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고민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언젠가부터 꼰대질이 될까 봐, 더 솔직히 말하면, 꼰대로 여겨지기 싫어서, 누군가 충고나 조언을 청해도 의식적으로 피하며 산 지 꽤 되었는데 (네 번 청하면 응하는 것으로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그렇다고 내가 꼰대가 아닌 걸까? ‘타인에게 충고하는 행위’가 꼰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워낙 많이 꼽히다 보니,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 ‘나 꼰대 아님’ 인증서를 손쉽게 획득하려는 마음이 기저에 있는 건 아니고? 마치 충고만이 꼰대의 전부인 것처럼. 사실 꼰대의 특징 중에는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 지식만이 대체로 옳다고 여기는 상태’ 또한 분명히 있다. 그리고 나는 이 특징이 극복하기 더 어렵다고 느낀다.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이게 가장 두렵다.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나만을 믿고 살 수는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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