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싫어한다고요?"
그녀는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니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당황해하는 내 두 눈을 노려보았습니다. 하지만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와 몸을 구부리며 -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부드러워졌으며 거의 동정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 갑자기 나의 머리를 처음으로 어루만졌습니다.
"당신, 정말 어린아이군요.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어린아이네요. 하지만 그게 더 낫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더 불안해 할 테니까." - P114

그리고는 갑자기 단번에 몸을 돌려 버렸습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허사였지요. 나올 수 없는 불안한 악몽의 검은 자루에 꽁꽁 묶인 것처럼, 나는 규명하기 위해, 비밀로 가득 찬 감정의 혼란에서 깨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 P115

그 강의는 분명히 콜로키움(토론 및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는 독일어권 대학의 수업 방식 - 옮긴이)과 토론을 통해 자발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인 듯 보였습니다. 선생과 학생들은 느슨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습니다. 교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강의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책상에 다리를 편하게 걸치고 앉아 있었으며, 젊은 학생들도 교수 주위에 편한 자세로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그러한 무심함으로 보아, 수강생들은 수업에 푹 빠진 나머지 그런 조각같은 자세로 고정된 것 같았습니다. - P36

갑자기 교수가 책상 위로 올라서자 학생들도 따라서 일어섰고,
그가 높은 곳에서 마치 올가미로 사로잡듯, 말로써 학생들을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서 있도록 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 그의 강의에서 오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에 자석처럼 이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까지는 불과 몇 분이면 충분했지요! 그의 말뿐만 아니라 두 손을 번쩍 들고 움켜쥐는 그의 독특한 손짓을 보기 위해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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