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모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클래식 FM 음악 방송을 듣고 있다. 베개를 삼아도 될 만큼 두툼한 베토벤(길)을 읽다가 잠시 졸았던 거 같다. 간편식으로 부담없이 아침을 먹고나서 커피 향을 실컷 맡았음에도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혼 협주곡의 마지막 악장에서 피날레가 끝났지만 선잠을 깨우는 협주가 만들어내는 흥겨움에 잠시 빠져 있었던 터라 진행자가 곡명과 협연자들을 소개하는 멘트 앞부분을 놓쳤고 혼 연주자의 이름만을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베리 터크웰. 혼 협주곡의 수가 몇 되지 않기에, 게다가 그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베리 터크웰이 연주하는 협주곡은 모차르트의 작품일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어떻게 이리도 확신하냐면, 방금 들은 곡의 분위기가 모차르트, 바로 모차르트였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만의 독특한 매력에 끌림은 책에서도 느껴진다.

클래식 관련 서적이 국내에서 가물에 콩 나듯 하지만 지난 달에 모차르트 관련 신간이 연달아 나왔다. 번역서가 아니고 국내 저자의 책들로, 김성현이 지은 『모차르트』(아르테)와 민은기가 지은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1: 모차르트, 영원을 위한 호소』(사회평론).

『모차르트』(아르테)는 클라우드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 몇달 전에 출간된 『푸치니』가 이 시리즈에 포함된 후로 나의 주목을 끌었다. 셰익스피어, 클림트, 니체에 이어 음악계 대표 주자로 푸치니가 이름을 올리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인가 보다. 시리즈에 좀더 관심을 기울어야겠다. 내가 기억하는 김성현 기자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꾸준하게 책을 내고 있다. 이 책 말고도, 그가 지은 책으로 『봉주르 오페라』(아트북스), 『365일 유럽 클래식 기행』(아트북스), 『오늘의 클래식』(아트북스), 『클래식 수첩』(아트북스) 등이 있다. 이 책들을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자라서) 글을 잘 쓴다고도 생각했었다.

그의 최신작, 『모차르트』(아르테)는 모차르트의 고향 뿐만 아니라 공연을 위해 들렀던 이탈리아 여러 도시들, 빈, 프라하 등 모차르트의 발자취가 남은 장소를 저자가 되돌아본 기행문인 것 같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서 빈에 정착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유럽 전역으로 순회 공연을 다닌 것은 워낙 유명하다. 여행에 어머니가 동행한 적도 있었지만 파리에서 어머니와 사별하는 슬픔을 겪기도 하였다. 성장기의 희로애락이 점철된 여행과 모차르트 일대기와 저자의 감흥이 뭉쳐지는 콜레보를 어떻게 풀어냈을런지 자뭇 기대된다.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은 ‘난처한’ 시리즈로 기획된 것 같다. 또 다른 난처한 시리즈로, 미술 이야기 1,2,3,4가 성공한 덕에 음악 이야기에도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이 책의 제목만 봐도 입문서인 줄 알겠다. 초심자가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는 수고를 덜어 주는 QR 코드도 제공되고 그림과 사진도 다수 포함한다고 한다. 한편으로, 저자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라서 그런지 책 제목에 ‘수업’을 붙였다. 제목을 보면서 모차르트한테서 무엇을 배워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어쩌면 클래식 음악이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아직 책을 읽지 못했지만, 두 책이 클래식 음악 교양서로 자리매김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모차르트가 없는 클래식 음악이 가당하기나 할까… 클래식 음악의 애호가와 입문자한테 오래토록 사랑 받는 책으로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절판되지 말기를!

덤으로, 신간 중에서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 기행』(무진트리) 역시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를 포함하고 있다. 독일에서 유학한 피아니스트 조현영이 초등학생인 아이와 함께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클래식 음악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에서 잘츠부르크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사후 더욱 유명해져서 이제는 도시 자체가 모차르트의 기념지가 되었다. 풍월당 주인 박종호는 해마다 이곳을 다녀간다고 한다. 그가 편력한 기록이 책이 되었다. 『잘츠부르크』(풍월당). 이 도시의 문화, 예술, 여행에 관한 안내서로 기억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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