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작가 이름도 낯설어 책 소개를 우선 찾았다.

이유리 작가가 두 권의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와 《모든 것들의 세계》에 이어 첫 연작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를 안온북스에서 펴냈다. (책 소개에서 발췌함)

작가의 이름보다 <브로콜리 펀치>를 먼저 기억에서 꺼냈고 “아, 그 작가!” 하면서 작가 이름에 되돌이표가 붙은 것처럼 되뇌었다. 이 정도 하였으면 나중에 작가 이름을 먼저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야. ^^;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저자 소개를 기웃거리며 딴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좋은 곳에서 만나요>라는 책을 고르면서도 좋은 곳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첫 번째 소설 <오리배>를 읽으면서 만난 문장 때문에 문득 좋은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곳에 가라. ”

누가 좋은 곳을 안내해 주면 정말 좋을 텐데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 좋은 곳에 가라는 말을 듣고서 소설 속 주인공은 생전에 좋은 일이 있었던 때의 강한 느낌을 따라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서 한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은 오리배 선착장. 주인공이 태어나기 전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데이트 장소였고 가족 구성원한테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가족 모임을 가진 장소이기도 하고 가족을 배신하기 전 아버지의 헌신적인 모습이 남겨진 장소이기도 하였다. 좋은 추억 때문에 오리배 선착장에 붙박여 존재하는 목적은 남은 가족을 한번 더 보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가족이 망자의 소원을 알 턱이 있나. 혼자서 속절없이 애를 태운다.

“”“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

밑줄을 그으면서 한번 더 읽어 보았지만 후반부가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내가 이해력이 딸리는지 특히 후반부가 내 품에 착 안기지 않았다.

“”“
엷어진다는 것은 천으로 치면 중간 아무 곳에서나 올이 한두 가닥씩 풀려 나가는 일이었고 그 틈새로 생각이나 기억들이 조금씩 새어 나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

망각을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은 점점 엷어져간다. 추억거리도 시간이 흐르면서 시나브로 엷어지다가 희미하게 자국으로 남게 되는 것이지. 열쇠를 손에 쥔 느낌이 들어 앞서 막혔던 문장을 다시 읽었다. 와, 난해한 수학 문제가 칠전팔기 끝에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나는 기뻤다!

이런 게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니겠는가.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소설을 읽다가 잠시 멈춘다. <심야의 질주>로 바뀐 장면과 새로운 등장 인물 때문이다. 참 그랬지, 연작소설집이라고. 책 소개 내용을 몰랐다면 단편소설집이라고 말했을 뻔했다. 연작소설이 무엇인지 자문하였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나… 연작소설을 검색하면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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