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연주되는 곡은 아마도 ˝무도에의 권유˝가 아닐까 싶다. 이 제목만으로도 우아하고 화려한 인상을 풍기는 곡이다.

베버는 1817 년에 카롤리네(Caroline Brandt)와 결혼하였고, 1819 년 여름에 아내의 생일 선물을 대신하여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하였다. (당시 베버는 생일 선물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생일을 맞은 아내 앞에서 베버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발휘하여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로 감동을 주었다.) 원제는 ˝화려한 론도(Rondo brillante)˝였다. 후에 베를리오즈가 관현악으로 편곡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다시 바인가르트너가 현대 관현악곡으로 재편하였다. 피아노곡 뿐만 아니라 관현악곡 역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작곡가가 아내한테 선물하면서 들려준 곡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무도회에서 한 신사가 젊은 숙녀에게 춤을 추자고 요청한다. 그녀는 수줍음이 많아서 공손히 거절한다. 그러나 신사가 다시 요청하자 마침내 응한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신사는 그녀를 이끌고 무대로 나가 음악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화려한 왈츠 곡과 함께 춤을 즐긴다. 춤이 끝나고, 신사는 고마운 뜻을 전하고 그녀는 답례하고 두 사람은 퇴장한다.

원곡에서는 피아노의 저음으로 신사를 묘사하고, 고음으로 숙녀를 알린다. 베를리오즈가 편곡한 관현악곡에서, 신사는 첼로, 숙녀는 오보에가 대신한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마치 대화하는 것처럼. 처음과 마지막에 느린 선율이 신사와 숙녀가 인사와 정중한 제스처를 주고받는 장면을 그린다. 이렇게 음악 속에 인사와 대화 장면을 넣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고전적인 형식보다 서정성과 스토리에 의존하는 낭만 시대 음악의 특성을 띠고, 표제 음악의 가능성을 보였다. 곡은 서주가 있는 왈츠 양식으로 빈 왈츠의 시초로 간주되기도 한다.

작품 제목을 일본어로 번역한 제목 ˝무도회에의 초대˝를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부르고 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무도회의 초대˝가 고착화된 제목이지만, 원제의 뜻에 좀더 가까운 제목은 ˝무도에의 권유˝이다. 고클래식 동호회 운영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어에서 춤의 고유명사가 없어서 (서양식) 춤을 ˝무도˝로 표기한다고 한다. 곡의 내용으로 봐서, 그리고 왜색을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춤의 권유˝가 제목으로 더 적합하다고 하겠다. 춤은 왈츠일 테고.

음악회에서 이 작품을 감상할 때, 흥겨운 왈츠 연주가 끝나고나서 소리가 점차 작아지고 피날레 직전에 잠시 숨을 고르는데 곡이 끝난 줄 알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클래식을 모른다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성급한 박수 때문에.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클래식 음악 감상, 베버 무도에의 권유
    from 五車書 2016-07-26 11:51 
    https://www.youtube.com/watch?v=NEmjhYmrxjQ베버: 무도에의 권유, Op. 65•연주자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Philharmonia Orchestra)지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연주시간: 약 8 분 30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