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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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가와이 간지'의 신작 《단델라이언》은 《데드맨》시리즈의 완결판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듯한 형태'의 기이한 시체를 두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심리추리 전과 뒤틀려버린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는 고차원적인 소설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길 좋아하는 '가와이 간지'의 풍부한 덫이 읽는 재미를 줍니다.

 

《단델라이언》 ​비유, 은유, 직유의 집합체

 

 

(카드 뉴스 출처= 작가정신 블로그)



소설은 앞 쪽에 배치한  '하늘을 나는 소녀' 민담과 '1998년',  현재인 '2014년'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16년 만에  개방형 밀실 사일로에서 발견된 '허공에 떠 있는 시신'의 사건을 추적하던 중 자신과 얽힌 것을 알아챈 담당 형사 '히메노'까지. 담당 형사가 얽혀 목격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사연은 해결하는  동시에 잊고 싶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닿아가는 괴로움과 마주해야 하는 히메노의 고통과 맞닿아있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단어의 의미를 모순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제아무리 나약한 생물일지라도 무언가 한 가지가 어긋나버리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흉포한 송곳니를 맹수처럼 드러낼 때가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 지금의 나처럼.....

P388



'단델라이언'은 영어로 'Dandelion'은 프랑스어 'dent-de-lion'에서 유래했습니다. '사자의 이빨'이란 의미인 민들레는 소박한 꽃이란 인식을 뒤엎는 독특한 명칭이기도 하죠. 민들레 이파리의 뾰족뾰족한 모양이 사자의 이빨과 닮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노란 꽃이 하얀 홀씨가 되어 세상 곳곳으로 날아가는 형상은 주인공 '에미'와 '유메'가 읽었던 이야기 '하늘을 나는 소녀'와도 닮았습니다.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노란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의 민들레가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로 중심을 잡습니다. 민들레의 꽃 말 또한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이란 여러 의미지만  책 속에서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란 뜻을 차용, 살인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 허상의 유토피아, 이중성의 고발

주인공 '에미'가 입학한 대학 동아리 '민들레 모임'은 환경보호단체라는 허울을 가진  일본의 극좌 폭력 집단, 즉 좌익 테러리스트입니다. 단체는 '지속 가능성 연구회'의 산하 단체로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 것과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죄 없는 희생양을 양산하는 이중적인 단체기도 하죠.

'에미'는 오랜 꿈이기도 한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들려준 민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심어 놓은) '행복한 나라'인 '유토피아'를 동아리에서 실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하지 않는 것이 유토피아는 사실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가 만든 말처럼  허울뿐인 나라는 사실에 깊은 환멸감을 느낍니다. 토머스 모어의 작품에서 다뤄진 유토피아는 몰개성적, 멈춰버린 진보, 노예제도,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사실상 비인간적이고 반 이상향이었던 지배계급의 이중적 집합체기도 하니까요.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

무언가,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세상이 잘못된 거라면, 세상 그 자체를 바꾸고 싶다.

진정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나 같은 사람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P268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생각, 어딘가에 이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는 현실의 벽에 처참히 무너지고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스무 살이 채 되지 않는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에미'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을 겁니다.

 《단델라이언》 속 비유와 상징은 하나같이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을 깹니다.   숨겨진 민들레 꽃의 이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차이가 없는 이상향이란 설정, 경찰이라 믿었던 아버지의 실제 직업, 좋아하던 선배의 이중적인 모습 발견, 쌍둥이란 명제의 오류 등은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영원히 자신의 꼬리와 머리가 엇갈린 상징인 것이죠.

 

 

치밀하게 구성해 놓은 트릭과 일본 민담의  기묘함이 혼란을 가중시키는데요. 앞 부분의 민담 때문에 살인 사건의 범인과 과정을 자꾸만 놓치게 되며 머리가 어지러웠던 경험. 독자들과의 오싹한 밀땅을 시도하는 작법이 매력적이라  《단델라이언》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이 원동력이 되어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작가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행복한 나라'에서 자행되는 섬뜩한 실체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다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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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7-07-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잡지 기사처럼 예뻐요

doona09 2017-07-19 11:50   좋아요 0 | URL
과찬이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