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합주 협주곡, Op. 6, HWV 319~330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악곡 형식 중 하나가 합주 협주곡이다. 이는 클래식 음악이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 17~18 세기에 활약한 코렐리, 토렐리, 알비노니, 비발디, 텔레만 등 작곡가들은 합주 협주곡을 다수 작곡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헨델이 합주 협주곡을 작곡한 것은 어쩌면 당시 출세에 성공한 작곡가의 숙명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헨델은 합주 협주곡을 30 곡 정도 남겼다. 그 중에서 12 곡으로 구성된 Op. 6 작품이 많이 연주된다. 1739 년 9 월 29 일부터 한 달만에 작곡되었다. 기존 작품을 재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악상으로 12 곡 총 66 악장을 새로 작곡하였다고 한다. 헨델의 창의성과 비범함이 새삼 느껴진다.

원래 제목은 ˝하프시코드,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7 성부의 대협주곡(Grand Concerto)˝으로, 바로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이다. (영어와 이탈리아어의 차이다. ^^) 악기 편성은 독주를 위한 제 1, 2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통주저음을 맡는 하프시코드. 당대 합주 협주곡이 의례히 따랐던 편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작품은 헨델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헨델이 1734 년에 오르간 연주자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였음을 염두에 두면, 1739 년에 합주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당대 최고 작품을 접하면서 연구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악기 편성도 그러하지만, 코렐리 합주 협주곡 Op. 6과 작품 구조가 동일한 데서 헨델은 코렐리 작품을 모델로 삼은 것 같다. 12 곡 모두 4 악장 이상으로 구성되고, 2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가 독주로 시작하지만 연주가 진행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번갈아 연주하거나 함께 연주한다. 7 성부 원칙을 고수하지 않기에 여러 악기가 같은 성부를 맡기도 하고 실제로 성부 수가 줄어진 악장도 많아 크게 봐서 3 성부 합주 협주곡으로도 여겨질 만 하다. 원곡 편성과는 달리 관악기가 더해진 대편성 관현악단이 연주할 때도 이런 점이 작품의 장점처럼 돋보인다. 아카데미 실내 관현악단 연주를 선택한 이유가 이러하다. ^^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합주 협주곡을 뽑는다면,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함께 헨델 합주 협주곡이 최상위에 놓일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족지변. 헨델 합주 협주곡을 클래식 음악 감상곡으로 정하면서 하루에 한 곡씩 듣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12 곡을 찾아서 들었다. 완주하였으니, 그래도 전곡 감상하였음에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