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겨울을 겪는다.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
윈터링(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 옮긴이)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이 시기는 질병으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고, 사별이나 아이의 출생과 같은 큰 사건으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고, 또는 치욕이나 실패로 인해 찾아올 수도 있다. 겨울나기를 하는 사람은 과도기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현실 세계와 어딘가 다른 세계 사이에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겨울은 우리에게 아주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오는데, 질질 끌어온 인간관계의 종결, 부모님이 나이 듦에 따라 점진적으로 늘어난 돌봄의 부담,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줄어드는 확신 따위와 함께 온다.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 하루아침에 당신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 취급을 받는 걸 깨닫게 되거나, 근무해온 회사가 파산하거나, 당신의 파트너가 새로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경우처럼.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윈터링은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윈터링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언제나 여름만 계속되는 인생도 있는데 우리만 그런 인생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영원히 태양 가까이 있는 적도의 보금자리와 끝없이 계속되는 불변의 전성기를 꿈꾼다. 그러나 삶이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는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침울하고 어두운 겨울날, 급격한 기온의 저하, 그리고 명암의 교차에 취약하다.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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