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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지친 현대인에게 스페인 순례길이 인기입니다. 전 세계적인 붐이 일고 있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를 향해 뻗어 있는 기독교 순례길을 말하는데요. 최종적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목표로 걷는 길입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아를 찾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최근 영화 <나의 산티아고> 개봉일과 겹치며 스페인 순례길을 재촉하는 책이 나왔네요.
저자 '오노 미유키'는 어느 날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고심 끝에 산티아고로 떠납니다. 최장 800km에 이르는 길을 도보나 자전거, 말, 차나 버스 등으로 돌아보는 순례길에 오르며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만나 인생을 재정비하게 되죠. 길에서 만난 사람들, 먹거리, 인생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는데요. 순례길을 다녀온 자전적인 에세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서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정보를 사진과 함께 열거하는 여행사가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어요. 스페인 순례길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고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서에 나오지 않는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는 맛집, 숙박업소, 느낌이 특정 정보를 홍보한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최종 목표로 걷는 카미노는 예루살렘과 로마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독교 3대 성지 중 하나인데요. '산티아고'란 기독교의 성인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입니다. 야고보(야곱)는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예수 최초의 제자로 예수의 사후,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포교활동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순탄치 못한 삶을 산 야고보는 포교 활동의 어려움, 포교를 두려워하는 왕의 살해로 유해가 배에 실려 표류하게 됩니다. 유골은 흘러흘러 스페인의 파드론에 도착, 이곳에서 매장을 허락받습니다.
9세기 초 야고보의 묘가 발견되면서 그 땅에 세워진 '산티아고 대성당'이 거리의 상징이 되었는데요. 11세기 이전, 유럽의 기독교 신자는 예루살렘을 성지로 순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 셀주크 왕주가 점거한 후 순례가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산티아고'를 주목하게 됩니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성지순례 장소가 되고 있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합니다.
책 후반부에 순례길에 관한 정보와 지도가 있는데, 순례길이 세 구간이나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1부인 생장에서 그라뇽까지 215km는 '몸의 길.' 그라뇽에서 레온까지 245km는 '머리의 길'. 레온에서 성지 산티아고까지 300km는 '영혼의 길'이라고 불린데요. 순례길은 따로 이정표가 없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최종 목표지점에 다다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