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오거서 > 평범한 사진 한 장을 대하는 다른 시각

밑줄긋기 하나.
사진 속에서, 나는 내가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이 장면은 모든 면에서 특이한 점이라고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물질의 목록이 그 안에 담겨있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이 물질들은 중요하다. 콘크리트와 유리, 직물, 금속, 그리고 이 장면에 등장하는 다른 재료들이 없다고 해보자. 나는 허공에 벌거벗은 채로 떨고 있을 거다. 우리는 스스로가 문명화됐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그 문명화는 상당 부분 재료가 풍요로워진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물질이 없다면, 우리는 금세 동물이 맞닥뜨리는 것과 똑같은, 생존을 위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를 인간답게 행동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옷, 집, 도시, 그리고 우리가 문화와 언어를 통해 활기를 불어넣는 온갖 사물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재난 지역에 가본 적이 있다면 이 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료의 세계는 단지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부다. 우리는 그것을 발명하고 만들었으며, 반대로 그것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준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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