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흔이 되던 2000년은 학계에서 말하는 U자형 인생 만족도 곡선u-shaped life-satisfaction curve의 증거가 이제 막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던 때였다. 주요 학술지에서 이 현상을 다루는 논문은 그로부터 4년 후에야 최초로 등장한다.
그런 증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현상이 다소간 사실로 확인된다. 대체로 성인기 중반부에 불안, 스트레스 불행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중년의 스트레스는 업무의중압감, 공사다망한 일정, 사춘기 자녀, 노년의 부모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과학적 증거와 대중적통념이 서로 갈린다. 스트레스와 압박감과 인생의 부침을 제외하더라도 중년의 행복 급락 현상이 여전히 나타난다. 아니, 오히려 그런 요인을 제외했을 때 더욱 선명히 나타난다. 말하자면 시간의 흐름 자체가 우리가 느끼는 만족과 감사의 분량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만족과 감사를 잘 느끼는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청년기는 자연스러운 흥분감과 엄청난 기대감이 막대한 불확실성과 공존하는 시기다. 이런 정서가 한데 어우러져서 인생만족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심하게 널을 뛴다. 그다음에 정착과 성취의 성인기가 오는데 그와 함께 실망감이 증가하고 낙관론이 약해진다. 하락세가 완만해도 누적되기 때문에 급기야는 골짜기로굴러떨어진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만족감을 느낄 이유가 가장 많은데 그간의 성취를 음미하지 못하고 도리어 그것을 불신하고 거부하면서 성취감이 최저점을 찍는 중년의 슬럼프가 찾아온다. 보통은 이런 슬럼프가 몇 년간 이어진다.
하지만 한 꺼풀 들춰 보면 이 골짜기는 사실 감정의 방향이 바뀌는 ‘전환점‘이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와중에 가치관이 재설정되고, 기대치가 재조정되고, 뇌가 재조직되면서 중년 후반에 반등이 일어나며, 그런 다음 성인기 후반에 뜻밖의 행복이 찾아온다.
이런 패턴은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이 책에서 누차 말하겠지만 우리 인생길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위의 패턴이 감쪽같이 들어맞았다.“ (36-37)


50부터 U자형 반등한다는 행복의 조건을 찾아냈다고 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약간 갸우뚱하게 된다. 저자가 1장을 시작하기 전부터 한 발을 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고개를 든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정말이지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계속해서 읽어서 정말 그러는지 아닌지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겠다. 독서 의욕이 고취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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