 줄 수밖에 없었다는 목걸이의 사연과 형태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지난 생을 기억하는 세 사람 외엔 없다. "


 

이 장치를 통해 장현도는 비루한 과거를 가진 오더리(orderly), 아이돌 출신의 천재 성형외과 원장, 무너져 버린 몸을 이끌고 산사에 숨어 사는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 등 매직 스피어가 만들어 낸 여러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느 작품에서 보여주는 타임 루프의 설정과는 달리 최 형사, 김 변호사, 천식 이 세 사람은 과거를 기억하는 특징을 보이는데요. 장현도까지 네 사람이 힘을 합쳐 과학자들의 희생 뒤에 숨은 거대 권력의 음모를 밝혀내죠.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내내 상상하는 재미와 흡입력이 있었던 소설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중력파, 양자역학,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과학 이론과 의상대사가 화엄사상의 핵심을 담아 만들었다는 화엄일승법계도, 실체란 정해지지 않고 인연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불수자성수성이 만나는 접점이 호기심을 이끕니다.


 

결국 우주와 합일에 대한 깨우침을 담은 불교의 믿음대로, 질량을 가진 인간의 몸체는 실상 아무것도 아닌 인식의 상태일 뿐. 인간의 정신, 염력, 뇌파를 매체로 한 이동에 관한 연구는 책 속이 아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실제 프로젝트일지 모른다는 섬뜩함이 매력적이기도 하네요. 여름철 읽는다면, 특히 휴가지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 과학과 종교의 지식도 얻어 가면서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지적인 소설이기도 하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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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7-07-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글이지만 사진구경 항상 잘하고 갑니다~ 책하고 커피사진 진짜 이쁘게 잘 찍으시는 거같아요 😀

doona09 2017-07-31 00:11   좋아요 1 | URL
앗 ^^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쨍한 월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