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일에, 사랑에, 생활에, 모든 것에 무능했다. 눈 닿는 곳마다 나에게서 홱 돌아앉은 등뿐이었다. 그나마 상반기를 버틴 유일한 힘이었던, 생활도 재정비하고 하반기 회사 일도 미리미리 준비해두리라 벼르고 별렀던 여름휴가의 첫날 에어컨이 덜컥 고장 났을 땐 웃음밖에 안 나왔다. 하늘에 대고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아 진짜! 나랑 장난해요? 네?

하지만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든 시기가 어느새 저 멀리 지나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게 J의 ‘진짜 미친 사리곰탕면’ 덕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내 것일 수 없다고 여겼던, 내가 소중하다는 감각과 나를 다시 이어준 한 끼의 식사. 어떤 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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