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에 빗소리가 인기척 마냥 단잠을 깨운 놀람이 되더니

밍기적거리는 이부자리에서 벗이 전해온 시 한 편이 반가웁다.

메마른 땅을 적시는 비 소식보다 더 반갑다.





소설 아침에 비를 마주 한다.

눈송이 같은 빗줄기가 어둠을 씻어내고 아침을 밝힌다.

소설에 내리는 비는 눈이나 다름 없다고 답신해야겠다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 신달자,「여보! 비가 와요」 - http://munjang.or.kr/archives/140784

여보! 비가 와요


신 달 자(낭송: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 신달자 시집『오래 말하는 사이』, 민음사(예술위원회 선정 2005년 1분기 우수문학도서)
* 정지용 시 「향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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