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죽여서는 안 된다.
히데오는 ‘불운에 휘말린 훌륭한 의사’라는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선량한 사람으로 죽게 된다. 그리고 다다토키는 여전히 악인으로 머물러 있을 테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는 살아 있게 내버려 둬야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일 이런 충동에 휩싸이곤 했다.
히데오가 욕조에 들어가 있을 때 드라이기를 물에 빠뜨릴까.
음식에 독을 탈까.
자고 있는 동안에 칼로 찔러 죽일까.
뭐든 간단했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그러하기에 죽이는 건 마지막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다다토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살인밖에 없을 때 말이다.
증오하는 상대를 곁에 두고 충동을 억누르며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결코 저물 리 없는 증오라는 태양에 온몸이 타들어 갔고 절망의 사막에 맨발이 달구어졌으며 분노의 화염이 몸속에서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지만 나는 이 작열하는 지옥 속에서 악착같이 나아갔다.
언젠가 이 업보가 집어삼키겠지.
히데오를.
그리고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