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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반 베르크 사중주단 전집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약하고 기다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알라딘 서점에서 주문하면 내일 발송된다고 한다.) 올해로 결성 50주년. 그리고 기념하는 음반. 두 손을 번쩍 들어 환영한다.

클래식 음악 감상 범위를 조금씩 넓히다보면 현대음악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로 알반 베르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같은 이름을 가지는 연주 단체도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이다.

1970년에 비엔나 국립 음악대학의 교수로, 비엔나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콘서트마스터로도 활동했었던 귄터 피힐러가 당시 빈에서 최초로 사중주단을 결성했고, 1971년에 데뷔 무대를 가졌다. 명칭은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인 알반 베르크를 따른 것이다.

18 세기부터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이 주로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빈은 고전음악의 중심지였다. 오스트리아 출신들로 구성된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은 전통적인 연주에도 출중했지만, 연주회에서 20 세기 현대 곡을 꼭 포함하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알반 베르크와 동시대에 활동한 오스트리아 악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레퍼토리에 현대음악 작품이 수두룩하다.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은 1980 년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중주단임에도 나는 선뜻 좋아하지 못하였다. 처음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였다고 기억한다. 모짜르트,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을 들은 이후로 현대 곡의 연주보다는 고전 시대 작품의 연주를 골라 들으면서 점차 거리감을 좁혀갈 수 있었고, 지금은 정밀한 앙상블로 높은 평가를 받는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이 최고의 4중주단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나의 기준에서, 오스트리아 출신끼리 통할 테니까, 슈베르트 현악 4중주곡은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이 연주한 음반을 첫 번째로 뽑는다. 특히 <죽음과 소녀>는 단연 으뜸이다.

2005년에 멤버 중 비올라 연주자가, 안타깝게도, 암으로 별세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때문에 2008년에 고별 연주회가 열렸다. 그 후로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의 연주회 소식을 일절 듣지 못하였다. 그렇게 잊혀지는가 싶었는데… 결성 50주년이 되는 올해 알반 베르크 사중주단이 20세기 후반기에 남긴 위대한 발자취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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