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열렸던 제 14 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EIDF)를 특별히 기억하고 있다.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한국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였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수상작은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모와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였다.
대상 수상작을 소개하는 영상에는 아주 인상적인 부제가 달렸었다. “영원히 부자일 것 같던 우리 집은, 망했다.”
<버블 패밀리>는 대상 수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데다 마민지 감독의 장편 데뷔 작품이라고 해서 놀라움을 더했다. 이후로도 마민지 감독은 여러 다큐멘터리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안다.
작년에 발표한 조남주의 <서영동 이야기>에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감독이 등장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마민지 감독이 절로 떠올랐었다. 마 감독을 카메오로 캐스팅 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8월 3주 신간 중에서,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이라는 제목을 보고나서 부동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마민지 감독을 다시 떠올렸다. 가족의 부동산 흥망사가 오버랩 되었기에. (<버블 패밀리>와 감독 이름을 금방 기억해지 못했지만, 저자를 확인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맞다.)
책 소개를 통해 저자를 다시 만나 한동안 소원해진 기억을 완충했다. 1980년대 한국의 도시개발계획 덕분에 저자의 아버지가 연립주택을 지어 파는 집장사가 아파트, 상가, 빌딩으로 점차 커지면서 부동산 성공신화를 이루는 줄 알았지만, IMF가 닥치고 아버지의 사업 도산으로 어머니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직접 일을 찾아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저자의 영화 <버블 패밀리>가 책의 밑바탕이 되었을 테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더 많은 개인적인 스토리를 책에 담은 것 같다.
주제 분류: 한국 에세이, 영화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