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세닌의 우울하고 고독한 모습과는 대조되는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침실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던 맨발의 무용수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과 결혼하여 잠시나마 행복했을 그를 생각했다. 시인은 상트페테르부르크(Sankt Peterburg) 앙글르테르 호텔에서 자신보다 17세 연상이었던 덩컨과 신혼을 즐겼다. 시인은 죽음도 그 호텔에서 맞았다고 하니 다섯 번의 결혼(마지막 아내는 레오 톨스토이의 손녀 소피아 톨스토이였다)에서도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이사도라 덩컨이었던 듯하다.
조국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이상이 좌절된 것과 이사도라 덩컨과의 이별 등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설이 있지만 러시아의 한 천재 시인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고독과 치열한 싸움을 하다가 지쳐 쓰러진 것이었다. ‘그를 견디지 못하게 했던 고독의 무게는 얼마나 컸을까?’ 나는 종종 여전히 나를 짓누르고 있는 고독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한다. 심연 속에 침몰되어 있는 고독과 우울감은 그 무게를 상상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다. 치열하게 싸워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누구나 고독으로부터 지게 되어 있음을 생각하자 시인의 고독했을 삶이 애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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