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후기 작품’을 바흐나 베토벤의 경우에 논의되는 것과 같은 강도와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에게 ‘후기‘라는 말은 그저 연대기적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후기 작품에는 오랜 실험을 통해 얻어진 원숙함의 결과와 완전히 새로운 수준에 도달한 자의식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렇다고 베토벤에게서나 제기될 법한 확고한 변곡점을 찾아내려 한다면, 그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다. 늦어도 1824년 초부터는 슈베르트의 음악적 사고가 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으며, 지속적인 창작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연대기적인 의미의 ‘후기 작품‘이라는 개념은, 흔히들 생각하는 차분한 정리나 명확한 결산보다는 오히려 거대한 창작력을 발산하는 설렘이라는 특성을 띠게 됐다.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슈베르트는 만족할 만한 몇 가지 성과를 냈다. 우선 그는 체계적인 준비 끝에 빈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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